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2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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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전기는 동지 호텔·리조트, 동지 에너지, 동지 중공업, 동지 바이오, 동지 푸드쿡, 동지 조선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동지 마트와 함께 동지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는 알짜배기 계열사 중 한 곳이다.
특히 디지털 세상으로 접어들면서 동지 전기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력은 더욱 빛을 발했고,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초일류 전자부품 기업으로 거듭났다.
시가 총액 4조 5,000억 원, 연 매출 6조 원, 영업이익 2,000억 원의 거대 계열사며 대한민국 디지털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굉장히 진취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고정호 전무가 리더로서 다소 능력이 부족한 자신의 측근인 김구석 사장을 그곳 최고 경영자 자리에 꽂아 넣으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회사 성장 곡선이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그룹 일부에서는 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고정호 전무의 강력한 지지 덕에 무사히 사장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런 김구석 사장에게 고정호 전무의 실각 소식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느닷없었고, 썩은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절망스러웠다. 그를 든든하게 막아주던 방패막이 사라졌으니, 부실 경영의 책임론이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를 상황이었다.
“휴···.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래. 이봐 백 이사.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라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뿐,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하게 진상 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확실한 건 전무님이 회장님의 진노를 샀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신속한 인사 조처가 이뤄질 리가 없겠죠.”
“회장님이? 그럼 우린 이제 어떡하지?”
우유부단한 성격의 김구석 사장. 그가 잘하는 것이라고는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전부였다. 물론 아부도 실력이라고 동지 전기 같은 큰 회사의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건, 그만큼 고정호 전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는 의미였다.
누구보다 강력한 후계자 후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동지 전기 사장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그가 회장에 오르면 더욱 높은 곳으로 자신을 데려다줄 것이라 믿고 충성을 다해 비위를 맞췄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이제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믿었던 고정호 전무는 알고 보니 쭉정이에 지나지 않았고 오히려 가능성 제로라고 봤던 고현호 사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그는, 그가 가장 믿는 심복인 백완철 이사를 불러 향후 대책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지금까지 공을 들인 건 아깝지만 고정호 전무는 포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동지 유업입니다. 구멍가게 수준의 그와 인연을 계속 유지하면 사장님도 결국 구멍가게에서 일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설마 동지 전기를 포기하고 동지 유업 이사 자리로 들어가시려는 건 아니죠?”
백완철 이사도 어안이 벙벙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만약 그가 모시고 있는 김구석 사장이 동지 전기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자신의 이사직도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절대 물러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간교한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 되지. 절대 그럴 수는 없지. 동지 전기하고 동지 유업은 하늘과 땅 차이야. 그런데 사장 자리도 아니고 이사 자리면 더더욱 싫어.”
김구석 사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 안 가면 됩니다.”
“그게 말처럼 쉽나? 솔직히 내가 동지 전기 사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전부 고정호 전무님 덕분이라고. 그런데 인제 와서 무슨 수로 이 자리를 버티고 앉아 있을 수 있어?”
무능력해도 눈치는 빠른 그였다. 최소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현실 파악만큼은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런 능력 덕택에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해도 동지 전기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덕을 볼 사람이 꼭 고정호 전무만 있는 건 아니죠.”
말을 하는 백완철 이사의 눈빛이 사특하게 번득였다.
“뭐? 그럼 누가 있는데?”
“선택지는 둘이나 있습니다. 고평호 상무, 고현호 사장. 둘 중 사장님이 원하시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대체 무슨 수로?”
“사장님이 누구신지 잊으신 겁니까? 동지그룹에서 열 손가락에 안에 드는 우량 계열사인 동지 전기의 사장님입니다. 누구나 탐을 내는 자리죠.”
“그러니까 더 불안한 거 아니야. 이제는 막아줄 사람도 없으니, 언제 쫓겨나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고. 그만큼 탐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문제고.”
“쓰고 있던 우산이 없어지면 다른 우산을 쓰면 그만 아닙니까. 고평호 상무나 고현호 사장 입장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동지 전기에 세우는 것보다 동지 전기의 최고경영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더 쉬운 일이죠.”
“그럼 고정호 전무가 가만 있지 않을 텐데.”
이렇게까지 머리가 안 돌아가는 그가 아닌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머리가 굳었는지, 백완철 이사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정호 전무는 이미 끝났지 않습니까? 끝난 사람에게 충성해서 뭘 하시려고요. 버릴 땐 빨리 버리는 게 최선입니다. 설마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타고 있을 생각은 아니시죠?”
“당연히 그럴 수는 없지. 그런데 고정호 전무가 끝장난 게 확실한 걸까? 갑자기 몇 달 있다가 다시 복귀하면 우린 끝장이라고. 동지마트의 기적이 또 일어날 수 있는 거잖아.”
“동지마트와 같은 기적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들리는 말로는, 동지마트와 동지 유업은 상황부터가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상황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그게 무슨 의미야?”
“동지마트와 달리 동지 유업의 경우는 그룹 계열사에서 분리 준비에 들어간다는 소문입니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설마······?”
“네. 동지 유업을 유산으로 받는 대신 동지그룹에서는 완전히 쫓겨나는 셈이죠. 설사 동지마트와 같은 기적을 이뤄낸다고 해도, 그건 고정호 사장 개인의 성취지 동지그룹의 성과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절대 동지 그룹으로는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휴··· 그건 정말 반가운 소식이구먼.”
