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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49화 (149/424)

00149  뿌린 대로 거두는 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지혁권 마케팅 총괄부장실.

조기훈 팀장의 보고를 듣던 지혁권 이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게 정말 사실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사님. 저희 팀원이 제주도까지 내려가서 피해자를 만나 직접 확인하고 온 사실입니다.”

“흠.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구먼.”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냐. 자네가 죄송할 건 없지. 동지호텔에서 벌이진 일을 무슨 수로 막아. 늦게라도 사실을 파악했다는 게 중요하지.”

“이 사실이 알려지면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도 큰 피해가 갈 것 같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누구인가?”

“저를 포함한 팀원 다섯 명만 알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파견 나온 윤 스포츠센터 직원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잘했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일단 중역회의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함구하게.”

“그럼 피해자들은...”

“언론에 알려지면 우리에게 너무 부담스러워. 조용히 무마하는 조건으로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겠지.

조 팀장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이번 일은 보상만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표를 내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된다면 앙심을 품은 그들이 피해자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속내를 지 이사에게 밝힐 수는 없었다. 입바른 소리를 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뿐이라는 사실을 1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 팀장님은 나의 부탁대로 화요일 오후에 이번 사건을 회사에 보고했다. 화요일 오후에 보고를 올리면 빨라봐야 목요일 오후 정도에 중역회의가 가능하다.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고도 좌천되는 것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는 편철수 부지배인의 뒷배가 있다는 뜻이다. 중역회의가 열려 참석한 누군가를 통해 회의 내용이 부지배인에게 전달되면, 눈치를 채고 자칫 도주할 수도 있다. 친구인 광우가 목요일 저녁에 두 놈을 체포한다고 하니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보고를 조금 늦춘 것이다.

“어떻게 됐습니까?”

지혁권 이사님에게 보고를 하러간 팀장님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되긴 예상대로지. 중역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부 입에 자물쇠 걸어 잠그고 하던 일이나 계속 하라신다.”

“그런데 뭘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세요. 예상 못했던 것도 아니고. 너무 진부해서 신선한 맛이 없잖아요. 이렇게 개성이 없어서야, 원. 나 같으면...”

“너 같으면 뭐?”

“저 같으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팀원들의 휴대기기를 압수하고 중역회의가 끝날 때까지 어디 호텔에라도 처박아두겠죠. 아, 아쉽네요. 일도 안하고 호텔에서 편하게 놀고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편하게 그딴 소리가 나와? 네가 알아서 하겠다는 일은 어떻게 되었어?”

“어떻게 되긴요. 준비 완료했습니다. 너무 염려마세요.”

“정말 제대로 준비한 거 맞지?”

팀장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확인하셨다.

“그럼요. 저 못 믿으세요?”

“엉뚱한 일을 잘 벌인다는 건 믿는다. 그런데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야기해주면 안 되냐?”

“그럼 재미없죠. ‘식스센스’라는 영화를 보기 전에 ‘사실은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말해버리면 재미있겠어요?”

“으이그. 가만 보면 네 놈이 나보다 직장상사 같을 때가 있다니까.”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후속조치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무슨 후속조치?”

“이번 사건이 회사에 알려진다는 가정 하에 대책을 마련해야죠.”

“그건 네가 알아서 한다며?”

“그건 그거구요. 일이 알려지면 회사에서도 당장 대책 마련하라고 호통을 칠게 뻔한데, 그럴 때 미리 준비해둔 몇 가지 방안을 보고하면 점수도 따고 좋잖아요.”

어차피 완벽하게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론의 뭇매는 피할 수 있지만, 알음알음 퍼지는 소문까지 막기는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야 사건이 터진 다음에 부랴부랴 대책 마련한다고 법석을 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만간 사건이 알려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유를 가지고 괜찮은 방안을 마련해서 보고한다면, 우리 팀의 유능함을 윗선에 어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흠흠. 그건 또 그렇겠네. 그럼 당장 회의 시작하자고.”

그렇게 우리는 원래 우리 팀인 다섯 명의 사람들만 회의실에 모였다.

“이번 회의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다는 가정 하에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야.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의견들 내보라고.”

“위에서는 뭐라고 하시는데요?”

“뭐라고 하긴. 함구하라고 하시지. 그런데 큼지막한 간을 가진 어떤 사람이 보고하기도 전에 미리 손을 써놨다고 하더군.”

“호호호. 그 큼지막한 간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칭찬 한 번 해줘야겠네요.”

“그러고 싶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다고 하네.”

“어쩔 수 없네요. 정체를 밝히면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

회의를 시작하자고 하더니 조 팀장님과 정 주임의 만담이 시작되었다. 큼지막한 간을 가진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뭐하는 짓이람?

