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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16화 (116/424)

00116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판다.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강남 고급술집의 룸.

“하하하. 채 사장님 말씀처럼 미인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에헤라 디야.’를 쓴 도봉순이라고 합니다.”

“아, 도봉순 작가님? 저는 영보문고 A부장입니다. 여기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부장님.”

호화로운 분위기의 룸에 들어가자 영보문고 A부장이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봉순은 점잖은 그의 반응에 안심하며 옆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첫 인상만 그랬을 뿐이었다.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자 슬슬 추잡한 본색을 드러냈다.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하더니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하고,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폭파인 상의 때문에 드러난 젖무덤 위를 은근히 더듬기도 했다. 참다못해 채 사장에게 눈치를 줬지만, 그는 모른척하며 술만 마시고 있었다. 봉순은 잠깐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에서 벗어나서 채 사장을 조용히 불렀다.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뭐... 뭐가?”

“지금 A부장이 하는 행동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제가 작가지 술집 작부에요? 차라리 나가요를 불러서 놀지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에요?”

“A부장이 그런 여자들을 싫어해서 말이야.”

“뭐에요? 그래서 만만한 게 나라는 이야기에요, 지금?”

“에이, 그냥 옆에서 술만 따라주는 일인데.”

“어머머. 지금까지 지켜보고 그런 소리가 나와요. 이건 술집여자 싫어한다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잖아요. 저를 작가가 아니라 유흥업소를 다니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고요.”

자신을 작부 취급하는 채 사장의 말에 봉순은 어이가 없었다.

“뭘 또 그렇게 받아들여. 책 내고 싶어 했잖아.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지 알아? 나중에 네 책이 나와 봐. A부장이 신경을 좀 잘 써주겠어? 너 좋자는 일에 너무 신경질 부리지 마.”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이번 책 정말 자신 있다고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잘 팔수 있어요. 그러니까 전 이제 그만 보내줘요. 네, 은성씨?”

그렇지 않아도 윤시연을 데려가지 못해서 입장이 곤란했었는데, 지금 봉순이 가버리면 채 사장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진다. 그는 서로 좋자고 하는 일에 까칠하게 구는 그녀가 짜증이 났다.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한다. 지금 가버리면 넌 앞으로 영보문고에서 영원히 아웃이야. 그럼 책이 아무리 좋아도 팔릴 일이 없지. 그래도 좋으면 가. 나도 가망성 없는 책은 출판하고 싶지 않아.”

술집을 나서려던 봉순은 채 사장의 말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비겁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채 사장이 책을 내주지 않으면 언제 다시 책을 출판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힘들었다. 책이냐 자존심이냐 잠시 갈등을 하던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룸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화장실 간다는 사람이 이렇게 오래 걸려. 어서 이리 와 앉아.”

봉순이 룸 안으로 들어가자 A부장은 술이 취해 코가 새빨갛게 변한 상태로 그녀를 반겼다. 이제는 존댓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채 사장의 말을 떠올리며 A부장의 옆으로 가 앉았다.

“죄송해요. 잠깐 전화 좀 받느라.”

“그래? 여기 가까이 좀 와봐. 캬~ 이 부드러운 살결 좀 봐. 20대라서 그런가. 흐흐흐.”

아까까지는 최소한의 선은 지키던 A부장이 갑자기 돌변했다. 대담하게 봉순의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의 손길을 피해보려고 했지만 우악스러운 A부장의 손에 잡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채 사장은 멋쩍은 웃음만 지으며 술을 마셨다.

“저기 부장님. 아파요. 손은 좀 빼고 말씀하세요.”

“응? 그래? 그럼 하는 수 없지.”

가슴에서 손을 뺀 A부장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봉순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허벅지만 더듬던 아까와는 달리 그녀의 팬티까지 손이 들어왔다. 놀라서 엉덩이를 빼려고 했지만 남자의 힘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잠시 후 그녀의 팬티가 A부장의 힘에 이기지 못하고 찢어지면서 완전히 벗겨지고 말았다.

봉순은 다급한 눈빛으로 다시 채 사장을 봤다. 그러나 그는 계속 그녀를 외면했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불륜이라고는 해도, 책을 내고 싶었던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채 사장을 좋아했던 마음은 사실이었는데 그는 자신을 불륜 상대 이상으로는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부장의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마음껏 유린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지할 의욕도 사라졌다. 한 줄기 눈물이 봉순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저기 A부장님.”

