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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29화 (329/424)

00329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이 실장. 당장 임형주 실장 호출해.”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호출했으니 지금 올라오고 있을 겁니다.”

윤승태 사장이 돌아가자 고대성 회장은 동지그룹 정보실의 임형주 실장을 호출했다. 어제 오후에 일어난 사건이니 보고가 늦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마동수 팀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기분 나쁘면 언제든지 찍어 누를 수 있는 일개 회사원이 아니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동지그룹과 윤 스포츠센터와 계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나 다름없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고, 어제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면 열 일 제쳐 두고 보고 해야 했었다.

똑똑똑.

잠시 후 임현주 실장이 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럽게 회장실로 들어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자네 대체 뭐하는 작자야?”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어제 뉴스 속보 봤어? 경찰 훈련장을 습격한 폭력 조직 이야기.”

“네. 저도 뉴스를 보고 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황당하다고 말하는 임형주 실장의 모습에 고대성 회장의 입가가 잔뜩 일그러졌다.

“황당하다?”

“그럼요. 어떻게 깡패 놈들이 경찰 조직을 습격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이해 불가였습니다.”

“그래? 키우는 개가 주인을 무는 경우도 있는데, 그게 뭐 대수라고.”

“네··· 네?”

“키우는 개새끼가 감히 욕심에 눈이 어두워 주인을 물었다고. 무슨 말인지 몰라?”

“아··· 닙니다. 알아들었습니다.”

“알아들었어? 하긴. 개새끼들이 귀는 좀 밝아. 안 그래 임 실장?”

“회··· 회장님. 용서하십시오.”

그제야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한 임형주 실장은, 참혹한 표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고대성 회장의 뜻을 거스르다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럼에도 욕심을 부린 건 상대가 약속한 과실이 너무나도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늦은 후회였다.

퍽!

“크윽··· 요··· 용서하십시오, 회장님.”

고대성 회장은 테이블에 놓여있던 찻잔을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임형주 실장에게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있는 힘껏 던진 찻잔은 그대로 그의 이마에 부딪히며 산산조각 나버렸고, 그 충격으로 머리에서는 시뻘겋게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나 임형주 실장은 흘러내리는 피를 감히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열심히 용서만 구했다.

“용서? 주인 무는 개새끼를 언제부터 용서했지? 쓸모가 없어진 개는 탕에 들어가서 자신의 마지막 임무를 다해야지. 안 그래?”

“회장님께서 원하신다면 기··· 기꺼이 탕에 들어가겠습니다.”

“후훗. 인제 와서 충성스러운 척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누구야? 누가 감히 네게 손을 뻗은 것이야.”

“유··· 육은지 팀장입니다.”

“육은지? 이 실장. 육은지 그게 누구야?”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이도우 실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녀는 고정호 전무 수석비서입니다. 회장님.”

“그녀라···. 설마 미인계 따위에 넘어간 건 아니지?”

“면목없습니다. 회장님. 하지만 정말 회장님을 배신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마동수 팀장 일만 모른 척해달라고 했습니다. 단순히 위협만 가할 생각이라고 해서, 저도 모르게···.”

“멍청하긴! 저런 자식이 그동안 우리 동지 정보실 실장을 맡고 있었다니···. 암담하다, 암담해. 이봐. 임 실장. 마동수 팀장이 누군지 몰라?”

“잘 압니다. 고현호 사장의 최측근이기도 하고 능력도 상당히 출중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딴 경력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윤승태 사장의 예비 사위라고. 조금 전 나를 찾아와서 마동수 팀장에게 한 번 만 더 이와 같은 일이 생기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갈 만큼, 보통내기가 아닌 윤승태 사장의 예비 사위. 내가 네놈의 멍청한 짓 때문에 그런 협박을 받고도 허허 웃으며 미안하다고 달래서 돌려보내야 했어. 구겨진 내 자존심, 어떻게 보상할 거야?””

“요··· 용서해주십시오. 회장님.”

자존심이 구겨졌다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저 용서만 빌었다. 지금 생각나는 일이 오직 그것밖에 없었다.

“쯧쯧쯧. 쓸모없는 것. 이봐. 이 실장. 저거 치워버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느새 대기하고 있던 수행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절규하는 임형주 실장을 끌고 나갔다.

“회··· 회장님. 회장님. 용서하십시오. 회장님! 으흑. 회장님!”

“흠···. 이제 어떡한다.”

끌려나가는 임형주 실장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소파 위에 올라간 손을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고정호 전무를 호출할까요? 회장님.”

“아니야. 그래도 아들인데 직접 가서 이야기해줘야지.”

“네? 서···설마 회장님?”

“그래. 내칠 생각이야. 그 녀석.”

“하지만 회장님. 임형주 실장을 포섭한 건 윤은지 팀장의 독단적인 판단이었을 겁니다. 고정호 전무가 감히 회장님에게 그런 생각을 품을 리가 없습니다.”

“알아. 그 녀석은 그럴 깜냥이 되지 못하지. 하지만 마동수 팀장을 노린 건 그 녀석 짓이 분명해. 나도 지금 동지그룹을 만들기까지 무수히 많은 인간들을 짓밟아 왔어. 하지만 양아치처럼 대놓고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어. 그건 깡패가 할 일이지, 기업 총수가 할 일이 아니야. 경영자라면 더욱 지독하고 간교하게 상대를 옭아맸어야지. 폭력에 의존하지 말고.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쓰고 싶은 유혹이 드는 게 폭력이야. 결국은 경영자가 아니라 양아치가 되는 거지. 난 내가 어렵게 이룩한 동지그룹을 절대 양아치 집단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하지만 한 번 실수로···.”

