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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95화 (195/424)

00195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동지마트 송파점 8층에 있는 사무실.

원래는 동지마트 대표이사가 사용하는 방이다. 하지만 고현호 이사가 7층으로 내려오면서 고객 편의시설로 탈바꿈 중인 곳을 총무팀의 신석주 대리를 비롯한 내부고발자들(거의 강압에 의해 이뤄지긴 했지만)이 머물 수 있는 임시 거처로 사용 중이다.

“안녕하십니까. 신석주 대리님.”

“아, 안녕하십니까. 마동수 팀장님.”

내가 들어서자 신석주 대리와 나머지 3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맞았다. 이미 한상질 팀장과는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 지금 그들이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간절하면서도 애처롭게 느껴졌다.

다행인 것은 단순 가담자가 4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 숫자면 총무팀 업무공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들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세요. 제가 장담하는데 여러분에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고작 총무팀 팀장이 동지그룹에 대항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아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마동수 팀장님.”

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하는데 신석주 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 총무팀 내부비리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흠. 이왕 이렇게 된 거 입을 다물어봐야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전부 다 말씀드리지요. 솔직히 저도 정확하게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상질 팀장은 그냥 중간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미군요. 총무팀 비리와 윗선의 개입이라. 동지마트에 뭘 얻어먹을 게 있다고 엉덩이 무거운 양반들까지 움직였을까요?”

동지마트를 다른 그룹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파악했다. 그리고 고현호 이사가 고평호 상무와 직접 전화통화를 해 더 이상 매각활동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나는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총무팀의 비리는 다른 회사 회계담당 부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석주 대리의 말은 나의 성급한 판단을 뒤집어버렸다.

“여러 업종 중 비리를 저지르기가 제일 쉬운 분야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동지마트라고 말씀하고 싶은 겁니까?”

“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통업체죠. 수많은 물품이 엄청난 단위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갑니다. 조금만 숫자를 조작해도 최종적인 금액은 엄청나게 부풀려지거든요.”

뭔가 알 듯 말 듯한 말이었다.

“예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초코파이를 하나 예를 들어볼까요? 계산하기 쉽게 상자당 초코파이는 10개씩 들어있고, 그 상자는 큰 박스에 10개씩 들어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럼 큰 박스에는 초코파이가 100개 들어가는 셈이군요.”

“맞습니다. 만약 동지마트가 제과회사에 초코파이 1억 개를 주문했다면, 1백만 박스가 필요합니다. 여기서부터 여러 가지 종류의 꼼수가 개입될 수 있습니다. 대량 주문 시에는 주문량에 따라 1 ~ 3% 정도의 추가 할인이 발생합니다. 돈으로 할인해 줄 수도 있고, 1 ~ 3만 박스를 추가로 공급하기도 합니다.”

“추가 공급 박스는 상황에 따라 회계기록에 안 남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말이 3만 박스이지, 초코파이로 따지면 300만 개나 되는 엄청난 물량입니다. 개당 50원만 잡아도 1,500만 원이죠.”

그의 설명을 듣자 신석주 대리가 하고자 하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1,500만 원?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 할인 마트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수천, 수만 가지가 넘는다. 별로 크진 않지만, 1,500만 원이 쌓이고 쌓이면 무시하기 어려운 엄청난 액수로 불어나게 된다.

“동지마트에서 가장 잘나가는 100가지 제품만 그런 방식으로 주문한다고 해도 15억 원이군요. 갑자기 목이 타는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일이 생각보다 커졌다. 나는 신석주 대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에서 나와 남진우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Rrrr

- 네. 마동수 팀장님.

“변수가 생겼습니다. 남은 총무팀 6명은 나갔나요?”

- 아닙니다. 압수 작업이 조금 전에 완료되어서, 개인 물품을 챙기러 방금 총무팀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생각보다 비리 규모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감금이라도 해두고 싶지만, 지난번 일도 있고 부담이 될 것 같군요. 일단 미행을 붙여서 그들의 행선지라고 파악해두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6명 모두를요?”

