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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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태 사장 둘째 동생인 윤승룡의 부인인 임자령은 꽤 부유한 집안의 둘째 딸이었다. 그러나 집에 돈이 많을 뿐 명문가는 아니었다. 일가친척 중에 ‘사’ 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커녕 이름 있는 명문대학을 나온 사람도 하나 없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족 중 태반은 대학 문턱도 구경하지 못했고 그 나머지도 이름없는 삼류대학을 나왔다. 다들 상술에는 재능이 있었지만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돈이 많으면 됐지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가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는 학벌이나 직업도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 이유로 임자령네 집안은 상류층에 제대로 끼지 못했다. 재산은 상당히 많은 축이라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졸부라며 경멸하듯 은근히 내려다보는 시선에 주눅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런 사회적 시선이 평생 한이 된 사람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에게는 외모가 제법 괜찮은 딸이 세 명이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딸들을 이용해 상류층과의 혼인을 추진했었지만, 돈과 명예 뭐하나 아쉬울 게 없는 상류층에서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곳은 없었다. 그의 집안과 인연을 맺으면 자신들의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물론 모든 집안이 그의 딸들을 거부한 건 아니었다. 상류층이라도 돈이 아쉬운 집안은 분명히 있었다. 그런 집에서는 은근히 돈을 요구하며 결혼하는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결혼 상대자들은 다들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능력 없는 놈팽이었다. 아무리 상류층 진입에 목을 매고 있어도, 뻔히 불행질 걸 아는 곳으로 딸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일명 ‘개천의 용’들을 사위로 들이는 것이었다.
첫째 딸은 검사. 둘째 딸은 의사. 셋째 딸은 대학교수. 돈으로 사위를 샀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그 정도 수군거림은 이미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져 있었다. 그리고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는 똑똑한 사위들 덕분에 목에 힘주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된 즐거움 때문에 그런 비아냥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게다가 둘째 사위의 경우는 ‘개천의 용’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집안도 아니었다. 사위의 첫째 형이 운영하는 서초의 헬스클럽은 그런대로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고, 둘째 형은 웬만한 명문대보다 어렵다고 알려진 경찰대를 나와 유능한 경찰로 활약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좀 더 가난한 집안의 사람을 사위로 들여 좀 더 그의 뜻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었으나 똘똘했던 둘째 딸이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덜컥 임신부터 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을 서둘러야 했다.
만약 의사만 아니었다면,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손으로 꼽히는 명문 의대 출신이 아니었다면 강제로 낙태를 시켜서라도 결혼을 못 하게 했을지 모른다. 둘째 딸과 나이 차가 좀 나는 것도 거슬렸고, 다른 사위들과 달리 꼿꼿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형인 윤승태 사장이 직접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는 모습에 생각을 바꿔 결혼을 승낙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 낙태를 시키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때 딸이 낳은 손자는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아빠를 닮아 그런지 수재 소리를 들을 만큼 명석했다.
사회적 지위는 있다고 해도 벌이가 넉넉하지 않은 다른 두 사위에 비해 강남에서 잘나가는 피부과를 운영할 만큼 능력도 출중했다. 검사와 대학교수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씀씀이가 있던 첫째와 셋째 딸은 매번 자신에게 용돈을 타 썼고, 개천이 왜 개천인지 알 수 있게 두 집안은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둘째 사위는 절대 그런 게 없었다. 무뚝뚝하기는 해도 집안 경조사는 빠짐없이 챙길만큼 잔정이 있었고, 생일이나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에는 꽤 호화로운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위가 보내주는 여행은 또 기분이 달랐다.
예전에 헬스클럽 사업을 하는 사위의 첫째 형을 도와주고 싶어 넌지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당한 뒤로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돈깨나 있는 그도 감히 올려다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윤승태 사장은 단지 돈이 많은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존경받는 위치에 올랐다. 덕분에 단지 그와 사돈지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예전과 180도 달라진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정말 옛말이 틀린 게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하나 걱정이 있었다. 똘똘하긴 했지만, 예전부터 되바라지고 욕심이 많은 둘째 딸이 요즘 와서 자꾸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는 게 불안했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삶인데 뭐가 그렇게 아쉽고 억울한지 항상 불평불만을 일삼았다.
