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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44화 (244/424)

00244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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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이사회가 있기 이틀 전.

임시 이사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나와 고현호 이사는 고진성 부회장의 자택을 찾아갔다.

“어서 와. 고 이사. 흠···. 갑자기 온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긴 했는데, 반갑지 않은 손님을 같이 달고 왔군그래.”

반갑게 고현호 이사를 맞이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금세 정색하는 걸 보니, 지난번 만남이 그에게 그리 즐거운 기억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아쉽거나 억울하지는 않다. 내가 신의를 가지고 충성해야 할 사람은 고현호 이사지 고진성 부회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이 친구와 저는 바늘과 실 같은 사이라서요. 작은아버지.”

“고 이사 네 나이 정도 되면 혼자 해 버릇해야지 않겠어? 언제까지 치마폭에 쌓인 어린 아이처럼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살 거야?”

“부회장님.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이사님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마음으로 저와 함께 다니시는 게 아닙니다.”

“뭐라?”

“사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두드러기가 난다면서 ‘사장’이라는 직함을 거절했지만 동지마트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 분이 수행비서 하나 없이 혼자 다닌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남들이 욕합니다.”

“그래서 마 팀장 자네가 현호의 수행비서다?”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책임을 맡은 TF팀은 역할은 동지마트의 ‘전반적인’ 업무에 모두 관여할 수 있습니다. 축구로 말하면 ‘프리롤’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 수행비서를 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건방진 놈.”

“건방지게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됐어. 어쨌거나 현호에게도 믿을만한 심복이 있으면 좋지. 이리 건방을 떠는 이유가 현호를 믿어서인지, 아니면 현호에 대한 충성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고현호 이사를 믿고 건방을 떤다는 건,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 하느냐는 뜻이었다.

“당연히 후자입니다. 제가 어찌 고 이사님을 믿고 부회장님에게 건방을 떨겠습니까? 부회장님이 고 이사님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 무례하게 끼어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흠···. 하나만 물어봄세. 자네의 목표가 뭔가?”

“어떤 목표를 말씀입니까?”

동지에서 어떤 위치에 오르고 싶으냐는 질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뭔지를 묻는 건지 뉘앙스가 알쏭달쏭했다.

“그건 알아서 생각하게.”

“부회장님이 되고 싶습니다.”

“뭐라? 동지그룹의 부회장이 되는 게 목표다? 오냐오냐했더니 욕심이 과하군.”

“우리 동지그룹의 성장은 오로지 고진성 회장님의 공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그럼 아닌가?”

“물론 맞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 만약 부회장님이 안 계셨다면 아무리 회장님이라도 동지그룹을 지금과 같이 키우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제가 부회장님이 되고 싶다고 한 건 ‘부회장’이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회장님에게 부회장님이 계셨듯 저도 이사님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아버지가 돈을 잘 벌어온다고 가정이 행복한 건 아니다. 오히려 아버지가 조금 무능력해도 어머니가 중심을 잘 잡아주는 집안이 훨씬 화목한 경우가 많다.

고진성 부회장은 동지그룹에서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왔다. 고대성 회장이 이것저것 마음대로 모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고진성 부회장의 안정적으로 그룹을 다독여준 덕분이다.

“뭐? 허허허허허. 이것 참. 생긴 것답지 않게 말솜씨가 여우 같다더니 평가가 틀린 게 아니었어. 내가 제대로 한 방 먹었군. 하지만 말이야. 내가 생각할 때 자네는 절대 나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나 같은 이인자가 되려면 일인자보다 빛나면 안 되거든. 그런데 자네는 이미 현호보다 빛나고 있어.”

“그건 부회장님께서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대중들에 대한 이사님의 인지도는 굉장합니다. 저 같은 무명소졸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들이나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동지랜드, D&Y 피트니스 클럽, 동지마트까지. 자네 손을 거쳐 간 곳은 모두 대박을 쳤어. 동지그룹에서는 계열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네를 과소평가할는지 모르겠지만, 외부에서는 다를걸? 만약 동지마트를 완벽하게 살려낸다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수도 있어.”

“네? 미다스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헤드헌팅 업체를 중심으로 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미다스의 손은 좀 과장이 심했다.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최고 경영자들을 외국과 달리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원을 뽑을 때 관상학에 의존하거나, 공장 부지를 선정할 때 풍수학에 따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지. 그들 눈에 어려운 프로젝트를 세 번이나 성공한 자네를 어떻게 볼 것 같은가?”

“설마 행운의 여신쯤으로 생각한단 말입니까?”

“왜 아니겠나? 외부에서는 동지마트의 정상화를 현호보다 자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것만 해도 이미 자네는 현호보다 빛나고 있다는 증거지.”

“음···.”

‘일인자보다 빛나는 이인자.’

그건 생각도 못 했던 문제였다. 그냥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그 최선이 일인자의 빛을 가리게 된다면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고진성 부회장이 던져준 화두에 내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고현호 이사가 담담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게 왜 문제가 아니지?”

