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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68화 (268/424)

00268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대중들은 더 분노한다? 기발한대요. 확실히 대중들의 시선이 생각보다 편협한 경우가 많죠.”

“그렇지. 원래 남의 배에 박힌 칼보다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니까.”

나는 팀 회의를 통해 정리한 내용을 고현호 이사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김학수 부장의 도움도 필요할 것 같아 저녁에 함께 자리를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네에? 남의 배에 박힌 칼요? 그게 원래 그런 말이던가요? 표현이 좀 과격하네요. 체통을 지키세요. 이사님. 하하하.”

“체통이 뭐 밥 먹여주나? 그래도 귀에는 쏙 들어오잖아. 그런데 김 부장. 전문가적 입장에서 봤을 때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보여?”

“네.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할 겁니다. 다만···.”

“다만?”

“다만 그 폭발력이 어느 정도가 될진 저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불난 집에 부채질은 할 수 있어도 대중들의 분노를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확실한 건 해볼만 하다는 겁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지난번 시연씨 인터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 정도면 확실히 포에버마트가 흔들릴 수도 있겠는걸. 그럼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김 부장과 마 팀장에게 일임할 테니까 멋지게 그림 한 번 만들어 봐.”

김학수 부장의 긍정적인 답변에 고현호 이사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도 나만큼이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냥 가능성만 있을 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잠깐 흔들리다가 말 수도 있다. 와룡그룹의 막강함이라면 흔들리는 포에버마트를 충분히 지키고 남을 수 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두 가지 문제? 그게 뭔데 마 팀장.”

“첫째 단지 포에버마트를 흔드는 선에서 끝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언론을 잘 이용하면 대중들의 분노는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포에버마트만 흔들려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뒤에는 다른 곳도 아닌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인 와룡그룹이 버티고 있습니다. 아무리 대중들의 분노가 쏠린다고 해도 그 분위기는 길어야 한두 달입니다. 그 정도 기간을 와룡그룹이 못 버틸 리가 없습니다.”

“흐음···. 그건 그렇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포에버마트 말고 처음부터 와룡그룹을 흔드는 겁니다.”

“와룡그룹을 흔든다고? 그게 쉽나?”

“이번에 제가 타깃으로 잡은 사람이 박연하 전무입니다. 와룡그룹 회장의 첫째 손녀죠. 손자가 아니라고 해도 상징적인 의미는 충분합니다. 만약에 박연하 전무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모습, 쉽게 그냥 갑질이라고 하겠습니다. 갑질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와룡그룹은 어떤 대응을 할 것 같습니까?”

“당연히 감추려고 하겠지. 피해자들에게 협박이나 회유를 시도하는 건 당연하겠고.”

“그렇죠. 그게 단지 포에버마트 역량으로 될까요?”

“아마 그룹 차원에서 나갈 거야. 각 그룹마다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으니까. 우리 동지그룹 비서실의 경우는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건이 터졌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각종 대비책들이 마련되어 있어.”

비서실이나 홍보팀 같은 곳에서 적절한 대처를 할 거라고 생각했지 따로 전담팀까지 따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역시 재벌들 마인드는 나 같은 평범한 인간이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역시 그렇죠. 그러니 그걸 역이용해야 합니다. 이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분명 협박과 회유가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는 그 사실을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리면서 분노의 화살이 포에버마트가 아닌 와룡그룹으로 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불매운동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그 대상을 포에버마트로 국한시키는 게 아니라 와룡그룹 전체로 확대되게 만드는 거죠. 와룡그룹이 먼저 포에버마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끔 말이죠.”

“어때 김 부장? 가능할까?”

“무조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 팀장 말처럼 포에버마트만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와룡그룹의 저력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으니까요.”

“그래. 쉽지 않겠지만 김 부장이 잘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이야기해. 뭐든 도울 테니까요.”

“이사님이 하실 일도 있습니다.”

“내가? 아! 문제점이 두 가지가 있다고 했지. 하나는 뭔데?”

“어떻게 김 부장님과 제가 고생고생해서 포에버마트뿐만 아니라 와룡그룹까지 흔드는 데 성공했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와룡그룹이 포에버마트를 우리 동지그룹에 팔려고 할까요?”

“만약 이번 일에 우리가 개입된 게 알려지면 당연히 안 팔려고 하겠지. 나는 그럼 비밀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건가?”

그동안 고현호 이사 때문에 고생한 게 얼만데, 그런 단순한 일을 내가 그에게 맡길 리가 없다.

“에이. 그런 일은 제가 해도 됩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3-마트와 엘마트도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3-마트가 포에버마트를 인수하면 우리나라 대형 할인 마트 시장을 완벽하게 석권하게 됩니다. 그리고 엘마트가 인수하면 단숨에 3-마트를 뛰어넘어 우리나라 대형 할인 마트 1위 업체가 될 수 있습니다. 대박마트도 못 먹어보는 감 찔러보자는 심정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고요. 저랑 김 부장님이 와룡그룹을 흔드는 동안 이사님은 포에버마트를 인수할 수 있는 완벽한 준비를 하셔야죠. 절대 다른 그룹으로 안 넘.어.가.도.록. 말입니다.”

“끄응···. 요즘 두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좀 놀려고 했더니, 진짜 골치 아픈 일을 떠넘기네.”

“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됩니다.”

