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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10화 (310/424)

00310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와···. 부장님. 이건 너무 노골적인 기사 아닌가요?”

나는 믿음 신문사에 기재된 논설을 보며 온몸에 닭살이 돋는 걸 느꼈다. 이건 그냥 호의적인 기수 수준이 아니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다를 바 없다는 말처럼 지나치게 호의적인 오히려 대중들의 반발심을 불러올 수도 있다.

“좀 그렇죠?”

“네. 좀 많이 오버한 것 같은데요. 누가 보면 우리 사장님을 경배하는 기사라고 오해할 수 있을 만큼요.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믿음 신문사는 제 손이 닿지 않는 신문사입니다.”

“네? 그런데 무슨 이런 기사를 쓴답니까?”

믿음 신문사라고 하면 반 대기업 논조 성향이 강한 언론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 곳에서 고현호 사장에게 이 정도 호의를 가진 기사를 내보낸 걸 보고, 역시 김학수 부장이라고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마 팀장도 알다시피 그쪽 언론사가 사회 소외계층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영세 상인과 상생의 길을 택한 게 그들 눈에 좋게 보였나 봅니다.”

“휴···. 이거 이러다가 완전히 도덕적인 기업으로 낙인(?) 찍혀서 계속 착한 일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필요하면 해야겠죠. 그것 또한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일 테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재미있는 소식이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어떤 소식인데요?”

“사실 동네 슈퍼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서민이지 않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그렇겠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형 할인 마트를 이용하는 건 어렵다. 보통 그곳은 대량으로 물건을 사러 가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자동차는 거의 필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가 없거나, 대량으로 물건을 사 둘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그런 대형 할인 마트보다 동네 슈퍼를 애용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동지마트가 시행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영세 상인과의 상생 프로젝트에 진정성을 느꼈는지 앞으로 될 수 있으면 DJ마트를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조금 전에 들었는데, 우리 사장님이 정평 대상의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에? 정평 대상이요? 부장님, 그게 정말인가요? 혹시 다른 상 이름이랑 착각한 거 아니죠? 정말 정평연에 주는 그 상인 거죠?”

믿기지 않는 소식에 나는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정평 대상은 일명 정평연(정의로운 평등사회 연합)에서 주는, 한 해 동안 정의로운 평등사회 실현에 가장 크게 이바지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아주 권위 있는 상이다. 후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수상자를 살펴보면 모두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훌륭한 상의 후보에 그동안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회 운동가가 아닌 재벌가의 고현호 사장이 올랐다는 자체부터가 이미 센세이셔널한 일이다.

“네. 정평연에서 주는 정평 대상 맞습니다.”

“와···. 말도 안 돼.”

“하하하. 저도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마 팀장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입니다. 아마 이번 DJ마트 프로젝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대기업 횡포 때문에 영세 상인들이 많이 힘들어했으니까요.”

“아쉽네요.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우리 사장님보다, 부장님이 그 상에 더 어울리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가장 큰 수훈자가 부장님 아닙니까?”

“이런···. 사장님이 놀고먹고 있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가장 큰 수훈자는 제가 아니라 마 팀장이죠.”

“네? 제가 무슨···.”

“저야 항상 마 팀장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서포터만 했지 않습니까? 용역 비리 피해자 구제 건도,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도, 그리고 DJ프로젝트도 모두 마 팀장 머리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일등공신이죠. 정평 대상 후보에 오른 이유에 그 세 가지가 모두 포함되거든요.”

“그래도 부장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빛을 보진 못했잖아요. 그냥 우리 둘의 공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하하하.”

“하하하.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요?”

***

김준홍 조은신문 기자 (이하 김준홍) : 다윗이 골리앗을 삼키다. 동지마트가 포에버마트를 합병한 일은 이런 전설 속의 이야기와 비견될 만큼 엄청난 성과였다. 오늘은 바로 그 전설의 주인공 고현호 사장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많이 바쁘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어려운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

고현호 동지마트 사장 (이하 고현호) : 그리 바쁘진 않다. 솔직히 동지마트에서 내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김준홍 : 하는 일이 없다? 그럼 설마 일은 안 하고 부하 직원들만 부려 먹는다는 의미인가?

고현호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웃음) 나는 웬만하면 부하 직원들에게 믿고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기 때문에 막상 내가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냥 열심히 사인만 한다고 보면 된다.

김준홍 : 역시 고현호 사장답게,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도 남다른 것 같다. 늦었지만 합병 축하한다. 사실 열 배 이상 큰 회사를 합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고현호 :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다. 내가 동지마트를 맡은 이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고작 10개 지점밖에 없는 우리 회사가 다른 대형 할인 마트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때 마침 기회가 생겼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김준홍 : 지금이야 빠르게 안정을 찾아서 우려의 시선이 많이 사라졌지만, 처음 포에버마트를 인수할 때만 해도 논란이 꽤 있었던 걸로 안다. 특히 일명 땅콩 스캔들로 불리는 박연하 전무 사건은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불러왔다. 그 중심에 포에버마트가 있었는데, 단순히 기회가 생겼다고 덥석 인수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지 않았나. 정확한 금액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3조 원 이상은 들어갔을 거라는 평이 많다.

