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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279화 (279/424)

00279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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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하 전무는 불쾌한 마음을 억누르고 지하에 마련해둔 그녀의 사무실에 돌아왔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심하게 히스테리를 부린 것 같아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녀의 행동이 도가 지나치다는 항의는 예전부터 있었다. 그동안은 회사 내부에서 있었던 일이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설사 문제가 됐다고 해도, 회장의 친족이라는 신분으로 그런 불만을 억누를 수가 있었다.

하지만 포에버마트는 달랐다. 포에버마트는 직원들이 일하는 직장인 동시에 고객들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오픈된 장소이기도 했다. 예전처럼 자기 내키는 대로 화를 낸다고 쉽게 무마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심 없이 성질을 부렸고 그 모습을 본 고객들의 항의가 와룡그룹 수뇌부의 귀에까지 들어간 게 문제였다.

와룡그룹 오너의 친족들이 예기치 못한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그런 일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리스크 전담팀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 덕분에 그녀의 행동이 언론에까지 입방아에 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박연하 전무의 아버지는 이번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지금 와룡그룹은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 딸의 개념 없는 행동이 그의 행보에 막대한 차질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호되게 그녀를 나무랐다.

아무리 안하무인의 성격인 그녀라고 해도 ‘그따위로 행동할 거면 그룹 일에서 손을 떼!’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최근 들어 그녀답지 않게 상당히 조심하고 있었다. 오늘처럼 어이없는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똑똑똑!

“누구야!”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사무실에 돌아온 박연하 전무는 원래의 까칠한 모습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그녀에게 직원들은 그냥 마구 부려도 되는 머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전무님. 접니다.”

“들어와.”

들어오라는 소리에 문이 열렸고, 그녀를 따라다니던 여자 수행원이 조심스럽게 블라우스를 내밀었다.

“여기 급한 대로 지금 입으신 블라우스와 가장 비슷한 제품으로 가져왔습니다.”

“이게 어떻게 내가 입던 것이랑 비슷해. 딱 봐도 질이 확 떨어지잖아.”

“죄··· 죄송합니다. 전무님. 지금 여기서 전무님이 입고 계신 것과 같은 제품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아웃렛 매장에서 가장 좋은 제품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래도 명품이니···.”

“언제부터 아웃렛 매장 제품이 명품으로 불렸어!”

“네?”

“하여간 너도 참 보는 눈이 없다. 내가 너 같은 걸 데리고 다니니까 오늘 같은 수모를 당하는 거야. 아웃렛 매장이 왜 아웃렛 매장이야. 명품회사에서 팔다가 안 팔린 제품을 파는 곳이 아웃렛이야.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싸구려 제품에 명품마크를 달아서 싸게 파는 곳이던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 죄··· 죄송합니다. 전무님. 그런 것도 모르고 전무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당장 근처 백화점에 가서 전무님 품격에 어울리는 제품을 가져오겠습니다.”

여자 수행원은 박연하 전무가 그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고개를 조아리며 조용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동안 박연하 전무를 상대해온 그녀만의 노하우였다.

아프게 말을 해도 참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최소한 더 이상의 인격모독은 하지 않았다.

“됐어! 어느 시간에. 지금도 이미 늦었어. 오늘 일정 바빠. 여기는 일단 그거라도 입고 점검할 테니까 여기 일 마무리 되는 동안 내가 입던 것과 똑같은 걸로 구해놔.”

“알겠습니다. 전무님.”

“그리고 그 자식. 이리로 데려오라고 해.”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한 거지 천성기의 행동을 용서한 건 아니었다. 박연하 전무는 자신을 모욕한 그를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이미 뜯어져 볼품없는 블라우스를 벋고 새로운 블라우스로 갈아입는 동안 여자 수행원은 함께 다니던 남자 수행원을 데리고 박연하 전무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

“죄송합니다. 전무님. 보는 눈이 많아서 그 남자를 이리로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뭐? 데려올 수 없었던 게 아니고 그냥 보낸 거겠지.”

“죄송합니다.”

남자 수행원은 죄송하다는 말은 했지만, 여자 수행원과 달리 행동이 당당했다.

“정말 죄송해?”

“네. 죄송합니다.”

“네가 하는 일이 뭐야? 말이 수행원이지 내 보디가드 아니야? 그런데 내가 그 거지 같은 자식에게 그런 수모를 당하는 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어! 그런 실수를 해놓고 뭘 잘했다고 그렇게 당당한거야? 응!”

“입이 열 개라도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전무님이 저보다 앞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오늘과 같은 사고가 나는 겁니다.”

“뭣이? 아까는 그 거지 같은 자식이 나를 무시하더니 이제는 너마저 나를 무시하는구나. 그러니까 결국 이번 사고는 네가 아니라 내 잘못이다? 넌 아무런 잘못도 없고?”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로만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 당장 가서 그 자식 잡아와”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습니다.”

박연하 전무가 얼굴까지 붉혀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남자 수행원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왜? 그냥 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생각은 하지 말고. 생각은 내가 할 테니까.”

