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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73화 (373/424)

00373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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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마동수 관련 1차 보고서

- 작성자 : 이기적 과장

- 내용 :

01. 마영일과 류일화 부부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남. 고향은 포항이며 고등학교 시절까지 포항에서 계속 지냈음. 아버지 마영일은 포스코에 근무 중이고, 어머니 류일화는 가정주부. 밑에 남동생이 한 명 있음.

02.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하면서 서울로 상경. 군대 2년 2개월과 반년 정도의 짧은 어학 연수를 다녀온 후 스물여덟 살에 동지그룹 마케팅부에 입사.

03. 2007년 입사 후 2008년까지는 아무런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평범 이하의 직장 생활을 함. 채택된 기획안은 거의 전무했고, 3년간 직장 상사로 지켜본 결과 업무 능력도 별 볼 일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계열사 퇴출 1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04. 하지만 2009년 동지랜드로 파견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고 빠르게 승진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변화였다.

05. 2008년까지의 회사 생활과 2009년의 회사 생활을 비교해보면 달라진 건 딱 하나였다. 바로 고현호 상무(당시 동지랜드 이사)와의 만남. 그렇다고 고현호 상무가 그의 숨겨진 잠재력을 이끌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기에는 이전 회사 생활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너무 참담했다.

06. 고현호 상무는 고대성 회장님으로부터 ‘강단만 있으면 후계자로 삼고 싶을 정도로 명석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뒤늦게 후계자 경쟁에 뛰어든 관계로 지지기반이 매우 약한 상황. 고정호 전 전무와 고평호 상무님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감출 필요가 있었다.

07.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마동수와 자신의 능력을 감춰야 하는 고현호 상무가 동지랜드에서 만났다는 건 굉장히 의미심장한 사건임이 분명하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은 그곳에서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08.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등장한다. 윤 스포츠센터의 무남독녀인 윤시연과의 약혼이다. 아무것도 순진한 윤시연이 대학에 입학하자 마동수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를 어렵지 않게 자신의 애인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윤시연에게는 불행이지만 마동수에게는 굉장히 행운의 사건. 마침 동지그룹은 윤 스포츠센터와 제휴를 준비 중이었고, 마동수는 윤시연의 약혼자라는 위치를 십분 이용해 두 회사 사이의 제휴를 이끌어 낸다.

09. 마동수는 인맥에 의한 성과를 자신의 능력으로 이뤄냈다고 포장. 남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해서 모든 견제가 고현호 상무가 아닌 자신에게 쏠리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몇 번의 집중 견제를 받긴 했지만 대신 입사 4년 만에 본사 팀장 대우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10. 결론적으로 보면 재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마동수의 능력은 실제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동수에게 견제가 집중되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누구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적은 없다는 사실이 아주 좋은 증거가 된다.

11. 따라서 마동수는 그냥 몸빵이고 실제 아이디어 뱅크는 고현호 상무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고현호 상무를 앞서나가려면 지금이라도 방법을 바꿔, 마동수가 아닌 고현호 상무를 직접 견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보고서를 제출한 이기적 과장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자신의 능력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고평호 상무의 수석 비서인 이석근 팀장이 자신의 보고서를 읽은 모습을 보면서, 대체 어떤 칭찬을 받을까 심장이 두근거릴 지경이었다.

‘흐흐흐. 내가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마동수가 아닌 고현호 상무를 직접 견제를 해서 성과를 거둔다면 팀장으로 승진도 어렵지 않을 거야. 망할 놈의 마동수 자식. 능력도 없는 허접한 자식. 내가 팀장으로 승진하면 그때 두고 보자고.’

이기적 과장은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이석근 팀장이 표정이 점점 구겨지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탁!

“휴우·········.”

보고서를 다 읽은 이석근 팀장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책상에 놓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기적 과장을 힐끔 쳐다봤다.

“제 보고서가 어떻습니까, 팀장님.”

“마동수 팀장은 그냥 몸빵이고 진짜는 고현호 상무다···? 내용만 보면 참 그럴싸한 이론이군요.”