“응? 채 사장. 왜 그러시나?”

거친 손놀림에 상의는 거의 벗겨져 봉순의 가슴이 드러났다. A부장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녀의 치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으려는 순간 채 사장이 그를 불렀다. 자신의 행동이 저지당하자 짜증이 난 A부장이 고개만 돌려 채 사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봉순은 그가 지금이라도 제지해주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망하게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제가 방을 잡아 드릴 테니, 위로 올라가셔서 하던 일 마저 하시죠.”

“흠. 여기도 나쁘지는 않은데.”

봉순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실망시키는 채 사장의 말에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밖으로 드러났던 가슴을 다시 집어넣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채 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A부장의 품에 안겨 팔짱을 꼈다.

“부장님.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함께 위로 올라가요. 네?”

“그... 그럴까? 도 작가가 원한다면 나도 좋지. 가자고. 허허허.”

A부장의 품에 안긴 봉순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채 사장을 노려보고 룸을 빠져나갔다. 채 사장은 그녀의 섬뜩한 눈빛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두 사람이 빠져나가고 홀로 남은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숙하게 연기를 들이마셨다.

“후우... 기분 참 더럽네. 봉순이 저년은 결국 자기가 좋다고 먼저 나섰으면서 왜 사람을 간 떨리게 노려봐. 아! 아버지 있을 때는 나도 이렇게 살지 않았는데 사나이 채은성 많이 찌질해졌구나. 두고 보라지. 이제 A부장이 약속대로 우리 출판사 코너를 따로 만들어주기만 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이거야. 봉순이가 좀 아깝긴 해도, 다른 남자 품에 안겼던 계집을 다시 받아주기는 찝찝하고. 모르겠다. 나중에 책만 내주면 별소리 안 하겠지.”

채 사장은 혼자 중얼거리며 병에 남아있는 양주를 유리잔에 가득 따라 한숨에 털어넣어버렸다. 자신이 중얼거렸던 말과는 달리 그의 눈동자는 점점 더 공허함만 가득해졌다.

◆ 강남 바나나 모텔.

A부장은 봉순과 함께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입에 키스를 하려고 했다. 봉순이 살짝 고개를 틀자 자연스럽게 그의 고개가 그녀의 목덜미로 파고들었다. 봉순의 목덜미를 애무하던 그는 고개를 조금씩 내리며 젖무덤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아이 참. 부장님. 씻기부터 먼저 해요. 네?”

“씻으라고? 흐흐흐. 같이 씻을까?”

“지금은 좀 부끄러우니까요. 이따 끝난 다음에. 그때 같이 씻어요.”

“그래. 그럼 그러자고. 잠깐만 기다려 도 작가.”

봉순의 요청에 A부장은 실실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리고 모텔의 방안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다가 뭔가를 찾아 침대 옆에 놓아두고 A부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몇 분을 기다리자 A부장은 샤워를 끝내고 속옷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왔다.

“도 작가도 씻을 거지?”

“네. 부장님. 금방 씻고 나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욕실로 들어간 봉순은 샤워기를 틀었다. 그리고 겉옷을 벗은 다음 타월로 몸을 가렸다. 욕실 벽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잠시 후 샤워기를 잠그고 밖으로 나갔다.

“에이. 어차피 다 벗을 거 감질 맛나게 타월로 몸을 가려?”

“호호호. 그래도 부장님과 첫 만남인데 부끄럽잖아요.”

“그런가? 쑥스러워하긴. 이리 와봐.”

“서두르지 마세요. 아까 룸에서는 부장님이 고생하셨으니까 이번에는 제가 봉사할게요. 가만히 누워만 계세요.”

그녀의 교태어린 말에 A부장은 히죽 웃으며 알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봉순은 그의 배위에 올라 탄 다음 준비해둔 수건을 가지고 그의 눈을 가렸다.

“응? 누... 눈은 왜 가려?”

“기다려봐요. 제가 오늘 부장님을 천국으로 보내드릴게요.”

천국으로 보내준다는 봉순의 말에 A부장은 얌전히 누워만 있었다. 눈을 다 가린 그녀는 침대 옆에 있던 탈출용 로프를 꺼내 침대에 고정 시킨 다음 그의 손과 발을 묶기 시작했다.  순수한 시절 걸 스카우트를 하며 배웠던 매듭 법을 이렇게 사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했다.

