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0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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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마트 이사회
“오늘 회의의 안건은 바로 동지마트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동지마트가 흔들리는 포에버마트를 인수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땅콩 스캔들의 여파를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우리와 큰 차이가 없어요. 더군다나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상반기 안에 동지마트가 우리 엘마트를 넘어설 거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2위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각자 지금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의견을 개진해 주기 바랍니다.”
엘마트의 실질적인 리더인 심대용 전무의 말에 이사회가 열리는 제 1회의실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어허. 아무도 의견이 없습니까? 혹시 초등학생처럼 직접 지적당해서 발표하고 싶은 겁니까?”
“저···. 심 전무님.”
“네. 우 이사님. 의견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일단 우리는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는 말씀입니까?”
우 이사의 발언에 심대용 전무의 반응이 예민하게 나왔다.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던 엘마트를 그의 노력으로 2위로 올려놓았다. 그런데 복병처럼 등장한 동지마트로 인해 그 노력이 전부 물거품으로 변하게 되자 평소와 달리 침착성을 잃었다.
“휴···. 전무님. 제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동지마트의 돌풍을 한 번 분석해보겠습니다. 엘마트의 점포수는 133개입니다. 그리고 포에버마트 점포수는 121개였죠. 우리가 포에버마트를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보시는 것처럼 점포수에서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건 전부 전무님의 공격적인 투자 덕분이었죠.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볼까요? 동지마트가 포에버마트를 인수했습니다. 121개의 점포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원래 점포 10개가 추가되어 131개가 되었죠. 133개 대 131개. 이제 점포수의 차이는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음···. 계속해보세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동지마트의 원래 점포 10곳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점포들은 알짜배기입니다. 전부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죠. 말이 10곳이지, 그들이 가진 잠재력은 일반 점포의 1.5배에서 2배 가까이 됩니다. 그동안 우리가 동지마트에 탐을 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장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장점 때문에 올 초에도 동지마트 인수를 준비하려다가, 가격이 맞지 않아 실패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공격적으로 그곳을 인수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 같은 위기가 오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당시 동지마트의 요구는 너무 얼토당토않았습니다.”
“자자. 조용, 조용. 그건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여기서 그걸로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우 이사님. 계속하시죠.”
실제로 올 초 엘마트는 동지마트 인수 직전까지 갔었다. 정말 사인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가격 조율에 실패하며 인수가 무산됐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조용히 앉아 있던 누군가가 그 사실을 꺼내자 아쉬운 마음에 다들 한마디씩 거들며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네. 전무님. 보수적으로 평가해서 기존 동지마트의 매출을 일반 점포의 2배라고 잡으면, 10개 점포는 사실상 20개 점포의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133 대 131이 아니라 133대 141이 되는 셈입니다. 점포에서 밀리는 데 매출에서 이기길 바라는 건 사실 욕심입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아직은 우리가 매출에서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죠.”
“지금은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해도, 추이를 보면 동지마트가 우리를 앞서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앞선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동지마트가 우리를 앞서는 동안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하실 겁니까?”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 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아까 그랬죠. 우리의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포에버마트를 누르고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 됩니다.”
“물론 그러면 되겠죠. 하지만 지금의 동지마트는 우리 이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모기업 재정에서도 밀리는 우리가 동지마트와 경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점포를 늘린다고 해도 한번 3위로 밀려버리면 그걸 회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그럼 확실하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겠군요.”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우리도 동지마트를 따라 하면 됩니다.”
“동지마트를요? 대체 동지마트를 어떻게 따라 하자는 말씀입니까? 설마 3-마트를 인수하자는 말씀은 아니시죠?”
“당연히 3-마트는 아니죠. 우리에게는 대박마트가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군요. 거기가 있었어요.”
의아한 표정을 짓던 사람들은 그제야 대박마트를 떠올렸다. 원래는 업계 4위였던 대박마트. 지금도 여전히 4위지만 동지마트가 포에버마트를 인수하면서 업계 꼴찌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대박마트를 팔려고 할까요?”
“제가 그쪽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데, 팔 생각이 있는 것 같더군요. 동지마트가 꼴찌 자리를 지켜줄 땐 괜찮았는데, 이젠 자신들이 꼴찌가 됐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박마트 모기업이 가야그룹이었죠. 그렇다면 동지그룹에 밀린 거니까 그 심정이 이해가 가는군요.”
재계서열 4위의 가야그룹과 재계서열 5위의 동지그룹은 오랜 라이벌 관계다. 단지 업종이 겹쳐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두 오너의 젊은 시절, 한 여자를 두고 다투면서 벌어진 관계가 지금에 이르러 불구대천의 원수 대하듯 치열한 앙숙관계로 변해버렸다.
