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0 뿌린 대로 거두는 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속보 : 영화배우 B씨와 가수 C양의 띠동갑을 극복한 사랑.
영화배우인 한류스타 B씨과 섹시가수 C양의 열애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의 보도로 불거진 이번 열애설에 대해 양측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열애설은 온라인 연예전문매체 ‘빅브라더’의 보도로 시작됐다. 어제 이 매체는 'B씨와 C양의 몰래 데이트'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을 공개하고 열애설에 불을 지폈다. 공개된 사진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성이 한 여성과 길을 걷거나 자동차를 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C양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뒤, B군이 끊임없는 애정 공세를 펼쳐 지난 8월부터 교제를 시작해 4개월째 열애 중이라고 한다. 오늘 낮 1시 두 사람은 이번 열애설에 대한 공식 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B군은 내년 1월부터 촬영이 시작되는 ‘로또가 전부는 아니야.(가제)’에 출현할 예정이며, 가수 C양은 ‘아이러브와퍼’라는 신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 OO일보 아무개 기자 - ]
“헐. 대박. 마 대리님. 나중에 안다는 게 설마 이거였어요? 엄청나다, 엄청나. 우리 호텔 기사들은 전부 쑥 들어갔어요. 세상에, 우리 B씨가 여우같은 C양과 사귀다니. 흑흑. 저는 이제 살아갈 의미를 잃었어요. 그런데 마 대리님의 정체는 도대체 뭐에요? 어떻게 이런 짧은 시간에 이런 스캔들 기사를 터트릴 수 있어요?”
“그... 글쎄.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해두자고. 하하하.”
열애설이 터질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스캔들이 터질 줄은 예상 못했다. B군이라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한류스타 중 한 명이다. C양은 B군에 비해 네임벨류는 떨어진다고 해도, 떠오르는 섹시 아이콘에 잘나가는 CF스타다. 게다가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려 12살.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 내가 정말 10살만 차이나도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온라인은 두 사람의 열애설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류스타와 섹시 아이콘의 만남. 엄청난 나이차이. 생각보다 빠른 기자회견으로 인한 여러 가지 추측들. 심지어 나이 어린 C양이 임신한 것은 아닐까하는 억측까지 난무하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 호텔에 대한 기사들은 전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고 이사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운이요? 이게 운이라고요? 혹시 B씨하고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에요? 그런 거면 저도 좀 만나게 해주세요. 사인 좀 받게요.”
“이 봐. 정 주임.”
“네, 마 대리님.”
“꿈 깨. TV에서 말고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야.”
“야, 마 대리.”
“왜 그러세요, 팀장님?”
“정말 네 잔머리가 좋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런데 좀 과하지 않냐?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하지만 우리 치부를 감추기 위해 남의 사생활을 들추는 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 대리님, 너무 하셨어요.”
“크윽. 나의 귀요미 C양이 열애라니...”
얼씨구. 급한 불 껐다고 아주 여유를 부린다. 이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왜 사람 구하면서 머리끄덩이를 잡아 당겼냐고 항의 하는 것과 똑같다. 누군 남의 사생활 들추고 싶어서 들췄나? 장난이라는 건 아는데 왠지 양심이 찔렸다.
“아니, 제가 무슨 이상한 동영상을 유포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저를 나쁜 놈으로 만드세요. 그냥 어차피 알려질 소식 조금 빨리 알려졌다 생각하시면 안 될까요?”
“농담이야, 농담. 왜 정색을 하고 그래? 정말 찔리는 사람처럼.”
“제가 언제 또 정색을 했다고... 자자. 아직 끝난 거 아닙니다. 후속대책 계속 내놔야 언론이 완전히 조용해질 거라고요. 그러니 일 합시다. 일.”
