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8 뿌린 대로 거두는 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Rrrr
집에 돌아온 나는 고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고 이사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다.
“오! 마 대리. 늦었지만 약혼 축하해.”
“하하하. 감사합니다. 고 이사님.”
“그런데 약혼식에 초대도 하지 않고, 이거 섭섭할 걸?”
“에이, 섭섭할 걸 섭섭해 하셔야죠. 일개 대리가 오너의 셋째 아들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저만 곤란해집니다.”
“그래? 그런데 일개 대리께서 어쩐 일로 이사님에게 직접 전화를 다 하셨나?”
“이제 서울에 계시죠?”
“응. 지난 달 말에 서울로 발령 났어.”
가만 보면 이 양반도 참 여유가 넘치는 것 같다. 동지그룹을 먹어치우겠다고 포부를 밝힌 지가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서울로 입성했다.
“축하합니다. 고 이사님.”
“축하는 무슨. 이제 고생길이 열렸지.”
“서울로 올라 오셨으니 화끈하게 신고식 한 번 하셔야죠.”
“신고식?”
“네. 위기에 처한 동지호텔을 구하는 구세주가 돼볼 생각 없으세요?”
“동지호텔이 위기에 처한다? 그런 소식 들어본 적 없는데.”
당연히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직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니까.
“이거 실망인데요. 설마 고 이사님이 동지그룹의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죠? 벌써부터 그런 자만에 빠지시면 곤란한데.”
“하하하. 그도 그렇군. 가만 보면 마 대리 자네 말에는 은근히 뼈가 있어.”
“뼈가 있다기보다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주시죠.”
“그래. 그렇다고 해두지, 뭐. 자, 그만 뜸 들이고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주지?”
“제가 동지호텔을 위기에 빠트릴 겁니다.”
“뭐? 마 대리가 우리 호텔을 위기에 빠트려?”
“네. 제가 이번에 제주도로 출장을 가서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나는 고 이사에게 이번 출장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호텔 내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회사의 지시와 상관없이 그 사실을 이미 경찰에게 알렸다, 이 말이지?”
“그거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니야? 잘못하면 수백억짜리 프로젝트가 날아가. 차라리 조용히 처리하고, 피해자에게는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게 더 낫지 않아? 꼭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아 이상해 보이겠지만, 언론에 알려지면 자칫 얼굴이 공개될 수도 있어. 그리고 소송을 걸어봐야 우리나라 법으로는 큰 보상을 못 받아.”
고 이사 말도 일리는 있다. 회사가 아쉬운 입장이기 때문에 단순히 금전적으로만 따지면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일은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일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 중에 편철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전 근무하던 호텔에서 성추행으로 고소까지 됐던 사람인데, 회사에서 조용히 무마하고 지방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그때 단호하게 처리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일은 악한 놈을 독하게 잘라내지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흠. 그건 그렇고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해결책을 이미 마련해뒀나 봐?”
“네. 고 이사님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랬다가 벌써부터 견제를 받으면 곤란한데.”
“대단한 이득을 가져오는 일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꼼수에 가깝죠. 누구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겁니다. 그러면서도 호텔 측에 빚을 하나 지울 수 있죠.”
“그래?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마술 좋아하십니까? 마술 용어 중에 미스디렉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객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
“네. 일명 물타기를 하자는 거죠. 여론을 움직일 소스를 찾아주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톱스타의 열애설을 터트린다든지, 연예인 중에 마약 문제나 도박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고발하는 겁니다.”
“하하하. 역시 잔머리는 최고야.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하는 거라니까.”
일명 물타기. 정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문제가 되는 현안이 있으면, 이슈가 될 만한 사건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돌려버린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졸렬한 방법이지만, 효과 하나는 탁월하다.
웬만하면 마약이나 도박 문제가 이슈로 불거졌으면 좋겠지만, 열애설을 터트린다고 해도 딱히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의 수입을 얻는 반대급부가 바로 사생활 없는 삶이다. 돈을 얼마 못 버는 연예인도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대중은 관심이 없다.
언론의 눈을 돌리려는 것은 단순히 회사의 이득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 기자들의 취재경쟁은 과열될 것이다. 예기치 않게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언론이나 인터넷에 알려질 수 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의 처벌이지, 과도한 언론의 관심이 아니다.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그럼. 마음에 들지. 나로서도 나쁠 게 없네. 호텔 측에 빚 하나를 지우면서도, 형님들에게는 연예인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한심한 놈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그래도 아버지의 눈은 피하기 힘들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아버지의 눈에 드는 게 일차 목표니까.”
“그런데 시간이 좀 촉박합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목요일 저녁에 체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눈을 확실하게 돌리려면 톱스타 열애설이 가장 좋지만, 안 되면 마약이나 도박사건을 터트리면 되지. 마약이나 도박하는 연예인이야 찾아보면 꽤 많아.”
