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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94화 (194/424)

00194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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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팀에 대한 전격적인 회계감사 소식은 동지마트에 순식간에 퍼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소식이었고, 그래서 다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래?”

“그러게. 뜬금없이 회계감사라니. 다른 곳도 아니고 총무팀이잖아.”

“솔직히 그동안 별것도 아니면서 총무팀입네 하며 목에 힘주고 다니는 게 꼴보기 싫었는데, 좀 고소하긴 하다.”

“쉿! 조용해. 누가 듣겠어. 그러다 총무팀장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한상질이라는 이름답게 한 성질 하잖아, 그 양반이.”

“내가 볼 땐, 굳이 눈치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아니 왜?”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거든. 그런데 이건 그냥 단순한 회계감사가 아니야. 사정의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 거라고.”

“사정? 성추문이라도 일어났어?”

“어휴. 이 맹추야! 그 사정이 아니라, 잘못된 걸 바로잡는다고 할 때 사정!”

“아! 그 사정. 그런데 누가?”

“누구긴 누구야? TF팀 마동수 팀장이지. 어제 둘이서 한방 붙었잖아.”

“뭐? 어제 일어난 일을 오늘 바로 보복한단 말이야?”

“그러니 무서운 거지.”

“우와. 대단하다. 자기 팀 여직원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고 그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올 줄이야.”

“이수야. 설마 커피 심부름 때문이겠어? 본보기가 필요했던 거야.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 명만 걸려라.’ 하며 벼르고 있었을지도 몰라.”

“박서라. 너는 너무 이성적이고, 매사가 정치적이야. 좀 더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어. 난 그냥 커피 심부름 때문이라고 믿을래. 정말 멋있잖아. 자기 여직원을 위해 악당 같은 총무팀과 맞서는 남자. 몇 살이래?”

“서른하나.”

“어머. 젊다. 나이 서른하나에 계열사라고는 하지만 대기업 팀장. 거기다 회장님의 셋째 아들의 신임까지 받고 있어. 얼핏 보니까 키도 큰 것 같던데, 키는 얼마야?”

“185.6cm. 몸무게는 83kg”

“그래? 생각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네.”

“BMI 그러니까 체질량지수로 계산하면 24.09야. 비만은 아니지만 과체중이지.”

“과체중? 이상하네. 날씬해 보였는데.”

“꾸준히 운동을 했겠지. 배가 안 나왔는데 그런 체중이면 꽤 근육질이라는 의미야. 스포츠센터 관련 업무를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이수의 질문에 서라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에?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뭐가?”

“어떻게 마동수 팀장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어?”

“멋지잖아. 관심이 좀 생겼어.”

“어머! 커피 심부름 때문에 분개한 게 아니라며. 네 관점에 의하면 굉장히 무서운 남자 아니야?”

“그러니까 멋지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야. 너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 눈에는 여직원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멋진 남자로 보이게 할 만큼 자신을 숨길 줄도 알아. 난 그렇게 머리는 차갑게 두뇌는 빠르게 돌아가는 남자가 좋아. 뇌가 섹시하잖아.”

“쳇. 내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서라 네가 너무 빡빡하다니까 그러네. 분명 최고의 로맨티시스트일 거야.”

“네 꿈을 확실하게 깨게 해주지. 너 혹시 행당점 지점장이 3일 전 투신자살했다는 소식 들었어?”

“뭐? 왜 갑자기? 아니 그것보다 3일이나 됐는데 아직 소문이 안 났어?”

“쉬쉬했나 보더라고. 그런데 말이야.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날 고현호 이사와 마동수 팀장이 행당점에 방문했다는 소문이야.”

서라는 자신의 말이 조심스러운지 민수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설마 행당점 지정장의 자살에 두 사람이 연관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그 설마가 맞아.”

“에이 그건 아니다. 네 입으로 방금 그랬잖아. 확실한 건 아니라고. 그럼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거잖아.”

이수는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박서라지. 여자답지 않게 꽤나 기계를 좋아하는 얼리어답터이고. 음. 마당발에 동지마트 최고의 정보통이기도 하지.”

