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5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새해가 밝았고 2011년이 시작됐다. 그리고 동지마트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DJ마트 가맹점이 5,000곳을 돌파했다는 소식이었다. 불과 석 달 만에 이뤄낸 엄청난 결과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올 상반기 안에 20,000점포를 넘어설 것 같다.
확실히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인 ‘미션 임파서블, 동네 슈퍼를 살려라.’의 힘이 컸다. 일명 ‘미슈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얼마 전 시청률 15% 돌파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훈훈한 감동과 따뜻한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에서도 연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방방곡곡 프로젝트 또한 DJ마트 성장에 발맞춰서 척척 진행되었다. 서울은 이미 전 지역 당일 배송이 가능해졌고, 대전, 인천, 광주, 대구, 울산, 부산과 같은 광역도시들도 올 상반기 안에 전 지역 당일 배송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가 끝날 때쯤에는 도서 산간 지역을 제외한 대한민국 거의 모든 곳에서 당일 주문 당일 수령 체계가 완성된다.
감히 말하건대, 그때가 되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이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카트를 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내일 당장 필요한 물건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며 걱정할 이유도 사라진다. 워킹맘은 아이들 준비물을 구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아기 기저귀부터 콘돔까지 거의 모든 물건이 당일 배송된다. 그냥 스마트폰을 열고 주문만 하면 끝이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임산부 아내를 둔 남편이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을 구하기 위해 발에 땀 나도록 돌아다닐 일도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밤늦게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은 여전히 사방팔방 구하러 돌아다녀야겠지만···.
완전히 달라진 삶이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위한 시스템을 최선을 다해 마련해 두었다. 이젠 우리가 아니라도 동지그룹에 취직할 정도의 역량을 가진 직원이라면 누구나 아무런 문제 없이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준비된 셈이다.
이제 더는 동지마트에서 우리가 할 일은 없다. 동지마트가, DJ마트가, 방방곡곡 애플리케이션이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바꾸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남아 있는 건 역량 낭비다.
안주하고 정체되면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야 할 일은 모두 마무리했으니, 우리는 이제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가 되었다.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긴 하다.
바로 포상 휴가!
인수인계를 모두 마치자 고현호 사장은 약속한 대로 우리 팀 전원에게 한 달간의 해외여행을 선물했다. 우리 동지 호텔·리조트가 있는 호주의 퀸즐랜드. 지금 한국은 한겨울이지만 호주는 따뜻한 여름이다.
동반 1인도 데려갈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당연히 시연이와 함께 했다. 그리고 조기훈 차장은 대체 어떻게 설득했는지 윤 스포츠센터의 석나련 실장의 손을 잡고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꿈같은 한 달의 휴가를 호주에서 보내고 아쉬움을 달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
동지그룹 고대성 회장 집무실.
“그러니 네 말은, 동지마트는 이제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니까 다른 일을 하고 싶다?”
“네, 회장님.”
“허허허.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겠다 이 말이렷다? 기특한 녀석. 그래, 그럼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냐? 원한다면 정호가 관리하던 동지 에너지를 네게 맡길 수도 있다. 동지 마트를 지금의 자리에 올린 건 모두 네 공이니 그만한 포상을 해줘야지. 어떠냐? 동지 에너지를 한 번 맡아 볼 테냐?”
동지 에너지. 동지 중공업과 함께 동지그룹을 이끌어 가는 쌍두마차다.
동지 에너지의 시가 총액은 10조 원이 넘는다. 2010년 매출이 40조 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석유기업 매출 순위에서도 당당히 15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꽤 잘 나가는 동지 전기가 매출 6조 원에 영업이익이 2천억 원인 감안하면 명실공히 동지그룹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단일 회사로는 대한민국에서도 손으로 꼽힐 만큼 최고의 기업. 그런 회사의 경영을 맡기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뜻밖의 제안에 고현호 사장은 당황했다. 당분간 고대성 회장이 직접 관리하기로 했던 동지 에너지를 고현호 사장이 관리한다면, 고평호 상무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그가 아니라 누구라도 혹할만한 제안이었다. 순간 생기는 욕심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러나 고현호 사장은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고대성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동지 에너지보다 규모는 작아도 훨씬 더 의미있는 D&Y 피트니스 센터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잘나가고 있는 회사는 아무리 잘 경영해도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지 않는다. 이를테면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D&Y 피트니스 센터의 해외 진출은 아무도 이루지 못한 불모지나 다름없다. 동지랜드, 동지마트에 이어 D&Y 피트니스 센터 해외진출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고현호 사장의 능력을 더 이상은 운 좋은 애송이로 비하할 수 없게 된다.
동지 에너지는 D&Y 피트니스 센터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그 대가로 받아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눈앞의 욕심에 혈관 속을 미친 듯이 헤집던 혈기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더군다나 그에겐 믿음직한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라면 그보다 더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요. 사양하겠습니다.”
“뭐? 나이를 먹더니 가는 귀가 먹었나.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제대로 들으셨을 겁니다. 동지 에너지, 사양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니 왜? 동지마트에 대한 공으로 동지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게냐?”
“아닙니다. 넘치죠. 동지 에너지는 글로벌 석유회사입니다. 동지마트를 통해 세운 공으로 받기에는 많이 과분합니다.”
“과분하다고 해도 내가 주면 그만이야.”
오만한 대답이었지만 그에게서는 그 어떤 위화감도 들지 않았다. 그런 오만함, 거칠 것 없는 카리스마가 바로 고대성 회장다움이었다.
“그래도 싫습니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오겠죠.”
“기회는 자주 찾아 오지 않아.”
“그럼 인연이 아닌 거죠.”
“뭐? 하하하하하. 그럼 이제 말해 보거라. 동지 에너지를 마다하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설마 그룹 회장 자리를 내어달라는 건 아니겠지?”
