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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17화 (217/424)

0021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명품회사가 인지도가 높아지면 보통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가격을 낮추고 공급량을 늘려 매출을 극대화하는 경우입니다. 윤 스포츠센터 실무진 또한 비슷한 선택을 했죠.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비춰보면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특별함이 평범함으로 전락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이상 명품에 열광하지 않습니다. 희귀성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물론 가끔은 그런 전략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회사를 명품회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대중적인 패션회사로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두 번째는 뭔가? 샤넬처럼 고가정책을 취하는 방안?”

“맞습니다. 단순히 가격을 높이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공급량을 줄이기도 합니다. 레어함을 넘어서서 유니크함을 추구하는 것이죠. 이런 고가 정책은 부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 경우가 많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출에 한계가 있습니다.”

“세 번째 방안은 결국 위의 두 가지 방안을 절충한 것이겠군.”

“그렇죠. 고가의 제품은 그대로 두고, 중저가의 캐주얼 버전을 새롭게 론칭하는 겁니다. 명품 시장과 캐주얼 시장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겹칠 이유도 없습니다.”

똑같은 회사에서 가방을 만들었다고 해도 하나는 명품가방이고 하나는 캐주얼 가방이다. 주 고객층이 다르니 서로의 매출을 잠식할 일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물론 실패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명품과 캐주얼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 명품 부분이 망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캐주얼 제품의 질이 기대보다 형편없어 소비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았던 회사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질에서 차이가 없으면 아이두의 기존 고객들이 반발할 테고, 만약 질이 기대에 못 미치면 윤 스포츠 센터를 믿고 등록했던 고객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는 셈이 되겠군.”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성공했을 때의 열매는 그 이상으로 달콤합니다.”

“그래. 성공하면 분명 그렇겠지. 마 팀장 능력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동지그룹에서 서포트까지 받으면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거야. 솔직히 자네 말을 들으니 성공에 대한 확신은 들어.”

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설득한 것 같은데 설득하지 못한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내키지 않으신가 보군요. 그게 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귀찮아!”

“네?”

“젊은 녀석이 벌써 귀구멍이 막혔나. 귀.찮.다.고! 열심히 스포츠 센터만 운영하던 내게 자네가 바람을 넣어서 팔자에도 없던 탁아소를 운영하게 됐어. 덕분에 매출은 많이 올랐지. 대신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빠졌어. 그냥 엄살부리는 게 아니야. D&Y피트니스 클럽의 강사진도 우리가 관리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거의 살인적인 수준이야. 그런데 여기서 또 아이두 캐주얼 버전 사업을 진행하자고? 일없네. 돈도 좋지만,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난 건 아니잖아. 뭐든 적당히 해야 해. 힘들어. 못해. 그러니 아이두 캐주얼이니 뭐니 하는 건, 우린 빠질 테니 그냥 동지마트에서 알아서 하라고.”

아! 다 넘어왔다고 생각했건만.

윤 사장님의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나는 크게 당황했다. 표정이 너무 단호해 더 이상 어떤 설득도 통할 것 같지 않았다.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데 무슨 설득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말발이 좋아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일가견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행히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긴 하다. 윤 사장님에게 지는 것 같아 정말, 정말 내키지 않지만 동지마트를 살려야 하는 나로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잠깐 고민을 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떴다. 그리고 윤 사장님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버님. 지금 동지마트는 윤 스포츠센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십시오.”

“뭐? 지금 뭐라고 했나?”

“도와주십시오. 아버님.”

“허허. 내가 귀가 먹었나? 죽을 때까지 절대 들을 수 없을 것 같던 단어가 귀에 들리는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자존심을 굽히고 도와달라는 나의 말 때문인지 윤 사장님이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지금의 승리감을 만끽하고 싶으신지 잘 안 들리는 척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심술쟁이 같으니!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한 번 더 말씀드릴까요?”

“하하하.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러니까 도와달라고?”

“네. 아버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나밖에 없는 예비 사위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어떻게 도와주면 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웬만하면 들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방법은 D&Y피트니스 클럽과 다를 바 없습니다. 큰 틀은 윤 스포츠센터는 인력을 우리 동지마트는 경영을 맡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그래. D&Y피트니스 클럽을 운영하면서 노하우도 생겼으니 어렵진 않을 거야. 자세한 내용은 음... 누가 좋을까? 그래. 협상 대상자는 시연이로 하지.”