고현호 : 정확히 얼마가 들어갔는지 확인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간 건 사실이다. 그런 거액이 들어갔는데 안 부담스러웠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사업이 원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닌가? 때로는 모험을 해야할 때도 있다.

김준홍 : 그냥 무작정 모험을 했단 말인가?

고현호 : 그건 아니다. 성공할 자신이 있으니 덤벼든 거다. 아무런 비전이 없었다면, 포에버마트를 인수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김준홍 : 구체적으로 방안을 만들어두고 인수협상에 뛰어들었다는 의미인가? 예를 든다면 어떤 게 있었나?

고현호 : 지금 큰 호응을 얻고 있는 DJ마트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김준홍 : 그렇다면 인수를 예상하고 DJ마트 프로젝트를 구상해둔 건가?

고현호 : 아니다. 포에버마트 인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예전 동지마트는 지점이 고작 10개밖에 되지 않았다. 대형 할인 마트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규모였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게 DJ마트 프로젝트였다. 그게 성공만 한다면 다른 대형 할인 마트와 어느 정도 경쟁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김준홍 : 예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반응이 폭발적이다.

고현호 : 이정도까지는 생각 못 했다. 사실 포에버마트를 인수한 게 컸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서 동지마트 지점이 총 131개가 되었다.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많으니, 공급가를 낮출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낮춘 공급가를 DJ마트에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다.

김준홍 : 그동안 동네슈퍼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고현호 : 그걸 부당하다고 말하긴 쉽지 않다.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다. 상식적으로 물건을 100개 사는 사람과 1개 사는 사람을 똑같이 대우해달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만약 기자가 등산복 매장에서 100만 원어치 물건을 샀는데, 할인은커녕 등산 양말 하나 서비스로 주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은가?

김준홍 : 결제 취소하고 다른 매장에 갈 것 같다.

고현호 :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단순히 시장논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10개 매장밖에 없을 때는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그 서러움을 잘 안다.

김준홍 : 그게 바로 DJ마트 탄생 배경인가?

고현호 : 동네 슈퍼 하나하나일 때는 그냥 소수다. 그러나 그들이 모이면 다수가 되고, 그게 곧 힘이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함께 힘을 모으면 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DJ마트 프로젝트다.

김준홍 : 생각의 전환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고현호 사장이 책임자가 된 이후 동지마트의 행보는 상당히 친서민적이다. 일부러 의도한 건가?

고현호 : 의도한 거 맞다.

김준홍 : 조금 위험한 발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는 고현호 사장의 인기가 한순간에 꺾일 수도 있다.

고현호 : (웃음)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우리 동지마트는 앞으로도 계속 친서민적인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포퓰리즘을 의도한 건 아니다. 우리는 유통업체고 유통업체가 잘 되려면 소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결국, 소비자의 가계가 건강해야 유통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의 가계가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가 친서민적 정책을 펼치는 이유다.

김준홍 : 번 만큼 쓴다는 의미?

고현호 : 당연하다. 경제 활동의 3요소가 뭔가? 생산, 분배, 소비다. 그건 이미 중학교에서 배운다.

김준홍 :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가르친다. 우리 애가 초등학생인데 그걸 배우고 있더라.

고현호 : (웃음) 수정하겠다. 생산, 분배, 소비가 중요하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아는 상식이다. 생산과 분배를 아무리 해봐야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소비자가 건강해야 한다. 더불어 잘 살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가끔 그런 상식도 모르고 오직 눈앞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쥐어짜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

김준홍 : 노동자가 곧 소비자라는 의미로 한 발언인가?

고현호 : 그렇다. 노동자를 쥐어짜면 소비할 수 있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악순환이다. 그리고 우리 동지마트는 그런 악순환을 바로 잡고 선순환을 만드는 게 목표다.

김준홍 : 상식이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이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고현호 : 나는 장사꾼이다. 서민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대단한 신념 같은 건 없다. 소비자가 돈이 많으면 물건을 많이 살 거라는 단순한 논리에서 친서민적 정책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 남들보다 조금 장기적으로 바라볼 뿐, 결국은 나도 돈을 많이 버는 게 목적이다.

김준홍 : 그게 대단한 거다. 다른 많은 대기업들은 그런 상식조차도 잊고 있다. 게다가 동지마트의 경우는 기부 등 사회 약자들을 돕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지 않은가?

고현호 : 그것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다. 사회가 건강해야 소비가 활성화 된다. 기부도 그래서 하고 있다. 그러니 특별한 의미부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돈 버는 게 목적인 탐욕스러운 장사꾼이다.

김준홍 : 하하하. 알았다. 탐욕스러운 장사꾼이라고 생각하겠다. 물론 고현호 사장과 같은 탐욕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바쁜 시간 내줘서 고맙다.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치겠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다음 에피로 넘어갈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중국시장 진출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앞섭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시는 길에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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