“하하하. 그렇죠? 역시 팀장님이라면 제 보고서의 진가를 알아보실 줄 믿었습니다. 제가 몇 년간 지켜봤지만 마동수 그 자식은 정말 쓸모없는 놈이었습니다. 그런 놈이 미다스의 손이라니요! 웃기는 일이지요. 그놈의 사기극이 세상을 속여도 저는 절대 속일 수 없습니다. 이제 고현호 상무와 마동수의 사기극을 간파했으니, 이제 마동수는 신경 쓰지 말고 고현호 상무에게만 집중하면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팀장님?”

“······그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군요.”

“네. 얼마든지요. 보고서에서 의문이 생기는 내용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대체 어떻게 동지그룹 마케팅부에 입사했습니까?”

“네? 그게 무슨···.”

“이따위 말도 안 되는 보고서나 쓰는 능력을 가지고 대체 어떻게 엘리트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리 그룹 본사 마케팅부에 입사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어서 말입니다.”

“보···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달리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 과장은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았다기보다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보고서? 대체 어디에 보고서가 있단 말이지? 대학생 아니지 고등학생도 이것보다는 훨씬 나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을걸? 이봐 이기적 과장.”

“네. 팀장님.”

“보고서라는 건 심플하면서도 일목요연해야 해. 그리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려면 추측이 아니라 확신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육하원칙 몰라?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런 건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들도 알더라. 최소한 그런 원칙은 지켜야 보고서라고 할 수 있지. 이건 그냥 쓰레기야, 쓰레기.”

“죄송합니다. 시정할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고쳐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어휴···. 답답해. 아직도 내 말 길을 못 알아들었군. 시정할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시정해야 한다고. 이건 보고서라고 하기도 창피해. 그래도 이해가 안 가지?”

이석근 팀장은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쳤다.

“······.”

“그래. 모르겠지. 당연히 모를 테지. 알았으면 이딴 보고서를 올리지 않았겠지. 멍청한 놈 같으니. 그래도 어쩌겠어. 널 추천한 게 난데, 바로 내칠 수는 없잖아. 한 번만 설명해줄 테니까 귓구멍 열고 잘 들어. 알았어.”

“네······.”

“우선 마동수 팀장의 가족관계가 보고서에 왜 들어가? 누가 그게 궁금하데? 요즘은 자기소개서에서도 가족관계는 적지 않는 게 대세야. 그런데 가족 관계를 대체 왜 집어넣느냐고. 내가 알고 싶은 게, 상무님이 알고 싶은 게 마동수 팀장의 가족 관계가 아니잖아. 이딴 건 지면 낭비며, 잉크 낭비야. 어느 대학을 나왔고, 군대를 제대한 것 따위도 마찬가지야. 전부 쓸데없는 정보라고.”

“죄송합니다.”

“그리고 채택된 기획안은 거의 없고, 업무 능력도 없었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제가 지켜본 바로는 정말 문제가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2년 넘게 바닥을 기던 놈이 갑자기 능력을 발휘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늘 전교 꼴찌만 하던 놈이 다음 시험에서 갑자기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당연히 커닝부터 의심하겠죠.”

이기적 과장은 이것만은 확실하다는 듯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래. 정말 전교 꼴찌가 하루아침에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면 당연히 커닝을 의심하겠지. 하지만 전교 꼴찌가 아니었다면?”

“전교 꼴찌가 아니었다고 해도 바닥인 건 확실합니다.”

“빌어먹을. 내가 실수로 병신 같은 놈을 주워온 모양이네. 이봐. 이 과장. 너는 그때 대리여서 몰랐겠지만 마동수 팀장 근무 평가는 매우 우수했어.”

“그럴 리가요? 조기훈 차장이라면 모를까 양지선 팀장이 좋은 평가를 줄 리가 없습니다.”

“내가 마동수 팀장 근무 평가서를 가지고 있는데 무슨 개소리야. 그리고 기획안이 거의 전무해? 뻔뻔한 새끼. 그 기획안 전부 네가 가로챘잖아. 설마 내가 그것도 모르고 널 데려왔을 것 같아?”

