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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13화 (213/424)

00213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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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팀장님이 주신 첫 번째 숙제인데 큰일이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보이게 꼭꼭 숨어버렸을 줄이야. 이대로 아무것도 찾지 못하면 팀장님 얼굴을 어떻게 봐.”

“서라야.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

동지마트 외야 테라스에 마련된 작원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서라를 보며 이수가 말을 걸었다.

“왔어? 그냥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어. 햇볕을 쬐면 혹시나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를까 기대했는데 소용이 없네.”

“아구구. 우리 서라가 이렇게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대체 누가 너를 이렇게 힘들 게 하는 거야? 내가 혼내줄까? 흠... 아무것도 생각 안 날 땐 당이 들어가야 해. 가자. 이 언니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그거 먹고 힘내.”

“아이스크림? 좋지. 호호. 역시 이수는 나를 잘 알아.”

남들보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서라는 다른 사람보다 쉽게 지치곤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다기보다는 정신적 피로가 쌓이는 경우였다. 그럴 땐 아이스크림 같은 달달한 음식이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고 있던 이수는 그녀를 데리고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물어보면 안 돼?”

“응. 미안해. 자세한 건 말을 할 수가 없어. 비밀유지각서에 서명까지 했거든.”

“뭐? 비밀유지각서? 우와. 그 말을 들으니까 서라 너 되게 멋진 일을 하는 것 같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라면 잘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거든. 그러니 힘내.”

“고마워. 그래야 하는데 첫 숙제부터 너무 어려운 일을 맡아서 골치가 아파. 너무 쉽게 이 일을 맡은 건 아닌지 후회도 되고. 문제는 총무팀장인데 구속 중이라 직접 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총무팀장? 그 인간 아주 웃기더라. 이번에 용역비리도 그 인간이 주도한 거라면서? 정말 대단하다. 소문에 의하면 물류팀하고 짝짜꿍이 맞아 납품 비리까지 저질렀다던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봐. 신문 보니까 수십억 원을 해먹었다던데 그게 가능해?”

“돈을 관리하는 부서니까 가능하지. 작은 회사 경리도 몇억씩 해먹는데, 동지마트 정도면 보물창고지. 그래서 회계파트는 사람을 잘 뽑아야 해. 아니면 이번 일처럼 큰 고초를 겪게 된다니까. 그것도 오늘부로 해결됐지만 말이야. 오늘 아침 신문 봤어? 동지마트와 고현호 이사님 이야기.”

총무팀장에 관해 이야기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오늘 아침 뉴스로 화제가 넘어갔다.

“응! 나도 봤어.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니까. 우리 이사님에게 그런 자상한 면이 있을 줄이야. 생긴 것도 부티나게 멋지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생긴 대로 논다니까.”

“호호호. 하여간 너는. 그게 생긴 거란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도 25억 원이라는 거금을 내놨으니까 대단하긴 해.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못할 거야. 나도 인정! 그리고 마동수 팀장님도 대단하고.”

“응? 너의 사랑 마동수 팀장님 이야기는 갑자기 왜 나와?”

“얘! 누가 들어. 그리고 내가 이야기했잖아.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인간적으로 멋져 보이는 거라고.”

“그래 그렇겠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아닌 걸로. 그런데 아직 마동수 팀장님이 왜 대단한지는 이야기 안 했어.”

“너 혹시 어젯밤에 동지마트 전 지점에서 대대적인 리뉴얼을 한 거 몰라?”

“알지. 완전 화사하게 바뀌었더라.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감쪽같이 변신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너네 팀장 정말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아.”

이수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서라는 자기 일인 양 어깨를 으쓱였다.

“리모델링 전문 건설업체와 청소 전문 업체까지 불러서 완벽을 기했으니까. 대신 하루 만에 끝내려고 돈이 상당히 깨졌어.”

“그래? 급한 일이라도 있었어? 왜 그렇게 서두른 거야.”

