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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386화 (386/424)

00386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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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워킹맨의 유준석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과연 이곳이 어딜까요? 왠지 이국적인 향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워킹맨의 MC이자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 개그맨 유준석이 빨강 유니폼 상의를 입고 등장해 호들갑을 떨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를 비추고 있던 카메라가 촬영장 주변으로 한 바퀴 삥 돌며 촬영을 시작했다.

카메라가 비추는 주변 풍경은 마치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했다. 그런데 촬영장을 중심으로 좌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오른쪽은 중국 역사상 첫 번째 황제인 진시황의 능과 많이 닮아 있었다. 특히 주변 건물들을 호위하듯 서 있는 병사들의 모습은 진시황릉의 병마용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다. 현대식 건물과 기원전 병사의 모습이 묘한 조화를 이뤘다.

반면 왼쪽은 코믹한 분위기였다. 서유기를 만화로 만든 ‘날아라 슈퍼보드’의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와, 해당 지역 전체를 애니메이션의 배경처럼 만들어 놨다. 거기에 여기저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놀이기구들을 같이 배치해 가족들이 신 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의 느낌을 줬다.

“카메라가 쭉 보여드리고 있죠? 여러분. 이제 이곳이 어딘지 아시겠습니까? 우선 왼쪽은 날아라 슈퍼보드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가득합니다. 삼장법사,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아! 저건 에어탱크네요. 진공마왕, 이슬공주와 미칠왕도 있어요. 동수씨는 이슬공주와 미칠왕이 누군지 알아요?”

“그게 누구죠? 그래도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는 알아요.”

유준석이 키가 큰 이동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동수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와! 너 진짜 미칠왕하고 이슬공주를 몰라?”

“네. 그러는 종수 형은 알아요?”

옆에 있던 김종수가 놀리듯 묻자 이동수가 발끈하며 물었다.

“나야 당연히 알지.”

“걔들이 누군데요?”

“어허. 걔들이라니. 이슬공주가 얼마나 고귀하신 분인데. 바로 옥황상제의 딸이라고. 너 옥황상제는 누군지 알아?”

“아. 진짜. 사람 뭐로 보고. 염라대왕보다 높은 사람이잖아요.”

“뭐? 옥황상제가 염라대왕보다 높은 사람이야? 하하하. 그래.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봐요. 맞췄잖아요. 사람 무시하고 있어. 그런데 미칠왕은 또 누구예요?”

“어휴. 어떻게 미칠왕을 모를 수 있지? 이럴 때 보면 세대 차이 느낀다니까. 쉽게 말해서 보스급 악당이야. 그런데 이슬공주의 실수로 탈출을 해. 그래서 이슬공주와 미칠왕은 굉장한 악연이지. 그렇다고 미칠왕이 아주 나쁜 놈이냐? 그건 또 애매해. 그 양반도 나름 사정이 있거든.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원래 미칠왕은 천상의 장군이었거든···.”

“저기 김종수씨. 날아라 슈퍼보드 이야기만 하고, 오늘 녹화 안 할겁니까?”

김종수가 자신의 이야기에 심취해 끝도 없는 설명을 시작하자 유준석이 재빨리 말을 끊었다.

“네? 당연히 해야죠.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렇죠? 그럼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네? 시간 없으니 설명 빨리 끊으라고요? 네. 그럴게요. 시청자 여러분. 이곳은 바로 중국의 역사적인 도시 시안입니다. 조금 전에 보셨던 것처럼 병마용갱과 서유기가 유명한 곳이죠. 사실 좀 더 시청자분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었지만, 오늘 초대하는 손님들이 워낙 어마어마한 분들이라 굉장히 바쁘시거든요. 그래서 피디님은 쓸데없는 말은 줄이라고 하네요.”

시간이 없다는 듯 담당 피디가 손목에 있는 시계를 가리키자, 유준석은 재치있게 그 모습까지 방송 분량으로 뽑아내는 노련함을 보였다.

