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13화 (313/424)

00313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동지마트만의 장점? 글쎄다. 뭐가 있을까?”

“장점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두 대형 할인 마트와 큰 차이점이 하나 있긴 하네요.”

내 질문에 그동안 조용히 있던 김수현 팀장이 대답했다.

“차이점? 그게 뭔데?”

“DJ마트죠. 다른 대형 할인 마트가 운영하는 SSM은 많아 봐야 500 ~ 600개 정도? 하지만 우리는 천 단위가 훨씬 넘어갔잖아요.”

“천 단위가 뭐야. 이대로 가면 만 단위도 훌쩍 넘을 것 같은데. 물론 신청자만 많을 뿐, 실제로 희망하는 동네 슈퍼를 모두 DJ마트로 바꾸려면 최소 반년은 넘게 걸릴 거야.”

“확실한 건 반년 후에는 다른 두 대형 할인 마트의 SSM을 압도하게 될 거라는 거죠. 마 팀장님 질문의 의도가 뭔지는 몰라도, DJ마트의 압도적인 가맹점 수는 다른 두 곳과 큰 차이점이죠.”

“오! 그러네. 마 팀장아. 그런 거야?”

“맞습니다. 압도적인 가맹점 수. 만약 압도적인 가맹점 숫자를 모바일과 접목할 수만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겁니다.”

“너무 뜬구름 잡기잖아.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말하는 거야? 좀 더 쉽게 풀어줘 봐.”

“3-마트를 예를 들어볼게요. 3-마트 지점이 총 176개, 그리고 3-마트 프리데이가 583개입니다. 꽤 많아 보이지만, 전국을 커버하기에는 많이 합니다. 중·소 도시는 물론이고, 대도시도 완전히 커버하기에는 불가능한 숫자죠.”

“커버를 한다는 건, 당일 배송을 의미하는 거야?”

“네. 사실 당일 배송이 아니면 의미가 없죠. 요즘은 저녁 전에만 주문해도 다음날 제품을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대형 할인 마트가 온라인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일 배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과장이 말한 것처럼 당일 배송이 아니었으면 3-마트나 엘마트도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 그건 인정. 계속 해봐.”

“176에 583을 더하면 759입니다. 그게 3-마트의 한계입니다. 동네 상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장을 더 늘리기도 쉽지 않죠. 반면, 우리 동지마트는 어떨까요? 대형 할인 마트는 131개로 3-마트와 비교해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DJ마트를 포함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그냥 적당하게 5,000곳만 잡아도 5,131입니다. 759 대 5,131. 엄청난 차이죠.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10,000이 아니라 20,000도 가능할 것 같거든요. 그렇게 되면 시골은 힘들어도 전국 대도시의 경우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이 가능해질 겁니다.”

“아···! 진짜 그러네요. 만약 실현만 된다면 완전히 배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단하세요, 마 팀장님.”

정지영 과장의 지금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이 실현된다면, 그건 일종의 배송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문제점? 그게 뭔데, 서라씨?”

“대형 할인 마트와 달리 DJ마트의 경우는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제품을 구비해놓을 수 없어요. 그러기에는 매장이 너무 작아요.”

예리한 지적이었다. 동네 슈퍼의 규모가 중형만 있는 게 아니라 소형도 있다. 그런 작은 가맹점의 경우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전부 갖춰 놓기가 불가능하다.

동네 슈퍼가 대형 할인 마트에 밀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다양성에 있다. 그래서 고객들은 멀어도 더 많은 선택지가 있으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 할인 마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야. 하지만 그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어.”

“어떻게요?”

“동네 슈퍼마다 특색을 갖추는 거야.”

“특색을요? 어떤 특색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해가 잘 안 가요.”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길 원하는 동네 슈퍼를 모두 DJ마트로 수용할 생각이야. 그렇지?”

“네. 서민을 위한다고 해놓고 신청자를 골라서 받는다면,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요? 저도 그 생각에는 동의해요.”

“그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어. 우리 가맹점인 동네 슈퍼 사이에 상권이 겹치는 일이 분명히 생길 거야. 그런 곳은 서로 특색을 다르게 하는 거야. 채소 전문, 육류 전문, 어류 전문. 이렇게 말이야. 그리고 4 ~5단위의 마트를 하나로 묶어 배달 차량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거지.”