“됐거든. 대신 저도 일 안 하렵니다. 이러고 협박할 거잖아.”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어디까지나 이사님 좋자고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 동지그룹 짱 먹으려고 이러고 있는 건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 하하하. 내가 그동안 너무 두 사람에게만 일을 맡겨서 게을러진 것 같아. 나도 다시 움직여 봐야지. 와룡그룹이라···. 어떻게 접근해야 잘 접근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일단은 기본적인 역공작은 당연히 펼쳐야겠지. 와룡그룹 자존심상 웬만하면 3-마트에 포에버마트를 팔려고 하지는 않을 거니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공작을 엘마트가 벌인 일이라고 꾸미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겠는데.”

“오!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요.”

요즘 들어 자꾸 농땡이를 피우려고 해서 그렇지, 가끔은 내가 놀랄 정도로 잔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 고현호 이사다.

“그래? 그럼 어쩌지. 믿을만한 사람을 공작원으로 투입해서 엘마트에서 꾸민 것처럼 만들까? 아니면 처음부터 엉터리 공작원에게 엘마트에서 지시한 것으로 알게끔 만들어 투입할까?”

“공작원요? 첩보영화 찍으십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마 팀장 네가 그랬잖아. 사람들 투입해서 동영상 확보할 거라고. 그런 사람 중에 가짜를 투입하는 거지.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포에버마트에서 눈치챌 수 있도록. 늦게서야 수상하다고 잡아서 조사했는데 알고 보니 엘마트 짓이야. 그럼 와룡그룹은 절대 그쪽에다가는 포에버마트를 안 팔려고 할 것 아니야.”

“아···. 그런 방법이 있겠군요. 그럼 두 번째 방법이 나을 것 같습니다. 독에 받친 와룡그룹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 우리에 대해서 눈곱만큼도 모르는 사람이 좋겠죠.”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럼 나는 그쪽으로 한 번 알아볼게. 김 부장이랑 마 팀장은 와룡그룹을 제대로 흔들어줘. 정말 이번 일만 성공하면 동지마트는 그야말로 순풍을 만난 돛단배처럼 쭉쭉 치고 나갈 수 있을 거야. 잘 부탁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렇게 되면 D&Y 피트니스 클럽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우리가 가져올 명분을 만들 수도 있다. 그때 월드 베리어스 클럽(World Various Club)과 합작을 이끌어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 고현호 이사는 고정호 전무나 고평호 상무보다 후계자 경쟁에서 한 발 이상 앞서나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번 일은 동지그룹 후계자 경쟁 구도에 지각 변동을 몰고 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현호 이사는 기대가 큰지 김학수 부장과 내 손을 잡고 뜨거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남자끼리 이런다는 게 좀 오그라들긴 했지만, 신뢰가 가득 담긴 그의 눈빛이 싫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신뢰로 나를 밀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내 과거 직장 생활을 생각해보면 크나큰 복이다.

***

Rrrr

“네. 마동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마동수 선배님. 저는 오소연이라고 합니다.”

“아···. 네. 죄송하지만 처음 듣는 이름인데 누구시죠?”

고현호 이사와 김학수 부장과 간단한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그러실 겁니다. 예전에 아주 잠깐 만난 적이 있으니까요. 저는 선배님보다 2년 후배인 서강대 경영학과 01학번입니다.”

“그래요? 우리 섹션이 아니었나 봐요?”

우리학교 경영학과는 매년 16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 많은 학생을 선·후배로 묶기 힘들어서 A, B, C, D 이렇게 네 가지 섹션으로 인원을 나눈다. 그래서 같은 섹션이 아니면 서로 얼굴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군대를 예를 들면 같은 대대이지만 중대가 다르면 서로 아저씨 취급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인문학부의 경우는 매, 난, 국, 죽 이렇게 네 가지 이름의 고유 섹션이 있다. 그러나 그 외의 학부는 우리처럼 알파벳으로 섹션을 구분한다.

“네. 저는 C 섹션이었어요. 선배님.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마케팅 수업에서 같은 조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오소연이라고 하셨죠? 오소연이라. 오소연···. 아! 마케팅의 활용 수업을 들을 때 우리 조?”

“다행히 기억해주시네요. 그때는 선배님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때 전 복학하고 얼마 안 되어서 한참 어리버리 할 때라 오히려 소연씨가 고생을 많이 했죠.”

“그냥 소연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때는 그렇게 부르셨는데요.”

그때는 섹션이 달라도 후배면 일단 말은 놓았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런 게 쉽지 않아졌다.

“하하하. 그럴 수야 없죠. 소연씨가 저보다 사회는 먼저 나갔을 텐데요. 어떻게 보면 사회 선배 아닙니까. 그런데 무슨 일로 제게 전화를 주신 겁니까?”

군대 2년에 어학연수 1년을 다녀왔으니 그녀가 나보다 일찍 사회경험을 시작했을 거다.

사실 그건 핑계고, 확실히 사회의 때가 탔는지 안면만 있는 여자후배에게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반갑게만 받을 수는 없어서 조심하는 거였다.

“편안하게 말씀하셔도 좋을 텐데. 혹시 보험 팔아달라고 전화한 건 아닌지 걱정하시는 거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지금 네트워크 브래인이라는 회사에서 과장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브래인요?”

“네. 이름이 아리송송하죠? 쉽게 말해 헤드헌팅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 작품 후기 ============================

이제 주인공은 헤드헌팅회사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큼 꽤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땅콩리턴과 갑질모녀 이야기를 말씀하셨는데, 두 가지를 적당히 버무릴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대형할인마트를 리턴 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될 수 있으면 설득력있게 써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선추코 부탁드립니다.

가시는 길에 남는 쿠폰 한 장 던져 주셔도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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