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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407화 (407/424)

00407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최근 여러 가지로 궁지에 몰린 고평호 상무는 지금 위기를 헤쳐나갈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해 있었다.

쿵.

그때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고평호 상무는 황당한 마음에 불쾌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현상태 이사의 다급한 표정을 보고 일단 화를 가라앉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상태 이사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무님!”

“현 이사님.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다급하게 들어오십니까?”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요? 왜요? 현호가 또 다른 일을 꾸민 건가요?”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닙니다. 회··· 회장님이···.”

“아버지가? 아버지가 왜요?”

“방금 연락이 왔는데 회장님이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지금 병원으로 옮겨서 수술에 들어갔는데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뭐요? 현 이사님. 지···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현사태 이사로부터 고대성 회장의 사고 소식을 들은 고평호 상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회장님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중태에 빠지셨습니다. 방금 수술에 들어가긴 했는데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진짜 우리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수술을 하고 있다고요? 어딥니까, 거기가?”

“이천에 있는 종합병원입니다.”

“이천요? 처음 들어보는 병원인데 실력이 있는 곳입니까?”

“불행히도 일류병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워낙 위급한 상황이라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옮긴 겁니다.”

“뭐요? 그런 허접한 병원에 아버지를 어떻게 맡긴답니까? 당장 헬기 띄우세요.”

“상태가 너무 위급해서 다른 곳으로 옮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다른 병원 의사를 그쪽으로 파견하세요. 그런 것도 못합니까?”

“상무님. 고정하십시오. 그럴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위급하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얼마나 위급하길래 천하의 동지그룹 주인이 그런 이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단 말이야!”

언제나 영원한 것 같았던, 거대한 거인처럼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만 같았던 아버지가 위급하단다. 너무나도 위급해서 좋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시간조차 없다는 소식에 고평호 상무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죄송합니다. 상무님.”

“아닙니다. 현 이사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아버지가 다쳤다는 말에 제가 흥분이 지나쳤습니다. 이 팀장!”

고평호 상무는 현상태 이사에게 사과를 하는 둥 마는 둥,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석근 팀장을 다급히 불렀다.

“네. 상무님.”

“당장 차 대기 시켜. 아니지. 그럴 시간이 어딨어. 당장 헬기 대기 시켜.”

“저··· 상무님.”

아버지가 위급하다는데 여기서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고평호 상무는 곧바로 병원에 찾아갈 수 있도록 이석근 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현상태 이사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병원에 가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뭐라고요? 지금 상황에서 아버지를 찾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고평호 상무의 목소리가 곱지 않았다.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서 병원에 찾아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그의 말이 마음에 불쾌감을 느꼈다.

“서울의 일류 병원으로 옮길 시간조차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까?”

“미친. 이봐요. 현 이사.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겁니까?”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상무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현 이사. 한 번만 더 그런 개소리를 지껄이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한 대 치십시오. 그렇게 해서 분이 풀리신다면, 분이 풀리실 때까지 맞아 드리겠습니다.”

“휴··· 현 이사님. 대체 절 이렇게까지 도발하는 이유가 뭡니까?”

분이 풀릴 때까지 마음껏 때리라며 눈을 감고 당당히 서 있는 현상태 이사의 얼굴을 보니 흥분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이유가 뭐겠습니까? 우선 냉정해지시라는 겁니다. 상무님은 지금 냉정해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냉정해지면요?”

“회장님은 지금 굉장히 위급한 상황입니다.”

“그걸 아니까 병원으로 간다는 것 아닙니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시간조차 없이 위급하다는 건, 수술에 성공한다고 해도 금방 회복되긴 어렵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빠른 시일 안에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요?”

“회장님뿐만 아니라 부회장님까지 함께 사고를 당했습니다. 후계자도 정해놓지 않으시고 말입니다. 만약 상무님이 병원에 가 있는 동안 고현호 상무가 후계자를 자처한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서 현호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고평호 상무가 생각할 때 동생은 절대 그럴 인간이 아니었다.

“고현호 상무가 인성이 좋다는 건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지그룹이 통째로 걸린 일입니다. 고현호 상무가 아니라 성인군자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경영에 관심이 없었던 그가 갑자기 후계자 싸움에 끼어들지 누가 알았습니까? 그리고 고현호가 아니라도 상무님을 위협할 후보는 또 있습니다.”

“현호 말도 또 있다니요? 누굴 말하는 겁니까? 설마 제 사촌들을 말하는 겁니까?”

“잊으셨습니까? 고정호 사장이 있지 않습니까?”

“정호 형이요? 하지만 정호 형은 이미 후계자 후보에서 탈락했습니다.”

“알게 뭡니까? 지금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동시에 위급한 상황인데 그걸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후계자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호적에서 파인 건 아닙니다. 다시 말해 고정호 동부유업 사장은 여전히 회장님의 장남이며 막내 따님을 포함해서 유산 상속권이 있는 네 명의 자식 중 한 명입니다.”

사실이 그랬다. 고정호 상무가 후계자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유산 상속권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장남이다. 오직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정호 사장을 지지했던 이사진들을 생각하면, 동지그룹의 장남이라는 타이틀은 굉장히 큰 강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고정호 사장의 등장에 고평호 상무의 얼굴이 굳어졌다. 고현호 상무라면 몰라도 평소에도 욕심이 많던 고정호 사장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겠죠. 그러나 정호 형을 지지하던 세력은 대부분 와해 되었습니다.”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고현호 상무나 아니면 여동생인 고장희 이사와 연합하면 최소한 상속권의 절반은 차지할 수 있습니다.”

“흠···.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겁니까?”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고평호 상무가 조금 삐딱했던 자세를 달리하고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기 전에 상무님이 먼저 움직여야죠.”