“네? 하지만 시연이는 아직 학생인데요.”

“학생이기에 앞서 언젠가 윤 스포츠센터를 이끌어가야 할 예비 경영자야. 당연히 이정도 일은 할 줄 알아야지. 경영에 관심을 안 보여도, 마 팀장과 같이 일할 수 있다고 하면 당장 하겠다고 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설마 약혼녀를 상대로 협상하면서 동지마트에 유리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려는 건 아니겠지?”

***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윤 사장님과 우선 협상을 마치고 돌아오자 서라씨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말을 걸었다.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록 보고가 없어서 의아해 하고 있었거든요. 어때요? 시간이 좀 촉박하긴 했지만, 대략적인 결과라도 나왔나요?”

“아니요.”

나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음. 역시 무리였나 보군요. 역시 너무 무리한 숙제였죠? 제가 서라씨에게 괜한 부담을 준 건 아니었나 모르겠군요. 괜찮으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실패했다고 말씀드리진 않았는데요.”

“네?”

“대략적인 결과가 아니라 거의 확실한 결과가 나왔거든요.”

“하하하. 아니 서라씨! 이렇게 사람 놀래 키 깁니까? 괜찮은 척했지만, 꽤 실망했다고요. 그런데 정말 확실한 결과가 나온 거 맞아요?”

“네. 90% 이상요.”

“이거 정말 반가운 소식이군요. 자초지종부터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처음엔 저도 너무 막막해서 실패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수와 수다를 떨다가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었어요. 아 참! 이수 아시죠? 저랑 같이 주차 도우미를 했던.”

“그럼요. 기억하고 말고요. 동지마트 송파점의 소문 메이커이기도 하잖아요.”

“호호호.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그래요. 대부분 사람과 격의 없이 친하게 잘 지내다 보니 이것저것 듣는 이야기가 많거든요. 그게 팀장님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분명해요.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 면요. ……”

서라씨는 친구인 이수씨와 수다를 떨던 중 총무팀장이 삼도천이라는 한정식 식당에 자주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냥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가끔 만나는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그 사람이 몰고 다니는 차종과 그 차의 차량번호까지 얻을 수 있었다. 주차 도우미를 하면서 생긴 직업병(?)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된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얻게 된 차량번호로 그 차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의 한 명이 경찰청 교통과에서 일해 차량번호를 조회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밝혀진 사람의 이름이 바로 이태준이었다.

주소까지 알게 된 서라씨는 그때부터 잠복 비슷한 것까지 하며 이태준이라는 남자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미행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그녀가 위험한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추리를 하라고 숙제를 준 거지, 미행까지 할 줄 알았으면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의외로 즐겁다며 해맑게 웃는 그녀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태준이라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냈습니까?”

“별다른 건 없었어요. 매일 대광실업이라는 무역회사에 출퇴근하더라고요. 조사해보니 이태준은 그곳 사장이었어요. 홈페이지까지 있는 멀쩡한 회사였어요. 솔직히 비밀 접선이라고 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평범했어요. 집과 회사만 오갔거든요.”

“저런. 지루했겠습니다.”

“네. 정말 지루했어요. 경찰들은 심할 때는 보름 넘게 잠복하기도 한다던데,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그런데 말이죠. 이태준을 기다리면서 팀장님이 주신 노트북으로 대광실업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져보다가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게 뭡니까?”

“대광실업 홈페이지에 가면 자료실이 있어요. 이것저것 잡다한 것까지 500여 개의 사진이 올라와 있는데, 제일 처음 올렸던 사진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했어요.”

“누구였습니까?”

“누구일 것 같아요?”

“부회장님 아니면 전무님이었겠죠.”

“네. 20여 명의 남자가 설악산 대청봉 정상석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모습이 담겨있었는데, 거기에 고진성 부회장님이 계셨어요.”

============================ 작품 후기 ============================

비자금의 내막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추리소설처럼 박진감 넘치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하네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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