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2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2007년 6월 스티브 잡스는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엄청난 제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아이폰의 등장이다. 아이폰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팟에 휴대전화, 카메라, GPS, 무선인터넷의 기능을 합친 스마트폰이다. 모바일 운영체제 iOS가 탑재되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음,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앱스토어에서 수십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사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스마트폰 세계를 연 것은 누가 뭐래도 애플이었다. 그만큼 아이폰 열풍은 엄청났다.
그리고 작년 11월 애플은 아이폰 3Gs를 한국에 처음 선보였고, 그걸 시작으로 우리나라 또한 스마트폰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출시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유행에 민감한 현대인답게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면서 스마트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게 바로 아이폰4란 말이지. 진짜 휴대폰 같지 않게 예쁘게 생겼네.”
“호호호. 차장님. 휴대폰 같지 않게 예쁘다니요? 휴대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라고요.”
“전화하면 전부 휴대폰이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맞습니다. 스마트폰도 크게 보면 휴대폰의 일종이긴 하죠. 그런 의미에서 차장님에게 이 아이폰은 진짜 사치입니다. 전화랑 문자밖에 안 쓸 양반에게 인터넷까지 되는 스마트폰이라니요. 진짜 그 기계가 아깝다.”
고현호 사장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우리 팀(나와 김수현 팀 포함) 전원에게 지난 6월에 새롭게 출시한 아이폰4를 선물했다. 우리야 그냥 공짜 폰이 생기는 일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휴식 시간을 이용해 다들 아이폰 삼매경에 빠져있다. 팀원 중에 예전부터 아이폰을 사용하던 사람은 정지영 과장이 유일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지금 스마트폰 부적응자인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좋긴 좋네. 이렇게 작은 기계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말이야.”
“차장님. ‘촌스러워요.’라고 하고 싶지만, 저도 신기한 건 인정. 여기서 크기를 조금만 더 키우면 노트북도 필요 없겠는데요? 대략 한 손에 잡히는 책 크기면 좋을 텐데. 작업하기도 편하고요.”
“에이. 그건 아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된다고 해도, 휴대폰은 휴대폰이야. 그게 아무리 성능이 좋아져 봤자, 노트북을 대체하긴 어렵지. 언젠간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된 다음일걸?”
나의 상상력에 차장님이 대뜸 구박을 하셨다. 이럴 땐 얼른 꼬리를 내려야 한다.
“제 상상이 좀 과했죠? 저도 말해놓고 좀 아닌 것 같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노트북을 대체하다니요. 출장 갈 때마다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혹시나 해본 이야기에요. 인터넷이랑 문서작업만 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무거운지, 원···.”
“그럼 좋은 걸로 사. 그래도 요즘은 많이 얇아졌더라.”
“두 분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나와 차장님이 미래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하고 있는데, 정지영 과장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왜 그래, 정 과장? 그냥 혹시나 싶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거야.”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왜?”
“차장님은 이해해요. 좀 있으면 마흔이니까. 그렇지만 팀장님은 정말 실망이에요. 특히나 제가 사랑하는 우리 파릇파릇한 윤시연 작가님의 약혼자가 이렇게 스마트하지 못한 모습이라니요!”
“얼래. 내가 시연이 약혼자로서 스마트하지 못한 건 또 뭐 있다고. 좀 알아듣게 설명해줄래?”
“진짜 몰라서 그러시는 거예요? 아니면 농담을 하시는 거예요?”
“농담? 갑자기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어휴···. 조금 전에 팀장님이 말씀하신,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책 크기의 스마트기기. 이미 올 초에 나왔거든요.”
“뭐? 정말이야? 누가 감히? 그건 엄연히 내 아이디언데?”
속으로 뜨끔했지만, 일단 뻔뻔하게 나갔다.
“호호호. 방금 그건 좀 웃겼어요. 그런데 정말이에요. 이름은 아이패드. 모르셨어요? 일만 열심히 하지 마시고, 상식도 좀 키우세요. 다른 직장이면 몰라도, 우리는 소비자의 니즈에 민감해야 할 동지마트에서 그것도 가장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요.”
“헐! 대박! 아이패드? 난 왜 처음 듣지? 그런데 그거면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거야?”
그동안 일에 파묻혀 사느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잊고 살았나 보다. 정 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근 미래로 훌쩍 뛰어넘은 기분이었다.
“인터넷과 문서작업만 한다면 가능하죠.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다면 더욱 쉬울 테고요. 아직 완벽하다고 말하긴 조금 어렵지만, 차차 보완되겠죠.”
“그럼 혹시 말이야. 전화도 되는 거야?”
“당연하죠! 진짜 모르셨나 보네요.”
“모를 수도 있지.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지금이라도 알면 되는 거 아니야. 안 그래?”
부끄럽다고, 민망하다고, 체면 상한다고 몰라도 아는 척하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묻은 모습, 내 성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뻔뻔해 보일진 몰라도,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것보단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긴 하죠.”
“그럼 설명해봐.”
“뭐를요? 아이패드에 대해서.”
“그냥 윤 작가님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 것 같은데요?”
“응? 시연이가 왜?”
“모르셨어요? 윤 작가님, 요즘 아이패드 사용하시잖아요. 팬카페에도 올리셨어요. 글 작업할 때 편하다고 자랑도 하셨는데. 와··· 우리 팀장님 변하셨네, 변했어. 윤 작가님처럼 예쁜 사람을 두고도 저렇게 무관심할 수 있다니.”
“어허. 무관심한 게 아니지. 그냥 팬카페는 시연이의 개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잘 안 찾아가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것도, 상대를 질리게 하는 행동이라고. 나는 그래서 시연이를 좀 더 자유롭게 해주는 거지.”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 좀 뜨끔하긴 했다. 회사 일 때문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지난번 DJ마트 응암점 첫 촬영 때 만난 것도 따지고 보면 데이트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꿈보다 해몽이 좋으시네요.”