한때 충성의 다해 모셨던 사람의 불행한 소식에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이었다.
“네. 그러니 고정호 전무로부터의 보복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누굴 선택하는 게 좋을까? 차분하게 지지기반을 넓혀온 고평호 상무. 그리고 동지마트의 성공을 기반으로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른 고현호 사장. 이거 골치 아픈 일인데.”
“고평호 상무를 선택하면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신 반대급부가 많이 부족하겠죠. 기존 세력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쉽게 내어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반대로 고현호 사장의 경우는, 고평호 상무에 비해 지닌 세력이 열세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쪽에 가담할 경우 사장님의 입지는 굉장히 높아집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측근은 김학수 마케팅3부 부장과 마동수라는 애송이가 전부입니다. 물론 비공식적인 지지기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거물급 인사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두 후계자에 대한 설명에 김구석 사장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이내 혼란스러운 눈빛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너무 어렵다. 대체 둘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거지? 안정성을 생각하면 고평호 상무를 선택하면 안정성은 있지만 대가가 적을 거고, 고현호 사장을 선택하면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훨씬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잖아. 이건 너무 어려워. 백 이사 생각은 어때?”
고평호 상무나 고현호 이사가 자신을 거부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둘 중 누굴 선택할지 갈팡질팡 우유부단한 모습만 보였다.
“세력으로만 보면 고평호 상무 측이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가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반면 고현호 사장은 동지랜드에 이어 동지마트까지 그룹에서 포기했던 불량 계열사를 살려내는 기적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동지 호텔·리조트와 최근 각광받고 있는 D&Y 피트니스 센터 또한 고 사장 측에 호의적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지 푸드쿡은 이미 동지마트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만약 고정호 전무가 맡고 있던 동지 에너지만 고현호 전무가 차지하게 되면 세력에서도 그렇게 많이 밀리지는 않을 겁니다.”
“거기에 우리 동지 전기가 가세하면 세력에서 절대 꿀릴 일이 없겠군, 그래.”
“그렇지요. 세력은 비등해지고 보여준 능력은 훨씬 많습니다. 물론 그룹의 이사들 중 상당수가 고평호 상무를 지지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계속 보이면 언제라도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박쥐 같은 인간들이죠.”
“거긴 좀 그런 노회한 인간들이 많긴 해. 그럼 백 이사 생각은 고현호 사장이 낫다는 거네?”
“아무래도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선택은 제가 아니라 사장님이 하시는 거죠.”
“됐어. 백 이사 판단이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잖아. 자네가 알아서 진행해봐.”
“알겠습니다. 사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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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큰 형님이 자리에서 쫓겨난 지 고작 하루 만에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우리 편이 되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갑자기 찾아온 동지 전기의 백완철 이사의 말에 고현호 사장은 기가 찬 듯 물었다.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사장님의 능력을 흠모하고 있었고, 우연찮게 이번에 마침 이렇게 기회가 생겨 찾아온 겁니다.”
“그러나저러나 큰 형님이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한 지금, 모시고 있던 사람에게 기다렸다는 듯 등을 돌리고 나에게 오겠다고 하는 이야기잖아. 안 그래?”
“저··· 절대 등을 돌린 게 아닙니다.”
기대하던 반응이 아니라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는 고현호 사장의 반응에 백완철 이사의 평정심이 흐트러질 뻔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는 거야. 난 이렇게 금방 배신하는 놈들에게는 관심 없으니까 그만 돌아가.”
마동수 팀장이 해줬던 이야기가 아니라도 거만한 얼굴로 찾아온 백완철 이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고현호 사장이었다. 그래서 더 단호하게 그의 제안을 내쳤다.
“사장님!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하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머리를 식히고 어떤 게 이득인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시죠. 만약 우리가 고평호 상무와 손을 잡는다면 사장님은 후계자 경쟁에서 훨씬 뒤처지게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응, 안 그래. 그리고 부탁인데 제발 작은 형님과 손을 잡아줘. 너희처럼 박쥐 같은 인간이 작은 형님과 같은 편이 되면 내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그러니 꼭 부탁해. 알았지?”
“크윽···. 지금 저를 모욕하시는 겁니까?”
“이 새끼가 미쳤나? 너야말로 혹시 날 모욕하는 거야? 네 눈에는 우리 일가가 되게 우습게 보이나 보다. 아무 때나 붙었다 땠다 해도 얼씨구나 받아 줄 만큼 동지그룹 회장 가족이 만만하게 보인 거지?”
마동수 팀장에게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차갑고 냉정한 모습에 백완철 이사는 그제야 자신이 누굴 독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깨달았다. 사실 대중적으로 ‘좋은 부자, 선한 사람’ 이미지가 강해 대화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호랑이는 역시 호랑이를 낳는 모양이었다. 고현호 사장에게서 고대성 회장이 보여줬던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의 말은 단순히 개인의 협박이 아니었다. 동지그룹 회장 일가를 내세웠고, 그 무게를 견디기에는 그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희미했다.
“······”
갑자기 밀려오는 공포감에 와들와들 떨기만 할 뿐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알아들었으면 그만 나가 봐. 나도 너 같은 쓰레기랑 드잡이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완철 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현호 사장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이고는 후다닥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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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호랑이를 낳는 법...
고현호 사장의 카리스마 폭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