“대체 그 남자를 잡아와서 무슨 말씀을 하려고 그러십니까?”

“뭐가 어째?”

“전무님도 이미 보셨지 않습니까? 그 남자가 일부러 전무님에게 해코지한 게 아니라 단순한 사고였습니다. 물론 그가 예의 없이 행동한 건 맞지만, 이미 보는 눈이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강제로 끌고 왔다 가는 전무님뿐만 아니라 부회장님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흥! 결국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사람이라 이거지? 재수 없는 자식.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할 수 있나 두고 보자고.”

남자 수행원의 가장 우선 역할은 박연하 전무를 보호하는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는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그녀를 통제하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가 일부러 고용한 사람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그를 해고하고 싶지만, 아버지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전무님. 다음 스캐줄은 어떻게···.”

“다음 스캐줄이 뭔데?”

박연하 전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여자 수행원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그녀는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수행해야 할 일을 보고하지 않는다면 그 화가 여자 수행원 자신에게 모두 몰릴 수 있었다. 그래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오늘 일정에 대해 보고를 시작했다.

“최근 들어 포에버키친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항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그곳에 들러 음식 점검을 하실 예정이었습니다.”

포에버키친은 포에버마트가 운영하는 페밀리 레스토랑이다. 맛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 덕분에 그럭저럭 괜찮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 쯧. 왜 하필이면 그런 싸구려 음식을 파는 곳이 오늘 첫 일정이야. 내가 꼭 그런 음식까지 먹어봐야 하는 거야?”

“불편하실 것 같으면 일정 조정을 하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대신 먹어볼 수도···.”

“아니야. 됐어. 널 어떻게 믿고. 네 안목이 싸구련데 입이라고 해서 별다를 게 있겠어. 귀찮아도 내가 직접하는 게 낫지. 어이! 잘나신 보디가드 양반. 그쪽이 앞장서시죠.”

오늘 일정이 못마땅했지만 그렇다고 미룰 수는 없었다. 말투에 많은 문제가 있어도 그동안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게 바로 그녀의 이런 행동력 덕분이었다.

박연하 전무가 다시 1층으로 올라오자 매장 분위기는 차가운 얼음 바닥처럼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조금 전의 헤프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그녀를 보며 웃음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그녀는 이곳 직원들에게 무서운 존재였다.

천천히 포에버키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직원들은 오늘은 무슨 꼬투리를 잡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재빨리 복장점검을 하느라 호들갑을 떨었다.

“하여간 한심한 것들. 도무지 나아 지지가 않아.”

그 모습에 박연하 전무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어수선하게 행동하는 그네들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천성기 때문에 오늘 일정이 너무 꼬여서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날카로운 눈으로 직원들을 쏘아보며 주눅이 들게 만드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래도 전무님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러면 뭐해. 아직도 저렇게 어수선한데.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저렇게 학습효과가 없어서야 가르치는 보람이 없잖아. 그런데 그동안 멀쩡하던 포에버키친이 왜 갑자기 문제가 되고 거야?”

“그게 최근 이곳 레스토랑 수석 주방장이 바뀌었는데, 그때부터 조금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불만사항이 자주 접수되고 있고요. 아무래도 지금 주방장의 음식이 소비자들과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포에버키친 분당점의 원래 수석 주방장은 꽤 실력 있는 사람이었다. 유명 호텔에서 일하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런 주방장은 아니었지만, 저렴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는 상당히 일가견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포에버키친과 같은 페밀리 레스토랑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박연하 전무가 그런 주방장을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스카우트해와서 수석 주방장에 앉힌 것이 문제였다.

그녀의 의도는 명품 아웃렛 매장이 들어선 만큼 포에버키친 분당점이라도 그에 어울리는, 좀 더 고급스러운 요리를 취급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포에버치킨은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목표로 했던 곳이다. 당연히 가격 인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2 ~ 3,000원 정도 가격을 올려서는 고급 요리는 꿈도 꾸지 못한다.

더군다나 새로 데려온 주방장은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 능숙할 뿐 저렴한 재료를 활용하는 일에는 서툴렀다. 그러니 가격은 올랐는데 맛은 없어졌다는 평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 수행원은 그 사실에 대해 꼬집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용기가 없어 일부러 에둘러 설명했다.

“요리가 소비자들의 입맛에 안 맞는다? 쯧쯧. 내가 힘들게 실력 있는 쉐프를 데려오면 뭐해. 멍청한 소비자들이 맛도 제대로 모르고 오히려 맛이 없다고 아우성치는데. 그럼 뭐 어쩌라는 거야. 저렴한 입맛에 맞춰서 저렴한 음식을 내놓으면 되는 건가?”

“그···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무님.”

“알아! 그냥 혼잣말이었어. 나도 네게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야. 맛이 얼마나 이상한지 어서 가기나 해보자고.”

박현아 전무는 여자 수행원에게 상처 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포에버키친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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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최근 글이 좀 재미없죠? ㅠㅜ

글이 재미없다는 건 확연하게 줄어든 쿠폰수만 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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