“회의에 집중하죠. 김 대리님에게는 한 번 이야기한 내용인데, 제주 동지호텔은 아직 D&Y휘트니스 클럽 간판을 달지 않았습니다. 신입 강사를 모두 선발하면 그때부터 명칭을 바꾸려고 했었죠. 기자들에게 이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겁니다. 동지호텔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D&Y휘트니스 클럽과는 연관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강조해야겠죠.”

“음. 그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틀린 말도 아니군. ‘D&Y휘트니스 클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각 언론사에 압박을 넣으면 되는 거지?”

“네. 그리고 제주 동지호텔은 당분간 명칭을 바꾸지 않고 내버려 둬야죠.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면 그때 가서 ‘새롭게 태어나는 헬스클럽’이라는 슬로건이라도 내걸고 분위기 쇄신을 하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래, 그건 그렇게 하자고. 다른 의견은 없어?”

“어차피 알려질 것이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방법도 괜찮겠죠.”

“어떻게?”

“경찰에 최대한 협조를 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자선 단체에 기부금을 내겠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재기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하겠다. 이렇게 후속조치들을 발 빠르게 제시한다면 대중들도 납득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오리발을 내밀며 발뺌하는 것보다 진정성을 가진 사과가 더 통하는 세상이잖아요.”

정 주임의 의견도 괜찮은 방법 같다. 관심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때 이런 방법을 잘못사용하면 오히려 비난의 목소리만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이슈로 넘어간 상황에서 고 이사가 고용한 댓글 알바들을 이용해 분위기를 잘 이끌면 효과가 커질 것이다.

“단순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어떨까 싶네요. 예를 들어 그룹 내 모든 직원들에 대상으로 성폭력이나 성추행 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겁니다. 그리고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승진 등에 불이익을 준다고 공지하면, 참여율도 매우 높아 질 것 같은데요.”

김 대리의 의견은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딱 어울린다. 그러나 그런 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교육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지 문제다. 이런 비슷한 교육을 실시하면, 일부만 참여하고, 대부분은 졸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다른 딴 짓을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한다. 어쩌겠는가? 세상이 변했는데.

이밖에도 몇 가지 의견이 더 나왔다. 내가 생각해낸 꼼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다면 괜찮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제주도에 마련한 광수대 임시 거처. (부제 : 바위로 계란찍기)

최광우는 범인 검거를 위해 직접 제주도까지 내려왔다. 경정정도 되는 위치면 사무실에 앉아 사람들을 부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지내기엔 너무 젊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박 형사님?”

박 형사는 광우보다 10살 많은 베테랑 경찰이다.

“설계도면을 구해서 살펴봤는데, 피해자들의 증언처럼 도지광이라는 자의 사무실에 비밀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참. 어떻게 일개 팀장이 호텔 내에 그런 비밀 공간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건물이 좀 오래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놈도 우연히 발견하고 나쁜 짓에 이용해먹기 시작한 거겠죠.”

“개새끼. 저 오늘 그놈 가만히 안 둡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계장님?”

박 형사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광우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 도지광이라는 작자가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증언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완벽하게 이중성을 감추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박살을 내버려야죠.”

“지난번에 과장님이 계장님 사고 못 치도록 말리라고 부탁을 하셔서...”

“걱정 마세요. 박 형사님은 그냥 모른 척 해주시면 됩니다. 우연히 일어난 사곤데 누가 뭐라고 그러겠습니까?”

“끄응. 그런 우연이 자꾸 일어나면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정말 광우가 걱정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직장 상사다. 예의도 바르고, 능력도 있다. 부하 직원들의 가족까지 챙기는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끔 예기치 않은 돌발행동을 하는 게 문제였다.

190cm에 가까운 키에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하는 괴수(?)답지 않게 예술에 가까운 격투실력을 가지고 있어, 범인 두세 명 정도 찜 쩌먹는 것은 일도 아닌 그다. 손끝하나 다치지 않고 가볍게 제압할 실력이 있으면서도, 죄질이 나쁜 용의자를 체포할 때면 꼭 어딘가 하나를 부러트려 사람들을 식겁하게 만든다.

“그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라고 그러죠, 뭐. 그렇지 않아도 경정이면 경정답게 점잖게 행동하라고 자꾸 잔소리해서 귀찮았어요. 경감으로 강등되면 잔소리도 듣지 않고 더 편할 것 같은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법고시는 보지 말 걸 그랬어요. 현장에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니 원.”

“마흔에 겨우 경위를 단 제게 할 소리는 아니는 것 같은데요?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욕먹어요.”

“에이, 제가 박 형사님 앞이니까 이런 소리를 하죠. 흠. 이제 시간 된 것 같으니 슬슬 동지호텔로 움직이시죠.”

사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다섯 남자가 동지호텔로 들어왔다.

“나머지 애들은 준비시켜놨어?”

“네, 계장님. 지금쯤이면 편철수와 도지광의 숙소에 도착했을 겁니다.”

