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2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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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소식 들었습니까?”
“무슨 소식?”
“마동수 팀장 소식 말입니다.”
“팀장은 무슨. 본사에서 대리였던 놈이 계열사로 쫓겨나서 팀장으로 불리고. 그리고 정확하게 따지면 팀장이 아니라 팀장 대우지.”
홍 대리의 호들갑에 강 과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동지마트의 선전은 동지그룹 본사에서도 굉장히 화제였다. 동지맨들에게는 신화적 존재인 고대성 회장조차 실패한 일이다. 난다긴다하는 동지그룹의 마케팅부 천재들이 엄청난 투자금을 받으며 달라붙어도 실패한 일이다. 그런데 한때는 같은 마케팅 직원이었다고 해도 계열사로 쫓겨난, 평범함에 가까웠던 동수가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으니 이슈는 당연했다.
“그렇다고 마동수 팀장 대우라고 부르기는 귀찮지 않습니까.”
“그래 팀장은 팀장이니까.”
“그리고 과장님이 부러워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본사 마케팅부 과장과 계열사 팀장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큰데요.”
“하긴. 비교조차 자존심 상하긴 하지. 그런데 마동수 팀장이 뭐 어쨌다고 이리 호들갑이야?”
“마동수 팀장이랑 약혼 한 윤시연이라는 여자 아시죠?”
“윤시연? 당연히 알지. 동지그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해졌잖아. CF 하나 찍고 그렇게 유명해지기 쉽지 않은데, 역시 여자는 얼굴이 예뻐야 해.”
동지그룹 마케팅부는 고대성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막강한 권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그만큼 대단한 인재들이 많이 몰려있고, 그동안 수많은 업적을 이루기도 했다. 동지마트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런 만큼 동지마트의 성공이 직원들의 질투까지 받을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연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부러워하기보다는 질시를 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다.
연예인 뺨치도록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고, 그녀ㅏ 윤 스포츠센터라는 준재벌급 집안의 예비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수의 행운에 배 아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수가 윤 스포츠센터로부터 돈을 받았다. 어떻게든 동수의 업적을 폄하하려던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귀가 솔깃한 뉴스였다.
“맞습니다. 거기다가 윤 스포츠센터의 무남독녀 아닙니까.”
“그놈 참. 얼굴 예뻐. 몸매 착해. 나이 어려. 똑똑해. 그런 데다가 집안까지 엄청난 부자야. 그런 여자를 어떻게 꼬신거지? 딱히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말이야. 생각만 해도 배가 아프네. 그런데 윤시연이 왜?”
“윤시연과 마동수 팀장의 약혼 뒤에 뭔가 개운치 않은 거래가 숨어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개운치 않은 거래? 그게 뭔데?”
동수의 행운에 배 아파하던 강 과장은 홍 대리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글쎄 윤 스포츠센터가 마동수 팀장에게 엄청난 거액의 뒷돈을 줬다고 합니다.”
“뭐? 에이. 난 또 뭐라고. 야! 너도 생각이라는 걸 해봐라. 윤 스포츠센터가 어떤 곳이냐.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센터와 컨트리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야. 준재벌급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현금 동원력만큼은 웬만한 대기업은 비교하기도 어려울 만큼 엄청나다는 소문이야. 현금 장사만 하는 곳이니까 절대 과장된 소문이 아닐 거야. 그렇게 잘 사는 집안에서 예비사위에게 용돈을 주면 남들이 보기에는 뒷돈처럼 보일 수도 있을걸?”
“용돈 수준의 금액이 아니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마동수 팀장이 윤 스포츠센터로부터 받은 돈이 무려 3억 원이랍니다.”
“3억? 진짜 3억? 3천만 원을 잘못들은 건 아니고?”
“아닙니다. 확실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감사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들릴 정도입니다.”
“약혼까지 했으면 곧 있으면 사위가 되는 거잖아. 아들이 없는 집안에 유일한 딸의 배우자가 될 사람인데 과하긴 해도 3억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그 돈을 받았을 때가 두 사람이 약혼하기 이전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마동수 팀장이 D&Y 피트니스 센터 프로젝트를 맡아 동지그룹과 윤 스포츠센터 간의 계약을 조율하던 사람이고요.”
“그게 정말이야? 그럼 뭐야? 마동수 팀장이 돈을 받고 윤 스포츠센터에 유리하게 계약서를 작성했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렇죠. 바로 그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저도 처음엔 안 믿으려고 했는데, 소문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입니다. 협상 과정에서 윤승태 사장의 약점을 잡은 마동수 팀장이 그걸 빌미로 윤시연과 약혼을 했다고 하더군요.”
“헉! 저··· 정말? 그건 좀 그럴싸한데? 지금 D&Y 피트니스 센터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잖아. 여기서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 윤 스포츠센터는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윤승태 사장이 굉장히 냉혹한 성격이라면 이익을 위해 딸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겠지.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잖아. 어쩐지 마동수 그 녀석에게 너무 많은 행운이 간다 싶다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던 거군. 인제 보니 완전히 악당 같은 놈이었군.”
