00077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더니 위에서 최종 결재가 내려왔다. 호텔․리조트 헬스클럽 정비와 동시에 목동에 휘트니스 클럽 개장을 준비하는 방안으로 결정됐다. 2주 후 토요일에 정식으로 합의서를 교환하기로 하고, 그 일을 전담해서 맡게 될 특별팀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정말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과장님이 팀장대우로 승진했다는 공고가 떴다. 김 대리의 경우는 아직 대리를 단지 3년이 지나지 않아, 내년에 과장대우가 되는 것만 확정 시켰다. 겨울에 연수원에 들어가 중간관리자 교육만 받으면 바로 승진이 되는 것이다. 팀에 그만큼 무게를 실어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대우’라는 꼬리표를 떼어주겠다는 채찍질이기도 했다. 나와 준호는 제외되었지만, 그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나는 대리 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승진을 위해서는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준호야 이제 입사했으니 혜택이 돌아가기가 힘들다.
덕분에 이 대리의 표정이 아주 똥 밟은 것처럼 험상궂게 변했다. 자기보다 나이로는 7살 어리고 연차로도 2년이나 어린 김 대리가 내년이라고 해도 이미 과장대우가 확정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 대리가 늦은 것이 아니라 김 대리가 너무 빠른 케이스였다. 보통은 입사 10년차가 돼야 과장승진 대상이 된다. 이 대리도 내년이 되어야 그 대상이 들어가는데, 얼마 전에 감봉처분까지 받아 당분간 승진은 힘들 것이다. 내 마음이 다 후련했다.
팀원은 총 5명으로 구성하기로 하고, 부족한 한 명은 다른 곳에서 이동하기로 했다. 원래 있던 마케팅 1부 3팀도 양 팀장, 이 대리, 최 주임, 강소현, 변형석 이렇게 5명밖에 되지 않아 대대적인 인원보충이 필요하게 됐다. 그리고 한 개의 부서에 3개 팀이 운영된다는 원칙 때문에 우리는 마케팅 총괄부장인 지혁권 이사의 직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직함은 겨우 이사에 불과해도 그룹 내 파워로 따지면 10위안에는 들 정도로 막강하다. 그런 힘 있는 상사가 생겼으니 우리로서는 안심되는 일이었다.
며칠 후 우리는 지혁권 이사님이 계신 층으로 이사를 했다. 이전에 쓰던 사무실보다 조금 좁았지만, 팀장실과 회의실도 작게나마 구비된 괜찮은 장소였다. 그리고 우리가 이사하던 날 정지영이라는 여직원이 우리 팀으로 발령 났다. 직급은 주임이고 나이는 26, 같은 입사 3년차 이긴 해도 하반기에 공채로 들어와서 나보다 후배였다. 161~2정도 되는 평범한 키에 약간 통통한 체형의 아가씨였다. 그동안 호텔 쪽 마케팅을 담당해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직급도 우리 중에 비어있는 주임이었고, 성격도 활발한데다가 호텔에서 일한 경력까지 생각하면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인사이동이었다.
“으엑, 어떻게 전부 미혼일 수가 있어요? 저 지금 저주받은 곳에 온 건가요?”
정 주임은 오자마자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전에 있던 팀은 9명이 전원 미혼이었는데, 거기에 있었으면 까무러쳤을지도 모르겠다.
“어머. 준호씨는 목에 와이셔츠 때가 그대로 있네.”
“마 대리님. 어머. 어머. 어쩜 좋아. 이 팔뚝 좀 봐. 그 넓은 품에 한 번 안겨봤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호호호”
“팀장님. 39살에 홀아비라니, 너무하세요. 그런 멋진 미중년의 모습으로 혼자 사는 것도 범죄에요. 얼른 장가를 가셔야 여기 팀원들도 결혼을 하죠. 제가 소개팅이라도 해드릴까요? 39살에 소개팅은 너무한가? 중매라도 해드릴까요?”
“김 대리님. 머리를 너무 질끈 묶으신 것 아니에요? 꼭 B사감과 러브레터에서 나오는 B사감 느낌이에요. 얼굴도 예쁘시고 몸매도 날씬한데, 머리에 약간 힘을 푸는 것은 어떨까요?”
