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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02화 (30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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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동지마트가 포에버마트를 인수했다고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었다.

이런 표현이 웃기지만, 포에버마트는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은 대역 죄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100번 잘하다가도 1번 잘못하면 그대로 삐끗하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언론 플레이야 우리나라 미디어 마케팅 일인자인 김학수 부장이 있으니 아무런 걱정이 되지 않았다.

포에버마트 인수소식이 알려지자 김학수 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제대로 대형할인마트 위용을 갖춘 동지마트의 리더 고현호 이사는 국민들의 지지와 칭송을 받으며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대중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으며 대기업 계열사 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은 아마 고현호 사장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걸 보면 김학수 부장의 노련한 여론 컨트롤은 이제 신의 경지에 오른 듯싶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땅콩 스캔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었다. 워낙 대국민적 관심을 받아보니 일거수일투족 모두가 기삿거리였고, 고현호 사장이 동지마트 이름으로 행하는 선행은 초고속으로 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시연이를 모델로 한 새로운 광고도 나갔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시연이가 나타나 여기저기 상처가 많은 커다란 돌거인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이 전부였다. 그리고 내레이션으로 ‘동지마트가 포에버마트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면서 광고는 끝난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광고였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처럼 포에버마트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친구처럼 따듯하게 안아주는 모습. 상처투성이가 된 포에버마트를 동반자로 생각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광고는 대중들에게도 큰 이슈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땅콩스캔들로 사기가 떨어진 포에버마트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건 나도 정말 생각지 못한 내용이었다. 서로 다른 두 회사가 합쳐지면 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쪽은 우월 의식이 있을 테고, 다른 한쪽은 열등감이나 열패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김학수 부장은 그 상황을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확하게 캐치해냈다. 그 광고를 보면서 나 또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듯 이미지 쇄신이 큰 효과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마음먹었다. 김학수 부장이 그렇게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내가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솔직히 처음엔 다른 두 마트처럼 동지마트도 과감하게 SSM사업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이미 포에버마트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 시연이와 데이트 도중 TV에서 동네 상권 침해로 생존을 위협받는 영세 상인들을 다뤘다. 마음이 고운 시연이는 당연히 그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지켜봤고, 잠시 후 나를 보며 동지마트도 3-마트나 엘마트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비난의 의도가 아니라 그냥 호기심에서 물어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혼자 괜히 양심에 찔려 솔직한 상황을 말하지 못했다.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을 돌린 후, 그때부터 나는 열심히 우리 동지마트와 동네 상권이 상생할 방안을 찾아 헤맸다. 그 성과가 바로 DJ마트 프로젝트였다.

누군가는 무모해 보인다고 반대를, 또 누군가는 해볼만 할 것 같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보면 프리데이나 파워프레스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이 DJ마트 프로젝트인 것만은 확실했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는 있겠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가장 중요한 건 고현호 사장의 의지였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SSM 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긴 안목으로 DJ마트 프로젝트를 시행하느냐.

사실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내가 아는 고현호 사장이라면 당연히 후자다. 이제 그에게 동지마트는 후계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었다. 그런 곳을 최고로 키우려면 다른 곳을 똑같이 따라해서는 곤란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고진성 회장이 동지마트를 살려내지 못한 것도 결국은 다른 마트를 따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DJ마트는, 어쩌면 3-마트와 엘마트를 누르고 동지마트가 우리나라 최고의 대형할인마트가 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될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동지마트에서 손을 떼고 D&Y 피트니스 클럽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DJ마트를 정비할 시간이 내게 그리 많이 주어진 건 아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다.

시연이 때문에 급하게 마련한 방안이라고 해도, 왠지 애정이 가는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크게 성공할수록 내게 돌아오는 이득도 커진다. 주가만 생각해도 엄청나다. 특히 이번 합병 성공은 내게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안겨줬다.