“아. 진짜 너무하네. 지금 우리 재석이 형 무시합니까? 피디님. 우리 재석이 형이 누굽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죠.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 나오길래 이러시는 겁니까?”

“저기 동수씨.”

“네, 형님?”

“괜찮습니다. 무시당해도 될 만큼 대단한 분들이 오십니다.”

“네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요?”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배우가 된 김주현, 월드스타 이명철, 한국이 낳은 세계적 디바 윤수애,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연기파 배우 류우룬파, 마지막으로 중국 최고의 미녀배우 범이페이. 뭐 하세요? 다들 박수로 환영해주지 않고?”

“재석이 형.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차라리 톰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왔다고 하시죠?”

환영인사를 해야 하는데 다들 농담하지 말라는 듯 황당한 표정만 짓고 있자 노련한 유준석도 당황했다.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보조 MC들에게는 출연자들에 대해 비밀로 했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난 모양이었다.

유준석이 말한 사람들은 그만큼 대단한 스타였다. 평소라면 한 명을 모셔놓고 특집을 꾸려도 모자를 판인데 한꺼번에 다섯 명이나 초대했다고 하니,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농담 아니에요. 진짜라니까요.”

“에이. 솔직히 말해요. 이거 몰래카메라죠? 근데 너무 허술했어요. 그런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꺼번에 이 자리에 나올 리가 없잖아요.”

“어휴 답답해, 어휴 답답해. 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합니까. 저기 보세요. 다들 저기서 나오시잖아요.”

동료들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자, 유준석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오른쪽 구석 베일로 가려진 문을 가리켰다. 그 순간 가려졌던 베일이 치워졌고 초대손님이 하나둘 등장했다. 유준석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던 다른 보조 MC들은 그제야 실제상황인 걸 깨닫고 입을 쩍 벌린 채 열렬하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비단 초대손님에 놀란 건 보조 MC들만이 아니었다. 멀찍이 떨어져 방송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나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곁에 있던 조세핀 스톤 이사를 바라봤다.

[호호호. 많이 놀랐어요?]

[그럼요. 아니, 어떻게 저 사람들이 나온다는 말을 안 해 줬어요?]

[오, 이런. 그렇게 말하다니 섭섭한데요? 전 분명 미스터 리에게 말해줬어요?]

[언제요? 전 그런 기억이 없는데.]

[제가 물었잖아요. 우리 중국 월드 베리어스 클럽 1호점이 준공식을 하기 전에 중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아! 기억나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했죠. 한류 스타를 부르면 된다고요.]

[그랬죠. 그때 제게 말한 사람, 기억해요?“

[물론이죠. 김주현, 이명철, 윤수애······. 설마 그때 그말을 듣고 저 사람들을 다 초대한 겁니까?]

나는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그때 일은 나도 분명히 기억한다. 당시 조세핀 스톤 이사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다가올 준공식이 중국에서 최대한 많은 관심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었다. 그래서 나도 별생각 없이 한국과 중국의 최고 스타만 이야기해줬었다. 딱히 큰 기대를 한 게 아니라 그중 한 명이라도 초대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최고 수준의 스타가 한 명이 아니라 무려 다섯 명이 초대됐다. 이 정도면 중국인들에게 관심을 받는 건 누워서 헤엄치기만큼 쉬운 일이 된 셈이었다. 월드 베리어스 클럽이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지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세계 최고의 대형 할인 마트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당연하죠.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만으로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면 그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배우들도 초대할 수 있어요.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을 초대하는 게 더 쉽죠. 그런데 여긴 중국이잖아요. 그러니 중국에서 통할만 한 배우들을 찾는 게 상식이잖아요.]

