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8 소제목 추후 결정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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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 동지그룹 고대성 회장, 위독
어제 오후 동지그룹 고대성 회장이 탄 자동차가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넘은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트럭과 부딪힌 자동차는 오른쪽 가드레일을 뚫고 7미터 아래 절벽으로 굴러떨어졌으며 이 사고로 고대성 회장과 운전자인 고진성 부회장이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은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건 사고 발생 15분 후. 그러나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진 차량에서 부상자를 수습하는 작업이 너무 지체돼 두 사람이 병원으로 옮겨진 건 사고가 발생하고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였다.
······ 중략 ······
한 관계자에 따르면 6시간 전 수술을 마치고 비밀리 서울로 옮겨졌으나 굉장히 위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지 그룹에선 이미 고대성 회장의 회복을 희박하게 보고 있으며, 지금 현재 차기 총수를 뽑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고 덧붙였다.」
「고대성 회장의 교통사고와 동지그룹의 미래
교통사고를 당한 고대성 회장의 회복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지그룹은 지금 큰 혼란에 빠져있다. 고대성 회장이 부재중이라고 해도, 고진성 부회장이 있었다면 이 같은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형의 천재성에 가려져서 그렇지 그 또한 동지그룹을 이끌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고진성 부회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공백을 대신할 마땅한 수장이 없다는 게 큰 타격이었다.
후계자 후보가 없는 건 아니다. 고대성 회장에게 세 아들이 있으며 셋 모두 능력이 출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고 전까지 후계자를 정해놓지 않은 게 문제였다. 현재 재계에서는 고대성 회장과 고진성 부회장의 동시 부재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차기 총수를 정한 후 새로운 주인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하지만, 후계자 선정은커녕 치열한 후계 싸움으로 동지그룹은 더욱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 중략 ······」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동지그룹 고대성 회장의 사고 소식으로 시끌벅적했다. 돈이 많아도 사람 목숨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사고 소식에 위로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사고가 아니라며 분명 사건의 배후가 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동지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미친 듯이 폭락했고 회사는 차기 후계자 예측에 대한 설왕설래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 모든 게 사고가 일어난 후 단 하루만의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분위가 너무 크게 달아올라, 나중에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 더럭 겁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 우리가 벌이고 있는 쇼는 일종의 사기극이었다. 그것도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벌이는 대규모 사기극!
“결국은 이렇게 되네요.”
“네. 결국 이렇게 됐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계획을 함께했던 나와 김학수 부장은 대한민국 모든 일간지가 1면으로 다루고 있는 고대성 회장의 사고 소식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이렇게 판을 크게 키울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고대성 회장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태는 우리가 도저히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렸다.
“부장님. 이제 어쩌죠?”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니 부장님이 모르시면 누가 안 다고요. 제가 믿을 사람은 부장님밖에 없어요.”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내가 믿을 사람은 마 팀장밖에 없어요.”
“휴우···. 사실 우리가 이런다고 뾰족한 대책이 세워지는 건 아니죠. 그리고 방법이 하나 있긴 아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방법이라는 게 참 무식해서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최선인걸.”
“그렇죠? 역시 그 방법밖엔 없겠죠?”
“네. 여기선 그냥 ‘몰랐다.’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게 최고죠.”
“맞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린 아무 말도 안 했지 않습니까? 전부 언론이 알아서 소식을 옮긴 거죠. 나중에 ‘본의 아니게 속이게 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긴 하겠지만 모든 책임은 언론에 떠넘기면 국민들도 이해해줄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네요. 그 ‘대국민 사과’라는 거 말입니다. 그건 회장님이 해야 진짜 효과가 클 텐데. 과연 하실까요?”
“흠···. 그건 저도 장담을 못 하겠습니다. 꼬장꼬장하기로 한국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고인 분인데 과연 사과를 하실지···. 안 되면 부회장님에게라도 부탁해야죠. 효과는 떨어지겠지만, 사실 부회장님도 엄연히 피해자 아닙니까.”
“그래도 다행히 부회장님이라도 계신 게 어딥니까?”
“아··· 맞다. 이번에 깨달은 거지만 회장님은 정말 독한 분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난리인데 어떻게 주주총회까지 몸을 숨길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까?”
처음부터 고대성 회장도 알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나나 김학수 부장도 예상했던 일이고 충분히 각오도 했다. 하지만 고대성 회장은 역시 난 사람이었다. 완전히 우리 예상을 뒤집고 이번 일을 동지그룹의 개혁에 이용할 계획까지 잡았다.
그래서 시작된 게 바로 지금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솔직히 말해 동지그룹의 힘이었다면 곧장 사고 현장에 헬기를 파견해 서울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병원을 이용한 건 보는 눈이 적어 기자들이나 대중들을 속이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대성 회장과 고진성 부회장은 굉장히 위독한 것처럼 꾸며 잠적하고, 그동안 고대성 회장의 카리스마에 억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반대 세력들이 활개를 펼칠 수 있도록 판을 짰다.