“한 번 실수? 쯧쯧. 이 실장은 정호를 어렸을 때부터 봐서 그런지 그 녀석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해. 그건 평호나 현호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정호가 단순히 현호를 견제하기 위해 마 팀장을 노렸을 것 같나?”

고정호 전무를 아끼는 이도우 실장이지만 그럼에도 내쳐지지 않는 건 고평호나 고현호도 똑같이 아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중립적이지 않지만 희한하게 중립을 지키게 되는 묘한 상황, 그게 바로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녀석은 분명 윤 사장 여식을 탐냈을 거야.”

“설마 그럴 리가요?”

“설마라니. 내가 내 아들을 모를까? 그 녀석은 분명 그랬을 거야. 윤시연이라고 했나? 윤승태 여식이?”

“네. 맞을 겁니다.”

“요물이더군. 그녀가 고운 건 누가 봐도 사실이잖아. 그러니 동지마트 CF에서도 그렇게 큰 호응을 얻었지. 그렇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인이, 동지그룹 일개 직원의 애인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호는 분명 질투했을 거야. 그리고 그 질투심에 이성을 잃어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고 폭력을 동원한 거겠지. 한심한 녀석.”

“······.”

냉정한 말투였지만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모습에 이도우 실장은 조용히 침묵만 지켰다.

“그리고 어차피 한 명쯤 솎아낼 때가 됐어. 확실한 쭉정이가 나타났는데 골고루 기회를 주는 건 돈 낭비며 시간 낭비야. 난 그게 현호가 될 줄 알았는데 녀석이 뒤늦게 각성할 줄 어찌 알았누. 그것도 다 제 복이지. 흠··· 정호 방으로 앞장서게. 그래도 아들인데 내 손으로 내보내는 게 예의 아니겠나.”

“알겠습니다. 회장님.”

***

콰앙~!

“그래서 뭐야? 결국은 실패했다는 이야기잖아?”

고정호 전무는 육은지 팀장으로부터 마동수 팀장 관련 지시 건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버럭 화부터 냈다.

“하필이면 광역수사대와 마주치는 바람에···.”

“거긴 그 정도 예상도 못 하고 일하는 놈들이었어? 바보가 아닌 이상 기어갈 곳이 없어 어떻게 거길 기어들어가. 에잇! 멍청한 것들. 비싼 돈 처먹더니 하는 일은 대체 왜 그따위야. 그런데 가만···. 설마 우리 정체가 탄로 나는 건 아니지? 현장 애들 다 잡혀들어갔다면서.”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점조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경찰이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일단 해당 점조직만 도마뱀 꼬리처럼 떼어주고 나머지 몸통은 전부 잠수를 탔다고 들었습니다.”

“흠··· 확실한 거지?”

“네. 의뢰 성공보다 보안을 더 신경 쓰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곳보다 믿을만한 곳이죠.”

“그건 다행이군. 그럼 마동수는 언제 다시 작업에 들어가는 거야?”

“네? 다시 의뢰를 넣으시려고요?

“당연한 거 아니야?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 아닙니다. 그런 건. 하지만 한 번 큰일을 겪었는데 마동수 팀장도 어느 정도는 대비를 하지 않겠습니까?”

“제까짓 게 대비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 그래 봐야 월급쟁이 아니야. 그런 녀석이 제 월급을 탈탈 털어 보디가드를 고용할 거야, 어쩔 거야? 안 그래?”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룹 정보실 눈을 피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뭔가 보도가 이상하게 나가긴 했지만 그래서 언론에서 더 요란을 떨고 있는 게 이번 사건이다. 그러니 언론의 관심이 사라질 동안만이라도 조용히 지내는 게 좋건만 고정호 전무는 어린 아이처럼 조급하게 굴며 재촉했다.

그 이유가 윤시연이라는 여자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내색할 순 없었다.

“이 봐! 육 팀장.”

“네. 전무님.”

“왜 이렇게 잔말이 많아? 할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하···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래야 육변기 육은지 팀장답지. 절대 거절을 하지 못하는 음탕한 년이잖아, 안 그래?”

“맞습니다. 전무님.”

“클클클. 그럼 오늘도 우리 육변기의 성능을 시험해볼까?”

“원하신다면요.”

고정호 전무가 음탕하게 바라보자, 육은지 팀장은 요염하게 눈을 치켜뜨며 그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나 마찬가지였고, 요염하고 색스러운 몸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였다.

똑똑똑!

치마 안에 숨어 있는 육은지 팀장의 속옷을 벗겨내고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던 고정호 전무는 갑작스러운 소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뭐야? 내가 분명히 어떤 방해도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 아무나에 나도 해당되는 거냐?”

누군지 보지도 않고 짜증을 내던 그는 절대 이곳에서 들리지 말아야 할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버지.”

“모자란 녀석. 회사에서는 분명히 회장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갑작스럽게 방문하셔서 제가 좀 놀라서 그랬습니다.”

“당연히 놀라겠지. 개과천선한 것처럼 굴더니 사무실에 숨어 계집질이나 하고 있고. 당연히 놀래야지, 안 놀래면 사람이 아니지.”

“계집질이라니요. 그런 거 아닙니다. 저년은 그냥 제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에 육은지 팀장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일그러졌지만 그런 일 따위에 신경 쓸 고정호 전무가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고대성 회장의 화를 누그러뜨리는 일뿐이었다.

“장난감 좋지. 그런데 정호야. 넌 이젠 그런 장난감은 더 이상 가지고 놀지 못할 것 같구나.”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건의 특성상 동수의 비중이 좀 줄었습니다. 주인공이 싸움도 잘해서 나쁜놈들 다 때려잡고, 간크게 동지그룹 회장과 담판도 짓고... 그런 건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등장이 약간 뜸해지네요.

하지만 금방 복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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