내가 고현호 사장의 조언으로 동지마트 주식을 샀을 때 한 주당 가격이 1,300원이었다. 용역비리 때문에 원래 가치보다 가격이 많이 내린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동지마트 주가는 반등을 시작했고, 여러 가지 정책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처음 내가 샀을 때보다 3배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포에버마트를 동지마트로 인수 합병한 지금은, 주당 가격이 30,000원 선을 돌파했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였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두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피합병되는 주식을 합병되는 주식으로 바꿔준다. 보통은 피합병되는 회사의 주식이 합병하는 회사의 주식보다 가격이 낮지만, 다윗이 골리앗을 먹은 형국이라 계산이 복잡해졌다.

복잡한 계산은 다 버리고 그냥 쉽게 설명하면, 원래 동지마트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그야 말로 대박을 맞았다.

나 같은 경우 약 50억 원을 들여 동지마트 주식을 샀다. 그런데 합병으로 인해 처음 샀을 때보다 주가가 20배 이상 올랐다. 당연히 주가가 오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주식을 샀지만, 연일 상한가를 찍고 있는 동지마트 주가를 보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 내 재산이 동지마트 주식만 계산해도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땅콩 스캔들 때문에 포에버마트 주가가 폭락해서 그렇지, 합병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우리가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10만 원 선 돌파도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거의 4,000억 원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대체 그 돈으로 뭘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얼마 전 3-마트 주당 가격이 20만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 동지마트가 3-마트를 넘어선다면, 그래서 동지마트 주당 가격이 25만 원을 돌파한다면, 내 재산은 꿈의 숫자인 1조 원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아직은 그냥 혼자 만의 망상일 뿐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은행 계좌에 찍힌 돈이 아니라서 그런지 1,000억 원이라는 돈이 아직 실감도 나지 않는다. 그냥 막연히 ‘아···. 내가 엄청 돈이 많아졌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돈이 많아 좋긴 한데, 그 돈으로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집도 있고, 차도 있다. 멋모르는 20대였다면 멋진 스포츠카라도 몇 대 샀겠지만, 그렇고 싶지도, 그럴 수도 없었다. 내가 모시고 있는 고현호 사장이 국산 중형차를 몰고 다니고 있는데 스포츠카는 무슨! 지금 가지고 있는 X5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내가 바람을 넣어서 차를 처분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고현호 사장은 요즘 들어 집요하게 X5를 팔아야 한다며 심술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기부천사 ‘윤시연 작가’의 남자친구라는 사회적 지위(?)도 스포츠카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내가 만든 이미지가 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 돈으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그래도 내 재산이 1,000억 원들 돌파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먹고 사는 게 걱정이 돼 가기 싫어도 억지를 회사에 다녔던 난데, 이제는 정말 어디 가서든 ‘나 부자요!’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벌었다.

이런 나 자신이 기특했다. 로또 당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열심히 일해 회사에서 인정받고, 당첨금을 10배로 불린 건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내 힘으로 이뤄낸 성과다.

어디 가서 돈 자랑은 할 수 없어도,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 수고했다며 어깨라도 한 번 툭툭 두드려주고 싶었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DJ마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만 했을 뿐,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건 아니다. 언론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고작 4명의 팀원으로는 제대로 된 상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김수현 팀장의 팀은 포에버마트를 동지마트에 완전히 흡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DJ마트 프로젝트를 담당할 새로운 부서를 신설 중이다. 세부내용이야 우리 팀이 만들면 그만이지만, 가장 시급한 게 상담직원의 선발이었다. 팀원들이 해야할 일은 따로 있는데, 그들에게 비효율적인 전화상담을 언제까지 맡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부랴부랴 공고를 내고 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까지 마치고 제대로 현장에 투입하려면 적어도 1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지속성이다. DJ마트 프로젝트를 한 달 후로 미룬다면,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관심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 번 기세를 탔을 때, 계속 관심을 이어가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시범 마트의 운영이다. 사람들은 지금 DJ마트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때 소수의 신청자를 받아 일명 ‘시범마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문제가 되던 1달의 공백을 멋진 홍보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떻습니까?”