이런 식의 전문 코너를 두기 어려울 만큼 협소한 곳도 있겠지만, 우후죽순 생겨난 편의점 때문인지, 소도시를 제외한다면 옛날과 같은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는 많이 자취를 감췄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만약 배추, 고등어, 소고기를 주문했다면 배달기사님이 인근 DJ마트를 돌면서 필요한 제품을 준비한 다음, 고객의 집으로 배달을 간다는 말이죠?”

“그렇지! 한 매장에 물건이 있는 것보다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어. 하지만 마트들이 인근에 붙어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리고 마트에서는 배달 차량이 도착하기 전에 물건을 미리 준비해둬서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면 돼. 그렇게 되면 상권이 겹친다는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변하는 셈이지.”

DJ마트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 바로 상권 문제였다.

상권이 겹친다는 이유로 지원자를 제한한다면,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동네 슈퍼에게는 우리가 다른 대기업과 똑같은 SSM이 되고 만다. 그래서 확실한 해결방안도 마련해두지 못한 채, 크게 결격사유가 없는 한 모두 함께하자고 방침을 정해놨었다.

그런데 차장님의 아이디어에서 그 해결책이 보인 것이다.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는 상권이 겹친다는 단점을 오히려 온라인 상의 장점으로 만들어, 가맹점들에 크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우리가 가장 고민했던 상권 겹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겠네요?”

“그렇지. 많은 돈 아니라도, 배달 사업을 통해 일정 수익을 보장할 수 있으니까.”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어.”

“뭔데요, 차장님?”

“그에 들어가는 시스템 비용은 당연히 우리가 부담해야 해. 우리는 동지마트를 통해서, 또 DJ마트 가맹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니까. 유통 이외에는 어떤 식으로라도 가맹점에 부담을 주면 곤란해. DJ마트가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게 바로 이 원칙 때문인데, 만에 하나 원칙이 깨져버리면 대중들은 우리를 외면할 거야.”

“당연하죠. 그런데 시스템 하니까 갑자기 한 가지 더 떠오르는 게 있어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보는 거죠.”

“어떻게?”

“택배 사업과 연계를 하는 건 어떨까요? 물론 택배 사업이 포화 상태라는 건 알지만,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DJ마트 가맹점을 잘만 이용하면 메리트가 있을 것도 같거든요. 어차피 만들 시스템이라면 택배 부문을 추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혼자 사는데, 택배가 와도 맡겨 놓을 때가 없어서 항상 불만이었거든요. 편의점도 멀고요. 집 앞 슈퍼가 DJ마트로 변한다면 거기에 맡겨뒀다가 찾아가도 되잖아요.”

“그렇지! 그것도 하나의 장점이야. 그런데 그건 부수적인 장점일 뿐이야. 배달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게 택배 시스템이잖아. 우리가 택배 사업에 뛰어든다면 DJ마트를 통해 별로 힘 안 들이고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어. 이게 우리의 최고 강점이지.”

“그럼 따로 택배 기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겠네요. 물류팀은 각 지점 DJ마트까지만 물품을 운반하고, 직접 전달은 배달 기사가 하면 되니까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야 할 거야. 배달과 택배 업무가 많으면 복수의 배달 차량을 그렇지 않은 지역은 한 대로 일단 시범운영을 하다가 수정할 부분이 생기면 수정해야겠지. 이런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걸?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해야 할 거야.”

“와···. 마 팀장님! 이거 원래 생각하고 있으셨던 내용들이에요?”

“아니. 차장님 이야기 듣고 생각난 건데.”

“쩝···. 왠지 좀 재수 없다.”

“뭐가 어째?”

“아니, 그렇잖아요. 사람 기죽이는 것도 아니고.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봐도 팀장님 재수 없게 생각할 걸요.”

“정 과장. 시비 거는 게 아니라면 알아듣게 설명해 보지?”

“제가 생각할 때는요. 지금 팀장님이 말씀하신 이 시스템이 어마무시(?)하게 대박 아이템 같아 보이거든요. 그냥 대박도 아니고, 우리나라 물류 체계를 완전히 흔들어버릴 핵폭탄급 아이디어라고요. 솔직히 이런 건 상식적으로 몇 달씩 막 고민하다 나와야 하는 거라고요. 지금처럼 ‘꼼수’ 생각해내듯 허무하게 튀어나와서는 안 되는 거라고요. 다들 안 그렇게 생각해요?”

정지영 과장의 물음에 다들 기가 질린 얼굴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무표정의 아이콘 김수현 팀장마저도 미세하지만 표정의 변화를 보였다.

