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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80화 (380/424)

00380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일단 현호 네게는 미안하구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너무 생각 없이 부탁했어. 조 수석님이 그러더구나. 아이두가 일반적인 대리점 만들 듯 그렇게 막 찍어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괜히 부담만 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닙니다. 어머님. 그렇게라도 도와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니야. 지금이라도 도와달라는 말은 취소하마.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러시면 오히려 제가 서운합니다.”

최순애 여사와 만나는 자리. 그녀는 우리를 보더니 대뜸 사과부터 해왔다.

“어휴. 그래. 그럼 염치 불고하고 네 도움을 좀 받으마.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

“인사가 늦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여사님. 저는 고현호 상무 밑에서 일하고 있는 마동수라고 합니다.”

“마동수? 아, 마 팀장님! 알아요. 우리 현호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고마운 직원이라고 들었어요.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하하하. 큰 힘이 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혹사당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호호호. 그만큼 믿으니까 그런 거겠죠? 앞으로도 우리 현호 잘 부탁해요.”

“별말씀을요. 저도 즐거워서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죠. 그런데··· 제게 할 말이 있는 건가요?”

내가 고현호 상무의 비서도 아닌데 함께 동석한 게 이상해 보였나 보다. 하긴 그 정도 눈치도 없다면, 강현순 후보의 선거캠프를 운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질문은 내게 했지만 그녀의 눈은 고현호 상무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는 머쓱한 웃음만 지으며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마치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나라는 듯, 자기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뻔뻔하고 사심이 가득 담긴 찌르기였다.

“네. 맞습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따라오고 싶어서 고현호 상무를 졸랐습니다.”

“뭐 때문에 그러시죠?”

“어차피 도울 거 확실하게 돕고 싶습니다.”

“확실하게 돕는다? 어떻게 돕는다는 거죠?”

“백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걸 보는 게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나는 며칠 동안 고생하며 정리한 골든타운 프로젝트 보고서를 최순애 여사에게 넘겼다. 그녀는 내가 넘긴 보고서를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읽어나갔고, 나는 어떤 설명도 없이 조용히 기다렸다.

“여기 적힌 내용대로라면 OO시에서는 민국당이 이기겠군요. 그런데 이건 우리가 아니라 민국당을 돕는 거 아닌가요?”

“얼핏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사님. 결국, 이번 선거는 여당과 야당의 대결로 귀결될 겁니다. 그리고 그 프레임은 강 후보님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민국당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야권통합이라는 명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여권과 야권의 대결, 그 말은 저도 동감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야권통합으로 후보 단일화가 된다는 건, 후보님과 민국당이 같은 편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민국당의 약점이 후보님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예를 들어 민국당이 도덕적으로 매우 문제가 많은 정당이라고 가정하면, 강현순 후보가 아무리 깨끗해도 해도 비도덕적인 곳과 연합을 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마 팀장님이 생각하기에 민국당이 가진 약점이 뭔가요?”

“지금 가장 큰 약점이 바로 박도식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국당이 박도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번 보궐선거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긴 어려워 보였다.

“박도식요? 그 사람은 무소속으로 나온 사람이잖아요.”

“하지만 지난번까진 민국당 국회의원이었죠. 지금은 민국당 소속이 아니라는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OO시는 민국당의 텃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은 분명 박도식과 민국당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볼 겁니다. 이미, 박도식이 당선될 경우 다시 민국당으로 복당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면 더더욱 그렇겠죠.”

“복당이라니, 설마 그러려고요.”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보궐선거에서 민국당이 패배하면 조일봉 대표는 그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게다가 민국당에서 조일봉 대표의 맞수로 알려진 사람이 박도식과 절친한 사이입니다. 절대 그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조카를 성추행한 파렴치한이에요. 다른 범죄도 아니고 소아성애자라고요. 국민들이 용납할 리가 없어요.”

“당사자인 조카를 협박했는지 어쨌는지 정확한 사정은 몰라도, 어쨌든 고소 자체가 취하됐습니다. 그냥 재판을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게 아니라 사건 자체가 성립이 안 된 겁니다. 우리는 여전히 성추행범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흠결도 없습니다. 그러니 박도식의 민국당 입당을 방해할 아무런 명분도 없죠.”

설사 선거에서 이겨 강현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다고 해도, 조카 성추행범을 다시 받아들이는 비상식적인 민국당과 연합했다는 건 큰 약점이 된다. 대권은커녕 당장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야권통합을 포기하는 게 낫겠군요.”

“그런 선택을 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여사님이 민국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국당은 절대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먼저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강현순 캠프에서 거절했다.’라며 변명을 늘어놓겠죠. 조건을 걸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쨌거나 강현순 캠프가 야권통합 제안을 거절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런 와중에 혹시라도 후보님이 선거에서 진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우리에게 쏠리겠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그렇게 되면 후보님의 정치적 포부는 제대로 펴보지도 끝나고 마는 겁니다. 민국당의 제갈현 의원이 이번 일을 여사님께 제안했다고 하셨죠?”

“네. 맞아요. 갑자기 연락이 만나자고 해서 저도 많이 놀랐어요.”

