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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전부는 아니야-419화 (419/424)

00419  에필로그 03  =========================================================================

(제 글에서 등장하는 상호와 이름들은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아. 진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말이 안 될 건 또 뭐 있어?”

“지키고 싶은 게 있어서 좋아하는 공부도 포기하고 후계자 싸움에 뛰어들었다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포기해요?”

“그래. 그래서 어렵게 후계자 자리를 차지했더니 결국은 이게 뭐야? 꼭두각시밖에 더 돼? 이런 후계자 자리라면 아무것도 못 해. 내 사람 하나 내 마음대로 못하는 데, 그보다 더한 걸 어떻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어? 그럴 바에는 여기서 그만두는 게 현명해.”

‘내 사람’이라는 말에 살짝 기분이 업되려고 했지만 그런 분위기에 편승 돼 실실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이 인간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이럴 땐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좀 그러지 말죠? 사람이 초딩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포기가 빠릅니까? 진정하세요. 방법은 있으니까요.”

“무슨 방법? 너 설마 마다가스카르인가 뭔가 하는 곳에 가려는 건 아니지? 아서라. 절대 거긴 안 보낸다.”

“저도 거기 갈 생각은 없어요. 거기 가면 시연이 얼굴도 제대로 못 볼 텐데 절대 못 갑니다.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면 그만뒀지 마다가스카르에는 갈 생각이 없어요.”

솔직히 이제 좀 짜증이 나려고 한다. 항상 이렇다. 뭔가 고생해서 공을 세우면 그게 내게 좋은 방식으로 오지 않고 뭔가 꼬여서 사고처럼 다가와 버린다. 그렇게 동지랜드로 쫓겨났고, 그렇게 동지마트로 밀려났다. 그래도 해 뜰 날을 기다리며 참아왔건만 이젠 한국도 아니고 멀고 먼 아프리카 남쪽 섬인 마다가스카르로 가라고 한다.

내가 대체 무슨 영화를 보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로또에 당첨돼서 돈도 많고, 로열티로 들어오는 수입 엄청나다. 게다가 동지마트 주식도 몇 배로 오른 상황에서 굳이 이런 고생을 하며 회사에 다녀야 하는지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계속 직장 생활을 한 건 시연이에게 한량처럼 탱자탱자 노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게 가장 컸다. 거기에 대기업을 호령하는 잘난 남자이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었다.

어쨌거나 고현호 전무를 동지 그룹 후계자로 만들었으니 시연이에게도 내가 얼마나 대단한 남자인지 대충(?)은 보여준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쓸데없는 의심까지 받으며 계속 미련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럴 바에는 그동안 고생한 게 아쉬워도 깔끔하게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왜 네가 그만둬? 안돼. 그러지 마. 사표 수리 절대 안 해줄 거야.”

“아니 꼭 그만둔다는 게 아니라···. 잠깐만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고대성 회장은 지금 나를 시험하고 있다. 고분고분하게 마다가스카르의 발령을 받아들이면 나에 대한 의심을 지울 것이고, 고현호 전무를 움직여 인사 발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어 나를 완전히 내쳐버릴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게 맞지만, 시연이와 떨어지는 것도 싫었고 이대로 고대성 회장에서 휘둘리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사표를 던져버리다면 고대성 회장은 과연 표정을 지을지,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뭐야? 갑자기 왜 그렇게 사악한 미소를 지어?”

“지금 제 표정이 사악해 보여요?”

“응. 아주 많이.”

“하하하. 좀 재미있는 방법이 생각났거든요.”

“뭔데? 괜찮은 방법이라도 생각났어?”

“글쎄요. 어떻게 될지 확실하지 않아서 저도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그럼 하지 마. 그냥 이번 일은 어떻게든 내가 해결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아니에요. 전무님이야말로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후계자를 그만둔다느니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은 하지 말고요.”

“아니라니까. 이번 만은 내 뜻대로 하자.”

우린 계속 티격태격 서로가 맞다고 우겼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고, 나는 그냥 ‘에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전무실을 빠져나왔다.

***

고대성 전 회장의 별장.

“허허허. 미치겠군. 이것들이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가지가지 해.”

고대성 전 회장은 고진성 회장이 전해주는 두 장의 봉투를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형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설마 두 놈이 짜고 한 짓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물어봤는데 현호도 황당해 하는 눈치더군요.”

“그런데 둘이 짠 것처럼 동시에 사표를 내?”

“둘 다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사표를 내고 배 째라는 게 최선이야? 초등학생도 아니고.”

“배 째라는 게 아니라 알고 보면 상대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겁니다.”

“상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말장난처럼 들리는 말에 고대성 전 회장의 눈가가 잔뜩 찌푸려졌다. 기분이 나쁠 때 나타나는 그의 버릇 중 하나다.

“현호는 후계자 자리를 걸고서라도 마 팀장을 보호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마 팀장을 오지로 보낼 거면 자신이 먼저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우리를 협박하고 있는 거죠. 현실적으로 정호나 평호를 다시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으니까, 이를테면 똥배짱을 부리는 겁니다.”

“한심한 녀석 같으니. 내가 그렇게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고 했거늘.”

“어쩌겠습니까? 그게 현호 모습인데.”

“좋아. 현호는 그렇다 치고, 마 팀장은?”

