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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19화 (219/424)

00219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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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다! 배부르게 고기도 먹고, 맛있게 아이스크림도 먹고. 오늘 고기 정말 맛있었어.”

“그러게. 왜 사람들이 한우, 한우 하는지 알겠더라. 입에서 그냥 사르르 녹더라.”

소고기에 아이스크림까지 정말 원 없이 실컷 먹은 두 사람은 기분 좋은 포만감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집에 있는 가족이 생각 안 난 건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걱정과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껏 즐기자고 서로 약속했다.

“호호호. 내 평생 한우로 배를 채우는 날이 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둘이서 고깃값으로 10만 원 넘게 쓰다니. 정말 대박이야. 서라야. 고마워.”

“왜 네가 나한테 고마워해? 네가 삼도천에서 나오는 총무팀장을 유심히 본 덕분에 이런 행운이 온 거라고. 나야말로 고마워. 이수 네가 아니었으면 팀장님에게 실망만 안겨드릴 뻔했거든. 아 참! 내가 그 이야기 안 했지? 오늘 먹은 밥은 그냥 가벼운 인사치레고 진짜 포상은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해주시겠대.”

“우와! 정말? 가벼운 인사치레가 이정도면 진짜 포상은 대체 뭘까? 갑자기 기대가 마구마구 된다. 마동수 팀장님. 갈수록 멋있으신 것 같아.”

“내가 이야기했잖아. 멋있다고.”

“그래 인정. 윽! 뭐야. 아니 버스 정류장 광고판이 언제 저걸로 다 바뀌었데?”

두 사람은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부착된 광고 사진 속 여자모델을 보며 이수가 짜증을 부렸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연이었다.

“와! 오늘내일 중으로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가 우리 동지마트 광고로 교체된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네. 잘됐으면 좋겠다.”

“어이구. 넌 속도 없냐? 솔직히 마동수 팀장님에게 호감 있었잖아. 질투 안 나?”

“그래 인정해. 그렇지만 사랑이라기보다는 동경에 가까웠어. 그리고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 질투를 해?”

“사람 좋은 게 기간으로 정해져? 한눈에 반하면 그걸로 충분하지. 원래 사랑이란 그렇게 문득 찾아오는 거라고! 이 맹추야. 어휴… 내 친구의 얼어버린 심장을 녹여 줄 남자가 나타났나 싶어 좋아했더니, 약혼녀까지 있는 준 유부남일 줄이야. 아쉽다. 아쉬워.”

이수는 아쉬운 마음에 죄도 없는 광고판을 한 번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얘는.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넌 두 사람을 못 봐서 그래. 정말 뭐랄까? 두 사람 사이에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조차 없을 만큼 애틋하더라.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미녀가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팀장님을 바라보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까지 흐뭇해지더라.”

“허긴. 예쁘긴 엄청 예쁘더라. 마동수 팀장님 진짜 능력남이야. 윤시연 그 애 나이가 이제 스물한 살이래. 완전 도둑놈이라니까. 어떻게 그런 미인을 약혼녀로 만들었을까? 설마 그 우락부락한 외모로 강제 약혼한 건 아니겠지?”

“믿기지 않겠지만, 여자 쪽이 좋다고 먼저 달려들었어.”

“뭐? 정말?”

“응. 윤시연 작가가 쓴 ‘그에게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를 보면 그녀가 마 팀장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

“대박! 윤시연 작가? 아무리 그래도 걔가 쓴 책이 읽고 싶디?”

“그럼! 정말 궁금했어. 어떤 여자이길래 팀장님처럼 멋진 남자의 마음을 얻었을까 궁금했거든. 그래서 팬카페까지 가입했잖아. 거기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윤시연 작가가 마 팀장님의 마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일기형식으로 적어놨는데, 마치 내가 그녀가 된 것처럼 마음이 쿵쾅쿵쾅 뛰더라. 순수한 마음이 한껏 묻어나는 글을 읽으니까 질투할 마음조차 사라지더라.”

이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서라는 그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솔직한 본인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로맨스 소설처럼?”

“응. 정말 멋진 사랑 이야기가 담긴 로맨스 소설 같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댓글에 종이책 출판 문의나 영화로 제작 문의까지 쇄도하고 있었어.”

“에? 정말? 그럼 정말 영화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거야 모르지. 그런데 소설로 나올 수는 있을걸? 팬클럽 사람들이 그러더라. 윤 작가 어머님이 출판사를 운영하신다고.”

“그럼 진짜 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거네? 와우! 대박사건! 무시무시하기만 했던 마동수 팀장님이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라니. 뭔가 되게 이상하면서도 궁금하다. 호호호.”

***

“흐음… 그러니까 비자금 배후가 작은 아버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말이군.”

서라씨로부터 보고를 받은 나는 개인적으로 몇 가지 정보를 더 취합한 후 어느 정도 확신이 들자 고현호 이사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어차피 고진성 부회장 아니면 고정호 전무 둘 중 한 명이어서 그런지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없지만 정황 증거로만 보면 거의 확실합니다. 부회장님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비자금 대리인으로 동지 내부가 아닌 외부 인력을 끌어들였으니까요. 정말 우연이 겹치지 않았다면 솔직히 알아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작은 형이라면 모를까 작은아버지나 큰 형이나 그럴 성격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내가 그동안 작은아버지를 잘못 알았나 싶어.”

