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67화 (267/424)

0026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포에버마트의 모기업은 재계 서열 2위의 와룡그룹이다. 재정이 튼튼한 모기업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서 외부적으로는 빈틈을 찾기 힘든 회사다. 우리 동지마트와 달리 계열사가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것도 엄청난 강점이다.

이런 포에버마트가 대형 할인 마트 순위에서 엘마트에 밀려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3-마트가 워낙 독보적이라 1위는 포기한다고 해도 엘마트의 모기업이 재계 서열 5위 안에도 못 든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얼마 전 포에버마트에 대대적인 인사교체가 단행되었다. 그러면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상당히 능력 있는 인재들이 투입되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보면 엘마트보다 더 틈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조운태 상무 이사

국내 I 대학교 졸업. 캘리포니아 대학교 경영학 석사.

와룡 정보통신 차장, 주식회사 와룡 경영전략본부 부팀장, 주식회사 와룡 자재부 총괄팀 팀장, 주식회사 와룡그룹 등기이사, 포에버마트 상무 이사.

학력은 평범하고 회사 경력은 전형적인 재벌 2세의 모습이다. 오너 딸의 아들이다. 딱히 경력을 보면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위해 투입된 인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와룡그룹 회장은 80세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그게 큰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 동지그룹과 다르게 일인 독재체제가 아니라 적절하게 권력분산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너가 갑자기 쓰러진다고 해도 와룡그룹 자체에는 거의 타격이 없다고 보면 된다.

“서라씨. 조운태 상무말입니다.”

“네. 팀장님.”

“이 사람은 딱히 스캔들이 없는 건가요?”

“네. 제가 찾아본 바라는 그렇습니다. 이렇다 할 루머도 없고요. 학력 등을 보면 딱히 뛰어나지 않아 보입니다만 이번에 새롭게 투입된 인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평범하지만 약점이 없다. 이런 사람을 공략하긴 어렵겠죠. 알겠습니다.”

조운태 상무는 딱히 약점이 보이지 않으니 패스다.

처음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는 당장 뭔가 해결 방법이 나타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마초 문제가 있는 놈도 있긴 했으나 친족이라고 하기에는 촌수가 너무 멀었다.

박연하 전무.

와룡그룹 회장의 장손녀다. 남자가 아니라고 해도 이 정도면 꽤 거물급이다.

코넬대학교 경영학 학사,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학 석사.

와룡호텔 호텔면세사업본부, 호텔사업본부 판매팀 팀장, 와룡호텔 요식사업본부 부본부장, 와룡호텔 요식사업본부 본부장, 와룡호텔 네트워크 이사, 와룡호텔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포에버마트 전무이사.

상당한 수완가로 알려짐. 포에버마트의 사실상 책임자. 엘마트의 심대용 전무를 저격하기 위해 고심 끝에 인사발령.

스캔들 부문은 깨끗함. 하지만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임.

“박연하 전무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게 무슨 말이죠?”

“좀 집요하고 히스테리컬한 성격이랍니다. 약간의 강박증도 있고, 아무튼 부하 직원들을 굉장히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 모습은 재벌 2세들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성격 아닌가요?”

“단지 그 정도가 아닌 모양입니다. 그동안 거쳐왔던 곳에서 실적은 좋았지만 평판은 바닥이었습니다. 괴팍하고, 사람을 무시하는 건 예사라고 합니다. 부하 직원을 동료가 아니라 노예로 취급한다는 말까지 들렸습니다. 그것 때문에 항의가 많이 들어왔답니다. 물론 다른 사람도 아니가 와룡그룹 장손녀니 그룹에서 감히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전부 묵살되고, 항의한 사람 중에는 대기발령처럼 보복조치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와우! 쉽게 말해 갑질이 많이 심하다는 뜻이군요.”

“네. 많이 심하다기 보다는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는 평입니다.”

딱히 스캔들이 없다고 해서 실망했는데, 이거 잘만 엮으면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병적이라···. 미친년처럼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뜻인가요?”