“될 수 있으면요. 당장 가용인원이 부족하죠? 일단 팀장과 과장급은 무조건 사람을 붙이고, 나머지도 인원이 확보되는 대로 같은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급할 때 외주 용역 비슷하게 일을 주는 곳이 있으니 그곳에 맡기겠습니다. 물론 팀장과 과장급은 우리 측 애들이 직접 캐어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회계감사를 아무리 빨리한다고 해도 며칠은 걸린다. 우리가 사법기관도 아니고 그 기간동안 총무팀 6명을 감금할 권리는 없다. 그래서 일단은 행선지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미행을 붙이도록 부탁했다.

취조에 미행까지. 나의 회사 생활은 의도와 상관없이 점점 더 스펙타클해지고 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할까요? 그것 말고도 제가 모르는 유통업의 맹점이 또 있나요?”

통화를 마친 나는 신석주 대리가 있는 방으로 돌아와 대화를 계속했다.

“유통 마진에도 꼼수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요?”

“그것도 초코파이를 예를 들겠습니다. 유통 마진이라는 건 유통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운송료와 보관료입니다. 그 금액에 대한 책정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동지마트는 맹점이 많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초코파이 박스당 운송료와 보관료를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박스당 얼마씩 비용을 책정한다고요? 그건 그렇게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요?”

“제도보다는 그걸 이용하는 사람의 문제겠죠. 아시다시피 동지마트는 다른 마트에 비해 지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른 마트가 중앙 물류센터에 모든 물건을 취합한 이후 그곳에서 지점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그런 물류 센터를 2 ~ 3개 정도 운용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 동지마트는 지점이 고작 10개뿐입니다. 거기다 전국적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오히려 비효율적입니다.”

“그렇다면 보통은 생산업체가 직접 배송하는 건가요?”

“직접 배송하기도 하고, 동지 유통이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운송료와 보관료도 그런 문제점 중에 하나죠. 초코파이 100개가 들어간 박스당 운송료를 1,000원으로 할지 2,000원으로 할지 그건 동지마트 마음입니다. 보관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관료는 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배송기간이 하루 넘게 걸리는 곳이 있나요?”

“도서 지역이나 폭우나 폭설같이 갑작스러운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보통은 당일 배송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보관료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제도보다 그걸 이용하는 사람의 문제라고요. 실질적으로 보관을 하든 안 하든 보관료를 책정하면 그 돈은 자연스럽게 결제가 됩니다. 그것도 박스당 결제를 하니 물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빼돌릴 수 있는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죠.”

“휴. 대체 얼마나 해먹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군요. 확실히 그런 규모라면 총무팀 팀장 개인이 착복하긴 어렵겠죠. 윗선이 개입되었다는 추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런데 윗선에서는 그 돈을 어디다…. 설마? 신석주 대리님. 설마 아니겠죠?”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윗선이 개입한 목적은 단 하나다.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나는 제발 아니길 간절하게 바라며 신석주 대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동수 팀장님이 추측하는 게 비자금이라면 설마가 맞습니다.”

제길!

정말 이러면 곤란하다. 갑자기 여기서 왜 비자금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동안 위치적으로 그렇게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도 가격경쟁 등에서 밀려 고전하고 있는 이유. 그리고 그렇게 고전하고 있는 동지마트를 그룹에서 정리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

사람들이 얼마나 무능하길래 그런 일이 일어나나 싶었는데, 진짜 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결국, 동지마트는 동지그룹의 비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전개다. 괜히 설치고 다니다가 벌집을 건드린 상황이나 다를 바 없다. 벌집도 그냥 벌집이 아니고 말벌집을 건드린 모양새다. 한상질 팀장이 그렇게 뻣뻣하게 나왔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동지마트가 회장님의 비자금을 위해 이용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회장님이 동지마트를 정상가동 시켜보려고 했던 그 수많은 노력이 전부 가식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회장님이 아닌 다른 로열패밀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회장님의 동생이든, 아니면 고현호 이사의 두 형님이든.

============================ 작품 후기 ============================

196화 등장인물은 역시 반응이 나쁘군요. 비중을 대폭 줄여야겠습니다. ㅠㅜ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연참합니다. 그동안 이북 4권 수정 작업을 하느라 연참을 못했는데 이제 좀 여유가 생겼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비자금.

범인은? 그리고 동지마트의 미래는 과연? ㅎㅎ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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