“내가 사건 당일 객관적인 소식을 근거로 사건을 재구성해봤어.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고현호 이사님은 수행원 두 명과 함께 급히 동지마트 본사를 빠져나가셨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본격적으로 설명하려는데 이수가 끼어들었다.

“네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내가 마당발이라고. 어떻게 알았겠어? 주차장에 있는 경비원 아저씨에게 물어봤지. 그분 말고도 이사님이 급히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많아. 누군지 하나하나 알려줄까?”

“아, 아니. 그냥 계속해.”

“만약 고현호 이사가 행당점에 갔다면 대략 4시쯤 도착했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 신문을 봐.”

자신감 있게 말하던 서라는 이수에게 사회면에 짤막하게 실린 기사를 보여줬다.

“X월 X일 OO마트 행당점에서…. 3일 전이네. 행당점은 우리 동지마트밖에 없고.”

“그렇지? 계속 읽어봐.”

“오후 5시경 50대 남성이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119 구조대가 출동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각한 출혈로 인한 쇼크로 숨을 거뒀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아! 안 됐다. 그런데 서라야. 여기 어디에도 행당점 지점장 이름은 없는데?”

“그래서 내가 또 알아봤지. 투신자살을 시도했으면 심각한 부상이었을 것 아냐? 그렇다면 119 구급요원들은 50대 남성을 어디로 이송했을까?”

“아무래도 종합병원이겠지?”

“그렇지. 그리고 행당점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바로 한양대학교 병원이야. 사망기사를 보고 혹시나 싶어 한양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장경철씨 빈소가 있는지 확인을 해봤어. 뭐라 그랬게? 아! 장경철씨가 바로 행당점 지점장 성함이야.”

“빈소가 있다고 그랬어?”

“빙고!”

“동명이인일 수도 있잖아.”

행당점에서 투신자살을 한 사람의 이름이 행당점 지점장 이름과 같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수는 억지인 걸 알면서도 반박을 해봤다.

“그럴까 봐 어제저녁에 빈소에 다녀왔어. 영정사진을 확인했더니 안타깝게도 동명이인이 아니라 동일 인물이더라고.”

“헐. 서라야. 넌 정말 특이한 아이 같아. 아무리 호기심이 생겼다고 해도, 어떻게 장례식장까지 찾아갈 생각을 해?”

“그럼 궁금한데 어떡해? 그래도 조의금으로 피 같은 돈 2만 원을 냈단 말이야. 최소한의 예의는 차렸으니 너무 구박하진 말아줘.”

“어쨌거나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고현호 이사와 마동수 팀장이 그 시각 행당점에 있었다는 증거도 확보한 거야?”

“아니. 그것 때문에 나도 100% 확신은 못 하겠어.

“너 같은 마당발이 행당점에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있지.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해 줄게.’라며 말을 돌려. 누군가에게 단단히 입단속을 당했나 봐. 난 그 사람이 마동수 팀장이라고 생각해.”

서라는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는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럼 넌 마동수 팀장이 장경철 지점장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호호호. 얘, 얘! 갑자기 그게 무슨 엉뚱한 말이야.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줬겠지? 오늘 한상질 팀장에게 한 것처럼!”

“그 압박을 못 이겨 장경철 지점장이 자살을 택한 거라는 거야?”

“아마도? 솔직히 깊이 파고들어가보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취합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한정적이라서 더 이상은 힘들어. 관련자가 아니고는 알기 힘들더라고.”

“네 말이 사실이면 장경철 지점장의 자살에 마동수 팀장이 영향을 미친 거잖아? 자살을 선택하게끔 밀어붙였으니까. 그런데 고작 3일 만에, 이번에는 한상질 팀장을 압박하고 있어. 또다시 자살을 선택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지 않을까? 나라면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은 느낄 것 같은데.”

“그러니까 매력이 있다는 거지. 솔직히 자살에 영향을 미친 건 맞아. 하지만 장경철 지점장이 분명 나쁜 짓을 저질렀을걸? 예를 들어볼게. 만약 경찰이 수사를 잘해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어. 경찰이 범인을 쫓기 시작하자 압박감을 느낀 범인이 자살을 선택해. 잡히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겠지. 그렇다면 범인이 누군지 밝힌 경찰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해?”