그런 관계는 동지그룹이 D&Y 피트니스 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잘 드러났다. 어떻게든 동지그룹이 잘되는 꼴을 보기 싫었던 가야그룹이 한발 앞서 노블레스 짐을 런칭하고, 동지그룹 진출 예정지인 목동에 피트니스 센터 건립을 시작하면서 두 그룹의 관계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당장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았던 두 그룹의 관계는, 당시 D&Y 피트니스 센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던 마동수의 대활약으로, 허무하리만치 압도적인 동지그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시 노블레스 짐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관계자들 상당수가 회사에서 쫓겨나갈 만큼 후유증이 극심했던 가야그룹. 그런데 이번에는 그들이 운영하던 대박마트가 동지마트에 밀려 꼴찌로 내려앉아 버렸다.
3-마트, 엘마트, 포에버마트에 밀려 업계 4위 자리를 겨우 지키고 있으면서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던 유일한 이유가 꼴찌를 달리고 있던 동지마트 때문이었다. 그런데 포에버마트를 인수한 동지마트가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앞섰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더는 대박마트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우 이사님. 가야그룹이 대박마트를 우리에게 팔려고 할까요?”
“우리에게 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시죠?”
“여러분도 가야그룹과 동지그룹이 얼마나 앙숙인지는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하늘이 두 쪽 나지 않는 이상 대박마트를 동지그룹에 팔 리 없습니다.”
“3-마트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3-마트가 대박마트를 인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이유가 뭡니까?”
“대박마트가 가지고 있는 25개 점포 중에서 15곳이 3-마트와 상권이 겹칩니다. 25개 점포를 인수해봐야 실제로는 10개 점포를 인수한 효과밖에 얻을 수 없다는 뜻이죠. 그런 비효율적인 인수를 3-마트가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 그걸 생각 못 했네요. 그럼 우리 말고는 인수할 곳이 없다고 봐야겠군요.”
“언제라도 유통 업계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대기업이 몇몇 있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지만 유리한 입장인 건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대박마트와 상권이 겹치는 지역이 5곳입니다. 인수하면 어쩔 수 없이 그 5곳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업계 2위 자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상권이 겹치는 5개 점포는 뭔가 다를 활용도가 생기겠죠. 그럼 우 이사님.”
“네. 전무님.”
“지금부터 우 이사님이 책임자로 해서 대박마트 인수를 준비해주세요. 그룹 승인은 제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받아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에도 동지마트입니다. 지금 동지마트가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늘어나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한발 늦었지만 우리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무님. 제 생각에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하는 황 이사의 얼굴은 그의 말 만큼이나 여유가 넘쳤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죠, 황 이사님?”
“동지마트가 각종 광고를 통해 모바일 시대니 어쩌니 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사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솔직히 20명 중 1명 정도 비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지마트가 그런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건 온라인 매출 점율이 우리나 3-마트에 비해 엄청나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요?”
“스마트폰이 뭡니까? 따지고 보면 인터넷이 되는 휴대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입니다. 우리가 온라인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상 동지마트는 틈세시장을 파고들 뿐 그 이상의 활약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사람들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컴퓨터를 두고 손바닥만 한 휴대폰으로 쇼핑을 하는 모습을요.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기계를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이나 환호할 일입니다. 동지마트를 따라 모바일 분야에 투자할 바에야 차라리 우리의 강점인 온라인 쇼핑몰을 더욱 강화하는 게 낫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황 이사도 스마트폰이라는 걸 써봤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너무 불편했다. 특히나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은 큰 컴퓨터 화면에 익숙한 그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불편한 기계로 쇼핑을 한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맞습니다. 저도 써봤는데, 작은 화면이 정말 불편하더군요. 화면이 작으니까 터치를 잘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게 몇 번 오류가 생기면 쇼핑할 마음 따위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디다.”
“저도 동감입니다. 고현호 사장이 요즘 들어 깜짝 활약을 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잘못 짚었어요.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확연히 밀리니까 어떻게든 꼼수를 생각해낸 것 같은데 모바일 분야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기곗값만 무려 100만 원입니다. 성능 좋은 노트북 가격이에요. 그런 거금을 고작 인터넷을 하기 위해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얼리어답터라고 불리는 소수의 사람들만 환호하고 있는 거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곧 한계가 드러날 겁니다.”
엘마트 이사회 임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고 연령자들이다. 누구보다 노련하지만, 변화에 익숙한 세대는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사용해본 스마트폰은 세간의 평가와 달리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모바일 시장 투자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을 본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미 대부분 이사들이 동조하는 상황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젊은 피에 속하는 심대용 전무 또한 안건을 제안한 사람답지 않게 이사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버렸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대박마트 인수 건만 가득한 상황이라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엘마트는 동지마트와 달리 모바일 시장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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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요즘 너무 신문기사가 많이 나왔나요? 죄송합니다. 좀 더 스토리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는 내년쯤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철인 3종 올림픽코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수영이 생각보다 빨리 안늘어서 고민입니다. ㅠㅜ 운동신경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영은 이상하게 어려워요 ㅠㅜ
엘마트의 잘못된 선택..
신문을 보니 2015년 모바일 쇼핑 총 매출이 2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나오더군요. 2010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발전이죠.
솔직히 불과 4~5년 전만해도 엘마트 임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어제 오늘 에피소드는 동지마트의 발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동수와 그 일당(?)들이 등장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