“그렇다면 후보님이 자신들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까지 모두 생각하며 직접 움직였을 겁니다. 거절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안 만나는 게 나았겠죠.”

조일봉 대표의 왼팔이라고 불리는 제갈현이 직접 움직였다. 그 사실이 보여주는 의미는 컸다. 조용히 만난 것 같지만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이미 사진으로 남겨놓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현순 후보가 야권통합을 거절한다면, 사진과 함께 ‘우리는 이렇게 성의를 보였다.’ 라며 아쉬움을 토로할 게 뻔했다.

“민국당 제갈현 의원이 직접 만나자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거절해요.”

“민국당은 그것까지도 계산했을 겁니다. 그냥 보좌관을 통해 약속을 잡은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여사님이 만남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유도했겠죠.”

“휴···. 그때의 짧은 만남 속에 그런 계산들이 숨어있었단 말이죠? 조 수석이 설명해줄 땐, 설마 했는데. 내가 실수를 한 건가.”

“그건 아닙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거지, 그때 그 전화를 받는 순간 제갈현 의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 머릿속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렇게 의도를 파악하기 쉬운 사람이라면 민국당의 실세가 되지도 못했겠죠. 여사님,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도 앞으로의 일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아까 이야기했던 골든타운 프로젝트를 말하는 거죠?”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마케팅 쪽으로도 도움을 드릴 겁니다.”

“마케팅이요?”

정치를 쉽게 보는 건 아니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거 운동을 하는 것도 넓게 보면 마케팅의 일환이다. 특히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방법. 누군가를 미워하게 하는 방법.’ 이런 건 내가 꽤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김학수 부장 아시죠?”

“당연히 알죠. 우리 준원이가 현호와 학수 친구니까요.”

“김학수 부장과 저는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조금 쑥스럽지만 마케팅으로만 따지면 우리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유능한 편이죠.”

자화자찬하는 게 오글거렸지만 지금은 나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쑥스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학수나 마 팀장님이 유능한 건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선거운동과 기업 마케팅은 서로 다를 텐데요?”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 쪽을 다루는 건 많이 닮았죠. 제가 도움을 드릴 부분이 바로 그쪽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그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물어보세요.”

“강현순 후보님은 왜 가장 확실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건가요?”

내가 생각하는 강현순 후보의 가장 확실한 무기는 바로 집안 내력이다. 독립운동을 했던 증조부와 6·25의 영웅인 조부의 업적을 적극적으로 내세운다면 지금처럼 보궐선거에서 고전할 일도 없다.

하지만 강현순 선거캠프는 그런 사실이 없는 것처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가장 확실한 무기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군요. 하지만 그건 남편이 싫어해요. 증조부님과 조부님의 일은 오롯이 그분들의 업적이지 자신이 이뤄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부모님이 부자인데 마치 자신이 부자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망나니들.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인간 부류 중 하나에요.”

“그러니까 선거에서 조상의 업적을 이용하는 게, 마치 부잣집 망나니들이나 하는 짓처럼 보여 싫어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운 마인드였다.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일단 선거에서 이겨야 지킬 수 있는 신념도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굽혀 현실과 타협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타협을 하다 완전히 타락해버리는 사람을 많이 봐서 더더욱 그렇다.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네. 남편이 확고하니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냥 믿고 따라야죠.”

“후보님의 신념을 건드리지 않고도 이용할 방법은 있습니다.”

“어떻게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면 됩니다. 언론에서 쉬쉬하고 있어서 그렇지, 대한당 김이용 후보의 집안이 친일파였다고 합니다. 처음에 후보님이 후보 등록을 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도 집안 이력이었습니다. 자칫 선거의 프레임이 독립운동가 자손과 일파 자손의 대결로 굳어져 버리면 곤란하니까요.”

“저도 그 소문은 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약점을 파고드는 건 곤란해요. 우린 구태의연한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이곳에 투신했어요. 그런데 우리더러 구태의연함의 상징과도 같은 흑색선전을 하라고요?”

“흑색선전과는 다릅니다. 흑색선전은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걸 말합니다. 하지만 김이용 후보 집안이 친일파였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 남편이 가진 강점을 내세워 승부하는 게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였어요. 이제 와서 그걸 포기할 수는 없어요.”

“그럼 후보에서 사퇴하시는 수밖에요.”

“뭐라고요? 마 팀장님!”

============================ 작품 후기 ============================

이게 뭔가 싶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이게 뭔가 싶습니다. ㅠㅜ

이 에피소드를 스토리에 넣느냐 마느냐만 한 달은 넘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민한 것치고는 너무 허술해서 저도 참 당황스럽습니다만....

어쨌든, 일종의 떡밥인데 관련 에피소드는 내일 마무리 됩니다.

정치이야기도 내일이면 끝입니다. 더는 안 나옵니다.

정치는 예민한 부분이라 혹시라도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글은 픽션입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꼬거나 비유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제 정말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참 죄송하지만...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만 따라와 주세요.ㅠㅜ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아이고. 진짜 글 하나 완결하는데 참 징글징글 오래 걸린다. 개연성이고 뭐고 간에 내가 오기로라도 완결까지 보고 만다.'

환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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