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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28화 (328/424)

00328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어··· 어서 오십시오. 윤 사장님.”

“회장님 자리에 계시는가?”

윤승태 사장은 동수와 만난 다음 날 동지그룹을 기습적으로 방문했다. 비서실에서는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굉장히 당황했다.

몰래 물건을 팔기 위해 들어온 잡상인도 아니고 대한민국 최고라고 꼽히는 윤 스포츠센터의 사장이다. 그냥 허접스러운 위치의 사람이라면 약속 없는 방문은 곤란하다며 다음에 오라고 쫓아낼 수라도 있다. 하지만 윤승태 사장은 대한민국 최고라 불리는 윤 스포츠센터의 오너이다.

약속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서실 자체에서 쫓아내기에는 너무 거물이었다.

그렇다면 사전 약속도 없이 찾아온 이유라도 파악해야 하는데, D&Y 피트니스 클럽 협력이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돌발행동 이유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회장님께서는 지금 손님과 함께 계십니다.”

“그래요? 그럼 기다리리다.”

이도우 실장의 조심스러운 말에 윤승태 사장은 자기 말만 하고, 비서실 앞에 마련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저··· 사장님. 회장님 스캐줄이 계속 잡혀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리지요. 약속 없이 방문한 내 잘못이니 온종일이라도 기다리리다.”

단지 기다리겠다는 말만 하고 이제는 눈까지 감아버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만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방법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그의 단호한 모습에 이도우 실장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등 뒤로 윤승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이대로 돌아가면 동지그룹과 윤 스포츠센터와의 협력은 중단될 겁니다. 참고하는 게 좋을 거요.”

이도우 실장은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그러나 윤승태 사장은 여전히 눈을 감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혹시 잘못들은 건가 싶어 비서실의 다른 직원들 얼굴을 살펴봤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에서도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D&Y 피트니스 클럽은 동지 호텔·리조트까지 연계된, 최근 동지그룹에서 동지마트와 함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업분야 중 하나였다.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협박은, 지금 당장 회장실에 들어가 ‘윤승태 사장님이 뵙고 싶어합니다.’라고 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동지그룹을 무시한 굉장한 결례일 수도 있지만 대외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는 윤승태 사장이 이곳까지 달려왔다는 건, 결례를 감수할만한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걸 의미했다.

똑똑똑

그 심각한 문제가 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도우 실장은 그의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회장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접견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돌발상황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회장님.”

“무슨 일인가 이 실장.”

“윤승태 사장이 갑자기 방문했습니다.”

고대성 회장에게 다가간 이도우 실장은 귓속말로 조용히 윤승태 사장의 방문을 알렸다.

“뭐? 혹시 오늘 약속이 있었던가?”

“아닙니다. 예정에 없는 갑작스러운 방문입니다.”

“흠···. 이럴 사람이 아닌데 약속 없이 방문했다는 건 필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겠지?”

무슨 문제인지 묻는 고대성 회장의 질문에 그는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아직 무슨 문제인지는 저희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D&Y 피트니스 클럽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고대성 회장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방금 전한 비서실장의 말은 말 그대로 협박이었다. 제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재계서열 5위의 동지그룹과 견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감히 고대성 회장을 동지그룹을 자극하려 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자신의 화를 가라앉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승태 회장이다. 절대 경우 없는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흠···. 김 대표. 아무래도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네. 중요한 손님이 찾아와서 말일세. 내, 빠른 시간 안에 같이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자신과의 약속 시각에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하기에 따라 굉장히 불쾌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이라고 불린 사내는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니라 오히려 반색하는 모습이었다. 천하의 고대성 회장에게 빚을 지웠다는 사실과, 단순히 접견이 아닌 식사까지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었다.

“사장님. 회장님이 뵙겠다고 하십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알겠소.”

김 사장이 회장실을 나서자 이도우 실장은 윤승태 사장을 안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시오, 윤 사장.”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별고 있을 게 뭐가 있겠소.”

“그렇겠군요. 오랜 염원이시던 대형 할인 마트 시장 진출에 성공하셨으니까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허허허. 축하랄게 뭐가 있겠소. 내가 아니라 현호가 한 일인데···.”

“그렇게 훌륭한 자식을 키워내신 것도 충분히 축하할 일이죠. 다른 기업들과 달리 자제분들이 하나 회장님을 닮아 호랑이 같은 면이 있는 게 참으로 든든하시겠습니다.”