처음엔 의구심을 가지던 강 과장은 홍 대리의 구체적인 설명에 동수를 완전히 악당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 소문은 마치 폭풍처럼 동지그룹을 덮쳤다. 동수를 좋게 보던 사람들은 소문이 말이 안 된다며 부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 함께 알려지자 더 이상 옹호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시연은 냉혹한 아버지와 영악한 동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약혼하게 된 비운의 여주인공이 되면서 많은 이들의 동정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동지그룹 익명 게시판에는 ‘악당 마동수를 몰아내고, 마왕의 성에 갇혀 있는 시연을 구해내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많은 직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별것 없었지만, 제목이 눈에 띄고 그룹 감사팀에 동수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글이 호응을 얻으면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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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피트니스 클럽은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미래의 성장 잠재력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였다. 동지그룹에 퍼지고 있는 동수 관련 스캔들은 바로 그 황금알을 독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본사 마케팅부 직급으로 따지면 고작 대리급 직원이 연관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임시 이사회까지 소집되었다. 고대성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고정호 전무의 강력한 건의로 회의가 열렸고, 이런 일로 임시 이사회까지 열리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 많은 이들이 이날 모임에 관심을 가졌다.
“대체 감사팀은 그동안 뭐했답니까. 우리 동지그룹 본사에서 일하는 청소부 아줌마도 아는 소식을 감사팀만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사회에 앞서 그룹 감사팀장을 불러 놓고 질의시간을 가졌다. 고정호 전무 측 인사인 박 이사는 사람들 앞에서 감사팀장을 호되게 꾸짖으며 회의의 주도권을 잡았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소문은 우리도 이미 들었지만, 내용이 좀 허무맹랑해서요.”
“허무맹랑하다? 구체적으로 뭐가 허무맹랑했습니까?”
“일단 마동수 팀장은 윤 스포츠센터 윤승태 사장의 딸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입니다. 어차피 한 집안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탁했다면 모를까 계약을 유리하게 맺는 것을 빌미로 금전 거래가 오고 간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범죄 중에 납득이 가는 게 얼마나 있다고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겁니까? 마동수 팀장의 행위는 엄연히 범죄이고, 범죄를 저지르는 대부분의 사람은 비상식적입니다. 감사팀장은 범죄인들이 죄를 저지르면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납득부터 해야 합니까?”
박 이사의 날카로운 지적에 감사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맸다.
“그게···.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라도 죄송한 걸 아니 다행이군요. 그래서 조사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실제로 윤 스포츠센터와 마동수 팀장 사이에 금전 거래가 있었습니까?”
“네. 3억 원이 마동수 팀장 통장으로 입금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웅성웅성.
“뭐야? 진짜 금전 거래가 있었던 거야?”
“그럼 마동수 팀장은 윤 스포츠센터의 스파이나 마찬가지잖아.”
“이건 윤 스포츠센터의 명백한 사기행각입니다. 감사팀장의 말이 맞다면 D&Y 피트니스 클럽에 대한 계약은 다시 이뤄져야 합니다.”
“계약을 다시 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계약을 무효로 돌리고 우리 동지그룹이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감사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사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는 바람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소란해졌다. 소문과 사실확인은 그만큼 엄청난 차이였다.
쾅쾅쾅.
“자! 자! 자! 조용히! 조용히! 의견이 있으면 손을 들고 말해주십시오. 김 이사님. 할 말 있으십니까?”
회의장이 소란해지자 고정호 전무가 의사봉을 두들기며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아닙니다. 전무님.”
“그럼 박 이사님. 계속 하시죠.”
“알겠습니다. 전무님. 감사팀장. 윤 스포츠센터야 워낙 부잣집이니까 예비 사위에게 3억 원 정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문에 의하면 돈을 받은 시기와 마동수 팀장과 윤시연 양이 약혼한 날짜가 차이가 있다던데 그것도 사실입니까?”
“네. 우리 동지그룹과 윤 스포츠센터 사이에 맺은 양해각서(MOU) 날짜와 약혼 날짜가 4달 정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마동수 팀장은 윤 스포츠센터와 어떤 연관성도 없는 상황에서 3억 원을 받아 챙겼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이사님.”
“사실 윤 스포츠센터의 예비 사위인 마동수 팀장이 D&Y 피트니스 클럽 계약에 관여했다는 것도 큰 문제인데, 돈을 받은 사실까지 밝혀졌습니다. 이건 윤승태 사장이나 마동수 팀장이 우리 동지그룹을 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의 있습니다.”
박 이사가 열변을 토하는 와중에 강 이사가 번쩍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강 이사님.”
고정호 전무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 이사를 노려봤지만, 이런 공식적인 회의에서 이사들의 발언권을 제한하기는 어려웠다.
“감사합니다. 전무님. 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박 이사님.”
“그게 뭡니까?”
한참 자신의 언변에 취해있던 박 이사는 갑자기 끼어든 강 이사가 반갑지 않은지 대답이 퉁명스러웠다.
“그동안 우리 동지그룹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혹시 그게 뭔지 아십니까?”
============================ 작품 후기 ============================
요즘 몸을 너무 혹사해서 그런지 갑자기 감기몸살이 왔습니다. 정신이 몽롱해서 글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잘 갈피가 안 잡히네요. ㅠㅜ
이제 연휴네요. 연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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