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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14화 (214/424)

00214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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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마트 고현호 이사의 인터뷰.

용역비리는 국민들에게 많은 상처를 준 사건이었다.

대기업은 직원들을 단지 소모품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나라의 구성원인 국민이 아니라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불합리한 계약직 고용법을 방치해두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몰지각한 일부 사람에 의해 일어난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으로 인해 조만간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이라는 반응이었다. 언젠간 곪아서 터질 일이 터졌을 뿐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계약직에 대한 비합리적인 고용법은 전면 재검토해서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분노했으나 대기업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정말 그따위로 자기들 마음대로 편집해서 비난하는 걸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나라인지 알 수 있다. 해명해도 듣지도 않고 눈, 귀 다 막고 자기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인간들. 언론에서 언급한 비정규직 직원들은 용역업체와 외주 계약을 통해 고용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4대 보험도 용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리 회사가 청소하는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할 만큼 한가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적반하장 같은 입장을 보이며 우리에게 실망만 안겼다. 특히 저 발언을 한 모 기업 이사가 사실은 해당 그룹 총수의 조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가장 먼저 앞장서서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아직은 우리 사회가 살만한 곳이라는 걸 알려준 사람이 있었다.

오늘은 바로 그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인 고현호 이사를 만나보도록 하겠다.

기자 :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고 이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간단한 코멘트 부탁한다.

고현호 이사 :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갑자기 국민들의 과분한 관심을 받게 되어서 송구하다. 좀 더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라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이 자리를 빌려 앞으로는 절대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겠다.

기자 : 동지마트에 부임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용역비리는 거의 1년 전부터 일어난 일인데 왜 고 이사가 사과를 하나?

고현호 이사 : 이미 알려진 것처럼 나는 동지그룹의 셋째 아들이다. 그리고 그룹의 모체인 주식회사 동지의 이사이기도 하다. 용역비리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열사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감시·감독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일 중 하나다. 임무를 게을리했으니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기자 : 그렇다면 그룹의 회장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뜻인가?

고현호 이사 : 도의적인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조직이고, 책임자로서 당연히 짊어져야 할 의무다.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부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교과서에도 나올 만큼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게 나의 경영 마인드다.

기자 :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고현호 이사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고현호 이사 : 그런 기업이 있다는 건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기업이란 말 그대로 개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기자 :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 같으니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지금 현재 동지마트의 대표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사라는 직함을 계속 사용하는가?

고현호 이사 : 동지그룹읠 회장님을 아버지로 둔 덕분에 능력도 없으면서 그동안 과분하게 승진했다. 지금 나의 깜냥으로는 이사도 버겁다. 그래서 대표나 사장이라는 말을 듣기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나 스스로 납득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이사라는 직함을 유지할 것 같다.

기자 : 아까부터 느꼈지만 정말 스스로에 대해 굉장히 단호한 것 같다.

고현호 이사 : 어머니에게 그렇게 배웠다. 자신에게는 단호하게, 타인에게는 너그럽게.

기자 : 존경할만한 어머님을 둔 것 같다. 그럼 용역 비리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눠보겠다. 용역 비리를 처음 인지했을 때가 언제였나?

고현호 이사 : 대략 20여 일 정도 된 것 같다.

기자 : 보통 우리나라 대기업을 보면 문제를 이런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쉬쉬하며 덮어놓으려고만 한다. 그런데 경찰에 수사 의뢰를 요청한 이유가 있는가?

고현호 이사 :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만약 피해규모가 작고 관련자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실수였다면 나 또한 조용히 마무리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해액의 규모도 규모거니와 일단은 사건이 굉장히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냥 조용히 관련자들의 사표만 받는다면 이와 같은 일은 또다시 일어날 것 같아 단호하게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자 : 언론의 후폭풍이 두렵지 않았나? 고 이사의 미담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동지마트 또한 여전히 불매운동 때문에 고생했을 것이다.

고현호 이사 : 우리 동지마트는 대형 할인 마트 업계에서 후발주자다. 다른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우리 마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만큼 인지도도 낫다. 선두주자들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그들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 나는 그 첫 번째 조건으로 진정성에 주목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고객에게 다가가면 언젠가는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언론의 후폭풍이 무서워 우리의 잘못을 감추려고 한다면 시작부터 나의 결심을 어긴 게 된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기자 : 진정성이라... 요즘 세상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

고현호 이사 :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세상이 각박하고 살아가기 힘들수록 오히려 상대의 사소한 배려에 감동받게 된다. 사소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에, 별것 아닌 것 같은 작은 도움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랬다. 그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언젠간 고객들도 알아주리라 믿었다.