나는 고현호 사장, 김학수 부장, 조기훈 차장, 김수현 팀장을 둘러보며 시범마트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실질적으로 동지마트를 움직이고 있는 진짜 수뇌부가 전부 모인 자리였다.

“하여간 저놈의 꼼수는 어떻게 없어지질 않아. 꼼수 화수분이 따로 없다니까.”

조기훈 차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잘했다고 말씀이죠? 그럼 그냥 잘했다고 하세요. 하하하.”

“한 가지만 더 추가하면 정말 완벽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뭔가 빠진 것 같아 아쉬웠는데, 괜찮은 방법이 있습니까? 부장님.”

“예전에 인기 있었던 TV 프로그램 중에 러브하우스라고 있습니다. 혹시 기억나십니까?”

“아···. 그럼 혹시 DJ마트를 러브하우스 비슷한 포맷으로 예능에 내보내자는 말씀입니까?”

김학수 부장이 러브하우스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의도가 뭔지 깨달았다. 역시 김학수 부장이었다.

최근 들어 계속 손발을 맞추다 보니 이젠 서로의 눈빛만 봐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 사이가 됐다.

“그렇죠. 일주일에 한 곳씩 선정해 해당 동네 슈퍼를 러브하우스처럼 새롭게 단장을 하는 겁니다.”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방송에 내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지상파에서 노골적인 업체 홍보는 안 되지 않습니까?”

조용히 듣고 있던 김수현 팀장이 DJ마트 TV 출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원래라면 그렇죠. 하지만 이번 DJ마트 프로젝트는 정부에서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동네 상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죠. 정부에서 TV 출현을 문제 삼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새로 단장하는 마트를 굳이 DJ마트라고 홍보할 필요가 뭐 있습니까? 누가 봐도 DJ마트인 걸요. 노골적인 홍보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만약에 지상파에서 방송을 반대한다면 케이블 TV를 이용하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케이블 TV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거긴 노골적인 광고도 어느 정도 인정해주니까요.”

“그런데 부장님. 시간이 좀 촉박한데, 바로 편성이 가능하겠습니까?”

“필요하다면 가능하게 해야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 동지그룹의 가장 우선 목표는 동지마트의 안정화입니다. 수조 원을 투입해 인수한 할인마트가 잘못되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필요하다면 그룹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오케이.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생각은 어때?”

김학수 부장의 설명을 들은 고현호 사장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상생과 힐링.

요즘 들어 화두가 되고 있는 두 단어. 그리고 그걸 이용한 TV 예능. 시청률로 큰 재미를 보든 말든 일단 화제성은 있어 보였다. 설사 인기가 없어 한 달 만에 종영한다고 해도 TV 광고보다는 훨씬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TV 프로그램과 광고는 그 파급효과 자체가 다르다. 기업들이 드라마나 예능 방송을 통해 간접 광고를 하려는 이유도, 정부에서 그런 간접 광고를 제재하려는 이유도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럼 두 사람 말처럼 진행하자. 김 부장은 DJ마트를 버라이어티 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 팀장은 시범 마트 선정에 박차를 가하도록. 그리고 다른 건의 사항은 없어?”

““없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모두들 수고했어.”

============================ 작품 후기 ============================

그러게요. 전화상담하면서 팀장님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는 하지 않겠죠? 제가 읽어보니 좀 오글 거렸어요. ㅋㅋ  주인공을 띄우려다 오버한 듯.

DJ 마트의 예능 진출..

러브하우스와 비슷한 포멧으로 진행할 생각인데, 이상하진 않죠?

어제 에피소드는 내일 계속 됩니다. 갑자기 TV 예능 출현을 제안하면 이상할 것 같아서 회의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참!!!!!

그리고 우리 주인공 드디어 1,000억 원대의 주식 부자가 됐습니다.

부러운 놈!!

조만간 고생문을 열어주겠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을 닫기 전에 선추코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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