“나도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거든.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서 깨달았지. ‘아! 이번 리뉴얼은 바로 오늘 아침 신문으로 나갈 기사를 대비해서 시행한 거구나.’ 이렇게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도 오늘 아침에 실린 뉴스를 보며 감동먹었다면서.”

“응. 그랬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걸? 내가 아까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에 달린 댓글을 확인했는데, 다들 난리더라. 정말 멋진 기업이다. 존경한다. 좀 돌아가더라도 앞으론 동지마트를 이용하겠다. 등등. 그렇다는 건 오늘내일 중으로 사람들이 동지마트에 몰려들 거라는 이야기야. 그런데 만약 기대를 하고 왔던 동지마트가 어제까지처럼 우중충했다면 어땠겠어?”

“실망했겠지. 설마 그럼 마 팀장님은 그런 것까지 예상하고 리뉴얼을 한 거란 말이야?”

“당연하지. 아니면 갑자기 큰돈을 들여가며 매장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없었을 거야. 그리고 매장 정면에 크게 부착된 대형 광고판 봤어?”

“응. 봤어. 대...박! 정말 예쁘더라. 내가 모르는 걸 봐서는 유명한 연예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예쁜 얼굴로 지금까지 무명이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더라. 진짜 너도 알잖아. 내가 웬만해서는 여자 연예인 칭찬 안 하는 거. 그런데 어지간해야지. 이건 너무 예뻐서 도저히 깔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런지 효과도 짱이야.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니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그 광고판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졌겠어?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신선하면서도 아름다운 모델이 어느 날 갑자기 ‘딱’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잖아. 그런 퀄리티를 가진 무명 모델을 찾아내는 게 얼마나 힘들 일이겠어. 그런데 하필 동지마트에 호의적인 기사가 나올 시기에 맞춰서 대형 광고판으로 제작되어 입구에 설치됐어. 이건 절대 우연일 수 없어.”

“어머, 어머. 정말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거라는 걸 전부 계산했다는 이야기잖아. 우와. 너네 팀장님 정말 무섭도록 치밀한 사람이구나. 절대 적이 되면 알 될 사람인 것 같아.”

서라의 설명을 듣던 이수는 눈이 동그랗게 변해 호들갑을 떨었다.

“인정! 나처럼 머리만 굴릴 줄 아는 반쪽자리가 아니야.

나처럼 머리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스타일이니까. 오늘 나간 기사에 새로 단장한 매장까지. 아마 동지마트는 오늘을 기점으로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거야.”

“에..에? 아무리. 내가 네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었지만 동지마트가 살아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도 이곳이 잘 됐으면 해. 어쨌든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니까. 동지마트에서 일한다고 하면, ‘거기가 어디야?’라는 반문을 들을 때가 많거든. 은근히 자존심 상하더라고.”

“두고 봐. 꼭 잘 될 테니까. 그러려면 팀장님이 내주신 숙제를 꼭 해내야 하는데. 에휴. 인제 보니 내가 문제였구나. 도움은 못 드릴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하는데.”

“아이고 열녀 났네, 열녀 났어. 자. 네가 좋아하는 하겐다즈 시크릿센세이션 초코다. 비싸지만 내가 특별히 쏜다.”

의욕을 보이던 서라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이수는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냉장고에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꺼내 들었다. 한 통에 만원이 넘는 아이스크림이다. 주차장에서 두 시간을 서서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라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친구를 위해서 오늘만 통 크게 쏘기로 마음먹었다.

“우아! 이수야. 고마워. 역시 내겐 너밖에 없어.”

“얼씨구. 안 하던 애교까지 부리네. 아이스크림이 좋긴 좋은가 보다. 이게 다 투자야. 너 잘 되면 나중에 나한테 잘하라는.”

“그럼! 이번에 아이디어 공모에서 상금 받으면 내가 크게 한턱 쏜다.”

“됐거든. 1등이라면 모를까? 그 돈 받아서 전부 집에 가져다줄 거잖아. 어휴. 동생 대학 등록금 때문에 자기 대학 휴학하는 멍청이는 너밖에 없을 거다.”