“손발까지 묶어야 해?”

“그럼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최상의 서비스로 보답해드릴게요. 호호호.”

“복상사만 일어나지 않게 해줘. 도 작가. 흐흐흐.”

모든 준비가 끝나자 봉순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침대로 내려가 벗어두었던 겉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응? 도 작가 어디 간 거야? 눈을 가리니까 너무 답답해.”

“잠시 만요. 제가 눈을 풀어드릴게요.”

옷을 다 입은 그녀는 침대에 올라가 눈을 가렸던 수건을 풀었다.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자 A부장은 잠시 눈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봉순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엥? 옷은 왜 다시 입었어? 겉옷부터 하나하나 벗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어휴. 이 멍청한 자식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냐?”

“뭐? 도... 도 작가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네 놈 딸 나이는 안 돼도 조카뻘은 된다. 인간아, 그렇게 살고 싶냐?”

“자... 장난이 너무 심한 것 아냐? 채 사장에게 이야기 못 들었어? 이렇게 나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봉순의 노골적인 비난에 A부장의 표정에 노기가 어렸다.

“꼴값을 해요. 나도 책 한 번 내보려고 유부남하고 붙어먹은 년이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지 마세요. 에로 중년변태남아!”

“이... 이년이 돌았나. 당장 안 풀어? 혼나기 전에 빨리 안 풀어?”

쿵쿵쿵.

이제야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A부장은 손발에 묶인 밧줄을 풀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묶인 매듭은 더욱 강하게 거의 손발을 조였다. 봉순이 걸 스카우트를 하면서 매듭하나는 제대로 배운 덕분이었다.

“휴. 닭대가리도 아니고. 빌어도 시원찮을 상황에 지금 욕이 나와? 너 어디 한 번 죽어봐라.”

“왜 이래? 도 작가. 이러지 마. 제발. 도 작가. 살려주세요. 도 작가.”

봉순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침대 위로 올랐다. 그리고 다리를 높이 들어 A부장의 사타구니를 향해 힘껏 내리찍었다.

“끄악............”

A부장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엄청난 고통에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외쳤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데 정신이 말똥말똥한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호호호. 아프긴 아픈가 보네. 어때? 이게 바로 천국의 맛이라는 거다.”

“이... 이 미친년아!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어?”

“설마 그걸로 죽기야 하겠어? 심해봤자 고자정도 되겠지. 이봐요. 부장님.”

“왜... 왜 이 미친년아.”

“역시 닭대가리들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학습효과가 없어요. 학습효과가. 한 번 더 가야겠네.”

“아닙니다. 도 작가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도 작가님. 제발.”

A부장은 서서히 위로 올라가는 봉순의 다리를 보며 공포에 질려 눈물콧물까지 흘리며 빌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로 올라가는 그녀의 다리는 멈추지 않았다. 서서히 올라가던 다리는 그녀의 무릎 위에서 잠깐 멈추었다가 아래를 향해 힘차게 내려갔다. 봉순의 발동작은 프로레슬링 선수가 보여주는 기술처럼 크고 아름다웠다.

“끄악............”

“에이, 엄살은. 훼이크였어요. 호호호.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쯧쯧. 쌌네. 쌌어. 나이가 몇 갠데 아직 소변도 못 가려요.”

그녀의 비아냥거림에 A부장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봉순은 침대에서 내려와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그의 처참한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짓이야.”

“걱정 마세요. 그냥 보관만 할 거니까. 조용히 입 다물고 계시면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럼 전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부장님. 호호호.”

“그냥 가면 어떡해. 이 봐! 도 작가! 도 작가! 나 두고 가지마. 제발.”

“윽. 냄새. 지린내가 여기까지 진동하네.”

신발을 신던 봉순은 입구까지 나는 냄새에 인상을 찡그리며 문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와. 많은 코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를 보니 채 사장 이야기를 좀 질질 끈다는 독자분이 몇 분 계시네요. 확실히 연재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전체 분량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는 않는데, 현실로는 며칠을 보셔야 하니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하나 터지고 해결하는 이야기를 2~3회 정도로 짧게 끝내버리면, 시도때도 없이 사고가 일어나야 하는데 작가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이점을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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