“그건 윤 사장도 마찬가지 아니오? 예쁘고 똑똑한 딸에 유능한 예비사위까지 두었으니 말이오. 그렇지 않아도 윤 사장 예비 사위가 큰 공을 세웠다고 해서 조만간 불러서 함께 식사라도 같이할까 했소.”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대형 할인 마트 분야는 고대성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고 그래서 이번 동지마트의 발돋움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글쎄요. 과연 그럴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진심으로 기꺼운 마음에서 나온 말임에도 불구하고 윤승태 사장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 그럴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시 마 팀장 그 친구를 윤 스포츠센터로 데려갈 생각이오?”

“아닙니다. 저는 데려오고 싶어도 자존심 높은 그 녀석이 처가 덕 볼 생각을 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럼 왜 그런 말을 한 거요?”

“아무리 일이 좋아도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이 생긴다면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말려야죠. 그게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승태 사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호랑이의 무시무시한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강렬한 눈빛에 넓은 회장실이 뜨겁게 달궈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단 여기서 한 발 물러난 사람은, 윤승태 사장의 눈빛에서 필사의 단호함을 발견한 고대성 회장이었다.

“흠···. 윤 사장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오늘 여길 방문한 일도 이것 때문인 것 같구려. 대체 무슨 일이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마 팀장이 목숨을 위협받는단 말이오?”

“어제 우리 사위가 정체 모를 무리에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경찰 훈련장을 습격한 폭력조직’이라는 제목으로 뉴스 속보로까지 전해졌지만, 사실은 그 대상이 경찰이 아니라 회장님의 직원이기도 한 마동수 팀장이었습니다.”

“무··· 뭣이? 잠시만 윤 사장. 이 실장. 들은 이야기 있나?”

“네. 회장님. 여기 있습니다.”

고대성 회장이 옆에 대기하고 있던 이도우 실장을 힐끔 쳐다보자, 그는 재빨리 들고 있던 태블릿을 열어 해당 사건을 활성화 시켰다.

“······. 그러니까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이 노린 건 경찰이 아니라 마 팀장이었다? 대체 왜?”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 ‘대체 왜’라는 답은 제가 아니라 회장님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어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보시오.”

“저는 이번 사건의 배후 인물이 회장님의 두 아드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아들? 현호가 마 팀장에게 해코지할 일은 없으니 그렇다면 정호와 평호를 말하는 거요? 어허, 윤 사장! 지금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 거요?”

“그건 회장님께서 밝혀야 할 일이지요. 회장님께서 조사하시고 아니라고 한다면 전 받아들이겠습니다. 단, 윤 스포츠센터는 더 이상 동지그룹에 협력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건 명백한 계약 위반이오!”

“계약 위반은 동지그룹에서 한 겁니다!”

고대성 회장이 추상같은 호통을 쳤지만, 윤승태 사장 또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단호했다.

“대체 우리가 무슨 계약을 위반했단 말이오?”

“회장님께서 마 팀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제 제겐 가족입니다. 녀석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건, 곧 저를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죠. 그런데 그 위협하는 주체가 만약 동지그룹이라면 어떻습니까? 제 가족을 위협하는 곳과 제가 계속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동지그룹에서 우리 가족을 위협했으니 계약 파기는 물론이고, 그 책임 또한 동지그룹이 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크흠···.”

윤승태 사장의 말에는 그 어떤 거리낌도 없었다. 고대성 회장도 물러섬 없이 강하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 또한 두 아들 중 한 명이 배후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침 이번 수사의 책임자가 동수의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하더군요. 젊은 경찰 사이에서 가장 많은 존경을 받을 만큼 유능하기도 하답니다. 제가 제 모든 걸 걸고 외압을 막아준다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원하는 게 뭐요?”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입니다. 재발방지.”

“재발방지? 그거면 된단 말이오?”

“회장님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저 또한 넘칠 만큼 재산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게 정말 중요한 건 가족의 안위와 행복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동지그룹의 큰 약점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대성 회장을 협박하면 더 큰 걸 얻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가 요구하는 건 ‘재발방지’뿐이었다.

그제야 그는 윤승태 사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좋소. 확실한 건 조사해봐야 알겠지.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약속하리다. 지금부터 마동수 팀장에 대한 안위는 우리 동지그룹 차원에서 책임지겠소. 윤 스포츠센터와의 협력이 계속되는 한 나의 네 번째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오. 이 정도면 되겠소?”

‘나의 네 번째 아들’이라는 의미는 그의 세 아들과 똑같은 수준의 경호를 받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협력이 계속되는 한’이라는 조건이 달리긴 했어도 이만하면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제야 윤승태 사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충분합니다, 회장님. 다짜고짜 찾아와서 실례를 범했는데, 이렇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들 같은 녀석이라 제가 많이 흥분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요. 마 팀장은 우리 동지그룹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오. 특히 이번 동지마트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그룹에서 데려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소리까지 들리더구려. 앞으로 더욱 신경 쓸 테니, 서운한 게 있다면 마음 풀길 바라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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