“음. 그건 아니겠지?”

“마동수 팀장도 마찬가지야. 물론 보통 사람이라면 마음이 흔들리 수 있어. 하지만 그는 아니야. 오히려 동지마트 개혁을 위해 더욱 분발하고 있어. 아까 말한 것처럼 머리가 차가운 남자니까.”

“그래서 고백이라도 하게?”

“아니. 매력을 느낀다고 다 사귀니? 그보다는 같이 일해보고 싶어. 그런 사람이라면 같이 일해도 재미있을 것 같거든.”

“어떻게? 너나 나나 돈이 없어 학교 휴학하고 주차장 안내원이나 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같이 일해? 다른 곳도 아니고 TF팀이라잖아. 스펙도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글쎄. 내가 알아본 바로는 스펙은 중요한 것 같지 않아. 한 명은 체대 출신이고, 다른 한 명은 고졸이더라. 내가 그 사람들을 무시하게 아니라, 마동수 팀장이 선입견 없이 사람을 뽑는 것 같다는 뜻이야. 그럼 휴학생도 자격 미달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 그럼 네가 찾아가서 뽑아달라고 할 거야?”

“에이. 그건 모양 빠지잖아. 찾아오게끔 만들어야지.”

“방법이 있어?”

“있지. 그래서 내가 네게 이렇게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거잖아. 소문 듣고 찾아보라고.”

“뭐? 지금 너, 나 수다쟁이라고 디스하는 거야?”

“호호호. 우리 동지마트에서 도는 소문의 상당수가 네 입에서 나오는 건 사실이잖아.”

“헤헤. 그건 그렇지? 내가 토킹 어바웃을 좋아해서 그래. 그래서 어떻게 소문내 줄까?”

“그냥 네가 평소에 하던 대로하면 돼. 굳이 이번 이야기만 일부러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말고 그냥 들은 대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그걸로 충분해.”

“그러다 못 찾으면?”

“마동수 팀장님이 내가 상상한 그대로라면 충분히 찾고 남을걸?”

“휴. 너도 참.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았어. 그런데 좀 기대되긴 한다. ‘마동수 팀장의 압박에 못 이긴 행당점 지점장이 자살을 선택했다.’ 여기에 살이 좀 붙으면 마동수 팀장이 지점장을 죽였다고 부풀려질걸? 동지마트 완전 발칵 뒤집히겠는데?”

“아마 그렇겠지? 소문이라는 게 원래 돌고 돌면서 불어나는 거니까.”

“괜찮아? 마동수 팀장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소문인데?”

“그건 모를 일이야. 두고 봐야지.”

평범한 회사 분위기라면 그런 소문이 동수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지마트같이 큰 자극이 필요한 곳이라면 다를 수도 있다. 소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다고 서라는 생각했다.

“야야야! 저기 마동수 팀장 온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런데 대기업 팀장 자동차가 모닝은 너무한 것 같지 않아?”

동수의 출퇴근용 자동차인 모닝이 주차장에 들어서자 서라가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신호에 따라 자동차가 2층으로 올라가자, 이수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뭐가 너무해? 주식회사 동지 마케팅 대리 연봉이 대략 5 ~ 6천만 원이야. 부잣집 아들이 아닌 이상 열심히 돈을 모아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지. 그러려면 모닝 같은 경차가 딱이야. 그 이상은 허세라고 봐.”

“어머머. 얘 좀 봐. 하다 하다 이젠 마동수 팀장 대변인까지 하네. 호호호. 정말 세상 오래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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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새로운 인물의 등장입니다. 아마 TF팀의 팀원이 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래서 분량을 좀 할애했는데, 너무 길어져버렸어요. ㅠㅜ

사실 이런 스타일의 캐릭터 독자님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좀 걱정입니다. 형가사에서 비슷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반응이 별로더라고요. 그래도 여주급은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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