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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27화 (227/424)

0022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저….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미래씨.”

“궁금한 게 있어서요. 제 머리로는 잘 이해가 안 가서요.”

아침에 출근했더니 미래씨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떤 게요?”

“아이좋아 회원 지원 자격을 일반회원에서도 뽑는 게 좀 이상해서요. VVIP 회원으로 유아 모집을 다 못한다면 VIP 회원 중에서만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혹시라도 제가 모르는 중요한 뭔가가 있는 건가요?”

“아, 그거요? 별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일종의 꼼수예요.”

“꼼수요?”

“네. 일단 연회비 할인을 50%까지 해주는데 VIP 회원에게까지 혜택을 드릴 수는 없겠죠?”

“물론이에요. 그러니 할인은 해주지 않고 아이좋아 회원 지원 자격만 주면 될 것 같아요. 일반회원까지 지원 자격을 확대하면 VIP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럼 굳이 VIP 회원이 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미래씨의 말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녀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김학수 부장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선입견들을 깨트릴 수 있었다.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왜 많은 회사들이 일반고객이 아니라 V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지 알고 있습니까?”

“VVIP 고객 한 명이 쓰는 돈이 일반고객 100명이 쓰는 것보다 많아서가 아닐까요? 지난번에 보니까 하루에 1,000만 원 넘게 쓰고 돌아가는 고객도 본 적이 있거든요.”

“그렇습니다. 백화점에 있는 명품 하나만 사도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VVIP 고객들은 그런 명품을 한 번에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할인 행사를 할 땐 번잡하다면서 오히려 백화점에 나오질 않습니다.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니까요.”

“부러우면서도 씁쓸한 이야기네요. 자기 돈으로 뭘 하든 그건 자기 마음이지만, 조금만 수고해도 최소 몇십만 원은 아낄 수 있을 텐데 그런 걸 포기하다니 말이에요.”

로또에 당첨되고 그 돈을 가지고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 나조차도 아직 그들의 행동방식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니 미래씨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머리만 아픕니다. 그냥 세상의 별의별 사람이 다 있고, 그들 또한 특이한 사고방식을 지닌 별종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그냥 이해만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부자들이니까 마음 놓고 최선을 다해 뜯어먹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네에? 뜯어먹어요? 그래도 고객인데….”

“괜찮습니다. VVIP 고객들은 원래 가치보다 많은 돈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길 원합니다. 아무리 비싼 명품이라고 해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실제로 들어간 비용은 100만 원을 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레어함 때문에 부자들은 원래 가치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돈을 주고 기꺼이 그 물건을 구매하죠. 그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 그럼 윤 스포츠센터 강남점과 서초점에서 운영하는 아이두의 연회비가 내년부터 1,000만 원 이상 오른다는 것도 차별화된 서비스에는 얼마든지 돈을 더 낼 수 있다는 부자들의 마인드를 고려한 건가요?”

“미래씨가 윤 스포츠센터의 소식까지 알고 있었습니까?”

“아이좋아는 우리 팀에서 담당하는 프로젝트고, 아이두의 캐주얼 버전이라고 하니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죠.”

미래씨는 그냥 성실함 하나로 우리 팀에 영입했는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물론 그 성장 배경에는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인 성실함이 숨어 있었다.

부족한 면이 있으면 어떻게든 채우려고 하는 근성과 성실함, 그리고 모르는 것이 생기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고졸인 미래씨의 발전은 스스로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서라씨에게도 큰 자극을 주는 등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었다.

“하하하. 정말 잘했어요. 그래요. 윤 스포츠센터 강남점과 서초점은 다른 지점에 비해 보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그와 동시에 연회비도 올릴 생각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제가 생각할 때는 100만 원 정도 가치밖에 없는 프로그램을 1,000만 원이라는 비싼 돈에 팔아먹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헉! 왠지 사기 같은데 사기 같지 않은 이 느낌은 뭘까요?”

“바로 그겁니다. 실제 가치가 1만 원밖에 되지 않더라도 강남과 서초점에만 제공한다면 부자들은 기꺼이 1,000만 원을 내놓을 걸요? 그래도 윤 스포츠센터는 양심적이라 10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을 추가한 겁니다. 또한 미래씨가 크게 반감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대상이 서민이 아니라 부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마케팅의 대부분은 VVIP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VIP는 VVIP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고객입니다. 그들에게 VVIP가 되도록 유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론적인 대답이겠지만, VVIP가 되고 싶도록 만들어야겠죠. 아! 무슨 말인지 이제 알 것 같아요. 그러니까 VVIP 회원에게만 아이좋아를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나머지는 같은 대접을 해서 VIP 회원들에게 동기유발을 하게끔 하는 거군요.”

