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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06화 (206/424)

0020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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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마트 송파점 지점 휴게소 앞 게시판에 파란색 바탕의 포스터가 한 장 붙어있었다.

“뭐야? 동지마트를 대한민국 최고의 할인 마트로 키워나갈 열정적이고 역량 있는 인재를 찾습니다? 크크크. 이게 무슨 개소리래? 웃대가리들이 단체로 노망이라도 든 거야? 꼴찌를 탈피하자고 해도 현실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대한민국 최고? 미쳤군, 미쳤어.”

“그러게. 고작 10개밖에 없는 매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할인 마트가 되려는 걸까? 지금 매장에서 10배가 늘어도 100개밖에 안 돼. 그 정도로는 3위도 힘들다고. 그런데 뭐?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동지마트가 대한민국 최고가 되든 말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밑에 내용 보세요. 동지마트를 살릴 수 있는 개선안을 제출해서 1등이 되면 상금이 무려 1,000만 원이에요.”

게시판을 보며 시큰둥하던 사내는 후배의 말에 그제야 포스터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뭐? 그런 게 있었어? 어디, 어디. 우와. 정말이네. 1등 1,000만 원. 2등 500만 원. 3등 200만 원. 뭐야. 상금이 높긴 한데. 겨우 세 명이야? 그러면 그렇지. 안 봐도 뻔하다. 속지 마. 저건 그냥 쇼라고.”

혹시나 하고 포스터를 살피던 사내는 이내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냉소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게 아닌데. 밑에 봐봐. 사소한 거라도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3일간의 휴가와 휴가비 30만 원을 준데. 이 정도면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해볼 만하잖아. 솔직히 다들 마음속으로 이건 좀 고쳤으면 하는 것들이 한두 개씩은 있지 않아?”

“그렇긴 하지. 동지마트야 한 달만 일해도 개선할 것들이 보일 만큼 허점투성이인 곳이지.”

“내 말이. 이거 잘하면 공짜 휴가에 휴가비까지 벌겠는걸? 두 개든 세 개든 채택만 되면 전부 준다고 하니 이참에 한 달 정도 쉬어볼까나? 흐흐흐.”

“저기 그런데 선배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뭐가 궁금한데?”

“TF팀에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급여와 수당도 올려준다고 하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무조건 승진까지 보장해준다는데요.”

“쯧쯧. 역시 아직 어리네. 아가야. 내가 어리석은 너를 위해 직접 설명을 해줄 테니, 경청하도록 해라. 네가 생각할 때 동지마트의 최대 장점이 뭐 같아?”

“장점요? 글쎄요. 장점을 딱히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바로 그게 장점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장점이 없는 게 장점이라고. 막내야. 너도 다른 할인 마트 가봤지?”

“네. 동지마트가 근처에 없어서 3-마트에 자주 갑니다.”

“거기 분위기가 어때 보였어? 음. 너무 질문이 막연한가? 네가 보기에 3-마트 직원들의 모습이 어때 보였어?”

“성실하고 친절하던데요. 그래서 그런지 매장 분위기도 밝고요.”

“그렇지? 백조를 예를 들어보자고. 백조가 호수를 거니는 모습을 본 적 있어? 정말 우아하고 예뻐 보이거든. 그런데 그렇게 호수를 거닐려면 정말 X나게 열심히 발을 저어야 해. 3-마트도 마찬가지라고. 성실하고 친절한 곳? 직원들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야. 그만큼 직장 생활이 고달프다는 의미야. 좆뺑이를 까는 거지. 거기에 비해 우리 동지마트를 봐. 혹시 일이 힘들다고 느껴본 적 있어?”

후배는 사내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선배님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일이 그리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일이 좀 심심하고 보람이 느껴지지 않아요.”

“배가 불렀네, 불렀어. 보람? 일할 때 보람을 왜 찾아. 그냥 편하고 월급 많이 주면 그게 장땡이지. 그게 바로 동지마트의 장점이야. 사실 솔직히 말해 저 포스터 마음에 안 들어. 어떻게 보면 그동안 잔잔하던 동지마트에 돌멩이를 던진 꼴이 될 수도 있거든. 한동안 웃대가리들이 우리가 제출한 아이디어 같은 것들로 이것저것 시도해본다고 설레발을 칠 테니 각오해두는 게 좋을 거야.”

“네? 그럼 아이디어를 아예 안 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건 아니지. 아이디어를 내든 안 내든 피곤하게 되어 있어. 웃대가리가 바뀔 때마다 매번 그랬으니까. 이게 바로 전시행정이야. 나,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과시하는 거지. 자기가 내뱉은 말은 당분간은 무조건 지킬 거야. 우리는 굿이나 보면서 떡이나 먹으면 돼. 그러니 눈먼 돈이나 다름없는 휴가비를 타서 휴가라도 가야지 않겠어? 크크크”

사내는 상상만 해도 즐거운지 히죽거렸다.

“그런데 선배님. 혹시라도 아이디어가 성공을 거두면 어떡합니까? 그럼 우리도 3-마트처럼 좆뺑이를 까야 하는 겁니까?”

“어휴! 얘가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사람은 웃대가리야.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사람은 누굴까?”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사람이요? 글쎄요.”

“좀 생각을 하고 대답을 해라. 이놈아. 예를 들어 전기를 아끼자는 캠페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고. 사용 안 하는 컴퓨터는 끄고, 사람이 없을 때는 형광등 스위치를 내리자며 지시가 내려오겠지. 결국, 실천하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말단이라고. 우리가 제대로 안 따르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야. 그럼 여기서 질문. 그런 캠페인이 하나 성공을 거두면 그때부터 이것저것 요구가 많아질 거야. 당연히 회사 일이 고달파 지겠지. 그렇다면 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시를 따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따르지 않는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짜식. 이제 더 가르칠 게 없다. 하산하도록 해라. 하하하.”