“위치 추적기는?”

“이미 달아놨습니다.”

“그럼 너희 둘은 지금 당장 부지배인을 체포해. 박 형사님과 이 형사는 나와 같이 헬스클럽으로 가서 도지광을 체포할 테니.”

광우는 두 명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 남은 박 형사와 이 형사를 대동해 호텔 3층에 있는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도지광씨 되십니까?”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경찰입니다. 당신을 특수강간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습니다.”

박 형사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도지광에게 다가갔다. 미국드라마를 보면 묵비권에 대한 권리도 이야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체포과정에서 용의자가 경찰에게 말한 내용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에 생략했다.

“트... 특수 강간이라니요?”

“모른 척 하시기는. 이 형사. 증언에 따르면 왼쪽 구석에 있다고 하니까, 저쪽에 가서 밀실이 정말 있는지 한 번 찾아봐.”

“알겠습니다.”

광우의 말에도 도지광의 얼굴은 침착했다. 이 형사는 왼쪽 구석을 살피던 도중 바닥에 있는 작은 홈을 발견하고 책장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드륵’하는 소리와 함께 책장이 뒤로 밀리면서 어두컴컴한 밀실이 나타났다.

“여기 있네요. 찾았습니다.”

“도지광씨, 이래도 시치미 떼려고요?”

“그... 그곳은 그냥 피곤할 때 사용하는 숙소입니다.”

“그건 DNA검사 하면 알 수 있겠지. 지금쯤이면 당신 숙소에도 경찰들이 들이닥쳤을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숨겨놓은 영상파일들도 다 나오게 돼있어.”

도지광은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잠시 후 옆에 있는 경찰이 수갑은 채우지 않고, 자신의 팔만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 잡혀가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심하고 있는지 두 형사의 시선이 모두 밀실 쪽으로 향해있었다. 기회는 지금 뿐이다.

“어이쿠.”

그는 자신을 잡고 있는 박 형사를 밀어재끼고 입구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저... 저 놈 잡아라.”

어설프게 고함을 치며 뒤쫓는 광우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입구를 빠져나온 도지광은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자동차에 생각이 미쳤다. 재빨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그는 검은색 승용차에 앉아 시동을 걸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쯧쯧. 어떻게 행동이 예상하는 그대로냐. 위치 추적기까지 달고 사방이 바다인 제주도에서 어디로 도망치려고 저러는지. 도망만 치지 않았으면 몸 성히 체포됐을 텐데, 한심한 놈.”

도지광이 탄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주차장 입구에서 이미 대기하고 있던 광우는 액셀러레이터를 있는 힘껏 밟았다.

끼기긱...

광우의 차는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도지광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운전석 옆구리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콰광...

두 대의 자동차가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도지광의 차가 옆으로 반 바퀴 굴렀다.

“생각 같아서는 절벽으로 밀어버리고 싶었는데, 도망가다 다른 사람과 사고가 나면 곤란하니 이 정도에서 참는다.”

광우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려 뒤집어진 차를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으...”

운전석 옆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도지광은 피투성이가 된 채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광우는 운전석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밖으로 꺼냈다.

“경찰입니다.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주차 관리인이 사고 소리를 듣고 달려오고 있었다. 광우는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며 그에게 구급차를 불러 줄 것을 요청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사람들도 다가오고 있었지만, 두 대의 자동차에 가려 주차 관리인 말고는 이곳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끄.. 악...”

주차관리인이 구급차를 부르려고 사무실로 뛰어가자 광우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순간 도지광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고 잠시 후 입에 거품까지 물더니 급기야 의식을 잃고 말았다.

“쯧쯧. 터졌네, 터졌어. 계장님! 어쩌시려고 이러셨어요?”

뒤늦게 쫓아온 박 형사가 광우를 보며 잔소리를 했다.

“제가 그런 것 아니에요. 빈혈이 와서 잠깐 쓰러진 거예요. 정말이에요. 진짜라니까?”

“그 덩치에 빈혈이 가당키나 합니까?”

“알고 보면 저도 연약한 남자에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쓰러질 때 생긴 일이 아닙니다. 이건 그냥 도주하는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자동차사고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알고 계시죠? 흐흐흐.”

박 형사는 광우를 향해 한숨을 쉬며 다시 한 번 도지광의 몸 상태를 살폈다. 바지에는 피가 흥건했다. 쓰러지는 척 하며 광우의 무릎이 도지광의 사타구니를 내리찍었으니, 100kg에 육박하는 그의 육중한 몸무게를 생각한다면, 그곳은 보지 않아도 상태가 어떨지 짐작이 갔다. 처참하게 짓이겨졌을 것이다. 아마 다시는 남자(?)로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휴. 이게 바위로 계란찍기도 아니고....”

============================ 작품 후기 ============================

오늘 아침은 계란 후라이를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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