[그런데 조세핀. 당신은 제 말을 오해한 것 같아요. 내가 그때 말한 건 그 사람들을 전부 초대손님으로 데려와 달라고 한 게 아니라 그중 한 명만 초대해도 좋겠다는 뜻이었어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여러 명을 초대하면 효과는 더 확실하지 않겠어요? 여길 보세요. 지금 저 사람들을 보기 위해 이곳에 몰린 인파가 칠십만 명이 넘었다는 보고예요. 추정이지만 곧 있으면 백만 명이 넘을 것 같다고 해요. 미스터 리. 천명 명도 아니고 만 명도 아니고 십만 명도 아니고 무려 백만 명이라고요. 아무리 중국에 인구가 많다고 해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저 사람들이 각종 SNS나 인터넷 블로그로 우리 1호점을 홍보해준다면 그 효과만 해도 저들 다섯 명을 초대한 비용을 보상하고 남을 거예요. 역시 미스터 리 당신은 천재인 것 같아요.]

안전을 위해 촬영장 주변은 최대한 통제하고 있지만 지금 이곳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린 건 사실이다. 제아무리 중국 월드 베리어스 클럽 1호점이 오픈한다고 해도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까 의아해했다. 그런데 한 사람 한 사람이 수십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인기 스타들을 한꺼번에 동원한 모습을 보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래도 백만 명이라니 정말이지 중국의 스케일은 질릴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기분 나쁜 기억임에는 분명하지만 과거 6·25 때 인해전술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압도적인 인파가 몰렸다.

[하하하. 이런, 조세핀. 제가 왜 천재입니까? 정작 저들을 초대한 사람은 당신인데요?]

[그렇게 겸손해하지 말아요. 워킹맨이라고 했죠? 이번 TV쇼를 촬영하고,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인기 스타를 초대하라고 한 건 모두 당신의 조언 때문이니까. 그 덕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어요. 그래서 당신이 최고라는 거예요. 그런데 아직도 생각이 없는 거죠?]

[뭘 말입니까?]

[나와 같이 일하는 것 말이에요.]

[네? 그거 농담 아니었어요? 그래서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농담이라니요? 전 진심이었다고요. 정말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요. 동지그룹도 나쁘지 않은 곳이지만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에요. 동지그룹보다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죠. 미스터 리. 당신의 꿈은 뭐죠?]

모른 척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하니 조세핀 스톤 이사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잘 모르는 남자라면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은근하면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 꿈에 대해 물었다.

[잘 먹고 잘사는 것. 그게 전부에요.]

[네? 정말인가요?]

[그럼요. 시연이와 알콩달콩 근심 없이 잘 사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러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남자로서의 포부는 있을 것 아니에요? 세계를 호령하고 싶은 그런 마음 없어요? 월드 베리어스 클럽은 당신이 세계적인 남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줄 걸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으세요? 마이클 블룸버그, 워렌 버핏, 빌 게이츠. 이렇게 이름만 말해도 누군지 아는 세계적인 경영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소원을 빌면 들어줄 것 같은 여신? 또는 독이 든 사과를 건네는 악마? 은근히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순간 그런 착각이 들었다. 둘 중 어떤 모습이 진짜인진 몰라도 확실한 건, 침이 꿀꺽 넘어갈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사실이었다.

[됐어요. 그런 사람이 돼서 뭐하게요? 지금도 이렇게 바쁜데. 나 지금 이곳에 온 지 20일이 지났거든요. 그런데 바빠서 아직 시연이 얼굴을 못 봤어요. 내겐 지금이 지옥이라고요. 그러니까 조세핀.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로 날 유혹하지 말아요. 난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여우 같은 마누나랑 토끼 같은 자식과 알콩달콩 살고 싶은 게 전부라고요. 오케이?]

============================ 작품 후기 ============================

내일은 조금 늦을 수도 있습니다.

눈이 왔으니 눈 산에 가서 텐트치고 자고 와야죠. 지난 주 선자령이라는 곳에서 하룻밤 자고 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이게 행복이다 싶을 정도로. 오들오들 떨리는 칼바람이 부는 눈밭 위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저도 제가 잘 이해가 안 가긴 해요.

예약을 하고 가는 거니까, 이 글을 보실 때쯤이면 1000미터가 넘는 눈 산 어딘가에서 추위와 견디며 잠을 자고 있을 겁니다. ㅎㅎ

글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전 산이 너무 좋아요.ㅠㅜ 기분 좋게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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