“감사합니다. 하하하.”

세 명의 남자는 왁자지껄 웃으며 휴게소를 떠났다.

“쯧쯧. 한심하다. 한심해.”

그 모습을 보며 서라가 한마디 했다.

“그러게. 어쩜 남자가 되어서 저렇게 못나게 굴까? 그런데 직원들 반응이 대부분 저러면 TF팀이 아무리 동지마트를 살리려고 발버둥을 쳐도 힘들겠는데?”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야. 네가 생각할 때 마동수 팀장이 저렇게 대놓고 태업하는 인간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아?”

“으으. 그건 절대 아닐 것 같다, 얘. 지난번에 주차장에 내려와서 차갑게 쏘아붙이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

이수는 진저리를 치듯 몸을 잘게 떨었다.

“그지? 저치들은 아직 마동수 팀장에 대해 소문을 못 들었거나 아니면 그냥 생각 없는 한심한 인간이겠지. 오자마자 지점장님도 내려다보던 총무팀장을 날려버렸는데, 지들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어? 미친 거지.”

“맞다! 총무팀장 어떻게 됐데? 나는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어떻게 되긴. 구속됐지.”

“뭐? 정말?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시켰다고 구속까지 되는 거야?”

“어머. 이수야. 넌 아직도 그놈의 커피 심부름 타령이야?”

“호호호. 그러게. 너도 알잖아. 나라는 여자, 믿고 싶은 거만 믿는 여자라는 거. 그런데 이렇게 빨리 구속되면 죄질이 되게 나쁘다는 의미 아니야?. 뭔 큰 잘못을 했길래 구속까지 됐데?”

“그건 나도 몰라. 그냥 몇 가지 추측만 하고 있어.”

“어떤?”

이수의 물음에 서라는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확실하진 않아.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물류팀장과 인사팀장이 출근을 안 했어. 내가 볼 땐 아무래도 총무팀장과 관련이 된 것 같아. 물류팀과 총무팀이 연관됐으면 납품 비리일 가능성이 높고, 인사팀과 총무팀이 연관됐으면 용역비리일 가능성이 높겠지. 아니면 둘 다 관여 했던가.”

“납품 비리는 알겠는데, 용역비리는 대체 뭐야?”

“왜 그런 거 있잖아. 돈 받고 취직을 시켜주는 거. 전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말씀해주셨는데, 한 달에 월급의 10%를 용역업체에 상납한다더라. 그것과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고.”

“10%? 그게 많은 거야?”

“부담은 되지. 문제는 피해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지금 우리 동지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그런 식으로 돈을 떼이나 봐. 매장당 100명만 잡아도 피해자가 천 명이야. 피해액이 10만 원이라고 하면 한 달에 1억이야. 비리 규모가 작진 않지.”

“한 달에 1억 원? 헐. 대박. 어쩐지 직장인에 어울리지 않게 좋은 차에 좋은 시계를 차가 다닌다고 했어. 그런데 서라 넌 어떡할 거야?”

“뭘?”

“저거 말이야.”

이수는 게시판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턱으로 가리켰다.

“아. 저거? 당연히 지원해야지. 나도 반성 많이 했어. 내가 뭐라고, 그동안 너무 머리만 믿고 자만했던 것 같아. 생각해보니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닮아가고 있더라고.”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자신이 특별한 줄 알고, 특별 대우를 바라는 사람. 정말 재수 없는 인간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꼴이더라고. 제갈공명도 아니고 좀 많이 오버했지.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TF팀에 지원하려고. 그동안 동지마트에서 일하면서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많았으니까 마동수 팀장님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진짜. 제대로 하려고 마음먹었나 보네. 히잉. 그럼 어떡해. 같이 일할 날이 별로 안 남았잖아.”

“떨어질 수도 있는데 뭘. 그리고 TF팀에 합류한다고 해도 송파점에서 계속 일하는 거니까 자주 보면 되잖아.”

“엑? 너 어디 아파?”

이수는 정말 걱정이 되는지 손을 가져가 서라의 이마를 만졌다.

“아니. 아픈 데 없어. 그건 왜 물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네 말이 너무 낯설어서. 박서라 넌 자신감 빼면 시체인 아이였잖아.”

“자신감이 아니고 자만심이었다니까. 그러니 너도 나의 흑역사는 그만 잊어줘.”

***

[신종 노예 제도인가? 대형 할인 마트에서 대규모 용역 비리 자행.

오늘 낮 13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최광우 경정이 대형 할인 마트 관련 대규모 용역 비리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최 경정의 말에 따르면 최근 조직폭력 단체와 연계된 용역 업체가 대형 할인 마트 관계자와 짜고 비정규직 직원을 고용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리베이트를 챙겼다고 한다.

이번에 경찰 조사에 의해 밝혀진 기업은 L마트, 포X마트, 대X마트, 동X마트 등 총 네 곳이다. 용역 업체인 천X용역은 대형 할인 마트에 취직시켜 준다는 미끼로 사람들에게 별도의 사례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월급에서 10%의 수수료를 계속 떼왔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 직원이다. 전국의 총 500여 개 매장에서 평균 100여 명 정도의 피해자가 발생해, 총 피해자 수만 5만 명에 달하고, 총 누적 피해액은 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 후략 … ]

============================ 작품 후기 ============================

이사를 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kred 오탈자 지적 감사합니다.

rolyhorl님 낙빈님 쿠폰 감사해요.

연참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잘 안 되네요. ㅠㅜ

예전에는 하루에 세편씩 써서 올린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 한편도 허덕이는 형편입니다. 그래도 조금씩 그때 감이 돌아오는 것 같으니 조만간 연참을 할 수도 있겠죠.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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