“다행이네요. 타이밍이 중요한 건 아시죠?”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언론의 뭇매를 맞을 대로 맞은 다음에 대중의 시선을 돌리면 너무 늦다. 체포직후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새로운 이슈를 터트려야 대중들의 관심을 완전히 돌릴 수 있다.
“호텔관련 기사가 뜬 직후에 터트려라 이 말이지? 너무 빨리 터트리면 나중에라도 기사화 될 수 있으니까.”
“네. 그리고 확실하게 하려면 댓글 아르바이트도 구하면 좋겠죠.”
“끄응. 이번 일이 자네가 하는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되는데 너무 나만 부려먹는 것 아냐?”
“에이, 왜 갑자기 소심해지세요. 그 호텔이 장차 누구의 소유가 될 건데요? 설마 그 정도 포부도 없으신 건 아니죠?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아요.”
“하하하. 마 대리는 갈수록 능글맞아 져. 그렇지. 꿈은 크게 가져야지. 결국 내 소유가 될 기업이니 나야말로 죽어라고 뛰어야겠구먼.”
“그렇죠. 저야 월급쟁이일 뿐이니까요.”
“으이그. 그놈의 월급쟁이 소리는 정말.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자네를 최대한 빨리 이사로 승진시켜야겠어. 그래야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것 아냐?”
“이사요? 와! 고작 대리인 제게 너무 바람 넣지 마세요. 과장까지 최소 3년, 팀장이야 과장급이 맡는 거니까 넘어가더라도, 과장에서 부장까지 다시 최소 3년. 말이 6년이지 그게 어디 쉽습니까? 마흔 전에 부장만 달아도 좋겠네요.”
“6년이라고 해봤자 서른다섯 살 아냐. 꿈은 크게 가지라며, 소심하게 왜 이래. 혹시 알아? 삼십 대에 이사 달지?”
삼십 대에 이사? 그것도 대기업의 이사?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신임이사 평균 나이가 47세다. 그 중 CJ그룹의 신임이사 평균 나이가 44.5세로 가장 낮다. 외국 유학까지 다녀와 날고 긴다는 사람들도 마흔 살이 넘어 이사로 승진하는데, 30대에 이사를 달아? SKY출신도 아닌 내가? 아, 그 말이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헉! 안 된다. 안 돼. 하마터면 홀라당 넘어가서 ‘네, 감사합니다.’라고 외칠 뻔했다.
“하하하. 삼십 대에 이사요? 그전에 이사님이 얼른 상무 달고, 전무 달고, 사장까지 오르셔야죠.”
“끄응. 꼭 ‘너부터 잘하세요.’라고 하는 것 같잖아. 아무튼, 용건은 끝난 거지? 나도 이것저것 알아보려면 시간이 촉박하니 이만 전화 끊자고.”
“네. 들어가세요, 이사님.”
역시 방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가끔씩 툭툭 던지는 말에 이상하게 가슴이 설렌다. 고 이사에게 너무 빠져들면 곤란하다. 최근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충성하며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오늘 같은 내 모습이 딱 적당하다. 나쁜 놈 혼내주는 것은 경찰 친구에게 맡기고, 그로 인해 생길 위험부담은 고 이사를 통해 처리하게 만드는 삶! 이거야 말로 앞으로 내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띡. 띡. 띡. 띡. 띡. 띠리잉.
내가 해야 할 급한 일은 모두 처리했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데, 요란한 전자음과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시연이가 양손에 뭔가를 가득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시연아.”
“도... 동수씨. 히잉. 보고 싶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오던 시연이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양손에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내 품을 향해 달려왔다.
“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어.”
“동수씨야 말로 어쩐 일이에요. 회사 사람들 만나서 회의 한다면서요. 그래서 미리 밥해놓고 기다리려고 연락도 없이 몰래 온 건데. 시작도 하기 전에 들켰네. 치.”
“생각보다 회의가 빨리 끝났거든. 뭘 만들려고 이렇게 많이 사왔어?”
“궁금해요?”
“그럼 궁금하지.”
“지난주에 요리학원에서 배운 퓨전 요리에요. 이름은. 두구두구두구두구. 치즈 김치찌개. 어때요? 생각만 해도 맛있을 것 같지 않아요?”
내 품에 안긴 시연이가 고개만 살짝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기 딴에는 긴장감을 주고 싶은지 이상한 효과음을 내며 밝힌 요리의 이름이 바로 ‘치즈 김치찌개’란다. 생각만 해도 맛있을 것 같은 게 아니라, 듣기만 해도 느끼함이 올라온다.
김치찌개의 생명이 뭔가? 바로 칼칼함 뒤에 느껴지는 시큼한 뒷맛이다. 그런데 그런 김치찌개에 치즈를 넣는다는 상상만 해도 거북하다. 치즈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칼칼함은 물론이고 시큼한 맛까지 사라지게 만들 텐데, 그게 무슨 김치찌개란 말인지...
