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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67화 (367/424)

0036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흐흐흐.”

“왜 그렇게 이상하게 웃어요?”

“좋아서 웃지.”

공짜로 고급호텔에서 놀며 잔뜩 선물(?)까지 받아 챙겨,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당연히 어깨춤이 절로 났다.

“그렇게 좋아요?”

“그럼. 좋지. 좋고말고. 우리 윤 작가님께서는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출판 계약을 했고, 나는 다나타 아크로바틱을 뻥 차버리고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제휴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잖아.”

“지금쯤이면 제휴 계약을 맺고 있겠네요.”

“그렇겠지. 조세핀 스톤 이사도 참 대단해. 이사회 결정이 나자마자 계약을 위해 한국으로 날아가는 걸 보면.”

“호호호. 그거야 동수씨가 워낙 사고를 크게 쳐서 그렇잖아요.”

미국 방문 목적을 모두 달성한 나는 회사에 당당하게 며칠 놀겠다고 보고하고 시연이와 함께 즐거운 뉴욕관광을 즐겼다. 하지만 모두가 우리처럼 여유가 넘치는 건 아니었다.

중국 내 반일 시위가 점점 거세지자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졌다. 기세 좋게 중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는데 파트너 기업인 다나카 아크로바틱이 하필이면 일본 회사. 반일 감정이 혐일로 넘어섰고 더 이상의 합리적인 판단은 불가능한 상황, 시위대는 세계적인 기업인 월드 베리어스 클럽 또한 일본을 옹호하는 ‘나쁜 놈’으로 인식하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중국 시장 진출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당연히 입장이 곤란해졌고, 성난 시위대를 무마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다나카 아크로바틱과의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일방적인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선언에 키사라기 에이지 사장이 강력히 반발했으나, 계약서상으로는 계약해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비록 중국의 반일 감정 고조가 다나카 아크로바틱의 잘못은 아니지만, 반일 시위는 ‘중국 시장 진출에 명백한 문제가 생길 경우 언제든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명백하게 부합하는 사건이었다. 현재 반일 시위는 그만큼 상황이 안 좋았다.

단순히 시위대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은 연일 전투기를 띄우고, 하루가 멀다하고 전투정이 출동했다. 상식적으로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일은 없지만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니 곁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본 시연이 입장에서는 내가 굉장히 큰 사고를 친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연아. 사실 내가 한 건 별거 없어. 그냥 양념만 살짝 뿌렸는데 두 나라가 알아서 저렇게 싸우더라고. 아마 내가 아니었다고 해도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을 걸?”

나는 누가 들을세라 시연이에게 귀속말로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녀는 그런 내 말이 어이없었는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그냥 어깨만 한 번 으쓱여줬다.

“어휴···. 이런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게 참 아쉬워요.”

“왜? 내 약혼자가 이렇게 ‘대박인 남자다.’ 자랑을 못 해서 아쉬워?”

“호호호. 정말 못 말려. 솔직히 한편으로 아쉽기도 해요. 이번 일은 평생 오프더레코드잖아요. 큰 공을 세웠지만 역사적으로 그 공적을 기록할 수 없는 비밀요원 같은 느낌?”

“아쉽지만 어쩌겠어? 나중에라도 일본에서 알면 절대 가만 안 있을걸?”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시위로 인해 일본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었다. 대중국 수출 물량은 예전의 1/5에도 미치지 못했고, 군사적 긴장사태로 관광객 또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손해액으로만 따져도 조 단위가 넘어간다. 이런 엄청난 사태의 배후가 나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당연히 큰일 나겠지만, 솔직히 사실대로 고백한다고 해도 그 말을 믿기보다 정신병자 취급할 가능성이 더 크다.

“누가 믿어주기는 하고요?”

“그건 그렇지? 하하하. 그러니까 그냥 우리는 굿이나 보면서 떡이나 먹으면 돼. 조세핀 스톤 이사 말을 들어보니 중국에 월드 베리어스 클럽 지점을 20곳 정도 만들 생각인가 봐. 그렇다는 건 아이 두(I Do)도 20곳이나 더 생긴다는 거야.”

“어머! 정말이요? 그럼 일 년 로열티로 20억 원이나 더 들어온다는 뜻이잖아요. 와······! 동수씨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역시 척하면 척이었다.

앞으로 5년. 조세핀 스톤 이사의 장담대로 중국 각지에 20곳의 월드 베리어스 클럽 지점이 생긴다면 지금 받고 있는 로열티 10억 원을 포함 연간 30억 원이라는 거금이 시연이와 나의 고정 수익이 된다.

“그렇지? 그때 되면 우리, 아주 럭셔리하게 세계일주나 할까?”

“음···.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아니 왜? 나랑 세계일주하는 게 싫어?”

당연히 좋다고 할 줄 알았던 시연이가 안 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아니요. 그때쯤이면 동수씨랑 결혼하고 우리 사이에 아기도 있을 텐데, 세계일주는 좀 더 있다가 애들이 큰 다음에 가요. 괜찮죠?”

“뭐? 애도 아니고 애들?”

“당연하죠. 그럼 하나만 낳을 생각이었어요? 당연히 둘 이상 아니 어머님처럼 꼭 셋은 낳을 거예요.”

“무슨 애를 셋씩이나? 그냥 하나만 낳자.”

“곤란해요. 일단 아버님 어머님에게 무조건 두 명은 안겨드린다고 약속드렸단 말이에요.”