그녀는 말할 때마다 폭탄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녀의 농담은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묘한 힘이 있었다. 마치 우리가 새로 들어온 하숙생이고, 정 주임이 이곳의 하숙집 아줌마 같은 넉살 좋은 수다쟁이의 모습이었다. 불안 불안했던 김 대리도 딱히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덕분에 우리는 화기애해한 분위기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 일단 가칭 ‘D&Y 휘트니스 클럽’의 정식 명칭부터 정해야 하는데. 좋은 생각 있어?”
DongJi and Yoon 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름을 바꾸겠다고 한다. 나는 그대로 가는 줄 알았다. 20일의 시간밖에 없는데, 언제 이름을 만들고 언론에 알리려는지 모르겠다. 위에서 하라면 해야 한다. 우리 같은 말단 직원은 어쩔 수 없다.
“공모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
“그럼 사내 직원들 대상으로라도 하면 어떨까요?”
“제가 잘 아는 유명한 작명소가 있는데, 거기 가서 하나 받아오죠.”
준호가 공모를 해서 이름을 정하자고 했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런데 정 주임이 난데없이 작명소 이야기를 꺼냈다. 이 여자는 시도 때도 없이 농담을 한다. 그냥 성격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푼수끼도 있다.
“그래? 정말 이름을 잘 지어?”
“그럼요. 얼마 전에 대박 났던 OO벤처기업 있잖아요. 거기도 그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어서 대박이 난거라던데요.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보죠.”
“그럴까?”
미중년 팀장님과 수다쟁이 아가씨가 만나 회의의 물을 흐리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회의에나 집중하죠.”
회의가 산으로 갈 뻔했는데, 다행히 김 대리가 중심을 잡아줬다. 중심을 잡은 것은 좋은데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30분 동안 영양가 없는 이야기가 계속 되니 점점 작명소를 찾아가자는 의견에 힘이 쏠리기 시작했다. 아. 정말 내가 그 꼴은 못 본다.
“그냥 ‘D&Y 휘트니스 클럽’으로 하죠. 전 좋은데.”
“마 대리야. 그랬으면 오죽 좋겠느냐마는 위에서 바꾸라잖아.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래?”
왠지 작명소는 이용하기 싫었던 내가 조금 퉁명하게 한마디 하자 팀장님이 바로 구박을 하셨다. 아니. 애들(김 대리, 정 주임, 준호)도 있는데, 면박을 주시다니. 나는 그때부터 열심히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굳이 사람에게 옷을 맞출 필요는 없다. 좋은 옷이 있으면 사람이 살을 빼서 그 옷을 입으면 된다. 결국 D&Y라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이라 싫다는 뜻이었다. 그럼 뜻을 만들면 된다. 수많은 영어 단어 중에 좋은 단어가 없을까?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예전의 담배인삼공사는 KT&G로 사명을 바꿨다. 'Korea Tobacco and Ginseng'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담배인삼공사라는 의미다. 그런데 그들은 영문의 내용을 바꿨다. 'Korean Tomorrow and Global' 멋진 꼼수다. KT&G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의미를 바꿔버렸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D&Y. 다시 말해. Do and (Become) Younger. 그래서 D&Y 어때요? 행동하라 그러면 젊어진다. 또는 움직여라 그러면 어려진다. 뭐, 대충 그렇게 의미부여하면 되겠네요.”
나의 잔머리에 우리 팀원 전부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으하하하하. 나는 역시 꼼수의 대마왕이시다. 알아서 모시도록 해라.’ 나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흐뭇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만끽했다.
“역시. 마 대리의 잔머리야. 괜찮다.”
“어머. 곰 같은 체형에 여우 짓이라니요. 안 어울려요. 마 대리님.”
새롭게 탄생한 만담 커플이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이야기를 했지만, 어쨌든 작명소는 가지 않아도 되니 그것으로 나는 만족이다. 최종 결재가 떨어져야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으면 윗선에서도 ‘D&Y 휘트니스 클럽’이라는 이름에 대해 만족할 것 같았다. 이름이 정해지자 조인식을 하나의 축하행사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우리 홍보모델인 브이걸을 부르는 것은 어때요?”
“휘트니스 클럽이 결국 운동을 하는 곳이니까 우리 회사 운동선수들을 불러서 사인회를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요?”