“거의 그 정도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욕설은 기본이고 심지어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일이 빈번해서 항의를 했는데도 계속 묵살당하고 심한 경우는 보복조치도 당하는 일도 있다는 거죠?”

“네. 대기발령은 양호한 편이고 박연하 전무가 직접 찾아가 물건을 집어 던지고 행패를 부린 적도 있다고 합니다.”

“크크크. 완전 미친년이네요. 와. 박연하 전무 제대로 진상인데요. 잘 이용하면 꽤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군요.”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이지만 성매매나 대마초보다 파장이 클까요?”

성매매나 대마초 복용은 불법인 반면 히스테리는 ‘진상’ 짓에 가깝지 불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명백하게 불법적인 일보다는 갑질에 오히려 광분하곤 한다.

성매매나 대마초는 사실 대중들이 보기에는 남의 나라 일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갑질은 다르다. 백이 없는 평범한 서민들은 그런 갑질의 피해자가 언제든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동병상련을 느끼며 분노를 터트린다.

“대마초 같은 마약 범죄는 나 성매매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피해자가 없어요. 그러나 박연하 전무의 행동에는 분명한 피해자가 존재하죠. 게다가 그 여자에게 당한 피해자는 평범한 직장인이겠죠. 나도 언제든 그런 갑질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면 대중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불안해하겠죠.”

“그렇죠. 불안해하고 그래서 가만있지 못할 겁니다. 내버려두면 자신이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아···!. 그럼 박연하 전무의 히스테릭한 행동을 이슈화할 생각이신 건가요? 언론을 통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흔들어봐야죠. 단순한 재벌 2세가 아니라 장남의 첫째 딸입니다. 완전히 성골이죠. 이슈가 된다고 해도 쉽게 인정하려고 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요?”

“딱히 술수를 부릴 필요가 없을 걸요? 그냥 물 흘러가 듯이 내버려두면 와룡그룹 측에서는 어떻게든 은폐하려고 들 테고 그런 조직적 은폐행위가 있을 때마다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을 밝혀내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될 겁니다.”

“처음부터 죄송하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다고 사과하지 않고 발뺌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바로 죄송하다고 말하면 재벌 2세가 아니죠. 박연하 전무의 성격을 보면 협박이든 뭐든 해서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하려고 애쓸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올가미에 묶인 듯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는 거죠.”

갑자기 아이디어가 무궁무진 샘 솟는다.

게다가 내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김학수 부장이 있다. 그의 능력은 시연이나 고현호 이사를 이미지 메이킹 하는 모습에서 충분히 확인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지만, 김학수 부장이라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럼 피해자들에게 연락해서 박연하 전무의 갑질에 대해 증언해달라고 요청할까요?”

“아니요. 이미 지나간 일로는 크게 이슈가 되기 어려워요. 그들은 나중을 위한 비장의 무기로 남겨두죠. 지금 박연하 전무가 포에버마트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뭡니까?”

“월드 베리어스 클럽(World Various Club)을 롤모델로 삼은 것 같습니다. 상권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을 중심으로 몇몇 명품 아울렛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아울렛 매장을 점검하는 건 중요 업무 중 하나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죠. 박연하 전무의 성격이라면 명품 아울렛 매장에서도 분명 진상을 부릴 겁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필요합니다.”

“어떻게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섭외해 명품 매장에서 대기하도록 해야죠. 성격이 신경질적인 사람의 특징이 보통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재벌 2세는 더욱 그렇죠. 그 성격이 어딜 가는 건 아니니 분명 좋은 영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동영상을 ‘갑질 끝판왕, 모 기업 재벌 2세의 만행’ 정도의 제목으로 올린다면 효과는 엄청날 겁니다.”

“결국 영상 확보가 관건이군요.”

“그렇죠.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그녀 같은 성격이면 시도 때도 없이 히스테리를 부릴 테니까요. 기다리면 분명히 기회는 옵니다.”

============================ 작품 후기 ============================

무슨 사건을 패러디하는 건지 느낌 오시죠?

뭘 어떻게 진행할까 고민을 해봤는데 역시 땅콩사건만한 게 없더라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