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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65화 (365/424)

00365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소피아 헤밀턴의 배후가 이사님이라는 건 사실이라는 말씀이군요.]

[그······ 그건.]

나의 지적에 조세핀 스톤 이사가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을 지켰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조용히 지켜봤다.

[그래요. 배후라는 말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제가 소피아에게 조언을 한 건 맞아요.]

조세핀 스톤 이사는 체념한 듯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솔직히 의외였다. 그녀가 이렇게 빨리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체 어떤 부분이 그녀를 이렇게 빨리 무너뜨릴 수 있었는지 내가 오히려 궁금할 지경이었다.

[역시 예상대로군요.]

[하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톰 헤밀펀의 외도까지 내가 꾸민 건 아니라고요. 아무리 성공하고 싶다고 해도 그런 짓까지 꾸미진 않아요.]

[물론 저는 이사님을 믿습니다. 그런데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보고 싶고 싶은 것만 보겠죠. 혹시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물론이에요.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죠. 현대적으로 번역하자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의미겠네요. 그런데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오죠? 우리 대화랑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요.]

[오컴의 면도날처럼 복잡한 가설은 집어치우고 간단하게 생각해봅시다. 소피아 헤밀턴이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지분을 가지게 되면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굴까요?]

[그··· 글쎄요.]

[모르실 리가 없을 텐데요.]

[그 말은 저라는 뜻인가요?]

[물론이죠. 원래의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경영권이 굉장히 탄탄한 기업이었습니다. 톰 헤밀턴이 상당량의 지분을 보유했고,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은 기업 내외적으로 인정과 존경을 동시에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피아 헤밀턴으로 인해 탄탄했던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어요.]

[정확하게 따지면 톰 헤밀턴이 바람을 피워서 그렇죠.]

[원인은 물론 톰 헤밀턴에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그걸 따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톰 – 더글라스 체제가 흔들리고 찰리 – 조세핀 연합이 치고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중에 조세핀이라는 일개 이사가 톰 헤밀턴, 찰리 헤밀턴, 더글라스 에리얼리와 비슷한 레벨로 올라서 버렸고요. 이제 사람들은 조세핀 스톤을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라고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찰리 – 조세핀 연합이 톰 – 더글라스 체제를 몰아내 버린다면 차기 회장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요?]

[톰 헤밀턴이······ 가장 유력하겠죠.]

조세핀 스톤은 끝까지 내 말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말에 확신이 없었다.

[듣기로 톰 헤밀턴은 가문에서 운영하는 다른 사업체의 회장 자리에 있어서,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회장 자리에 오를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돈 욕심은 많은 인간이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곳의 회장 자리를 탐낼 정도로 비합리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평이 많더라고요. 그럼 가장 유력한 사람은 역시 이사님이겠군요.]

[휴······. 역시 찜찜했던 예감이 틀리지 않는군요. 당신,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인가요? 그대로 당신 보스인 고현호 상무에게 보고하지 않고 내게 이 이야길 하는 건 뭔가 타협의 의지가 있다는 건데, 제게 원하는 게 뭔가요? 설마 다나카 아크로바틱과의 계약을 철회하길 원하는 건가요? 하지만 그건 곤란해요.]

[왜 그렇죠?]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모른 척 물었다.

[그건 내가 아니라 톰 헤밀턴이나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이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아무 이유 없는 계약 철회는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원칙을 깨는 행동이니까요. 계약 철회에 따른 손해도 커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과 당신 보스가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그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약을 철회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미스터 마가 나를 몰아낸다고 해도, D&Y 피트니스 센터가 우리와 제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정도는 저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대체 내게 바라는 게 뭔가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군요. 그냥 이대로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에게 제가 알아낸 사실을 전해 볼까요?]

[안 돼요! 그러지 마요.]

슬쩍 농담처럼 한 말에 조세핀 스톤 이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녀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리가 없었다.

[네?]

[당신. 톰 헤밀턴과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톰 헤밀턴은 몰라도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은 괜찮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보스가 아무와 그렇게 친분을 가지지 않거든요.]

[흥! 그건 그냥 겉모습일 뿐이죠. 톰 헤밀턴은 완전히 바람둥이였어요. 그동안 증거가 없었을 뿐 얼마나 많은 여자를 상대했었다고요. 심지어 자기 와이프의 친구인 제게까지 지분거릴 정도로요. 불쌍한 소피아. 그 친구가 너무 순진해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증거를 보여준 거예요. 정신 차리고 이제라도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쁜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살아가길 바랐던 거예요. 그리고 이제 겨우 진짜 홀로서기 시작했는데······. 다시 그 인간말종의 품에 돌아가면 안 돼요.]

[그럼 이혼만 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요? 굳이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지분을 받아내도록 한 건 결국 이사님의 개인적 욕심 같은데요.]