“정 과장. 그만해. 저러다가 윤 작가에게 차여봐야 정신을 차리지.”
“헉! 차장님! 그럼 전 지금부터 일에서 손을 떼고, 시연이랑 데이트만 할 겁니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그런데! 사장님이 왜 갑자기 우리에게 아이폰을 선물하신 걸까? 혹시 그 이유에 대해 아는 사람 있어?”
“그냥 수고했다고 선물하신 게 아닐까요?”
정지영 과장이 성의 없이 대답했다.
의도? 그런 게 있었나? 나 또한 정 과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다른 것도 많은데 하필 아이폰을 선물하신 게 마음에 걸려서 그래. 왠지 숙제를 내준 기분이라고나 할까?”
“에이. 그냥 순수한 의미의 선물일 걸요? 사장님이 그렇게 복잡하신 분이 아니거든요.”
“스마트폰의 장점이 뭘까?”
대충 넘어가려는 우리와 달리, 조 차장님은 찜찜한지 쉽게 넘어가지 않으셨다.
“아무래도 간편함 아니겠어요?”
“예를 들어 뭐가 있지?”
“작은 기기 하나로 전화부터 노래나 인터넷까지 여러 가지 편의기능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어요.”
“그건 동지마트와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고. 그리고?”
“그리고···. 음···. 뭐가 있을까요? 아···! 요즘은 인터넷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결제도 해요. 아직 과도기긴 하지만, 추세가 그래요.”
“그래? 우리 동지마트가 온라인 부문이 약하지 아마?”
“네. 포에버마트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포에버마트가 업계 3위로 밀려난 가장 큰 이유가 온라인 사업부문에서 엘마트에 크게 밀렸기 때문이죠.”
“그럼 온라인 사업 부문에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온라인이 꽤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도 선점 효과가 생각보다 커요. 우리 회장님이 동지마트를 키워보려고 그렇게 노력을 해도 실패한 이유도, 선점 효과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걸요. 3-마트, 엘마트, 포에버마트 너무 막강하게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온라인은 더하죠. 대형 할인 마트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몰 뿐만 아니라 G마켓이나 11번가, 옥션 같은 순수 온라인 쇼핑몰과도 경쟁해야 하니까요. 결국은 와룡그룹도 꽤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했다고 들었어요.”
정지영 과장은 자칭 스마트한 신여성(?)답게 온라인 부문에서 상당한 지식을 자랑했다.
“G마켓, 11번가, 옥션은 나도 들어봤어. 예전부터 유명했던 온라인 쇼핑몰이잖아. 그렇다면 3-마트와 엘마트는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틈바구니를 어떻게 뚫어낸 거지?”
“음···. 3-마트와 엘마트는 오프라인도 동시에 운영하는 곳이니까, 자기들 장점을 살린 거죠.”
“어떻게?”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이죠. 근처에 매장이 있다면, 직접 쇼핑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만 해도 당일 배달을 해줘요.”
“마트에서 장을 보면 무료로 배달해주는 것과 비슷한 건가?”
“그렇죠? 그걸 온라인 영역으로 확장했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무거운 장바구니를 클릭 한 번으로 집까지 배달. 당일 배달이니 더욱 간편하고 좋죠.”
“그런데 정 과장. 아까 그랬잖아.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결제하는 게 가능하긴 해도 아직 과도기라고 했잖아.”
“네. 그랬죠. 외국에서는 꽤 활성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그럼 우리가 가장 먼저 투자하면 되겠네. 스마트폰이 대세라면서? 앞으로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을 거 아니야.”
“아···!”
차장님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왜 그래, 마 팀장?”
“차장님 생각이 기발해서요. 모바일과 온라인은 비슷하면서도 다르잖아요. 온라인에서야 우리가 다른 두 마트에 밀리지만, 모바일이라면 다르죠. 제대로 투자해서 제대로 된 결제 체계를 갖춘 원터치 시스템을 만든다면, 모바일은 우리가 강자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지? 내가 아주 이상한 생각을 한 건 아니지? 그 봐! 사장님이 우리에게 아이폰을 선물한 이유가 있다니까. 사장님은 아이폰에서 우리 동지마트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으신 거야.”
차장님은 끝까지 고현호 사장에게 뭔가 의도가 있었을 거라 주장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 여기서 맞다 아니다를 가지고 논쟁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중요한 건 그가 말한 아이디어였다.
“그건 나중에 고현호 사장님에게 직접 확인하고요. 지금은 하던 이야기나 계속 하시죠.”
“이게 끝인데? 모바일 시스템 강화. 온라인에서의 부진을 모바일로 만회한다. 좋잖아!”
좋긴 한데, 2% 부족한 느낌이다.
“아니에요. 그걸로는 뭔가 부족해요. 그것 자체로도 괜찮지만, 뭔가 더 있어야 해요. 폭발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뭔가가요.”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고? 말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뭔가가 대체 뭔데?”
“다른 대형 할인 마트와 비교해서 우리 동지마트의 최고 장점이 뭘까요?”
============================ 작품 후기 ============================
여기서 끊어서 죄송합니다. ㅠㅜ
다음 편에서 계속.
지금 소설 배경은 2010년입니다. 처음 시작은 2009년이었죠. 그때는 2015년과 같은 완전한 스마트세상은 아니었습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제가 아이폰 성애자는 아닙니다. 당시 아이폰의 출시는 혁신이었고, 그래서 시장자체를 석권하고 있었죠. 지금이라면 모를까 2010년에 겔럭시를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아이폰을 등장시켰습니다.
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