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4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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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쯧. 쓸모없는 것 같으니라고.”
박호일 부회장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딸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차가운 그의 말에 박연하 전무의 고개는 더욱 아래로 박혔다.
그녀의 아버지는 항상 그렇게 엄격하고 냉정했다. 잘했다는 칭찬은 들어본 적이 없고 항상 꾸중만 하곤 했다. 그런 엄격한 아버지의 눈에 들려고 한때는 열심히 노력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는 그녀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칭찬 한마디 없이···.
박연하 전무에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상처였고, 어느 날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녀가 어긋나기 시작했던 건 그때부터였다. 어차피 칭찬받지 못할 거 아버지의 눈 밖에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함부로 행동했다.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하며, 자신이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게 얼마나 행운인지도 깨달았다.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심지어 노예취급을 해도 감히 그녀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손만 까닥이면 로봇처럼 자동으로 고개를 숙이며 지시에 따를 뿐이었다.
가끔은 돌연변이처럼 박연하 전무의 지시에 반항하는 사람도 나오긴 했다. 그렇지만 제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그시 밟아주면 결국에는 고개를 숙이고 복종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아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족속들이었다.
박연하 전무 뒤에는 리스크 전담팀이 버티고 있어 사고를 쳐도 쉽게 수습이 되었다. 덕분에 그녀는 더욱 기세등등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 사건은 생각보다 커져 버렸다. 마음을 진정하고 돌이켜 보니 자신의 행동이 평소보다 과하긴 했다. 그래도 리스크 전담팀이라면 충분히 수습할 줄 알았다. 그들도 그녀에게 후속조치는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보고했다.
그런 보고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행동이 갑작스레 기사회 돼 박연하 전무 자신도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죄송합니다.”
쾅쾅!!
“이게 죄송하다고 될 일이야? 내가 그렇게 네게 강조를 했지. 항상 행동 조심하라고. 그런데 대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어?”
박연하 전무가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박호일 부회장은 들고 있는 신문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그녀를 질책했다.
능력은 있었지만, 성격이 문제였다. 진정한 맹수는 발톱을 숨길 줄 알아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를 했건만 결국은 이런 식으로 실망을 안겼다. 그동안 딸이라고 너무 오냐오냐 키운 게 그의 실수였다.
아직도 정정한 아버지 밑에서 수족처럼 행동 한지가 30여 년이다. 힘들게 그룹의 부회장 자리에 올랐고, 그룹 총수가 눈앞이었다. 그런데 멍청한 딸년의 행동에 30년 공든 탑이 무너지게 생겼다.
“하찮은 것들이 자꾸 기어올라서 욱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그러게 내가 항상 강조했잖아. 하찮은 것들을 직접 상대해봐야 손이나 더러워진다고. 그런 것들은 혼내고 싶으면 다른 사람 손을 이용했어야지 어떻게 자기감정도 제대로 컨트롤 못해! 멍청한 것. 이봐 백 팀장.”
박호일 부회장은 박연하 전무를 질책하다 말고 곁에 조용히 서 있던 백기준 팀장을 불렀다. 딸이 마음이 안 들었지만, 수습이 먼저였다. 마음 같아서는 교도소에 처박아두고 콩밥이라도 먹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박연하 전무의 실책은 곧 박호일 부회장의 실책과 마찬가지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그가 입을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네. 부회장님.”
“대체 이번 일 처리가 왜 이 모양이야? 지금까지 리스크 전담팀이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잖아.”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는 중입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 입단속은 확실하게 했고, 고객들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전무님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곳에 옮겨 기사화될 경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경고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화자일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게 사람이야. 확실하게 처리한 거 맞아?”
“불만을 토로하던 몇몇 사람들에게는 미행까지 붙여뒀습니다. 그런데도 별다른 징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리스크 전담팀의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 미행 및 감시도 개의치 않았다. 심각한 인권침해지만 당사자가 그 사실을 안다고 해도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이상 뭐라고 따지기도 어려웠다.
“흠···. 하지만 결국은 세어나갔어. 리스크 전담팀이 실패했다는 거지. 그게 영 마음에 걸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리스크 전담팀뿐만 아니라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까지 총동원해 정보가 빠져나간 곳을 찾고 있습니다. 곧 성과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확실히 통제한 것 맞아? 빠져나간 사람은 없었어?”
“네. 부회장님. 전무님에게 쫓겨난 영목이가 곧장 경비 요원을 대동해 입구를 통제했습니다.”
백기준 팀장은 진영목이 박연하 전무에게 쫓겨난 후 옥수역에서 도착해서야 마음을 고쳐먹고 보고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여순희는 운 좋게도 그 사이에 무사히 빠져나갔지만, 백기준은 레스토랑에서 누군가가 빠져나갔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대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가 나갔다는 건 분명 어딘가 구멍이 있다는 의미겠지. 아무리 밀착해서 따라다닌다고 해도 집안까지 들어가서 감시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통제란 있을 수 없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대비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누군가의 제보를 받아서 기사가 나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거짓이 됩니다. 진실도 다수결로 덮을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명예훼손이든 뭐든 알아서 세기일보를 압박하는 것도 잊지 말고. 감히 신문사 따위가 와룡그룹에 반기를 들다니. 그냥 내버려두면 개나 소나 우리 와룡그룹을 만만하게 보고 물어뜯으려고 덤빌 거야. 그러니 확실하게 밟아놔.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른 언론사들도 다시는 와룡그룹에 기어오를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본보기를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설마 그 상황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둔 사람은 없겠지? 얼핏 들으니 박연하 동영상 어쩌고 하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어.”
