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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199화 (199/424)

00199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아, 다리 아파.”

“좀 앉아서 쉴래?”

“아냐. 앉아 있는 거 팀장이 보면 지랄할걸? 괴랄한 팀장에게 잔소리를 듣느니 그냥 다리가 부러지는 게 낫겠어. 에구구 다리야.”

이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종아리를 주물렀다.

“호호호. 우리 팀장이 좀 괴랄 맞긴 해.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한 시간만 버텨라, 이수야.”

“응. 그래야지. 서라 넌 안 피곤해? 밤에는 과외도 한다며. 그럼 언제 쉬어?”

“에이. 별로 안 힘들어. 그래도 잠은 충분히 자.”

“충분히 자기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새벽엔 우유 배달하잖아. 그리고 열 시에 여기 출근해서 저녁 일곱 시까지 일하고 퇴근해서는 바로 과외까지 하는데 언제 쉰다는 거야? 하루에 다섯 시간은 자?”

“아니. 세 시간. 그런데 고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살아서 익숙해.”

“아이고. 아주 효녀 나셨네. 너희 가족도 정말 너무하다. 딸자식도 자식인데 어떻게 너만 그렇게 부려 먹을 수 있냐? 나 같으면 가족이고 뭐고 다 버리고 혼자 산다.”

“그런 말 하지 마. 가족은 그래도 가족이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 부모님이 은근히 신경 많이 써줘.”

“퍽이나! 네 동생 신경 쓰는 거에 반의반만 신경 썼어도 서울대도 골라 갔을 거야. 네 동생 봐. 네 등골 빼먹어가며 없는 살림에 가르쳤는데도 일하며 공부한 너보다 못한 대학에 갔잖아. 요즘 세상에 아들, 딸이 어디 있다고 그러시는지. 난 정말 이해가 안 가.”

“민이수! 자꾸 그러면 나 너랑 이야기 안 한다.”

“어휴. 저 헛똑똑이.”

“계속 할래?”

“알았어. 그만할게. 그렇게 도끼 눈으로 보지 마. 그런데 서라야. 마동수 팀장님에게는 언제쯤 연락이 올 것 같아?”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빨라도 일주일? 늦어도 보름 안에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경찰도 아니고, 소문만으로 그렇게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예상한 마동수 팀장님이라면 찾을 수 있을걸?”

동수와 이야기 한 번 못해본 서라였지만, 그녀의 얼굴은 확신으로 가득 찼다.

Rrrr

“누구지? 어라. 팀장이 왜 갑자기 전화야. 설마 너랑 나랑 수다 떠는 걸 본 건가? CCTV로 지켜 보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 리가 있어. 이상한 망상에 빠지지 말고 어서 전화나 받아.”

“네. 여보세요. 네. 팀장님. 네? 누가요? 마동수 팀장님이 저를요? 왜요? 네에? 제가 마 팀장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퍼트린 유포자라면서 찾으러 왔다고요? 그래서요? 아니. 그렇다고 제가 여기 있는 걸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아니요. 짜증내는 게 아니라. 그럼요. 팀장님 심정 이해하죠. 이렇게 전화로라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네. 그런데 도망가면 안 되겠죠?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냥 해본 소리예요. 가긴 어딜 가요. 알겠어요. 꼼짝하지 않고 자리 지키고 있을게요. 염려하지 마세요.”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이수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서라가 걱정스레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 얼굴이 그렇게 질렸어?”

“마동수 팀장님이 글쎄 관리팀 사무실에 가서 내가 어디 있는지 찾았데.”

“너를? 갑자기 너를 왜?”

“이번에 마동수 팀장님에 관한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나라면서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묻더래.”

“뭐? 아니 어떻게?”

서라는 예상치 못한 동수의 빠른 행동에 깜짝 놀랐다.

“이것아! 어떻게라니? 네가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소문이 퍼진지 고작 하루야. 소문을 네가 퍼트린 건 맞지만 사실 소문의 근원지는 나잖아. 그런데 이렇게 빨리 행동에 옮겼다는 건 그냥 지레짐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긴데. 너무 무대포야.”

“헐. 머리 좋다고 잘난척하더니 이게 무슨 꼴이야.”