“처음부터 마동수 팀장은 작은아버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은인자중이나 겸손하고는 거리가 먼 녀석이니까.”

“제 말은 그게 아닙니다. 제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될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마동수 팀장이 작은아버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겠습니까?”

“회장님 같은 사람이 아니면?”

“아버지의 공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봐도 엄청난 업적을 세우셨죠. 그러나 아버지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저는 능력이 뛰어나다면 누구든 중용할 생각입니다. 물론 마 팀장처럼 믿을만한 사람이어야겠지만요. 그런 사람이 나보다 빛나든 말든 그건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삼국지의 유비나 초한지의 유방이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서 인재가 몰린 게 아닙니다.”

“그래서 유방처럼 되어보겠다 이 말이야? 다른 이들이 무능력한 리더라고 비웃을 수도 있어.”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던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전 필요하다면 한신처럼 부랑아의 양다리 사이를 기어갈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굴욕적인 일인지 몰라?”

“아버지같이 독선적인 성격이 있어서 자신이 빛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라면 힘들겠죠. 하지만 전 아닙니다. 저는 저를 따르는 사람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제가 한 일처럼 정말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고현호 이사는 정말 그렇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아는 모습.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걸 축하해주는 진심 어린 모습. 내가 그와 함께 일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물론입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작은아버지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일생동안 너무 아버지만 바라보며 살았다는 점입니다. 모든 리더가 아버지 같지는 않습니다. 마 팀장을 보세요. 제가 처음 마 팀장을 봤을 때 왠지 그냥 느낌이 좋았습니다. 어떨 때는 영악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이기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마음 깊숙이 들여다보면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얼씨구. 저 녀석 좋아서 입꼬리 올라가는 거 봐.”

헉! 갑작스러운 지적에 화들짝 놀라 얼굴을 굳혔다. 고현호 이사의 난데없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히죽거린 모양이었다.

“저렇다니까요. 여우처럼 영악한 듯 보여도 저 친구가 저렇게 순수합니다. 전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 동지랜드나 동지마트를 믿고 맡겨버렸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습니까? 제 믿음을 10배 아니 100배 이상으로 보답해줬습니다. 정말 제 마음이 뿌듯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내가 잘하는 것보다 내 사람이 잘하는 데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라고요.”

“현호 네 말처럼 내가 그동안 너무 회장님만 바라보며 살았는지도 모르겠군. 네 말을 들으니 네가 믿는 삶도 그리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확실히 증명을 해줘야지.”

“어떤 증명을 말입니까?”

“회장님과 내가 실패했던 동지마트를 너와 마 팀장이 완벽하게 살려낸다면 자연스럽게 증명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작은아버지는 제 편이 되어주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 난 끝까지 중립을 지킬 거야. 그건 회장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후계자 경쟁에서 만약 네가 이긴다면 생각보다 빨리 세대교체가 일어날 수는 있겠지. 네 방식에 가능성을 보였으니까.”

“네. 꼭 성공하겠습니다. 하지만 세대교체를 빨리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버지는 몰라도 작은아버지는 계속 저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거든요.”

“나와 형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게냐?”

“아버지 방식이지 작은아버지 방식은 아닙니다. 저나 마 팀장이 마음 놓고 일을 하려면 동지그룹을 다독여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허허허.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까지 회장님을 모셨듯 그렇게 해달라?”

“그건 좀 다릅니다. 아버지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드릴 생각이니까요. 아마 작은아버지 방식으로 자유롭게 그룹을 운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묘수다. 나중에 정말 고현호 이사가 대권을 잡게 된다면 반발하는 세력이 분명히 생긴다. 그렇지 않더라도 세력 교체과정에서 혼란은 생길 수밖에 없다. 만약 고진성 부회장이 중심을 잡아준다면 그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너는 뭐하고?”

“저야 마 팀장과 함께 열심히 물건을 팔아야죠. 그리고 작은아버지께 일도 배우고요.”

“이런 중늙은이를 필요로 한다니까 기분이 나쁘진 않네. 그렇다고 해도 네 편을 들 생각은 없어.”

“이런. 들켰습니까? 하지만 작은아버지가 필요하다는 제 말은 진심입니다.”

“일단은 후계자 싸움에서 살아남기부터 하라고. 그럼 그때 가서 생각해볼 테니까. 그나저나 설마 이 시간에 나를 네 사람으로 만들려고 찾아왔을 리는 없고, 이제 슬슬 목적을 밝힐 때가 된 것 같은데?”

============================ 작품 후기 ============================

설날은 잘 보내셨습니까?

세뱃돈을 받을 때가 좋았는데, 이제 주는 입장이 되다보니 참. ㅠㅜ 망할놈의 오만원권 때문에 세뱃돈이 참 애매하네요. ㅠㅜ 조카가 이제 그만 늘었으면 하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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