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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24화 (224/424)

00224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암울하던 동지마트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는지 궁금하지?

그런데 솔직히 나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몰라. 그냥 TF팀의 마동수 팀장이 마술이라도 부린 것 같아. 뭔가 잠깐 어수선하긴 했지만, 순식간에 후다닥 바뀌더라고.

정말이지 갑작스러운 변화였어.

타성에 젖어 살아와서 그런지 빡빡하게 일하려니 처음에는 나도 짜증이 나더라. 그래도 어쩌겠어. 시키면 하는 게 아랫사람의 숙명인 것을. 선배들이 그러더라. 좀 귀찮아도 처음엔 좀 들어준 척해줘야 한다고. 아니면 더 귀찮은 일이 생길 거라고. 그런가 보다 하며 참았어.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 질 줄 알았거든.

그런데 말이야. 다들 대충대충 건성으로 일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얼마 전에 터진 용역비리 사건 있잖아. 그때 우리 동지마트 책임자인 고현호 이사님이 자비를 털어 피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보상을 했거든.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차를 팔아서 그 돈을 마련했다고 하잖아. 그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솔직히 쇼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정말 맨날 타고 다니던 차가 아니라 평범한 국산 중형차를 타고 다니더라 이거야. 그 모습을 본 비정규직 직원들이 이사님에게 엄청나게 감동을 먹은 거지.

어떻게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 안 하더군. 우리나라 부자들이 워낙 지랄 맞으니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더라. 사람이 그렇잖아.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으면 거기에 감사해 하며 어떻게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려고 해. 뭐,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다고. 그게 인지상정이거든. 더군다나 서민들 대부분은 마음이 착해.

보상을 받은 비정규직 직원들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어. 우리 같은 정규직 직원들처럼 보여주기 식으로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열심히 하더군.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일을 찾아서 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우린 그런 모습에 당황했어. 그렇게 진심으로 일하면 대충 일하는 우리가 너무 티가 나잖아. 선배들은 그 사람들의 행동에 굉장히 기분 나빠했어. 저런 사람이 많으면 자기들이 피곤해진다 이거지. 과장급이나 팀장급 선배들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그런 행동을 자기에 대한 항명이라고까지 생각했어. 열심히 일하지 못하도록 대놓고 방해까지 하더라고.

내가 볼 때 그건 좀 아니다 싶었지만, 고작 대리급인 내가 무슨 힘이 있나?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좀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어. 왜냐고? 아니. 생각을 해보라고. 무시무시한 위세를 떨치던 총무팀장을 한 방에 날린 사람이 마동수 팀장이라고.

총무팀장만 날린 게 아니잖아. 인사팀장, 물류팀장. 다들 동지마트에서는 한 가닥 하던 사람들이라고. 그냥 지점 팀장이 아니라 본사 팀장이라고.

여기서 잠깐 동지그룹의 인사체계를 잠깐 소개할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설명은 최대한 짧게. 그러니 잘 들어봐.

그룹 본사 대리는 계열사 본사 과장급이고, 계열사 지점 팀장급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내가 동지마트 송파점 대리지만, 동지마트 본사로 가면 주임급이고, 본사에서는 그냥 평범한 말단이라는 말이지. 결국, 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던 팀장급 선배들은, 동지마트 본사의 총무팀장, 인사팀장, 물류팀장보다 한 끗발 아래야. 아니지. 냉정하게 말하면 핵심부서 팀장들이기 때문에 두 끗발 아래라고.

지금 총무팀장, 인사팀장, 물류팀장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 그냥 옷만 벗은 게 아니라, 전부 구속이야. 그런데 한 끗발도 아니고 두 끗발 아래인 우리 송파점 팀장이 마동수 팀장의 무시무시한 서슬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그건 초딩 정도의 머리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잖아.

나는 곧바로 조치가 취해질지 알았거든.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별다른 대응이 없더라. 그러니까 선배들은 기세등등해져서 더더욱 비정규직 직원들을 압박했어. 처음에는 누가 지랄을 하든 말든 꿋꿋하게 자기 일을 하던 사람들도, 며칠씩 계속되는 압박에 못 이겨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려는 듯 보였어.

바로 그때 며칠동안 조용히 있던 마동수 팀장이 등장했어. 혼자가 아니라 경찰과 함께 나타나더라. 같이 나타난 경찰들은 곧바로 캐셔파트장과 지원팀장을 체포했어. 캐셔파트장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지원팀장은 성희롱.

누가 봐도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지만, 죄목이 너무 확실해서 뭐라고 수군거리기도 어려웠어.

캐셔파트장은 캐셔관련 업무중에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돈을 횡령했고, 지원팀장은 여직원들을 수차례 성희롱했나 봐. 마트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보통은 쉬쉬하기 마련인데, 용역비리까지 까발린 마동수 팀장이 그런 걸 무서워하겠어? 전혀 개의치 않았더라고. 그냥 대놓고 죄목을 알려주며 잡혀가는 모습까지 우리에게 보여줬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어떤 경고도 없이 그냥 단번에 구속했잖아. 마동수 팀장 때문에 구속된 사람이 팀장들 포함해서 벌써 열 명이 넘어. 선처? 그런 거 전혀 없었어.

쉽게 말해 까불지 말라는 거야.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무슨 죄목을 찾아내서라도 반드시 단죄하겠다는 단호한 선언이라고. 그 모습을 보고 누가 감히 마동수 팀장에게 덤벼들겠어.

솔직한 이야기로 동지마트에서 팀장급까지 오른 사람 중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볼 땐 한 명도 없어. 그동안 동지마트는 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승진할 수 없는 구조였거든. 털면 털리는 사람들 천지인데 어떻게 마동수 팀장에게 기어오를 수 있겠어. 깨갱 하고 꼬랑지를 말 수밖에.