“그... 그럼. 기대되고말고. 누가 해주는 음식인데.”
“히히. 그렇죠? 얼른 맛보고 싶죠?”
“당연하지! 그런데 시연아.”
“네?”
“난, 그 전에 맛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요? 어...어... 도... 동수씨...”
나는 시연이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절대 치즈 김치찌개가 먹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5일 동안 그녀가 너무 그리웠다. 우리 두 사람은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시연이의 가슴과 배를 열심히 핥아대다가, 오늘은 좀 더 과감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꼽 아래로 향한 내 입술은 그녀의 검은 숲속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거... 거긴 동수씨. 허억...”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시연이가 나를 말리려고 했지만, 나의 혀는 이미 그녀의 계곡 안 꽃잎 주변을 맴돌았다.
“아... 동수씨... 제발... 그... 그만...”
집요한 혀의 움직임에 시연이가 양손으로 침대를 부여잡고 몸을 꼬기 시작했다. 혀끝이 다을 때마다 그녀의 내부는 이슬을 머금은 꽃잎처럼 촉촉해졌다.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나면서, 새콤한 감로수가 흘러나왔다.
“흐윽... 제발... 나 정말 이상해요. 죽을 것 같아요. 하악.. 하악..”
나는 그제야 행동을 멈추고 그녀의 위로 올라가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아래로 내려 나의 분신을 만지게 했다. 시연이의 손길이 느껴진 나의 분신은 더욱 더 단단해졌다.
“궁금하지 않아?”
“조금 궁금하긴 해요.”
“그럼 가서 봐.”
“그래도 돼요?”
“나도 조금 전까지 그러고 왔잖아.”
“히잉. 동수씨 너무 했어요. 진짜 부끄러웠다고요.”
“뭐가 부끄러워? 예쁘기만 하던데.”
“저... 정말이요?”
“그럼. 정말 예뻤어. 계속 보고 싶을 만큼. 한 번 더 봐도 돼?”
“아... 아뇨. 저도 보고 싶어요.”
잠깐 망설이던 시연이는 내 품에서 빠져나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내 분신을 만지작거리며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징그럽지 않아?”
“아뇨. 바나나같이 생긴 게 귀여워요. 뽀뽀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요. 히히.”
다행히 그녀는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럼 뽀뽀해봐.”
“정말이요?”
“응. 바나나같이 생겼다며? 바나나 먹는다는 생각으로 한 번 해봐.”
나는 은근히 시연이를 꼬셨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남성을 상징을 구경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찔했다.
“바나나처럼 이요? 너무 커서 될지 모르겠어요. 잠깐만요.”
시연이는 살짝 혀를 내밀어 나의 분신을 핥았다. 그녀의 자극에 나의 분신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팽창했다. 시연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곳을 입안으로 힘겹게 밀어 넣었다. 그녀의 따뜻한 입안이 나의 분신을 통해 느껴졌다.
“악...”
내 분신과 놀고 있는 그녀를 보며 흐뭇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끈한 고통이 느껴졌다.
“어머, 아파요? 미... 미안해요. 동수씨.”
“괘... 괜찮아. 으... 그런데 왜 그렇게 강하게 깨물었어?”
“도... 동수씨가 바나나 먹는다는 생각으로 해보라고 해서요. 제가 실수한 거죠? 히잉.”
아니다. 내가 실수한 거다. 그냥 아이스크림 빨 듯이라고 설명하면 될 것을, 괜히 바나나로 설명했다. 생각보다 강하게 물었는지 아직도 화끈거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치아자국이 남아 있었다. 휴, 하마터면 잘려 나갔을지도... 내가 원하는 모습까지 그녀를 성장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할지 앞길이 막막했다.
============================ 작품 후기 ============================
사법고시 패스를 한다고 해도 경정에 임명되지 않는다는 말씀이 있어 답변하겠습니다. 우선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계급을 답니다. 졸업 전에 사법고시를 패스하면 파견 형식으로 2년간 사법연수원 생활을 하고 수료와 동시에 경감으로 진급합니다.
경찰대를 나왔다고 해도 국방의 의무는 해야겠죠? 보통 경찰대 출신들은 기동대 소대장으로 근무하지만, 경감을 달았기 때문에 중대장으로 3년간 복무를 하게 됩니다. 3년 복무가 끝나면 경정으로 진급하게 되죠. 예전에 한 번 설명을 한 적이 있어서 자세한 설명을 생략했던 관계로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사법고시 특채를 통해 경정으로 임관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함바비리로 징역을 살고 있는 15대 경찰청장인 강희락씨가 사법고시 특채를 통해 경정으로 경찰생활을 시작했던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이번 주제에 대해 언짢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분위기를 일부러 밝게 했습니다. 앞으로 무거운 주제는 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