“방법은요?”

“이사들을 설득하면 됩니다. 이사들을 설득해, 그들로 하여금 회장님과 부회장님의 부재중 임시 대표로 상무님을 선임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임시라도 한번 대표가 되면, 그때부터 대표직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결국, 임시잖습니까?”

“네. 처음엔 임시 대표이긴 하죠. 하지만 한번 이사회를 휘어잡으면 모든 게 일사천리입니다. 상무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유산 분배가 어떻게 되든 결국 동지그룹 대표이사를 뽑는 건 주주회의를 통해서입니다. 임시 대표로 계시면서 충분히 능력을 보여주면 그들은 반드시 상무님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겁니다. 대주주 대부분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상무님은 임시가 아닌 진짜 대표 이사가 되는 겁니다. 바로 동지그룹의 주인이 되는 거죠.”

“동지그룹의 주인이라···.”

“네. 동지그룹의 주인. 그런데 병원을 방문한 사이 고정호 사장이나 고현호 상무가 선수를 친다면, 상무님은 모든 걸 잃게 되겠죠. 그런데도 병원에 가시겠습니까?”

“흐음···.”

“상무님 어떻게 할까요?”

현상태 이사의 설득에 고평호 상무는 고민에 빠지려는 순간 이석근 팀장이 재촉하듯 물었다.

“뭐를?”

“당장 헬기 준비시킬까요?”

“아···! 그랬었지.”

“지금 연락해서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준비할까요?”

“안 됩니다. 취소시키십시오. 이건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기회를 잡으려면 상무님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제발 냉정해지십시오.”

“이사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병원에선 이미 가망이 없다고 연락이 왔는데, 자식 된 도리로 가시는 길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이 팀장. 방금 너 뭐라고 했어? 가망이 없어? 누가?”

“사··· 상무님 그게···”

“똑바로 이야기 안 해? 누가 가망이 없다고?”

“죄송합니다. 상무님. 사실은 회장님과 부회장님 두 분 모두 수술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합니다. 사실은 그냥 산소호흡기로 억지로 목숨만 연명하고 있을 뿐 돌아가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흑흑. 죄송합니다. 상무님. 너무 참담한 소식이라 그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이석근 팀장은 울음까지 터트리며 사소 소식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죄했다. 그러나 그의 눈물이 가식이라는 걸 고평호 상무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사실 고대성 회장과 고진성 부회장의 사고 소식을 제일 먼저 들은 사람이 이석근 팀장이다. 그러나 그 소식을 고평호 상무에게 바로 보고한 게 아니라 현상태 이사에게 먼저 알렸다.

연락을 받은 현상태 이사는 곧바로 고평호 상무의 사무실로 달려왔다. 사고의 주동자인 두 사람은 이미 이번 일에 대한 대책을 모두 마련해둔 상태였다. 두 사람이 생각하기에 고대성 회장의 위중함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면, 고평호 상무는 그 소식을 듣는 즉시 열 일 제쳐놓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을 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현상태 이사의 조금 전 설명처럼, 고평호 상무가 병원으로 달려간 사이 고정호 사장이나 고현호 상무가 이사들을 설득해 동지그룹의 임시 대표가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위험 부담까지 무릅쓰고 이번 사건을 계획한 두 사람의 노력은 전부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이런 쇼를 준비한 것이다.

“정말이야? 말해봐. 정말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거야? 농담인 거지? 사실이 아닌 거지? 어서 말해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상무님.”

엄청난 충격을 받은 고평호 상무는 이석근 팀장의 멱살을 잡고 재차 확인했지만, 이석근 팀장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죄송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하란 말이야.”

“상무님. 이석근 팀장의 말이 전부 사실입니다. 제가 병원으로 전화해서 모두 확인했습니다.”

“뭐라고요? 현 이사님이요? 그걸 알면서 왜 제게 똑바로 이야기해주지 않으신 겁니까?”

“그럼 상무님은 앞뒤 가리지 않고 곧장 병원으로 가셨을 테니까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않겠습니까?”

“하···.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요? 그러니까 현 이사님 말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동지그룹 주인 자리를 차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아버지가 당장 돌아가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무실에 앉아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에 자조적인 한숨이 나왔다.

“네. 그럼요. 이제 곧 사고 소식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동지그룹은 흔들릴 수밖에 없겠죠. 상무님이 하는 일은 자식이 아버지를 외면하는 행위가 아니라, 흔들리는 동지그룹을 똑바로 지탱해주는 겁니다. 그건 회장님도 분명 바라는 일일 겁니다. 제가 아는 회장님이라면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자신을 찾아오는 것보다 동지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라실 테니까요.”

“흔들리는 동지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주길 바라신다고요?”

“물론입니다. 상무님도 알다시피 지금의 동지그룹을 키우신 분이 바로 회장님입니다. 그런 회장님께서 당신의 피와 땀이 스민 동지그룹이 흔들리길 바라실 것 같습니까? 그건 아들인 상무님이 더 잘 알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아버지는 자식보다 동지그룹이 더 소중한 분이셨으니까요.”

“그것 보십시오. 그리고 설사 회장님이 의식을 찾으신다고 해도, 회장님은 곁에서 온종일 병간호한 자식보다 당신이 없는 동안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끈 자식을 칭찬하실 겁니다.”

“그렇죠. 아버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죠.”

“그럼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상무님. 이제 결단을 내리시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흠······. 이 팀장.”

“네. 상무님.”

“헬기는 취소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임시 이사회 소집을 준비해줘.”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ㅠㅜ

설악산은 안전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소청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정말 좋았습니다.

잘 놀다 왔으니 얼른 만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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