기자 : 고 이사의 국내 행적을 조사해보니 동지마트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동지랜드 책임자로 있었다. 한때는 그것도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경영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고 이사의 노력으로 지금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것도 진정성의 일환인가?

고현호 이사 : 맞다. 조사했다니 알 것이다. 우리 동지랜드가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놀이기구나 부대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기자 : 그렇다. 사실 인터뷰를 위해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최근 유명세에 비해서 확 눈에 띄는 놀이기구가 안 보였다.

고현호 이사 :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위치도 많이 불리했다. 그러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진정성 있는 서비스였다.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게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

기자 : 겸손하게 말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직원들에게 인터뷰해보니 고 이사는 동지랜드에 근무하는 동안 계속 직원 숙소에서 먹고 자면서 일했다고 한다. 솔직히 재벌 2세가 좁디좁은 직원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불편하지 않았나? 내가 고 이사라면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생활했을 것 같다.

고현호 이사 : 그런 쪽으로는 별로 욕심이 없었다. 잠은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호텔이 편하긴 하다. 그러나 동지랜드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기자 : 이동시간조차 아까워서 직원 숙소에서 지냈단 말인가? 정말 대단한 열정이다.

고현호 이사 : 당시 우리 동지랜드는 절박했다. 매출이 나아지지 않으면 조만간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이었다. 직원들도 그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합심단결 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나는 그냥 직원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서포트를 했을 뿐이다. 지금의 결과는 그들의 노력 덕분이다.

기자 :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그곳의 책임자는 고 이사다. 그리고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경영자는 한국에서 거의 보기 힘들다. 대부분은 착취 수준으로 부려 먹으려고 한다. 그러니 이번과 같은 용역비리가 일어난 것이다.

고현호 이사 : 나 또한 우리 집안에서 소중한 자식이듯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집안에서는 소중한 자식이다.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기자 : 갑자기 고 이사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혹시 내가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없나?

고현호 이사 : 하하하. 우리 동지그룹은 공개채용이 원칙이다. 내가 동지그룹 이사라고 해도 낙하산 인사를 할 수는 없다. 원한다면 입사지원서를 넣어봐라. 도움은 못 주도 공정한 평가를 받아 실력 있는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

기자 : 이런. 이 나이에 다시 입사지원서를 내고 싶진 않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아까 편안한 숙소 같은 것에는 별 욕심이 없다고 들었다. 그토록 소탈한 고 이사지만 그래도 고급스러운 취미는 하나 있다고 들었다.

고현호 이사 :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기자 : 구하기 어려운 상당히 좋은 차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 원래 가지고 있던 고가의 자동차들은 모두 처분하고 국내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용역 비리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자동차를 팔아 대부분 충당했다는 소식이었다. 그것에 대한 설명 들을 수 있을까?

고현호 이사 : 음... 솔직히 말해 이번 용역 비리 사건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줬다. 특히 비정규직 직원들이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정말 모르고 있었다. 내가 정말 오만했다고 느꼈고, 그 순간 내가 가지고 있던 자동차 수집 취미가 정말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래서 고민도 별로 하지 않고 팔아버렸다.

기자 : 정말이지 대단한 결정이다. 아쉽지 않나?

고현호 이사 : 휴우. 왜 아쉬운 마음이 안 들겠는가? 당연히 아쉽다. 아차! 우리 마 팀장이 너무 솔직하게 말하지 말고 허세를 좀 부려야 한다고 했는데. 하하하. 이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면 안 되나?

기자 : 하하하. 안 된다. 오히려 인간적이라서 보기 좋다. 만약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고 했으면 가식적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동지마트 책임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청사진을 밝혀줄 수 있는가?

고현호 이사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진정성. 그리고 다른 마트와의 차별성. … 후략 …

============================ 작품 후기 ============================

자동차 번호는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괜히 비슷한 번호가 있으면 기분 나쁘실까봐. 그리고 약간 상징성도 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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