이석근 팀장은 매우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이기적 과장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건 이미 처음부터 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마동수에 정보를 기대했기 때문에 과장으로 승진시켜 준 것이다. 다른 것 하나 없이 오직 마동수 하나만 바라보고 이기적 과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셈이다. 마동수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석근 팀장은, 어쩌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팀장님.”

“아니야? 그럼 왜 마 팀장과 같은 팀에 있을 때만 자네 기획안이 꽤 쓸만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어? 신입일 때는 신입일 때라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작년엔 제대로 된 기획안이 하나도 없었어. 그리고 지금은 이런 쓸데없는 보고서나 올리고 있고. 경고하는데 난 거짓말 하는 걸 제일 싫어해.”

“죄송합니다.”

“벌써 ‘죄송합니다.’가 두 번 나왔군. 이봐 이 과장. 남의 기획안이나 가로채는 쓰레기를 내가 왜 과장으로 승진시켰는지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마동수 팀장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 쉽게 말해 성격이 진짜 더러워. 그런데 그런 마 팀장이 자네 밑에서는 안 그랬어. 등신처럼 기획안을 빼앗겨도 항의 한마디 못하고 조용히 지냈다, 이 말이야. 그래서 난 이 과장 자네가 마동수 팀장의 크립토나이트를 알고 있다고 기대했어. 꼭 그게 아니면 천적관계라도 형성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고.”

“크립토나이트요? 죄송하지만 그게 뭔가요?”

“미치겠군. 정말 크립토나이트를 몰라?”

슈퍼맨의 약점인 크립토나이트도 모른다는 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물론 슈퍼맨 영화를 안 봤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이석근 팀장 눈에는 이기적 과장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네. 처음 들어 봅니다. 혹시 중세 시대 나오는 기사의 종류인가요?”

“됐네. 내가 자네 수준을 너무 높이 봤어. 미안해. 그냥 다시 보고서 이야기나 하자고. 여기 보면 말이야. 그래 8번 항목에 나와 있네. 마동수 팀장의 약혼녀인 윤시연에 대한 설명.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여남강녀’라고 알아?”

“아니요.”

“그럼 ‘여우 같은 남자, 강아지 같은 여자’도 당연히 모르겠지?”

“네. 그게 뭔가요?”

“윤시연 작가가 마동수 팀장과 있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책 제목이야. 최소한 내가 마동수 팀장에 대해서 조사를 해오라고 하면 그런 책 정도는 읽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만 읽었어도 마동수 팀장이 갓 대학에 입학한 순진한 윤시연을 애인으로 만들었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보고서는 안 올렸을 텐데. 정말 기본조차 안됐어.”

“죄송합니다.”

“또 죄송해? 이젠 정말 지겹군. 이대로 끝내고 싶은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짚어주지. 마동수 팀장이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그랬나?”

“네.”

지금까지 그렇게 설명을 해줬는데도 이기적 과장은 마동수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바꾸지 않았다. 이건 뚝심이나 고집이 아니라 아집에 가까웠다.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석근 팀장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말의 기대조차 완전히 접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까 이 과장 말은 우리나라 재계의 똑똑한 인재들이 자네보다 멍청해서 마 팀장의 진면목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말이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세계적인 기업인 월드 베리어스 클럽의 이사인 조세핀 스톤 이사도 고현호 상무와 마동수 팀장의 사기극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고?”

“네.”

“등신 같은 놈. 마동수 팀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자신감인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찌질한 열등감이었군. 여기서 기회를 더 줘봤자 결과는 보나 마나 뻔해 보여. 하지만 내 잘못이 가장 크니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내가 오늘 해준 말 잘 곱씹어봐.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다 싶으면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서 올려. 분명 말했어, 마지막 기회라고. 이번에도 이런 쓰레기 같은 보고서를 올린다면 등산복부터 사야 할 거야.”

등산복을 사야 한다는 건 지리산 연수원으로 발령을 내버린다는 뜻이었다.

이기적 과장의 심정은 억울했지만 이석근 팀장의 차가운 눈빛에 감히 말대답할 생각을 접고, 어깨가 축 처진 채 조용히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마무리를 위한 떡밥 회수입니다.

아직도 어떻게 완결을 지을지 결정을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결말을 짓는 게 참 어렵네요. ㅠㅜ

어쨌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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