“나도 내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은 해. 그런데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다들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 어린이날 행사부터 시작해서, 내가 낸 아이디어 대부분이 중박 이상은 치지 않았어?”

“헐! 진짜 재수 없는 거 맞다니까.”

“어허. 정 과장. 그렇게 열 낼 거 없어. 마 팀장 저러는 거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저 자식 말처럼, 꼼수처럼 말하는데 의외로 대박이던 게 처음도 아니고. 그냥 별종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거야. 따라 하기도, 따라 해서도 안 돼. 저런 녀석은 팀에 한 명만 있으면 돼. 더 있으면 그것도 골치 아파. 그동안 우리가 마 팀장이 벌여놓은 일 뒷수습한다고 얼마나 고생했어.”

“그러게요. 오죽했으면 제가 마 팀장님을 위해 웃통을 벗었을까요.”

“어머, 정 과장님! 진짜요, 진짜?”

맙소사! 이게 말이야 방귀야.

정 과장 이 녀석. 요즘 좀 잠잠한가 싶더니 또 시작이다. 그녀의 폭탄 같은 말에 순진한 추미래가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해 나와 정 과장을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사정을 아는 준호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혼자 키득거렸다.

이것들이 진짜!

“어이, 어이. 미래씨.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그리고 정 과장. 자꾸 묘한 뉘앙스로 사람들 오해 불러일으킬래?”

“어머! 제가 뭘요? 제가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준호씨?”

“네··· 네? 갑자기 저는 왜요?”

“제가 웃통 벗은 건 준호씨도 봤잖아요. 갑자기 시치미에요?”

순간 추미래의 표정이 샐쭉하게 변했다.

오호! 요것들 봐라.

“으악! 정 과장님. 갑자기 왜 저한테로 불똥이 튀세요. 전 팀장님처럼 잘난 척 안 했다고요. 미래씨. 오해하지 마요. 막, 이상한 그런 거 아니니까요.”

“어머. 태 대리님. 그걸 왜 저한테 변명하세요. 전 관심 없거든요.”

준호가 화들짝 놀라 변명하려고 했지만, 추미래는 토라졌는지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윽···. 팀장님. 팀장님이 뭐라고 설명해주세요. 이러다 진짜 오해받겠어요.”

“오해는 무슨 오해? 정 과장 말이 사실이잖아.”

“와! 팀장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혼자 좋다고 키득거리던 놈이 인제 와서. 그리고 우리 시연이는 그런 걸로 날 오해 안 해.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고. 그런데 준호야.”

“네. 팀장님.”

“너희 둘 무슨 사이라도 된 거냐?”

“네? 아··· 아니요. 무슨 사이라니요.”

“그럼 미래씨가 오해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냥 그러려니 해.”

“그렇지만 팀원들이 절 이상하게 볼까 봐요. 그럼 곤란하잖아요.”

“별 게 다 곤란하다. 네가 좀 변태스럽긴 하잖아. 그래도 난 괜찮아. 일은 잘하니까.”

“티··· 팀장님···”

더 놀리려다가 준호 얼굴이 너무 울상이라 그만두기로 했다.

“녀석 참. 거기 샐쭉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미래씨.”

“네. 팀장님?”

“뭐, 별로 안 궁금하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면 시연이에게 물어봐. 정 과장 웃통 사건이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 거야.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회의 계속 하자.”

“계속은 무슨···. 오늘 회의 끝!”

“네? 아니, 차장님. 아직 할 이야기 더 남았는데요?”

“할 이야기 없어. 꼬우면 네게 차장 하던가. 지금 나온 안건만 해도 감당하기 어렵거든. 여기서 더 나오면 우린 또 몇 달 동안 밤새워야 할지도 몰라. 마 팀장아. 우리도 좀 살자. 그동안 포에버마트 인수작업에 DJ마트 프로젝트 진행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젠 모바일 택배 시스템을 구축하게 생겼잖아, 이 녀석아!”

“그거야 차장님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셨잖아요.”

“냉정하게 말해 모바일 시스템 강화는 우리 일이 아니잖아. 그건 전산팀에 맡기거나 외주를 주면 그만이야. 우리가 컴퓨터 전문가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런데 배달하고 택배는 오프라인 분야잖아. 어휴···. 이번엔 또 몇 날 밤을 새워야 할지. 망할 녀석. 아무튼, 오늘 회의 끝!”

회의는 이렇게 원망 아닌 원망을 받으며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 작품 후기 ============================

일거리 테러리스트 마동수...!!

DJ마트가 현실성이 있다면,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허무맹랑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