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조세핀 스톤 이사와 계속 친분을요? 그렇지만 그 여자는 동수씨를 이용한 사람이잖아요?”
“시연아. 내가 회사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한 가지 있어.”
“그게 뭔데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사실이야. 내가 만약 조세핀 스톤 이사에게 이용당했다고, 그 사실에 열 받아 그 여자를 영원히 멀리한다면 결국 손해 보는 사람은 나야. 비록 지금은 조세핀 스톤 이사가 나를 이용했지만 다음번에는 내가 그녀를 이용하면 돼. 그러기 위해서는 껄끄러운 사이가 되면 곤란하지 않겠어?”
사실 이이제이 프로젝트는 절대로 쉬운 프로젝트가 아니다. 남의 나라 국민들을 자극해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다나카 아크로바틱 사이의 계약을 깨트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다음도 문제다.
부서원들과의 회의에서는 자신감 있게 말했지만,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반드시 우리 D&Y 피트니스 클럽을 자신들의 파트너로 정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현재 중국 시장 진출을 전담하고 있는 책임자는 조세핀 스톤 이사고, 그녀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의 반대파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친(親)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 측이라고 알려진 우리를 주저 없이 자신들의 파트너로 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친분유지는 필수다. 그리고 그 친분 유지를 유해서는 시연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무리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고 해도, 시연이 사진을 잡지사에서 일하는 자신의 친구에게까지 보여준 걸 봐서는 개인적인 호감은 분명히 있어 보였다. 개인적인 친분이 반드시 사업적 제휴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볼 생각이다.
“방법이 있는 거예요?”
“응. 그 여자의 약점을 알거든.”
“어떤 약점인데요?”
“시연이 너랑 비슷한 병을 가지고 있어.”
“네에? 저랑 비슷한 병이요? 하지만 동수씨. 전 잔병 하나 없이 건강한데요.”
“몸이 아프다는 게 아니야. 시연이 너, 사실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 그렇지?”
키가 크고 예쁜, 누구 하나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시연이지만 희한하게 작고 귀여운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귀여운 스타일의 장희를 부러워하거나, 방안에 꾸며놓은 귀여운 아이템들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네. 맞아요! 제가 좀 귀여운 걸 좋아하긴 하죠. 헤헤. 그런데 조세핀 스톤 이사도 저처럼 귀여운 걸 좋아하나요?”
“아니. 조금 달라. 예쁜 사람? 소품? 이런 것들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어. 시연이 네 사진을 보고 그렇게 호감을 보인 것도 그런 그녀의 성격 때문이었고.”
“동수씨를 이용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요?”
“그래서 조세핀 스톤 이사가 대단한 거야. 개인적인 호감마저도 업무상 이득을 얻기 위해 서슴없이 이용하잖아. 그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
“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만약에 제가 제 마음에 쏙 드는 귀여운 뭔가를 발견했다면 거기에 눈이 멀어 일이든 뭐든 다 팽개쳤을 것 같아요.”
“뭐, 나도?”
“히힛. 동수씨는 당연히 예외죠. 제게 항상 1순위인데요.”
“흠흠···. 역시 그렇지?”
“물론이죠! 그런데 조세핀 스톤 이사가 예쁜 거에 집착하는 약점을 어떻게 공략하려고요?”
“시연이 네가 있잖아. 조세핀 스톤 이사가 빠질 만큼 예쁜 사람.”
“네? 저··· 저요? 그건 조금 이해가 안 가요. 조세핀 스톤 이사가 정말 예쁜 거에 집착하는 사람 맞나요?”
예전과 달리 자신의 외모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시연이지만, 본인이 얼마나 예쁜지 제대로 자각하는 건 아직도 요원한 일처럼 보였다.
“그럼 당연하지! 그러니까 그렇게 쑥스러워하지 마.”
“휴···. 아직 적응이 안 돼요. 정말 제가 도움이 될까요?”
“응. 많이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얼핏 전화로 이야기했지? 조세픈 스톤 이사가 시연이 네 책에 관심을 보인다고.”
“네. 그냥 인사치레라고 생각하지만요.”
“아니요. 내용이 괜찮으면 출판사까지 소개하겠다고 나서던 사람이야. 아무리 미국 사람이라도 그 정도 립서비스는 안 한다고.”
작년 연말에 출간된 시연이의 소설은 그녀가 쓴 여행 에세이 이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엔 우리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민망한 마음에 책을 읽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책을 본 사람들이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는 통에 나도 뒤늦게 책을 읽어야 했다.
로맨스 소설인만큼 대단한 철학과 깊이가 있는 작품은 당연히 아니었다. 순수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시연이의 소설을 ‘읽을 가치가 없는 책’으로 단정 짓기도 했다. 그건 그들의 개인 취향이니까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대중가요, 오락영화는 되면서 장르소설은 안 된다는 식의 아집이 아쉬울 뿐이었다.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시연이의 책을 읽으면서 처음드는 생각은 내가 정말 이 소설의 주인공이 맞나 하는 의문이었다. 분명히 내가 낯익은 이야기지만 낯선 느낌. 같은 일도 시연이의 눈을 통한 세상은 나와 많이 달랐다. 나보다 훨씬 순수했고 훨씬 격정적이었으며 훨씬 로맨틱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아름답고 멋진 소실이었다. 조세핀 스톤에게 처음 그런 제안을 듣는 순간 시연이의 소설이라면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이자 작가인 시연이의 외모라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이슈가 될만하다고 느꼈다.