아직은 급한 불만 껐을 뿐이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 이사에게 댓글 알바들을 고용하라고 조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론 조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디어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세상이라지만 접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다. 대중들이 기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에 간섭을 하는 셈이니 사실 꼼수가 아니라 불법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각 그룹의 홍보팀 직원들은 매일같이 신문사나 방송사 기자들과 술을 마시며 접대를 한다. 펜이 칼보다 강할지 모르겠지만, 펜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돈이다. 기자들의 저널리즘? 최소한 메이저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의식 있는 기자가 있다고 해도 기업의 접대를 받은 편집장이 모두 커트해버리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예전에 어떤 식품회사가 한 신문사와 척을 진적이 있었다. 그 신문사는 곧바로 ‘OO식품의 음식에서 독극물 성분이 검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그 식품회사는 결국 얼마 가지 못해 망했다. 나중에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식품회사는 이미 부도가 난 뒤였다. 신문사는 ‘어, 오보였네.’라고 사과하면 끝이다.
언론과 여론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 편법을 저지르는 것은 기업의 숙명이다. ‘나는 절대 언론과 타협하지 않겠어.’,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것도 없어.’라고 해봐야 악의적인 기사 몇 줄에 깨갱하며 꼬랑지를 말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Rrrr
오늘 벌인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인지 고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네, 고 이사님. 오늘 기사 아주 잘 봤습니다.”
“그래? 그런데 어쩌지 그거 내가 한 게 아닌데?”
헉, 너무도 태연한 말투에 순간 믿을 뻔했다.
“어쩐지. 이사님답지 않게 스캔들이 좀 허접하다 했어요.”
“뭐? 허접! 내가... 끄응...”
“하하하. 고생 많이 하셨다고요? 아, 그래도 충격이었어요. B씨와 C양이 사귀다니요. 효과는 대박이긴 하지만.”
“그거 다 뻥이야.”
“네? 뻥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처음에 마 대리와 통화하고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건수가 없잖아. 그래서 스캔들 자체를 조작해버렸지.”
“그런 게 가능해요?”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연예계라는 게 가끔 이런 쇼가 필요할 때가 있어. B씨의 경우는 게이라는 소문이 은근히 나고 있는 상황이었고, C양의 경우는 너무 섹시함만 강조해서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지.”
“그래서요?”
“그래서는. 소속사 사장들과 이야기해서 1년간 가짜 연애를 하기로 합의본 거지. 대신 1년간 동지정유와 CF전속계약을 맺고 계약금도 꽤 지불 했어.”
이런 꼼수도 있었다니 놀랍다. 연예인인 삶 자체가 연기와 가깝다고 하더니 연애까지 연기로 할 줄이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런 사실을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왜 전화했는지 알만하다. 쉽게 말해 자신도 꽤 멋진 꼼수를 부렸으니 칭찬해달라는 의미다.
‘지음’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거문고의 명수 백아와 그의 친구 종자기와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백아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을 타면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고 말하였다.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다음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다시는 자기 거문고 소리를 들려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대로 가면 고 이사와 나는 ‘지꼼(상대의 꼼수를 알아주다.)’과 같은 관계가 될지도 모르겠다. 칭찬을 바라니, 잠깐 종자기가 돼 줄 수는 있다.
“이야. 이사님의 꼼수가 날이 갈수록 세련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지? 내 주변에는 워낙 점잖은 사람들밖에 없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단 말이야. 마 대리만 옆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정말 안타깝네요. 이사님의 꼼수는 일신우일신이며, 괄목상대라 할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저를 넘어설 것이 분명하니, 제가 어찌 감히 이사님 옆에 있겠습니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도 있잖아. 내가 꼼수를 누구에게 배웠는데? 평생가도 자네를 넘어서길 힘들 거야.”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있죠. 제게 배웠다고는 해도 열심히만 하면 언제든지 저를 능가할 수 있습니다.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 정말 멋진 말 아닙니까? 그러니 염려마세요. 이사님에게는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습니다.”
“거참. 내가 이렇게 삼고초려를 했으면 넘어와 줄만도 한데 말이지.”
