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5 소제목 추후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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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남기는 작가의 변.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서 절충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잔인하지도, 너무 어이없지도 않은 적정선을 찾아 수정했습니다.
계속해서 혼란만 드려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짜증을 내셔도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갈팡질팡하더라도 완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욱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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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길고 길었던 회의는 끝이 났고, 퇴근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조금 있으면 시연이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다. 최근에는 너무 바빠서 틈틈이 얼굴만 잠깐 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었다.
일단 중요한 회의는 마무리됐고, 출장 간다는 명분으로 어렵고 복잡한 일에서는 빠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데이트도하고 흐뭇한 시간도 보낼 생각에 들떠 서둘러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번쩍했다. 누군가가 대화하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았지만, 금방 의식이 희미해졌다.
“아이씨. 뭐야. 외제차 몰고 다닌다더니, 경차잖아. 젠장. 이 새끼 이거 생각 이상으로 덩치 큰데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그냥 뒤 트렁크에 구겨서 넣어. 안 들어가면 어딜 하나 부러뜨려서라도 집어넣어. 어차피 죽을 놈인데, 그렇게 조심히 다루지 않아도 되잖아.”
“그럴까? 어라. 그래도 구겨서 넣으니까 들어가긴 하네. 운 좋은 놈이네. 어디 하나 부러지지도 않고.”
***
한때 괜찮은 출판사의 사장이었던 은성은 동수와 악연으로 얽히면서 완전히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다. 가지고 있던 사업체와 집은 완전히 날아갔고, 세금 문제 등으로 감방까지 다녀왔다.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그에게 지금 상황은 너무나 낯설고 힘들었다.
왜 이렇게 되었나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결국,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마동수 그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동수가 어디 사는지는 그의 친구 진경에게 들어 대충은 알고 있었다. 찾아가서 해코지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금방 자신의 왜소한 팔로 눈길이 갔다. 마동수 그놈은 180cm는 훌쩍 넘는 키에 덩치도 상당히 좋았다. 잘못 덤볐다가는 해코지는커녕 뼈도 못 추리도록 두들겨 맞을 것 같았다. 결국, 그놈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금방 접어버렸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 가진 돈은 거의 다 떨어져 가고, 마땅히 잘 곳도 없다. 오늘은 예전 그의 아버지 친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아버지와 함께 갔을 때는 그렇게 살갑게 대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은성이 거지가 되어 나타나니 딱히 반겨주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지갑에서 십만 원짜리 수표 세 장을 건네줬다. 순간 은성의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화를 내고 그냥 나와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삼십만 원은 큰돈이었다. 떨어진 자존심을 다시 줍지 못하고 조용히 돈을 받아서 밖으로 나왔다.
울컥 눈물이 났다. 은성이 알기에는 아버지가 예전에 참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믿음 하나로 찾아왔는데, 결과는 참 비참했다. 망하고 보니 깨달았다.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몰인정한 곳인지.
은성은 정처 없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고스란히 동수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순간 어디선가 맛있는 고기냄새가 났다. 지금껏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그런 냄새였다. 다행히 그의 수중에는 자존심을 굽히고 받아온 삼십만 원이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 정신없이 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1인분, 2인분... 허겁지겁 먹고 보니 어느새 5인분을 먹어치웠다. 그제야 배가 불러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만감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마동수 그 새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 받네.”
“그러게 말이야. 망할 놈의 새끼. 겨우 몇 대 두들겨 맞았다고 고소를 해? 그리고 합의를 안 해줘? 빌어먹을 전과자가 되는 바람에 취직도 힘들다. 젠장.”
“아. 진짜. 그 자식 어떻게 할 방법 없나?”
“말도 마라. 경찰 고위직하고 아는 사이인지 개인정보는 절대 알려주지 않더라.”
“빌어먹을. 한 주먹감도 안 되는 새끼가. 언제 한 번 걸리기만 해봐라.”
은성의 옆에서 고기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일행은, 예전에 곱창집에서 시연이를 성추행하려다 동수와 시비가 붙는 바람에 경찰에 구속되었던 그 삼인방이었다. 그들은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으나, 전과자가 되는 신세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들 삼인방 또한 동수 덕분에 인생이 많이 꼬여버린 사람들이었다.
은성은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동수는 나쁜 놈이었다. 상황도 비슷했다. 여자 친구인 시연이 때문에 시비가 붙었고, 그 때문에 동수와 다투다가 결국 인생을 망친 상황.
왠지 동수가 일부러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냥 동수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든 것일 뿐이었다. 저들 세 명도 결국 동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선의의 피해자가 분명했다. 게다가 저들은 덩치도 컸다. 저들이라면 동수를 충분히 혼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웬 미친놈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은성의 입에서 동수가 사는 집을 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네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
덜컹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뭐지?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으윽. 머리야.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뭐가 뭔지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런 어둠 속에 있는 건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 순간 엄청나게 강한 통증이 몰려왔다. 목구멍까지 비명이 올라왔지만 억지로 소리를 삼켰다. 왜 이래야 하는지는 몰랐다. 그냥 본능적으로 조용해야 할 것만 같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떨리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나는 지금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덜컹거리고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서는, 자동차 트렁크 안이 분명했다. 그런데 매우 협소하고 불편하다.
그때 어디선가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남자들의 대화소리가 이어졌다.
“아, 통쾌하다. 통쾌해.”
“크크크. 그러게 말이야. 이거 생각 이상으로 속 시원한데?”
“개자식. 우리를 감방에 처넣을 때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그렇겠지. 그랬으면 감히 우리를 감방에 처넣을 생각을 했겠어?”
“이따 깨울 때 정말 재미있겠다. 저 새끼 정신 차리면, 살려달라고 질질 짜며 울겠지?”
“울다 뿐이겠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걸?”
지금 이 상황이 뭐지? 무슨 서프라이즈 쇼라도 하는 건가? 지금 저 대화에서 ‘개자식’은 나라는 건데, 나를 죽인다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저들의 말에는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나를 죽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온몸에 공포감이 돌았다. 무섭고 두려워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입술과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런 상황을 내가 직접 겪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시작했다. 침착하자, 마동수. 침착하자, 마동수. 나는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일단 저들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했다. 한참 대화를 들어보니, 그제야 저들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예전에 오발탄이라는 곱창집에서 시비가 붙었던 삼인방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었을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이 갔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냥 술김에 일어났던 실수였을 뿐이라고, 술 먹고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냐고. 정말 별일 아닌 것처럼 사소한 해프닝으로 취급하며 넘어가려니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만나는 바람에 일은 커졌고, 그들이 추근거렸던 시연이의 작은아버지가 하필 경찰서 서장인 게 문제를 키웠다. 결국, 재판까지 갔고 직장은 잘렸다.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전과자가 되어 취직도 쉽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변호사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땐 정말 통쾌하기도 했다.
충분히 나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상황이다. 이해한다. 그들 입장에서야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이게 사람을 죽일만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원한 좀 졌다고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대로 죽기는 정말 싫었다. 시연이가 떠올랐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서 데이트하기로 약속했었다면, 시연이 마저 나와 같은 신세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아니 시연이는 여자니까 나보다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그건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절실하게 그녀가 보고 싶었다.
통장에 들어있을 엄청난 거액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아끼기만 했을까? 이젠 돈 들어올 일도 많은데, 좀 펑펑 쓰고 그랬어야 했다. 덩치 큰 동생 녀석 자동차도 한 대 뽑아주고, 부모님 사시라고 정원 있는 넓은 집도 사드렸어야 했다. 이렇게 죽으면 내가 짊어지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참 바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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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수정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