“정말 립서비스가 아닐까요?”
“아니야. 그것마저도 나를 속였다면 그녀는 정말 할리우드에 진출해도 될 만큼 놀라운 연기자일 거야.”
“그럼 정말 다행이지만요.”
“만약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녀가 관심을 안 보인담 내가 직접 알아볼 게. 시연이 네 소설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진짜요?”
“그럼. 내 이야긴데도, 네 글을 읽은 동안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자주인공이 그렇게 얄밉더라니까.”
“우와···! 정말 그랬어요? 그런데 왜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제게 안 했어요?”
“쑥스러우니까 그랬지. 아무튼 시연아. 영어로 번역 가능할까? 요즘 인턴하느라 바쁘긴 하겠지만······ 바쁘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고.”
시연이가 바쁘면 번역 전문가를 알아보면 된다. 그렇지만 소설 속의 풋풋하고 달달한 감정을 살리려면 역시 당사자인 시연이가 직접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능력이 안 된다면 모를까? 시연이는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제가 할게요. 할 수 있어요. 정말 해외에 출판을 하게 된다면 제가 직접하고 싶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동수씨와 제 이야기잖아요.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제 감정을 변질되면 싫을 것 같아요.”
***
「중국, 동중국해 연안 대규모 기지 추진…센카쿠 겨냥
중국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와 가까운 해안에 대규모 기지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경국은 저장성 원저우시 바닷가에 ‘원저우지휘종합보장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지는 부지 면적 약 50만㎡, 배를 대는 선착장의 안벽(岸壁) 길이 1200m, 배수량 1만t급에 달하는 배까지 대형 선박 6척이 정박 가능한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이곳에는 비행기나 헬기의 격납고, 대형 훈련 시설이 함께 건설될 예정이며 총 공사비 33억4000만 위안(약 6007억원) 전액을 중국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한 관계자는 원저우시와 해경국 등 관계기관이 개최한 기지 건설 관련 회의에서 이런 구상이 다뤄졌으며 관련 내용이 저장성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가 최근 삭제됐다고 전했다.
그는 기지가 센카쿠열도 주변에 파견할 중국 당국 선박의 정박·점검·보수나 탑승 대원 훈련 등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중국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대응 수위를 높이려고 거점 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윈저우시 해안은 센카쿠 열도에서 약 350㎞ 거리에 있으며 동중국해에 접한 중국 본토의 주요 도시 가운데 센카쿠 열도가 가장 가깝다. - 감동을 주는 나가세 신문 - 」
콰직!!
(망할 놈의 중국 새끼들. 센카쿠는 우리 대 일본제국의 영토란 말이다. 이 바보 같은 것들아!)
나카무라는 방금 읽고 있는 신문을 구기며 짜증을 부렸다. 그가 믿는 일본제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카무라 상)
그가 화를 내자 옆에 있던 앤도가 걱정스러운 일로 물었다.
(아. 앤도 상. 나가세 신문에서 나온 기사 보셨습니까?)
(역시 나카무라 상도 보셨군요.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지 않습니까?)
나가세 신문은 일본의 유명한 찌라시 신문사였다. 사실 신문사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지경이며, 사설정보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곳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임협계(행동파) 우익단체인 대일본 애국회의 리더인 나카무라에게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또한 일부러 그를 자극하기 위해 신문을 가져다 놓은 앤도 입장에서는 그의 반응이 반갑기만 했다.
(안타까운 정도가 아니죠. 이건 말이 안 됩니다. 감히 중국이 신성한 천황폐하의 영토를 탐내다니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건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카무라 상. 중국이 바다에서 벌이는 일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습니까? 배를 타고 그곳에 가서 항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건 그렇군요. 앤도 상. 혹시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음···.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혹시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앤도가 뜸을 들이자 나카무라가 조바심을 내며 물었다. 그러자 앤도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살짝 굽혔다. 좀 더 은밀하고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중국 대사관도 중국 영토 아닙니까? 솔직히 우리가 배를 타고 항의를 해봐야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일을 누가 알아나 주겠습니까? 하지만 중국 대사관에 항의를 한다면 달라지겠죠.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항의 시위로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앤도 상의 이야기가 너무 평이하자 나카무라는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단순하지 않게 항의 시위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어떻게요?)
(어디 보자···. 그래! 이런 건 어떻습니까? 중국 대사나 그의 부인을 향해 달걀 세례를 한다든지 아니면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국기를 불태우는 겁니다.)
(오호. 괜찮은 방법처럼 보이는군요.)
(그럼요. 괜찮고 말고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우리 대일본 애국회가 다른 단체들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지 않습니까? 대행사, 대일본 청년사, 대일본 주일회, 국수 청년 연맹, 송온 학원 등등. 한때 그런 유명 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곳이 바로 대일본 애국회입니다. 나카무라 상! 이제 다시 옛 영광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당연합니다. 그동안 내부 갈등을 봉합하느라 활동이 뜸하긴 했지만 한때 우리도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임협들이었습니다. 다시 활동을 재개해 우리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요. 이번 기회에 우리 대일본 애국회가 어떤 곳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겠습니다. 크흠······.)
나카무라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렇게 다짐했고, 앤도는 표나지 않게 속으로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소설 속 단체들은 어디까지나 제 상상속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