“윤 스포츠센터의 GX담당 선생님들에게 부탁해서 시범행사를 집단군무처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회사 치어리더들도 같이 불러서 하면 좋겠네요.”
“윤 스포츠센터에 전통무예 연구팀이 있으니 나와서 격파 시범이라도 보이면 좋겠네요.”
“일단 로고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이름은 정했으니 그 이름에 맞는 로고를 만들어야 조인식 이후 언론에 자료를 뿌릴 때 이용할 수 있습니다.”
“VIP 고객들을 초대했으면 좋겠습니다. 호텔 VIP고객과 윤 스포츠센터의 VIP고객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해서 행사를 관람하게 하고, 그분들을 대상으로 VVIP 회원모집을 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D&Y 휘트니스 클럽의 명예회원이 됨과 동시에 동지 호텔․리조트와 윤 스포츠센터의 각종 편의시설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특전을 제공하는 것이죠.”
마지막 의견은 내 의견이다. 이번에도 꼼수다. 우리 호텔과 윤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의 회원권은 5억이 넘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서로의 골프장과 헬스클럽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특전을 제공하면서 1~2억 정도의 추가 회비를 받을 생각이다. 그러면서 VVIP라고 위상을 높여 회원들의 품격(?)을 높여 줄 생각이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의견대로 행사를 진행하려면 우리 호텔 컨벤션 홀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장소를 호텔에서 우리 회사 소유의 드림 아트홀로 옮기기로 했다. 겨우 20일인데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특히 브이걸은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이것은 정식 행사이기 때문에 브이걸과 직접 전속계약을 맺었던 다른 팀에 협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나머지 일들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선수들의 사인회야 어렵지 않아도, 시범공연은 촉박했다.
그래도 꽤 괜찮은 행사가 될 것 같았다. 우리 D&Y 휘트니스 클럽의 발족을 세상에 알리는 행사인 만큼 언론에서 좋아할만한 건수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일단 팀장님이 지 이사님에게 결재를 받아야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괜히 먼저 일을 시작했다가 나중에 리젝트 되면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욕만 얻어먹는다. 다행히 우리는 지 이사님 직속 팀이기 때문에 윗선과 바로 연결되어서 결재를 받을 수 있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손가락을 빨면서 기다려야 한다.
조인식까지는 우리와 윤 스포츠센터가 따로 움직이지만, 조인식이 끝나고 나면 한 지붕 아래서 일을 해야 한다. 거기서 3명 정도의 직원이 합류하면 D&Y 휘트니스 클럽에 파견할 윤 스포츠센터의 직원 규모를 정하고 앞으로 운영될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제작할 수 있다. 일이 정말 태산처럼 쌓여있었다. 그런데 조인식이 끝나면 최종 결재를 받아야 할 사람이 한 사람 더 늘게 생겼으니 그것도 골치 아프다. 괜히 윤 사장님의 도발에 넘어가서 시계 자랑과 장뇌삼 자랑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Rrrr
회의를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응. 조카는 건강하게 잘 있냐?”
“그럼. 아주 예뻐 죽겠어.”
“그래 내가 봐도 예쁘더라. 그런데 이름은 정했어?”
“아니. 아직. 아버지가 이름 정해서 알려주신데.”
태어난 지 오일이나 지났는데 이름이 없는 것도 이상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이름을 늦게 짓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우리는 성씨가 ‘마’씨라서 특히 여자 이름 짓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마수연’이라는 이름을 지으면 그 아이의 별명은 앞으로 ‘마수’가 된다. 그래서 중간에 들어가는 이름을 아주 잘 지어야 한다. 이럴 때는 그냥 평범한 ‘김’씨나 ‘이’씨가 부럽다.
“첫 손주라서 오래 걸리시나 보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형 여자 친구 생겼다며?”
우리 어머니께서 이미 동생에게 말했나보다. 그렇다는 것은 제수씨도 안다는 이야기가 된다. 10살이나 어린 여자를 사귄다는 사실이 좀 민망했다. 게다가 정말 시연이와 내가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둘이 있을 때는 몰라도 공식석상에서는 꼬박꼬박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니 그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응. 생겼다. 이놈아.”
“3년 안에 결혼한다며. 축하해. 형.”
“야. 결혼하게 되면 그때쯤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꼭 결혼을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됐어. 뭐. 하여간 형은 이제부터 도둑놈이야.”