박호일 부회장은 백기준 팀장뿐만 아니라 다른 곳을 통해서도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백기준 팀장에게 거리낌 없이 밝혔다. 박호일 부회장이 누군가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을뿐더러, 무능력하면 언제든 쫓아내 버리겠다는 압박이기도 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나 해서 그날 포에버키친 분당점에 있었던 고객들의 소지품을 모두 검사했습니다.”
“반발은 없었고?”
“워낙 공포분위기라서 그런지 다들 순수히 협조했습니다. 곁에서 매니저가 그런 굴욕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다른 생각을 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흠···. 겉으로는 협조를 했어도, 속으로는 자존심 상해하는 인간들이 나왔겠군. 그렇다면 원한을 가지고 세기일보에 제보할만했겠어.”
“죄송합니다. 시간이 급박해서 일 처리에 좀 무리가 따랐습니다.”
박연하 전무가 레스토랑에서 저지른 짓은 관점에 따라서는 와룡그룹 초유의 사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무리하게 일 처리를 했다. 증거가 없다면 어떻게든 법과 언론을 그들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었다.
“뭐라고 나무라는 건 아니야. 저것이 워낙에 멍청한 짓을 벌였어야지. 첫딸이라고 내가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너는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당분간 와룡그룹 일에서 손 떼. 알겠어?”
“하지만 아버지!”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 난 너 같은 딸 둔 적 없다. 제 아버지 충고도 듣지 않는 게 무슨 딸이라고.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자숙하고 있어. 때가 되면 다시 부를 테니까.”
“네. 죄송해요.”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음에도 박호일 부회장은 언론이 조용해지면 다시 부르겠노라 약속했다. 지금 당장은 언론에서 난리법석을 떨고 있지만, 와룡그룹의 역량이라면 금방 진화할 거라는 굳은 믿음 덕분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한국의 3대 일간지 중 한 곳인 도하일보는 세기일보의 기사가 거짓이라는 반복 기사가 올라왔다.
< 포에버키친 사태는 침소봉대. 박연하 전무는 황색 저널리즘의 희생자.
매년 사회 약자를 위해 수십억 원의 거금을 내놓는 모범적인 기업인 와룡그룹. 돈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곳이 지금 찌라시 수준의 저급한 신문사에 의해 난도질 되고 있다.
내가 아는 박연하 전무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부자가 이럴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겸손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리더였다. 그런 그녀가 인권유린이라는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기사에 솔직히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나 싶어 당시 그 레스토랑에 있었던 직원과 방문 고객을 어렵게 찾아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얼마나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박연하 전무는 평소에는 인간미가 넘치지만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 똑 부러지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포에버키친 분당점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상대의 자존심을 생각해 조용히 불러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었던 매니저는 그런 박연하 전무의 행동을 월권행위로 받아들인 것 같다. 몇 년 동안 열심히 레스토랑을 관리해왔는데 책상물림인 그녀가 뭘 알겠느냐며 반발한 것이다.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히고 주먹까지 들썩이는 모습에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수행원이 그를 제지했고, 결국은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이게 본 기자가 사건 당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다른 직원과 고객으로부터 들은 증언 내용이다. 어떤 인격적 모독도 없었고, 몸싸움 과정에서 음식이 엎어진 것을 모 신문사가 강제로 무릎을 꿇리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였다고 거짓 기사를 낸 것이다.
당사자로부터 사실 확인만 했어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일을, 최소한의 저널리즘도 망각한 채 자극적인 기사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 후략 ········· >
- 입금 완료. 명불허전 도하일보. 와룡그룹 뒤까지 핥아줄 기세. ㅋㅋㅋ
- 제목을 보는 순간 도하일보라는 걸 깨달음. 역시 도하일보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음.
- ㅋㅋㅋㅋㅋ 박연하가 예의 바르고 겸손? 직원들 개 취급 하는 건 지나가는 똥개도 아는 사실이다.
ㄴ 왜 멀쩡한 개를 욕보이십니까. 개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슬퍼할까요?
ㄴ ㅋㅋ 뭔가 개소린데 이상하게 웃김.
-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손바닥으로 하늘도 가리는 인간들이니. 걱정되는 건 매니저와 여직원이다. 제발 아무런 피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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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도하일보에서 나온 기사를 보자 어이없는 헛웃음만 나왔다. 어떻게 이리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생각한 그대로 행동하는지, 그들의 단순한 행동이 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런 일에 관여할 정도면 와룡그룹에서 엘리트급 직원들일 텐데 영 창조성이 부족한데요?”
“워낙 급하니 정석을 따르는 수밖에요. 원래라면 가장 좋은 방법이죠.”
나의 말에 김학수 부장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준비하신 시나리오대로 쭉 진행하실 거죠?”
“아닙니다. 세기일보에서 알아서 2탄을 준비했답니다. 피해자인 이문수 매니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미 와룡그룹으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받았고 그 내용을 기사로 낸다고 하니 우리는 하루 정도 지켜보도록 합시다. 아마 준비한 시나리오는 그 다음 날 터트리면 더욱 극적일 겁니다. 매니저 증언에 반박기사를 준비하던 와룡그룹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이 되겠죠.”
“하하하. 김 부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갈수록 사악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마 팀장에게 한 수 배워서 그렇겠죠. 예전에는 사악하다는 의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거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작품 후기 ============================
실제 사건과 댓글을 참고하다 보니 실수로 실명을 거론해버렸습니다. 늦게 발견하고 수정했습니다. 혼돈을 드려 죄송합니다. ㅠㅜ
설마 고소가 들어오고 그러진 않겠죠? 갑자기 겁이 ㅠㅜ
내일은 합천 마라톤대회가 있는데 할머니 장례식 때문에 하나도 준비를 못해서 걱정입니다. 괜히 20km를 신청했나 후회도 되고요. 아직 30대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는 데 과연. ㅠㅜ
꼭 살아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