그런 불만 세력을 미리 제거하면, 훗날 고현호 상무가 동지그룹을 이어받았을 때도 큰 힘이 된다. 그래서 우리도 딱히 반대를 하진 않았지만 심지어 친딸인 고장희까지 속이는 치밀하면서도 독한 면모를 보며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지금 고장희는 아버지인 고대성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눈이 퉁퉁 불어터지도록 눈물을 쏟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옆에서 그녀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시연이었다. 결국, 시연이 눈도 똑같이 퉁퉁 불어터졌고 그 모습에 속이 상해 두 사람에게만 사실대로 이야기해줄까 몇 번이나 고민했었다.
그러나 시연이는 몰라도 고장희의 입은 가벼워서 절대 믿을 게 못됐다. 안쓰러운 마음에 괜히 사실을 알렸다가 지금까지 세운 계획을 모두 망칠 수 있어 억지로 참았다.
“지금까지 회장님은 항상 그랬습니다. 우리 예측 범위 밖이긴 하지만 사실 회장님의 행동 자체는 일관성이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그렇긴 하네요. 흠···. 아무래도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어마어마한 피바람이 몰아치겠군요.”
“아마 대규모 피의 숙청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겁니다.”
“예전에 ‘고현호 상무님이 충녕대군이다.’라는 말이 돌았었는데, 그게 정말 현실이 될 것 같은데요?”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 팀장.”
“회장님의 모습에서 태종 이방원의 모습이 보여서 한 말입니다. 과거 태종이 아들인 세종을 위한다는 핑계로 왕권에 위협이 된다 싶은 세력들을 대부분 숙청했지 않습니까? 심지어 며느리인 소헌왕후 집안까지요. 지금 회장님의 마음이 그때 당시 태종과 비슷한 것 같아서요.”
“그럴듯하군요. 그래도 지금 회장님의 행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지금까진 그렇습니다. 일단은 굿이나 보며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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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대는 동지그룹 이사다.
20대 후반 입사해서 30여 년 동안 동지그룹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만큼 열심히 일했다. 별 볼 일 없던 동지라는 작은 회사를 지금의 동지그룹으로 만들기 위해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최선을 다했다.
와이프와는 이혼했고, 자식들은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를 외면했다. 하지만 주승대는 그런 사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철주야 일에만 매달렸다. 동지그룹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의 부재가 주는 외로움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에게 불만이 하나 생겼다. 바로 승진문제였다. 이사라는 자리도 나쁘진 않지만 그가 동지그룹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생각하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5년이나 후배였던 임홍빈이 그룹 전무이사로 승진하는 걸 보면서 주승대는 고대성 회장에게 진한 배신감을 느꼈다. 능력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자신이 임홍빈보다 못할 게 전혀 없었지만 전무는커녕 여전히 이사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주승대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 임홍빈보다 낫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업무능력만 따지면 주승대가 임홍빈보다 나았다. 문제는 이혼 경력이었다. 아내와 금실이 좋았던 고대성 회장은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이혼 경력이 있는 직원은 중용하지 않는 편이었고, 그런 원칙은 주승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그는 그게 불만이었다. 자신은 동지그룹을 위해 일하다가 이혼을 당한 건데, 이혼을 당했다고 승진 자격이 없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열심히 일한 결과 때문에 승진을 못 한다면 대체 누가 동지그룹을 위해 헌신하겠는가? 그런 정책은 동지그룹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한다고 게 그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런 불만을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고 있었다. 불만은 있지만 고대성 회장에게 감히 그 불만을 토로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운함이 쌓이면서 동지그룹에 대한 감정의 골도 점점 더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평생 그렇게 불만을 삭이며 살아가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고대성 회장과 고진성 부회장의 사고는 누군가에게는 불행한 소식이었지만 그에게 천금과도 같은 기회였다.
원칙적으로 따졌을 때, 그룹의 회장과 부회장이 부재중이면 전무이사인 임홍빈이 임시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대성 회장에게는 호랑이 같은 아들이 셋씩이나 있다. 조선 시대 왕이 죽었다고 영의정이 왕위에 오를 수 없는 것처럼, 순서상 그룹 서열이 가장 높다고 해도 임홍빈이 그들 세 명을 제치고 대표가 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차기 총수가 될 것이고 주승대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잘 이용해 그룹의 주도권을 잡아볼 계획을 세웠다. 비록 이사에 지나지 않지만 그룹 내에서 그를 따르는 중역들은 많았다. 술을 좋아하는 호탕한 성격 덕분에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이 넘쳤다.
주승대는 그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굉장히 강력한 패가 된다. 그는 그 패를 손에 쥐고 세 아들 중 한 명과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
가장 유력한 둘째는 손을 잡아봐야 얻을 게 없고, 막내는 타협이 쉽지 않은 성격이라 들었다. 이렇게 둘을 제외하면 남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바로 동지그룹 고대성 회장의 장남이자 현 동지유업 사장인 고정호.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예약을 해놨는데 안 올라갔네요. 이제 발견했습니다. ㅠㅜ
크리스마스 전에 끝내려고 했는데 실패했죠.. 그렇지만 새해 전에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