이수가 혀를 차며 서라를 바라봤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걸로 다툴 만큼 두 사람의 우정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러게. 인제 어쩌지.”

“어쩌긴 어째. 그냥 모른 척 시치미를 떼야지.”

“네가? 과연? 겁 많은 네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럼 어쩔까? 그냥 네가 시켰다고 확 불어버릴까?”

“호호호. 그래도 돼. 괜히 무리하지 마.”

“됐어. 이것아. 내가 친구를 팔 순 없지. 야야야! 왔다, 왔어. 벌써 왔어. 어떡해. 어떡해. 어머머. 마 팀장님 뒤에 저 덩치는 또 뭐야? 친구야. 설마 감금하고 고문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두 사람이 걱정스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우측 비상구로 연결되는 문이 열리더니 동수와 윤권이 나타났다. 큰 덩치의 두 남자가 나타나자 풍기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겁이 많은 이수는 그 모습에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변해 호들갑을 떨었다.

“이수야. 이수야.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진정해. 괜찮아. 감금하고 고문하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 그러니 마음 편안히 가져. 침착해. 아니면 내가 그냥 이실직고할게. 너 이러다 숨넘어갈 것 같아.”

“아니야. 괘, 괜찮아. 후하. 후하. 그래. 잡혀먹힐 것도 아닌데 겁먹을 필요는 없지.”

이수는 열심히 심호흡을 하며 그녀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동수를 바라봤다.

“두 사람 중 누가 민이수씨입니까?”

동수는 도착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제, 제가 미, 민이수인데요. 무, 무슨 일이시죠?”

이수가 더듬거리며 말하자 동수는 알만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여긴 고객 응대를 이렇게 합니까? 아니면 내가 누군지 알아서 도둑이 제 발을 저린 상황인 겁니까?”

“다, 당연히 누군지 알죠. 유, 유명하신 분이잖아요.”

“그렇죠? 행당점 지점장을 죽인 살인자인데 당연히 유명하겠죠. 안 그렇습니까? 민이수씨?”

“힉. 그, 그러니까 그게 그, 그.”

그의 직설화법에 놀란 이수는 완전히 여유를 잃고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계속해서 서라만 돌아봤다.

“왜요? 그러니까 소문을 낸 사람이 본인이 아니다?”

끄덕끄덕.

“그런데 왜 자꾸 옆에 있는 분을 쳐다보십니까? 저분이 배후인물이라도 됩니까?”

“네에? 무, 무슨 딸꾹. 그, 그런 마, 말도 딸국. 아, 안 되는 소, 소리를 하시는 딸꾹. 거예요?”

***

윤권이를 데리고 1층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불안한 듯 자꾸 곁눈질을 했다. 누가 연락을 줬는지 나의 방문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 중 누가 민이수씨입니까?”

“네? 제, 제가 미, 민이수인데요. 무, 무슨 일이시죠?”

그중 약간 통통하고 귀엽게 생긴 여자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여긴 고객 응대를 이렇게 합니까? 아니면 내가 누군지 알아서 도둑이 제 발을 저린 상황인 겁니까?”

“다, 당연히 누군지 알죠. 유, 유명하신 분이잖아요.”

“그렇죠? 행당점 지점장을 죽인 살인자인데 당연히 유명하겠죠. 안 그렇습니까? 민이수씨?”

“힉. 그, 그러니까 그게 그, 그.”

장난식으로 말을 내뱉었는데 이수라는 여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말은 못하고 어버버 거리기만 했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좀 더 장난을 치려다가 이상한 모습이 눈에 띠었다.

옆에는 동료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는데, 이수씨는 불안한 눈동자를 감추지 못하고 거의 반사적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러는 모습이 단순히 난감함을 표현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여자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그냥 무뚝뚝한 얼굴로 우리를 주시할 뿐 표정의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얼굴로 있기도 쉽지 않은데 확실히 느낌이 특이했다.

“왜요? 그러니까 소문을 낸 사람이 본인이 아니다?”

말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놀리는 재미가 있는 여자였다.

“그런데 왜 자꾸 옆에 있는 분을 쳐다보십니까? 저분이 배후인물이라도 됩니까?”

