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2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중국 내 반일 시위는 더 이상 우리가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연이어 터진 일본 총리의 망언은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안보법제 개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충돌을 염두에 둔 법이다. 중국은 언제든 우리의 적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법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군위안부 문제는 결국 돈 문제다. 한 사람당 1억 엔만 안겨도 그들은 더 이상 불만을 터트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일본 등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강력한 국내 지지 유지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
「중국은 어이없고 뻔뻔한 나라다.」
오프 더 레코드로 발언한 내용이 흘러나갔다고 변명했지만, 중국 언론들은 일본 총리의 발언이 자국 내 극우세력을 달래려고 일부러 흘리는 일종의 언론 플레이라고 주장했다.
일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망신을 당했고 나라의 상징인 국기가 불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연일 무개념의 강경발언을 내뱉는 일본 총리의 행동에 중국인들은 분노를 터트렸다.
반일 시위가 들불처럼 거세게 번졌고, 평화적이던 시위는 점차 폭력성을 띠기 시작했다. 여행 중 폭행을 당한 일본 관광객이 생겼고, 일본 모 자동차 대리점이 괴한들에 의해 습격을 당하고 전시되어 있던 자동차가 불에 타는 일도 발생했다.
「주일 중국 대사에게 일어난 일은 유감으로 생각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
상황이 안 좋아지자 강경한 모습을 보이던 일본 총리도 한 발 뒤로 물러나며 이와 같은 짧은 사과문을 남겼다. 그러나 뭔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랐던 중국인들은 성의 없는 발언에 더욱 분노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파트너 교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일본 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그런 면에서 자유로웠다. 과감히 다나카 아크로바틱을 쳐내고 D&Y 피트니스 센터를 새로운 파트너로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짧은 성명을 남겼다.
「우리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중국 국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성의 없을 정도로 짧은 성명이었지만 눈엣가시 같던 일본기업을 쳐내고 한국기업을 새로운 파트너로 정하는 발 빠른 모습에 중국인들은 굉장히 큰 호응을 보였다. 사실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지만, 어떤 소통 없이 마이웨이만 고집하던 일본 정부의 모습과 비교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중국인들은 첫 번째로 오픈될 월드 베리어스 클럽 상해 지점에 큰 관심을 보였고, 그 덕분에 D&Y 피트니스 센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다들 뉴스를 봐서 알지? 중국 내에서 D&Y 피트니스 센터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어. 알다시피 이건 보통 기회가 아니야. 중국 내 성공뿐만 아니라 화교들이 많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도 준비 단단히 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상황이 좋아지자 조기훈 차장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회의를 진행했다.
“상황이 아무리 긍정적이라도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중국은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걸 명심해야 하고. 그러니까 공략법부터 달리 가야 해. 거긴 동지그룹, 윤 스포츠센터, 강남이라는 이름이 통하지 않는 곳이야. 오직 실력으로 승부해야 할 거야. 그동안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줬으니까 다들 나름대로 괜찮은 방안을 준비해왔을 거라 믿어. 누구부터 할까? 우리 부서 막내인 미래씨가 말해 볼래?”
“네? 저··· 저요?”
“그래. 준비 안 해온 건 아니지?”
“나름 열심히 준비한다고 하긴 했는데 기대에 미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이야기해봐. 아직 배울 게 많은 신입이라는 건 감안하고 들을 테니까.”
“네. 그럼 말씀드릴게요. 사실 D&Y 피트니스 센터의 성공은 이곳에 계신 선배님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지만, 한편으로 아까 차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동지그룹, 윤 스포츠센터, 강남이라는 이름값도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D&Y 피트니스 센터의 세부 프로그램인 아이 두의 경우는 강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귀족 유아 프로그램이라는 명성이 큰 도움이 되었죠.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그런 후광 없이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 상황은 잘 분석했군. 그래서 미래씨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좀 뻔한 대답이지만 역시 한류를 이용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공부를 많이 했는지 추미래의 분석은 굉장히 정확했고 해결책 또한 가장 핵심 방법이었다. 초심자의 톡톡 튀는 의견을 들을 수 없어 아쉽긴 해도 그녀의 빠른 성장은 내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한류를 이용하는 것도 다양해. 어떤 방법을 말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남자 아이돌과 계약을 해서 홍보대사처럼 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어요.”
“그건 비효율적이야. 스포츠센터 고객들은 아이돌에 열광하는 10대보다 30 ~ 40대가 더 많아.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아이 두에 주목한 것도 10대가 아니라 아이를 가진 30 ~ 40대층이 자신들의 주요 고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물론 정상급 아이돌의 파급력은 대단하겠지. 그렇지만 그들의 높은 몸값을 생각하면 수지가 안 맞아.”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 그럼 미래씨. 그걸 예상했으면서도 아이돌을 추천한 이유는?”
“우리가 월드 베리어스 클럽으로부터 독자적인 경영권을 인정받았다고 해도 크게 보면 D&Y 피트니스 센터는 결국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일부분이에요.”
“그래서?”
“아무리 명성이 높고 아무리 세계 최고의 대형 할인 마트라고 해도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광고는 필수불가결해요. 우리나라의 3-마트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TV광고를 내보내잖아요. 우리 D&Y 피트니스 센터 입장에서는 아이돌을 모델로 사용하는 게 비효율적이지만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사정이 다르죠.”