[복수하고 싶었으니까요.]

[친구의 복수를 대신한다고요? 그건 친구가 홀로서기 하기를 바라는 모습이 아닌데요?]

[톰 헤밀턴이 아니라 더글라스 에리얼리에게요. 그 남자.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을 진정한 호인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건 전부 가식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지독한 남성우월주의자라는 거죠.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성장 원동력은 할인 마트와 명품 아웃렛의 결합이었어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원래 제 것이었고요. 그런데 그걸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이 빼앗아 간 거예요.]

한때 연인이었던 두 사람. 조세핀 스톤 이사는 사랑하는 남자였던 더글라스 에리얼리에게 자신의 기획안을 보여줬다. 이미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그라면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 기획안이 굉장한 보물이라는 걸 깨달은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은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꾸며 회사에 보고했고, 그때부터 승승장구해 지금의 월드 베리어스 클럽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참······]

[저한테 그러더군요. 여자에게는 과분한 기획안이라고. 여자는 남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지 남자보다 잘나려고 하면 곤란하다고. 솔직히 그런 남성우월주의자가 당신의 보스와 친하게 지낸다는 게 의아해요. 그런 인간들은 인종차별도 같이하거든요. 둘은 사촌지간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도 고현호 상무와 절친했다는 건, 고현호 상무에게 뭔가 뜯어 먹을 게 있었다는 의미일 거예요.]

그녀의 말에 순간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아차 싶어 머리를 들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렇게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쉽게 만들어 버리는 것도 보통 능력은 아니었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건 이사님의 개인적인 추측이니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훗. 역시 당신도 똑같은 남자군요.]

[그렇게 생각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론 여전히 이사님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저는 동지그룹과 D&Y 피트니스 센터의 대표로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믿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의 말에 믿음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그녀에게서 진실성을 느껴서인지 아니면 단지 엄청난 미녀의 하소연이라서 그런지 나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쨌든 조세핀 스톤 이사와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이 한때 연인이었다는 건 사실 같았다. 확실히 성공이라는 요물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었다.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을 버리고 성공을 택하는 걸 보면.

[그럼 원하는 걸 말해보세요. 어쨌거나 미스터 마는 나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 좋은 패를 쥐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거래해요.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들어줄 용의가 있어요. 당신 보스와 친분이 있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과는 이런 거래 못 할 것 아니에요. 그걸 아니까 그가 아닌 내게 온 거겠죠.]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조세핀 스톤 이사는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거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고현호 상무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돌아서서 본사에 보고부터 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자꾸 마음이 주저됐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고현호 상무라면 주저 없이 그를 선택하겠지만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과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그가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서 쫓겨나든 말든, 내게 더 중요한 건 D&Y 피트니스 센터가 얻을 수 있는 이득. 내가 굳이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물론 그녀가 미녀라는 것도, 시연이에게 보여준 호의도 나의 고민에 한몫을 했다.

잠념을 털어버리고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아까 그녀에게 이야기했듯 오컴의 면도날을 생각하면 된다. 복잡한 인연관계를 떠나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면 그만이었다.

[저는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우리 D&Y 피트니스 센터와 제휴하길 원합니다.]

기대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조세핀 스톤 이사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건 내가 들어줄 수 없는 거군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도 마찬가지겠지만 미스터 마의 선택이 그렇다면 존중하겠어요. 당신이나 션과는 좋은 인연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 그럼 대체 그 말이 무슨 의미인가요?]

[제가 변수를 만들 생각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미 만들어지고 있죠.]

[변수요?]

[네.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다나카 아크로바틱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돌발 변수요.]

[그럴 리가요?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저도 이렇게 고민 안 해요. 당장 계약 해지 하고 당신과 계약을 맺었겠죠.]

[자세한 건 자연스럽게 알 게 되실 겁니다. 기밀이 중요해서요. 제가 이사님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지켜보시면 압니다. 그때가 되면 제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겁니다.]

이제 곧 중국에서 반응이 올 때가 됐다. 중국 국기를 불태운 사건으로 중국 내부에서 반일 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다나카 아크로바틱과의 제휴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좋아요. 그렇다고 쳐요. 그렇게만 되면 저도 당연히 D&Y 피트니스 센터과 제휴를 맺도록 하죠. 그럼 됐나요?]

[아니죠.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그건 이사님이 아니라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도 해줄 수 있는 일이죠.]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은 아쉬운 게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게 그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나 조세핀 스톤 이사는 다르다. 큰 무리가 없다면 내가 요구하는 건 될 수 있으면 들어줘야 했다.

[그럼 어떤 걸 원하는 건가요?]

[유명한 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휴우···. 인제 보니 당신 참 지독한 사람이군요.]

============================ 작품 후기 ============================

아줌마. 선제시요..

가시는 길에 선추코 부탁드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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