놀라운 건 그런 비슷한 일이 다른 지점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거야. 결국 마동수 팀장이 자기 손으로 직접 구속 시킨 사람만 20명이 넘었어. 진짜 대단하고 정말 독한 사람이야.

독한만큼 효과는 확실했어. 이젠 정말 장난 아니게 된 거야. 단순히 치졸한 복수극이라면 항의라도 하겠는데, 다들 너무 확실한 범죄를 저질러서 항의할 명분도 없었어. 그리고 여기서 마 팀장에게 한 번 더 기어올랐다가는 어떻게 될지 눈앞에 훤히 보이더라. 눈치 없이 설치던 선배들도 태도가 180도 변해서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지.

아무리 의욕 없이 살아가던 사람들이라도, 먹고 살 걱정까지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냥 잘리는 것도 아니고 구속까지 돼서 패가망신을 당하는데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히 누가 덤빌 수 있겠어. 대세는 완전히 넘어갔으니, 이제 남은 건 마동수 팀장에게 잘 보이는 것 하나뿐이었어.

어떻게 보면 프랑스혁명 말기에 권력을 잡은 자코뱅당이 실시한 공포정치와 다를 바 없었어. 그때 당시 약 30만 명이 용의자로 체포되었고, 1만 5,000만 명이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어. 당시 공포정치는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공포였어.

그러나 공포정치가 아무리 효율적이더라도 국민들의 반감을 극복할 수는 없었어. 결국 독재자였던 로베스피에르가 처형됨으로써 공포정치가 막을 내리지. 그걸 생각하면 마동수 팀장도 분명 로베스페에르와 비슷한 말로를 걸어야 정상이거든. 칼로 흥한자는 칼로 망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라고.

그런데 여기서 마동수 팀장은 엄청난 마법을 부려.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나도 몰라. 우리는 그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리뉴얼 작업을 하고, 정문에 예쁜 모델 사진이 걸린 큰 광고판을 부착했어. 예쁘긴 하더라. 물론 예쁜 것하고 매출이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잖아. 만약 그렇다면 김태희가 찍은 광고는 전부 대박을 쳐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

어이없는 건 그 여자모델이 마동수 팀장의 약혼녀라는 사실이야. 나 참! ‘소꿉놀이는 집에서 하라고.’라며 속으로 욕했어.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자면 질투심도 있었어. 원체 예뻐야지. 그런 잔인한 남자와 여신 같은 우리 동지마트 모델이 절대 어울릴 리 없잖아. 심술이 나서 광고가 망하길 기도하기도 했어.

하지만 그런 나의 간절한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어. 고현호 이사의 인터뷰가 나가고, 여신 같은 여자 모델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동지마트의 매출은 순식간에 급상승했거든. 그녀의 얼굴이 나온 쿠폰북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엄청났어. 한마디로 대박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

자! 여기서 잠깐.

한산하기만 하던 동지마트에 고객들이 몰려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경영자 입장에서야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고.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어버렸어. 예전 같으면 고객이 오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우리끼리 수다 떨고 그랬거든.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어. 마동수 팀장이 서슬 푸른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데 감히 누가 딴짓할 생각을 하겠어. 당분간은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일만 했지. 잘릴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약간 억지스럽게 일했지만, 비정규직 직원들은 달랐어. 고현호 이사에게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열심히 일하더라고. 그 모습에 선배 몇몇은 혀를 끌끌 찼지만, 솔직히 보기는 좋더라.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는 없잖아.

그런데! 여기서 정말 희한한 건 말이야.

업무량이 많아져서 몸은 고달픈데 이상하게 예전보다 내 삶이 더 재미있어졌다는 사실이야. 보람도 있고 즐겁기도 했어.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처음 느꼈던 감정 같아. 그리고 처음 입사했을 때 생각했던, 패배주의에 빠져 무기력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내 모습이 지금의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지.

아주머니가 오늘 생선이 싱싱해서 좋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행복했고, 동지마트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부심을 느꼈어. 이런 변화는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어. 내 또래의 젊은 직원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 따로 이야길 하지 않아도 싱글벙글하거든. 딱 봐도 행복해 보이는 얼굴들이야.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우울한 분위기만 풍기던 이곳 동지마트 송파점이 갑자기 웃음꽃이 피다니 정말 마법같은 일 아니야?

놀라운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야.

이번 달에 월급 통장을 받았는데 평소보다 돈이 50만 원이나 더 들어온 거야. 내가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어. 그런데도 50만 원이 더 들어온 게 맞더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보너스더라고, 보너스.

다들 받는 보너스에 웬 호들갑이냐고?

난 동지마트에서 일하면서 한 번도 보너스를 받아본 적이 없거든. 당연하잖아. 우리가 봐도 장사가 안되는 마트에서 무슨 보너스를 주겠어. 꼬박꼬박 월급만 주는 것도 다행이지.

그런 삶을 살던 내가 처음으로 보너스를 받는 기분. 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이었어. 그 순간 마동수 팀장이 더 이상 독재자처럼 보이지 않았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심지어 멋있어 보이더라.

내가 절대 보너스를 줬다고 이러는 게 아니야. 음…. 솔직히 고백하자면 보너스도 약간 영향을 주긴 했어.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에 멋있어 보인다고 하는 건 절대 아니야.

동지마트에 마법을 부렸잖아.

마법사 마동수. 어때? 멋있지 않아?

마법사는 보통 동정이라던데. 하하하하하.

============================ 작품 후기 ============================

어제 올려야했는데 늦었습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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