“아마 개인적인 목적으로 비자금을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동지그룹이 과거에 지금처럼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기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00위 권을 유지하던 견실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런 곳의 둘째 아들이 그냥 군대도 아니고 해병대 수색대를 자원입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분의 성정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강직한 분이거든. 그래서 나는 아버지보다 작은아버지를 더 좋아했어. 그런 분이 비자금이라니 선뜻 이해가 안 가.”

“강직한 신념보다 회장님에 대한 충성심이 더 대단했던 게 아닐까요?”

고진성 부회장은 지금껏 단 한 번의 잡음도 없이 묵묵하게 동지그룹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왔다. 그리고 고대성 회장과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친형이 아니라 아버지를 대하는 것 같다는 평을 받을 만큼 깍듯했다.

비록 많은 대화를 나눠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봤을 때도 고진성 부회장은 고대성 회장에게 경외감 비슷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 정도의 마음이라면 아무리 확고한 신념이라도 접을 수 있지 않을까?

순수하면 더 맹목적으로 변하는 것처럼, 고진성 부회장 또한 광신도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멀쩡하던 사람도 자신이 맞다고 믿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시오패스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게 광신도이기 때문이다.

“신념보다 더 강한 충성심이라. 그 말을 들으니 우리 아버지가 꼭 사이비 교주가 된 것 같군.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내가 그동안 아버지의 측근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그들 중 상당수는 아버지를 위해 정말 목숨이라도 바칠 준비가 된 사람들이었어. 그런 모습이 소름 끼치게 무서워했는데, 내가 좋아했던 작은아버지야말로 그들의 선봉장이었다는 이야기잖아.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젠장. 아버지는 대체 어떻게 된 양반이길래 자기 동생마저 당신을 신봉하게 만들었을까?”

“그런 능력이 있었으니 100위 권 밖에서 놀던 동지그룹을 재계서열 5위에 올려놓으셨겠죠. 회장님이 이뤄놓은 성과는 누가 뭐래 대한민국 경제사의 한 획을 그을 만큼 대한한 업적입니다.”

“그래. 그건 나도 부정할 생각이 없어.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야. 아버지 덕분에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버지 때문에 모래성 무너지듯 허물어질 수도 있어. 몸뚱어리가 커지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혼자서 모든 걸 컨트롤 할 수 없는 법이야. 결국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권력을 나눌 생각이 전혀 없어. 그러니 흔들릴 수밖에. 이미 회사 여기저기서 그런 전조들이 나타나고 있는 건 마 팀장도 잘 알고 있잖아. 동지마트가 대표적인 예지. 어쩌면 동지그룹의 미래가 동지마트가 될 수 있어.”

“저도 동감입니다. 회장님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동지마트가 제대로 보여줬죠. 회사를 팔아먹으려고 태업을 조장하고, 재정이 파탄 나든 말든 비자금 조성에만 관심을 가지니 지금까지 안 망한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그뿐이 아니지 않습니까? 직원들은 일할 의욕조차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몇몇 직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적인 돈벌이에만 급급했죠. 이게 정말 동지그룹의 미래라면 끔찍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안 되게 만들어야지. 내겐 든든한 마 팀장이 있잖아.”

“됐습니다. 사탕발림도 한두 번이지….”

“어라. 이제 안 통해?”

내가 장난스럽게 투정을 부리자 고현호 이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럼요. 당연히 안 통하죠. 레퍼토리 좀 바꾸세요. 그나저나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작은아버지일?”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그것밖에 더 있습니까?”

“뭘 고민해. 원래 계획대로 비자금은 수거해 와야지. 작은아버지든 뭐든 지금 우리가 남의 사정 헤아릴 때가 아니잖아. 그 돈 없으면 올해 안으로 동지마트 망할 수도 있어.”

절대 안 된다!

내가 동지마트 주식을 거의 50억 원어치를 사뒀다. 내가 살 때 1,300원 언저리에서 놀던 동지마트 주가는 고현호 이사와 시연이의 활약으로 1,700원까지 올랐다. 정말 가만히 앉아서 16억 원을 번 셈이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보니 사람들이 왜 주식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지금은 1,700원이지만 주가는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윤 스포츠센터와의 합작으로 가칭 아이두 캐주얼까지 런칭한다면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망해? 절대 그렇게 둘 순 없다.

“회수할 수 있을까요?”

“큰형이었으면 쉽지 않았겠지만, 작은아버지라면 차라리 쉬워.”

“그래요?”

“작은아버지가 연관되었다는 정황증거는 있다고 했지?”

“네. 대광실업 이태준 사장과 총무팀장이 만나는 장면이 찍힌 CCTV를 확보했고, 대광실업 홈페이지에서 부회장님과 이태준 사장이 함께 등산한 사진도 출력해놨습니다. 혹시나 싶어 증거물들은 다 가져왔습니다. 보여드릴까요?”

“아니. 됐어. 마 팀장은 증거 자료 들고 나랑 동지그룹 본사에 들르자.”

“본사요?”

“응. 지금 바로 작은아버지 찾아뵈려고. 시간도 별로 없는데, 꾸물거릴 필요 없잖아. 속전속결로 끝내버리자고.”

고현호 이사는 믿는 구석이 있는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 작품 후기 ============================

사실 서라를 시연이의 라이벌로 생각하고 등장시켰는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그냥 이쯤에서 마음 정리하고 깔끔하게 일적인 관계로만 이야기 진행합니다. 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 같아서요. ㅠ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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