“D&Y 피트니스 센터 프로젝트를 제가 맡아보고 싶습니다.”
“뭐어? 고작 D&Y 피트니스 센터? 거긴 지금 프로젝트 진행이 꽤 지지부진하다고 들었는데···?”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어려움은 있어야 일 할 맛이 생기죠. 동지 에너지는 이미 정상을 찍은 기업이라 별 매력이 없습니다.”
동지 에너지를 매력 없다고 폄하하는 고현호 사장의 모습에서 고대성 회장과는 또 다른 오만함이 엿보였다. 이건 마치 전설의 중국 4대 미녀인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보고 매력없다고 하는 말이나 똑같았다.
“매력이 없어? 천하의 미녀도 마다할 녀석 같으니.”
“전 원래가 쉬운 여자를 싫어합니다.”
“허허허. 그래서 D&Y 피트니스 센터는 매력이 느껴지고?”
“가능성이 무한하지 않습니까? 남의 손을 타지 않고, 아무도 깎지 않은 천연의 원석이라고 할 수 있죠.”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자칫 지금까지 네가 올린 공든 탑이 모두 무너질 수도 있어.”
“그 말씀은 회장님답지 않군요. 공든 탑이 무너지면 다시 쌓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성공만 하면 석가탑보다 더 안정적으로 변할 겁니다.”
“네가 내가 알던 현호 맞느냐?”
고현호 사장의 다부진 대답에 고대성 회장의 마음은 그가 내뱉은 말과 달리 흐뭇하게 변했다.
“왜, 아니었으면 좋겠습니까?”
“아니다. 네 변화가 낯설어서 그런 거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D&Y 피트니스 센터 프로젝트를 확실히 정착시킬 비장의 카드라도 준비된 모양이구나.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지만 묻진 않으마. 조용히 지켜보면 네 의도를 알 수 있겠지. 네 사람들은 데려갈 생각이냐?”
“물론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D&Y 피트니스 클럽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들은 전부 원상복귀 시켜주십시오.”
조기훈 차장 이하 팀원들이 동지마트로 옮기면서 지금의 D&Y 피트니스 클럽 프로젝트 팀은 권희태 과장을 비롯한 고정호 전 전무의 측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니 고현호 사장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원상복귀라? 필요 없다는 말이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부진한 책임은 물어야지. 그래야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어.”
“그건 회장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제 사람만 데려가면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라···. 지원이 필요한 게냐?”
“아닙니다. 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동지마트를 완벽하게 키워냈으니 그들에게도 합당한 포상이 주고 싶습니다. 방금 회장님이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부진한 책임을 물어,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시겠다고요. 그럼 반대로 잘한 사람에게는 합당한 포상이 필요한 법이죠. 그래야 직원들이 자극을 받고 분발할 겁니다. 원래 당근과 채찍은 서로 적절하게 사용해야 효과가 크지 않습니까?”
“녀석···. 지금 애비에게 충고를 하는 것이냐? 그래, 어쨌든 당근은 필요하지. 뭘 바라는 건지,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보거라.”
“그렇게 어려운 요구는 아닙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직급을 그대로 유지해서 본사로 데려가고 싶습니다.”
“직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말은 결국 다들 한 단계씩 승진을 시켜달라 그 말이로군.”
“그만한 공은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본사였다면 승진 체계가 있으니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하지만 계열사는 그런 제한이 없지 않습니까?”
동지그룹 본사의 경우는 직급마다 승진 후 그 직급을 유지해야 할 최소 기간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동지마트는 그런 규정이 마련되어있지 않았다. 마동수 팀장이 동지마트로 발령받자마자 ‘팀장 대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꼼수다. 하지만 마동수 팀장을 밀어내고 권희태 과장을 꽂아 넣었던, 고정호 전무가 벌인 행태에 비하면 점잖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승진시키려는 건 함께 고생한 자기 사람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려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정호 전무가 무리해가면서 자신이 아끼는 권희태 과장을 D&Y 피트니스 클럽 프로젝트팀에 집어넣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단순히 생각해도, 측근이 빨리 성장해 그룹에서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그만큼 세력이 성장한다는 걸 의미한다.
“한 명은 몰라도 팀원 전원을 승진시켜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자극을 주려는 거지 불평불만을 들으려는 건 아니니까. 아무리 그래도 승진이 너무 빠르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본사 규정을 그룹 전체에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으니까. 어떡한다···. 음···. 그렇지 이렇게 하자.”
“어떻게요?”
“다들 ‘대우’를 붙여주고, D&Y 피트니스 클럽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꼬리표를 뗄 수 있도록 해주지. 대신 별도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마. 어떠냐?”
“나쁘지 않네요. 그 정도면 다들 만족할 것 같습니다. 이미 별도의 포상 휴가를 즐기는 중이니까요.”
“녀석도. 동지 에너지도 마다하더니 그깟 승진이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웃음까지 지으며 만족해하는 고현호 사장의 모습이 그리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다.
“직장인에게 승진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러십니까?”
“쯧쯧쯧. 팔불출 같은 녀석. 좋아. 그럼 곧바로 인사발령이 날 수 있도록 이 실장에게 지시해놓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회장님.”
============================ 작품 후기 ============================
승진이 너무 빠른가요? 그래도 공을 세웠으면 승진을 해야죠. 그게 직장 다니는 맛이니까요.ㅎㅎ
포에버마트 시가총액을 수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자산총액을 시가총액으로 착각해서 생각보다 가치가 높게 잡혔습니다. 지금 현재 이마트 시가총액이 7조원 정도 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포에버마트의 시가총액은 대략 5조원에 인수 가격은 1조 5천억 원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스토리상 그리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 그냥 참고만 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