“그럼 뭐야? 돈은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내고 우리는 은근히 이용만 하자?”
“네. 공짜로는 어렵겠죠. 하지만 지면 광고 비용 정도만 들이면 되지 않을까요? 지면 광고만 해도 TV광를 봤던 소비자들은 월드 베리어스 클럽과 D&Y 피트니스 센터를 동일시할 거예요.
아마 괜찮은 아이돌 그룹을 컨택해서 월드 베리어스 클럽에 연결해준다면 그쪽 소속사도 우리 제안을 흔쾌히 승낙할 것 같은데요.”
초심자의 톡톡 튀는 의견을 들을 수 없다는 말은 취소다. 추미래는 굉장히 식상한 재료로 아주 색다른 음식을 만들어 내는 재주를 선보였다.
“하하하. 제대로 된 꼼수인데? 이거이거 왠지 여기서 마동수 팀장의 냄새가 나는데? 맨날 데리고 다니더니 옆에서 많이 배웠나 봐?”
“사실 이것도 예전에 마 팀장님이 보여줬던 마케팅 방법 중 하나예요.”
“그래도 그걸 소화해서 자기 걸로 만든 건 미래씨 능력이지. 괜찮은 방법 같아. 그럼 아이돌 건은 미래씨가 맡아. 정 과장.”
“네. 차장님.”
“정 과장이 아이돌 빠순이니까 미래씨 도와줄 수 있지?”
“호호호. 당연하죠. 감사해요. 제가 책임지고···.”
“그건 미래시가 할 일이고. 컨택은 미래씨가 해야지. 정 과장은 그냥 옆에서 조언만 해줘. 괜히 사심 넣지 말고. 알아들어?”
“쳇! 치사해요, 차장님.”
사심 가득한 미소를 짓던 정 과장이 조기훈 차장의 경고에 풀이 죽었다. 솔직히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진행했을 게 뻔했다.
“어허. 정 과장.”
“네. 알았어요. 그냥 미래씨에게 맡기고 전 조언만 할게요. 됐죠?”
“진작에 그럴 것이지. 그럼 다른 의견 있어?”
“한류를 이용하는 건 비슷하지만 방법은 완전히 다른데 괜찮을까요?”
추미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는지 박서라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오···! 서라씨. 이거 오늘 우리 막내들이 분발하는군. 무슨 이야긴지 일단 들어볼 수 있을까?”
“이미 확인한 것처럼 D&Y 피트니스 센터나 월드 베리어스 클럽 모두 주고객층은 30 ~ 40대층입니다. 그렇다면 한류를 이용하는 것도 그들을 공략하는 방법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10대들이 한국 가수에 열광한다면 30 ~ 40대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굉장히 인기입니다.”
“나도 그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그래서?”
“제가 조사를 해보니 ‘내 약혼녀는 여우’라는 드라마가 중국에 사전 판매가 되었고 곧 방영에 들어간다고 해요.”
“내 약혼녀는 여우? 그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
“네. 시작하지 얼마 안 됐지만 벌써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죠. 덕분에 중국에서도 생각보다 일찍 방영을 결정했고요.”
“그런데 그걸로 어떻게 주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거지?”
“PPL을 이용해야죠.”
PPL(Product PLacement)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일컫는 것으로 브랜드명이 보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이미지, 명칭 등을 노출시켜 관객들에게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마케팅 전략이다.
PPL 마케팅은 대표적인 간접광고의 일종인데, TV나 영화 속에서 특정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 등을 삽입하여 부지불식간에 그런 제품들에 대해 소비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상품의 이미지를 심고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채널을 돌려버리면 그만인 상업광고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 속의 PPL은 시청자들에게 큰 저항감 없이 무의식적으로 제품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최근 가장 각광받는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우리 D&Y 피트니스 센터를?”
“아니요. 피트니스 센터 자체는 일반적인 스포츠센터와 큰 차별성이 있는 게 아니니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어요.”
“그럼?”
“아이 두를 PPL로 이용해야죠. 아이 두에서 활용되는 프로그램 몇 가지만 내 약혼녀는 여우를 통해 보여줘도 그 효과는 대단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 직업이 유치원 교사예요. 그러니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도 있죠. 게다가 운동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과정은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기 굉장히 좋아요.”
“오호. 그거 괜찮은데. 우리나라 드라마만 PPL을 넣으면 따로 중국에 돈을 들일 필요도 없고.”
“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이 두도 자연스럽게 광고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렇지. 좋아. 하하하. 우리 막둥이들이 열심히 준비해와서 기분이 아주 좋아. 그럼 그건 서라씨가 책임지고 진행해봐. 김수현 팀장이 그쪽으로는 잘 알고 있으니까 도와주고.”
“알겠습니다. 차장님.”
“자. 우리 막둥이들이 이렇게 분발을 했는데 베테랑들이 나를 실망시키진 않겠지? 누구부터 시작할까?”
추미래와 박서라 두 사람이 광고에 주목했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실무 경험자답게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덕분에 회의실 분위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고, 우리는 그렇게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