“뭐? 놈?”
“왜 기분 나빠? 그럼 도둑분이라고 불러주지 뭐. 아무튼 우리 여보야가 얼굴 한 번 보고 싶데.”
“제수씨가 내 여자 친구 얼굴을?”
“미리 친해지고 싶다고 하네. 엄마가 결혼까지 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많이 궁금해 해. 한두 살도 아니고 무려 7살이나 어린 ‘형님’이 생긴 거잖아. 결혼하기 전까지라도 ‘언니’라는 소리 많이 들어놔야지 않겠어? 하하하”
어린 여자 친구라서 마음이 좀 걸렸는데, 동생이나 제수씨가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동생 내외에게는 좀 잘하긴 했다. 어
“알았어. 조만간 한 번 갈게. 어차피 조카 얼굴도 다시 보고 싶어졌어. 자기 전에 자꾸 고 녀석 얼굴이 아롱아롱 거린다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오기 전에 미리 전화 좀 주고.”
“오냐.”
음. 시연이와 제수씨라. 사귄지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어머니와 시연이 덕분에 무슨 약혼이라도 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 주말에 시간이 내서 같이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제발 둘 사이가 좋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둘만 사이가 좋아지면 앞으로 우리 가족은 정말 걱정없이 화목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 동지 그룹 본사의 어느 남자 화장실.
“씨발. 씨발. 젠장. 빌어먹을. 아유. 김 대리. 그년이 먼저 과장을 달아. 이게 다 망할 놈의 마 동수 때문이야. 씨발. 개씨발.”
이 대리는 김 대리의 승진 소식에 화가 나서 좌변기에 앉자마자 욕을 시작했다. 혹시라도 누가 있을까봐 화장실 내부를 훑어봤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어서 마음 놓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환풍기를 통해 여자 화장실에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어머. 이게 무슨 소리야?”
“몰라. 누가 화장실에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 얘 남자 목소린데. 설마 여기 남자가 들어와 있는 거야?”
“지금 화장실 쓰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여직원 세 명이 거울 앞에서 수다를 떨다가 이 대리의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저기 환풍기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꼭 3팀에 있는 이 대리 같다.”
“이 대리? 그 비썩 마르고 눈이 게슴츠레 한 사람 맞지?”
“응. 맞아. 가끔 음흉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서 소름끼치기도 하더라.”
“나도 그래. 그런데 왜 저렇게 욕을 하고 그래. 김 대리면 김수현 대리 말하는 것 아냐?”
“아. 맞다. 아까 공지 떴는데. 김수현 대리가 내년 3월부로 과장대우로 진급 확정되었데. 이 대리는 완전 물먹은 거지.”
“호호호. 그래서 남자가 쪼잔하게 화장실에 숨어서 승진한 사람 욕을 해? 못났다.”
“그 이야기 들었어?”
이 대리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게 된 여직원 세 명은 그때부터 그의 뒷담화를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
“이 대리 거기가 여자 새끼 손가락만하데?”
“어머. 어머. 진짜?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설마?”
“에이. 내가 설마 아무리 눈이 낮아도. 예전에 친했던 거래처 언니가 이야기 해줬는데. 이 대리가 하도 징징거리면서 따라 다니길래, 그래도 대기업 직원이라 두 눈 꼭 감고 잠깐 사귀었데. 그런데 글쎄 거기가 자기 새끼손가락보다 작아서 기겁하고 도망 나왔데.”
“호호호. 어머. 웬일이니. 웬일이야. 나라도 도망 나왔겠다. 그거 사용할 수는 있는 거니?”
“그러게. 심심한데 우리 회사에 소문이나 내자.”
“그럴까? 저런 쪼잔한 자식은 사람들에게 비웃음 좀 당해봐야 해. 호호호”
화장실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던 여직원 세 명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사무실로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장실에서는 이 대리의 욕설이 계속 흘러나왔다.
============================ 작품 후기 ============================
오늘 자정에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미리 올립니다.
80회가 눈앞이네요. 처음에는 100회를 예정하고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소박하게 팀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로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뜻밖의 관심을 받아 점점 스케일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초보작가인 제가 과연 이야기를 잘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내용이 산으로 가지 않도록 그리고 최소한의 소박함은 잃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