“언제 그런 약속을 했어? 그것도 당사자인 나도 모르는!”

“그래서 싫어요?”

“크흠···. 싫다는 건 아니고. 그래도 셋은 너무 많지 않아?”

애가 셋이라니. 애 키우다가 세월 다 보낼 것 같아 당연히 싫다고 하려는데 요염하게 바라보는 시연이를 보니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셋은 너무 많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우리는 그때부터 비행기가 인천에 도착할 때까지,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일어나든 말든, 우리의 2세 계획에 대한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

이태원에 자리 잡은 동지 호텔 서울점.

대형 행사만 열리는 이곳의 컨벤션 홀에 두 남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마주 잡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정체는 동지그룹의 고현호 상무와 월드 베리어스 클럽 조세핀 스톤 이사.

펑펑펑.

두 사람이 손을 잡자 대기하고 있던 내외신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트리며 두 회사의 제휴 소식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특히 조세핀 스톤 이사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외모는 한국 기자들의 큰 관심의 대상이었고, 덕분에 대부분의 카메라 렌즈는 그녀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본 듯 노골적인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조세핀 스톤 이사는 아름다운 미소로 그들의 관심에 화답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조세핀 이사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고현호 상무님.]

[저야 당연히 잘 봐 드려야죠. 이렇게 미인의 부탁인데요. 혹시 불편한 것이 있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연락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솔직히 한 가지 원하는 게 있긴 있는데······.]

[그게 뭡니까?]

조세핀 스톤 이사가 아름다운 미소로 대답하자, 고현호 상무는 그녀가 원한다면 간이나 쓸개 뭐라도 빼줄 것은 표정을 지었다.

[마동수 팀장님이요. 이번 일로 그 남자에게 완전히 반했거든요.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아······! 그건 좀 곤란하군요. 그 친구 피앙세가 워낙 완벽해서 아무리 이사님이라도 두 사람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긴 힘들 겁니다.]

[그건 저도 잘 알아요. 그런데 제가 한 말이 그게 아니라는 건 상무님도 잘 아실 텐데요? 아까는 무슨 부탁이든 들어줄 것처럼 그러시더니, 이 부탁은 곤란한가 봐요? 못 알아듣는 척을 다 하시고···.]

[하하하. 정말 죄송합니다. 이사님. 제 심장을 달라면 드릴 수는 있어도 마 팀장은 내놓을 수 없습니다. 제 심장보다 더 소중한 친구거든요.]

[호호호. 역시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세요? 동지그룹이라는 새장으로는 마 팀장님을 가두기 어렵다는 걸요. 저라면, 우리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심장보다 소중한 친구라면, 친구의 미래를 위해 양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휘유···. 마 팀장이 각오 단단히 하라고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우, 심장 아파. 웃을 때마다 심장이 덜컥거리니 원. 요물이 따로 없네. 정말.’

미소를 지을 때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는 고현호 상무의 혼잣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컨벤션 홀에 자리한 거의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미소에 감탄사를 내뱉기 바빴다. 그만큼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녀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현호 상무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미인의 부탁을 거절해서요. 그리고 이사님이 한 가지 잘못 알고 계신 게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동지그룹은 마동수 팀장을 가두고 있는 새장이 아니라, 그 친구에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존재입니다. 지금은 작은 날개일 뿐이지만, 몇 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큰 날개를 달아줄 생각입니다. 아마 그건 이사님도 월드 베리어스 클럽도 할 수 없는 일일 겁니다.]

[그럼 상무님은 부하 직원이 본인보다 더 잘 나가도 상관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 친구가 빛나면 빛날수록 옆에 있는 저도 밝게 빛날 텐데, 누가 더 밝게 빛나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대단하네요. 두 사람 사이가 부럽기도 하고요.]

조세핀 스톤 이사도 마동수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제휴 계약 기념으로 고현호 상무의 마음이 어떤지 장난 반 진담 반의 심정으로 떠봤을 뿐이었다. 그러나 셈날 정도로 신뢰가 두터운 관계라는 걸 깨닫고는 일말의 미련도 모두 지워버렸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오늘 받은 칭찬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칭찬이군요. 그런데 이사님도 그런 신뢰를 주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저요? 누굴 말씀하시는 건가요? 설마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설마요. 두 분 사이는 이미 마 팀장에게 보고받았습니다.]

[에리얼리 회장과는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마동수가 알아낸 사실들을 잘 이용했으면 고현호 상무와 친분이 있는 더글라스 에리얼리 회장에게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동수는 조세핀 스톤 이사와 손을 잡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그 문제에 대해 고현호 상무에게 물은 것이다.

그렇지만 고현호 상무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에리얼리 회장과 저는 친구가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좀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마동수 팀장의 결정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그런 거였어요? 다행이네요. 그게 조금 찜찜했는데. 그럼 저와 상무님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가요?]

[당연합니다. 그건 오히려 제가 바라는 일이죠. 앞으로도 마동수 팀장만 욕심내지 않는다면 이사님과 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호호호. 욕심내지 않겠다고 약속드려요. 그럼 이제부터 우린 친구인 건가요?]

[하하하. 물론입니다. 앞으로 정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건배하시죠.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동지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 작품 후기 ============================

뭔가 극적인 마무리를 만들고 싶은데, 정말 쉽지 않습니다.

매번 마무리가 어렵다고 징징거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 어렵네요. ㅠㅜ

너무 극적으로 만들면 작위적인것 같고... 그참... ㅎㅎㅎ

좀 더 힘을 내봐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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