“저는 와룡이 아니라 봉추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몸조심 해야죠. 젊은 나이에 까불다가 봉추처럼 눈먼 화살을 맞고 요절하기는 싫습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요절하지 않고 살아남은 방통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두고 보자고. 하하하. 확실히 말이야. 마 대리하고 대화하면 재미가 있어. 말이 착착 감긴다고 해야 하나?”
“심심하면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제가 열심히 갈궈드릴게요.”
“끄응. 아무튼 당분간 바쁠 테니, 고생하라고.”
“네. 들어가세요.”
아, 젠장. 왜 하필 봉추와 나를 비교했을까? 내가 알기로 그는 서른여섯 살의 나이에 요절했는데. 괜히 찝찝하다. 하여간 이놈의 입방정. 고 이사와의 말장난에 너무 심취했다.
“마 대리님.”
고 이사와의 통화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정 주임이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떠서요.”
“뭐야. 우리 호텔기사잖아. 왜 이런 걸 봐? 정 주임의 클릭질 한 번에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일단 읽어보세요. 어이가 없을 테니. 호호호.”
[경찰의 과잉진압인가? 인과응보인가?
어제 저녁 동지호텔 내 성폭행 사건으로 긴급체포 된 백모 씨와 도모 씨 중 도모 씨가 체포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체포과정에 직접 관여한 최모 경정은 ‘이번 사고는 용의자가 체포과정에 불응하면서 일어났다. 몸싸움 과정에서 박모 형사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으며, 자동차 추격전이 길어지면 자칫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다소 과격한 방법을 동원했다. 용의자의 부상은 안타깝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도모 씨는 전치 10주 이상의 부상으로 추정, 현재 제주OO병원에서 응급수술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사고 당시 도모 씨의 성기와 고환이 짓이겨진 상태라 원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이에 경찰의 과잉진압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제주 동지호텔 헬스클럽 안에서 일어난 일이며, 경찰에 따르면 최소 5명 이상의 여성들이 백모 씨와 도모 씨에게 끔찍한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 제주OO일보 아무개 기자 - ]
“지... 짓이겨져? 으악 장난 아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으...”
“끔찍하긴요. 그놈이 한 짓이 있는데, 당해도 싸죠.
“그런데 네티즌들 반응은 어때?”
“직접 읽어보세요. 아주 재미있어요.”
- 크로스XX : 저런 놈들은 그냥 싹둑!
- 테일러_XXX : 뭐, 저런 개새끼들이!!!
- 죽은새XX : 저런 놈들은 거세를 해서 무인도에 버려야 함. 물론 자른 뒤에 치료는 안 해주고.
- KenXX :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지른 놈들은 거세를 해서 깜방에 처넣어야 해... 그리고 여자대신 당해봐야 해.
- 신이불리XX : 정말 저런 놈들은 거세로도 안 돼요. 게이들한테 돌림빵 시키고 고문시켜서 죽여야죠.
- yakidoXX : 걍 죽여 버리세요.
- yakidoXX : 1억이면 깔끔하게 죽여줄. 중국인들이 넘치는 세상이라...ㅋ
- 라XX : 바나나를 갈아 버립시다.
- 후룰루XX : 성범죄자는 바나나를 믹서기에 갈아야 됨ㅡㅡㅋ
- 봄바XX : 이런 가정 파괴범들은 멀리 무인도에 쓸어 담아 저거 끼리 살게 해야 됩니다. 그냥 한방에 죽이는 거는 너무 행복한 선택이구요. 죽어도 못 죽게 해서 두고, 두고 반성 하게 해야 됩니다.
“당연한 반응인가?”
“그럼요. 뿌린 대로 거두는 법 아니겠어요. 제발 수술이 실패했으면 좋겠어요.”
“저런 놈을 무슨 수술까지 해주는 건지. 저기 들어가는 치료비는 다 우리가 낸 세금을 사용할 텐데. 그래도 사람들의 비난이 우리 호텔보다는 용의자에게 쏠려있어서 다행이네.”
============================ 작품 후기 ============================
조회수가 200만이 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챕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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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