“아이... 그럼 어떡해. 군대 갔다 오면 정신 차리고 자기가 알아서 벌겠지. 그리고 잘하면 1등 될 수도 있거든.”

“1등 되면 천만 원이랬지?”

“응. 내가 고기 쏠게.”

“됐거든. 차라리 집을 나와라. 그 돈을 보증금으로 월세라도 구하는 게 낫지. 네가 식모도 아니고 정말 너네 부모님 너무 하셔.”

“그래도 그럴 순 없지. 그냥 잊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너도 짜증 내는 걸 보니 당이 딸리나 보다.”

서라가 통을 열어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듬뿍 덜어 입에 넣어주자, 이수는 투덜거리면서도 전부 받아먹었다.

“음... 맛있다. 역시. 하겐다즈야. 그런데 말이야. 아까 너 총무팀장에 대해서 뭔가 알아봐야 한다고 했잖아. 별것 아니긴 한데 내가 아는 거라도 이야기해줄까?”

“그래? 아무거나 괜찮아. 아는 거 있으면 빨리 이야기해줘. 사소한 정보가 의외로 대어를 낚을 수도 있거든.”

“그렇긴 하지. 전에도 네가 몇 번 그러는 걸 봤으니까. 그런데 이게 네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내가 매주 수요일은 오전 근무잖아. 근무 끝나고 옷 갈아입고 나오면 12시 30분쯤 돼. 마트를 나와서 버스를 타고 왕십리역 오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조금만 더 가면 한국외환은행이 나와. 그 옆에 고급 한정식집이 있거든.”

“거기 나도 알아. 이름이 삼도천이잖아. 식당 이름이 너무 괴상해서 나도 기억하고 있어.”

삼도천.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에 이곳을 건너게 되는데, 이 내에는 물살이 빠르고 느린 여울이 있어, 생전의 업(業)에 따라 산수뢰(山水賴)·강심연(江沈淵)·유교도(有橋渡) 등 건너는 곳이 세 가지 길이 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어서 붙인 이름이래. 사장님 센스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무튼, 거기 주차장에 보면 항상 총무팀장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거야.”

“정말?”

“응. 확실해. 우리 하는 일이 주차안내니까 간부급들 자동차나 차량 번호는 대충 외우고 있잖아. 그리고 거기 식당이 엄청나게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라 더욱 유심히 봤거든. 총무팀장이라고 해도 직장인인데 매주 거기서 먹어서 이상하게 생각했었어. 몇 달 전에 내가 좀 늦게 마쳐서 1시쯤 인가 거길 지나갔거든. 신호를 기다린다고 삼도천 앞에 서 있는데 총무팀장과 웬 남자가 같이 나오더라고.

“인사팀장이나 물류팀장 아니었어?”

“아니야. 동지마트 사람이 아니었어. 그 남자 자동차가 벤츠였거든. 우리 마트에 그런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협력 업체 사람인가?”

비싸게 주고 산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열심히 대화에 열중했다.

“그건 나도 몰라. 그런데 매주 보더라고. 보면 항상 총무팀장 자동차와 그 남자의 벤츠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어.”

“혹시 그 벤츠 번호판 기억해?”

“당연하지! 슬프게도 그게 우리 직업병이잖아. 은색이었고, 18놈1XXX였어.”

“벤츠에 18놈1XXX? 고마워, 이수야. 이거 왠지 조짐이 좋아.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헉. 서라야! 어떡해. 아이스크림 다 녹아간다.”

“으악! 안 돼. 내 하겐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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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주인공이 전지적인 신이 되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걸 싫어해서 역할분담을 하다보니 자꾸 등장을 하네요. 서라가 나오는 걸 싫어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필요인물입니다. 제가 처음에 설정을 너무 얄밉게 잡아서 죄송합니다.

쿠폰을 좀 주십사 후기를 남겼더니 평소보다 1.5배 정도 많이 들어왔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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