“네에? 무, 무슨 딸꾹. 그, 그런 마, 말도 딸국. 아, 안 되는 소, 소리를 하시는 딸꾹. 거예요?”

헐!

반응이 재미있어 장난삼아 농담을 던졌다 그런데 이수씨의 반응이 아주 가관이었다. 조용히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자 표정변화 없던 그녀의 얼굴에 미세한 균열이 느껴졌다.

“이름이…. 박서라씨군요. 안녕하십니까.”

여자의 왼쪽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 ‘박서라’라고 적혀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마동수 팀장님.”

그녀는 내 이름까지 부르며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걸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이곳에 출근한 지 이틀째인데 제 이름까지 알고 계시고, 영광입니다.”

“이수가 말한 것처럼 워낙 유명인이시니까요.”

“살인마로요?”

“호호호. 100% 연관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 않나요?”

“그래서 이상한 소문을 퍼트린 겁니까?”

“저는 그냥 지점장님이 투신자살하던 날 팀장님께서 그곳에 방문하셨다는 이야기만 했었어요. 하지만 소문이 그렇게 난 건 유감이에요.”

넌지시 떠봤는데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마동수 팀장님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옆에 든든한 보디가드까지 있으니 돌에 맞을 일은 없잖아요.”

“좋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습니까?”

“들은 게 아니라 제가 추측한 겁니다. 평소에 공상을 즐기거든요.”

“추측이요? 뭘 어떻게 추측했단 말이죠?”

“우연히 신문을 통해 행당점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날 고현호 이사님이 급하게 본사를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어요. 두 가지 사실을 가지고 사건을 끼워 맞춰봤는데 블록 맞추기를 하듯 아귀가 맞아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

서라씨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여 본인이 어떻게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까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꽤 흥미로운 추론 과정이었다. 특히 한양대학교 병원에 전화해서 장경철 지점장의 빈소가 있는지 확인 전화를 했다는 말에 그녀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명석함에 관심이 생겼다.

“재미있군요. 고작 그런 정보로 재미있는 추론을 얻어냈군요. 하지만 아직 소문을 퍼트린 이유를 듣지는 못했군요. 제가 보기에, 서라씨는 꽤 신중한 성격이에요. 그런 성격을 가졌으면서, 회사에 이상한 소문을 퍼트렸다? 이건 마치 관심을 가져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모습 같은데요.”

“잘 보셨어요. 솔직히 팀장님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어요.”

“이성적 호기심은 아닐 테고, 왜 제 관심을 받고 싶으셨는데요?”

“왜 이성적 호기심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분명 이성적 호기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왼손에 낀 반지를 보니 그 마음은 포기해야 할 것 같군요.”

그녀는 나의 왼손을 바라보더니 정말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두 번 관심을 받았다간 연쇄살인범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그게 요점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래요. 좀 더 솔직히 말해 팀장님을 테스트해보고 싶었어요.”

“테스트요? 설마 소문을 듣고 서라씨를 찾아주길 바라는 그런 테스트는 아니죠?"

“그 설마가 맞는데요. 요 며칠 동지마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며 팀장님같은 사람이라면 같이 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테스트 겸 저를 어필하려고 소문을 낸 거예요.”

“그럼 내게 잘 보여야 하는데, 소문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 안 하셨어요?”

“일반적인 회사라면 위험했겠죠. 하지만 동지마트처럼 직원들 사기가 엉망인 곳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 생각이 틀렸나요?”

당돌한 아가씨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녀의 그런 행동이 불쾌했겠지만, 나는 그녀의 명석함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런 내 성격까지 파악하고 소문을 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내 입장에서는 서라씨같은 스타일의 직원이 필요하기도 했다. 물론 그전에 그녀의 성격은 좀 죽여놔야겠지만.

============================ 작품 후기 ============================

박서라. 성격이 좀 재수없어 보이겠지만,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는 캐릭터입니다. 거부감보다는 애정을 가져주세요. ^^

별들의권족님. 오탈자 지적 감사합니다.

P.S) 반응이 안 좋아서 사족처럼 한 편 더 올립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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