“그렇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단지 VIP 회원들의 동기유발만을 위해 그런 꼼수를 쓴 건 당연히 아니다.

“또 뭔가 있어요?”

“그럼요. 일반회원들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로또를 기대하는 심정이나 마찬가지죠. 일반회원이라도 월 20만 원 이상 구매고객이라고 제한했으니, 효과는 확실히 있을 겁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 아니라 아이좋아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효과는 계속될 겁니다. 올해는 3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한 가구당 60만 원의 효과밖에 못 거두지만 내년부터는 연 240만 원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고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겠죠.”

“정말 그렇네요. VVIP 회원에 비한다면 큰돈은 아니겠지만, 대신 혹시나 하는 기대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릴 수도 있겠어요. 대단하세요.”

“그리고 아이두와 달리 아이좋아는 고객 대상이 다릅니다. 부유하다고 해도 살림살이가 남들보다 조금 넉넉할 뿐이지 부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복불복으로라도 일반회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여러 가지 명분을 쌓기에도 유리합니다.”

“정말 여러 가지 효과가 있네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잖아요. 아이좋아로 인해 동지그룹과 윤 스포츠센터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만드셨잖아요. 당장 큰 효과는 줄 수 없을지 몰라도 분명 매출상승은 있을 거예요. 아! 저는 언제쯤 팀장님처럼 넓은 안목으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지. 정말, 정말 팀장님이 부러워요.”

미래씨가 선망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칭찬을 하자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 모르게 하는 걸 싫어하는 인간이다. 어떻게든 나의 잘남을 남들이 알아줄 때 행복해진다.

“일을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미래씨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아이좋아를 담당하면서 아이두까지 조사할 생각을 하는 것으로 이미 가능성은 보였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참! 그리고 내가 조사해보라고 지시했던 동지계열사 판매가격은 어떻게 됐나요?”

“안 그래도 어제부로 다 마쳤어요. 제가 행당점과 송파점 주변에 있는 다른 대형 마트를 직접 방문해서 조사했기 큰 오차는 없을 거예요.”

웬만하면 동지마트를 이용하려면 시연이에게 몇 가지 미션을 주면서 집 근처에 있는 대형 할인 마트를 다니도록 했다. 사실 서초에서 송파점까지 오려면 차가 막힐 때는 한 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지만, 역시나 그녀는 내가 준 미션을 너무나도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런데 며칠 전 시연이에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몇 개 떨어져 근처에 있는 3-마트에 들렀는데, 거기서 판매하는 동지바이오 제품과 동지마트에서 판매하는 동지바이오 제품의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히 동지마트가 더 싸야 함에도 불구하고 3-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더 싸다는 이야기였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당장 해당 제품인 소프트 라운드(생리대)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확인차 담당 MD에게 문의를 해보니 같은 계열사 제품이라 마진을 최대한 적게 남기고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마진을 거의 안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3-마트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건 공급가격 또한 3-마트가 더 저렴하다는 의미였다.

다른 그룹의 회사라면 고작 10개의 매장밖에 없는 우리 동지마트보다 160개에 이르는 3-마트에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동지그룹 계열사인 동지바이오가 그런 차별을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미래씨에게 동지바이오를 비롯해 동지그룹 계열사가 대형 할인 마트에 납품하는 제품의 판매가격을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단지 소프트 라운드 하나의 문제인지 다른 모든 제품도 해당되는 건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했다.

“결과가 어땠어요?”

나는 미래씨가 건네주는 자료파일을 확인하기 전에 일단 결과부터 물었다.

“소프트 라운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제품 판매 가격이 3-마트보다 동지마트가 비쌌어요. 더욱 놀라운 건 별도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제품의 경우는 동지마트보다 거의 2/3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짜증이 훅 올라왔지만, 가격 조사를 하느라고 고생한 미래씨에게 화풀이하는 게 될까봐 겨우 욱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 작품 후기 ============================

많은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캐릭터 문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독자님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주인공 일이 좀 잘 풀렸으니 또 잠깐 고생을 해야겠죠?

공급가격은 동지마트가 다른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가장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꼼수로 구멍을 메꾸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동지마트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그부분이 동지마트 총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가 되겠죠. 대충 해결책을 예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놀라고 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추코 잊지말아주세요. 그리고 남는 쿠폰 있으면 한장씩 던져주고 가세요. ㅎ 12월보다 1월 쿠폰량이 약간 늘었더군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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