예전의 그였다면 둘째 딸처럼 탐욕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재산이 아쉽지도 않고, 사위들은 모두 번듯하다. 막내아들 성격이 좀 소심해도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던 세 누나와는 달리 영민한 구석이 있었다.
거기다 둘째 사위 덕분에 내로라하는 상류층 사람들로부터 졸부라며 배척받는 일도 없었다. 이 정도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의 평화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 딸에게 충고라도 할라치면 알아서 한다며 짜증부터 부렸다. 다른 두 딸이라면 용돈을 끊어버리면 알아서 말을 듣는데 사위가 돈을 잘 벌다 보니 그럴 수도 없고 마음이 항상 답답했다.
“여보. 시연이 예비 사위 있잖아요.”
“마 서방?”
임자령은 출근하는 남편을 불러 동수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마 서방은 무슨. 아직 정식으로 결혼한 것도 아닌데.”
“어허. 이 사람이 지금. 형님이나 형수님이 마 서방을 얼마나 아끼는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이야기 들어보니 형님 내외나 시연이에게도 그렇게 잘한다던데.”
그녀는 형님이라면 아직까지 껌뻑 주는 남편이 항상 불만이었다. 언니나 동생은 시댁에서 그렇게 공주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자신은 남편 집안에서 그냥 평범한 셋째 며느리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도 억울했다.
손윗동서인 두 형님은 집안도 평범하다. 아무리 큰 형님이 명문 여대 출신이고 둘째 형님이 경찰 간부 출신이라고 해도 친정이 별달리 내세울 게 없는 그녀들과 자신이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게 항상 내키지 않았다.
“결혼은 집안끼리의 결합이라고요. 두 형님은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서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동수라는 사람 저는 별로 안 내켜요. 그리고 큰 아주버님도 정말 이해가 안 가요. 그렇게 좋은 혼처를 다 마다하고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시연이와 약혼시키다니요.”
“어허. 이 사람이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래? 그건 어디까지나 형님이 결정할 일이야. 나나 당신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어머! 당신이나 제가 왜 나설 일이 아니에요? 당신은 시연이 작은 아빠고, 저는 작은 엄만데. 그리고 우리 도현이 윤씨 집안 장손이잖아요.”
임자령은 남편의 말이 서운했다.
22살 어린 나이에 남편 하나만 믿고 시집을 왔다. 똘똘하다 못해 영악하다는 소리까지 듣고 살았지만 그렇게 갑자기 임신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물론 남편을 사랑해서 한 결혼이다. 병원에서 주치의와 환자로 처음 만났을 때 집안 식구들과 달리 점잖고 부드러운 그를 보며 첫눈에 반했다. 이 남자다 싶어 다짜고짜 따라다녔다. 스스로 꽤 예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넘어오진 않았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 열과 성을 다해 정성을 다하자 목석 같은 그도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
1 ~ 2년 정도 사귀다가 결혼하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모든 계획이 어긋났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고 결혼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남편은 항상 집과 일 밖에 모르는 성실한 남자였고 능력도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걸리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손윗동서이자 시연이 엄마인 노하원이었다. 임자령 그녀도 꽤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지만 노하원의 미모는 차원이 달랐다. 성격도 차분했고, 평범한 집 딸답지 않게 우아하고 기품이 넘쳤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남편이나 작은 아주버님은 형님만큼이나 형수인 노하원을 좋아하고 따랐다. 여자가 아니라 형수님으로 좋아한 것이지만 욕심이 많은 편인 임자령은 남편의 그런 모습조차 질투하며 자존심 상해했다. 항상 돋보여야 직성이 풀렸던 그녀의 입장에서 노하원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완벽할 것 같은 노하원에게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집안의 장손임에도 불구하고 슬하에 아들 없이 딸 하나만 있다는 점. 첫째뿐만 아니라 둘째까지 아들을 낳으면서 시댁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임자령은, 그때부터 부리지 않아도 될 욕심을 부리며 유세를 떨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조금 뜬금없는 내용 같지만 소설 진행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임자령 성격 좀 재수없죠? 동수가 그런 그녀를 그냥 내버려둘리가 없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