“마 팀장은 마다가스카르에 가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어여쁜 약혼녀를 두고 체류 기간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를 아프리카 남쪽 섬에 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인사 명령을 거부하고 구질구질하게 붙어있으면 그건 현호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일 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서, 마 팀장은 깔끔하게 퇴사를 결심했겠죠. 눈치 빠르고 영악한 녀석이니까 우리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는 챘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의심하고 있는, 그러니까 현호의 자리를 탐내는 일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걸 사표 한 장으로 표현한 셈입니다.”

“그러니까 내 앞에 고개를 숙이기는 싫고, 현호에게 부담 주는 것도 싫으니까 ‘옜다. 엿 먹어라.’하는 심정으로 사표를 던진 거네?”

“표현이 다소 과격한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이야기죠. ‘내가 그동안 동지 그룹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날 의심하고 시험해? 치사하고 더러워서 안 먹는다.’ 대충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표현이 거칠었으나 기분 나빠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허허. 고얀 놈이네. 만약 내가 정말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미련없이 떠날 겁니다. 금전적으로 아쉬울 게 없는 녀석이니까요. 게다가 불러줄 곳도 많습니다. 재계에 ‘미다스의 손’이라고 소문이 난 덕에 예전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꾸준히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동안 이뤄낸 성과를 보면 그런 소문이 얼토당토않다고 부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요. 이번에 현호를 후계자로 만든 일등공신이니 예전보다 몸값이 훨씬 뛰어올랐을 겁니다. 그리고 굳이 다른 회사에 갈 필요도 없습니다. 윤 스포츠센터가 있지 않습니까? 마 팀장이 맡은 프로젝트의 절반은 윤 스프츠센터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하나밖에 없는 딸의 예비 남편이고, 능력까지 출중하니 윤승태 사장 입장에서도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죠. 자존심이 있는 녀석이라 처가 덕을 보고 살 생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현호가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그동안 늘 강조해왔던 게 ‘사람’인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부하 직원을 내쳐버리면 누가 믿고 따르겠습니까?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그동안 큰 힘이 되었던 기획 마케팅부 부원들은 현호의 사람들이라기보다 마동수 팀장의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물론 마 팀장이 떠난다고 해도 대부분 회사에 남겠지만 예전 같은 충성심을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현호가 후계자 자리를 포기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도 현호를 후계자 자리에 앉힌 이유가 사라집니다.”

“어째서 그렇지?”

“형님. 현호를 후계자로 선택한 이유가 뭡니까?”

“음··· 나랑 가장 닮지 않아서지. 닮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마주했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었어.”

“그런데 이런 식으로 현호의 장점을 날개 자르듯 잘라버리면, 도대체 뭘 가지고 날 수 있겠습니까? 날지 못하는 새를 후계자로 앉힐 바에는 정호나 평호를 후계자로 앉히는 게 낫습니다. 형님은 지금 현호가 형님과 닮지 않아서 좋다고 해놓고, 형님을 닮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흠···. 그래도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그럼 저도 회장 자리 내놓겠습니다. 이렇게 계속 멋대로 하실 거면 형님이 다시 회장 하십시오. 회장이 되어서도 일일이 지시받으려고 하니 못 해먹겠습니다. 예전엔 회장실에 계셔서 찾아가기라도 쉬웠지 지금은 별장까지 와야 하지 않습니까? 귀찮아 죽겠습니다.”

“허허허허허. 그럼 네 마음대로 하지 그랬어? 회장님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 그런다고.”

고진성 회장의 투정 섞인 짜증에 고대성 전 회장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거야 형님이 자꾸 궁금해하니까···.”

“이젠 네가 회장이잖아. 그러니 그냥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그게 일인자가 할 일이야. 대신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은 전부 네가 져야 해.”

“이건 원. 내 마음대로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번 일에 대해 네 생각은 어떤데?”

“사표 반려하고 인사 명령은 취소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인사 명령 취소는 반대야. 네가 회장 자리에 올라 내린 첫 번째 인사 명령인데 그걸 취소하면 얼마나 모양이 빠지겠어?”

“그럼요?”

“꼭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이것도 한 가지 방법이니까 참고만 해. 자!”

고대성 전 회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쥐고 있던 메모지를 그의 동생에게 넘겼다.

“아니 이게 뭡니까? 설마 형님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겁니까? 사람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어휴.”

“허허허. 회장이 됐으면 체통을 지켜야지.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 선택은 내가 아니라 지금 동지 회장인 네 몫이라고. 그러니 판단은 네가 알아서 해.”

***

고진성 회장이 고대성 전 회장의 별장을 찾은 다음 날. 동지 그룹 본사 로비에는 아래와 같은 새로운 인사발령 공고가 게시되었다.

「승진 및 보직 인사발령 공고

마동수 : 지사장(동지 에너지 마다가스카르 지점)에서 주식회사 동지 이사로 보직 변경

상기와 같이 보직 발령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1년 12월 동지그룹 회장 고진성.」

“뭐야 이게? 설마 마동수 팀장이 이사가 된 거야?”

“그러게 이게 대체 뭐지? 그 자식 나이가 지금 서른한 살인가 두 살인가 그렇지 않아?”

“내년에 서른둘일걸?”

“맙소사. 그럼 고작 서른하나에 동지그룹 본사 이사가 된 거야? 헐. 대박. 토사구팽 돼서 마다가스카르로 쫓겨나는 거라는 소문이 난 게 바로 어젠데 이건 또 뭔 장난인 거야?”

“뭐긴 뭐야? 다 쇼였지. 마동수 팀장이 세운 공을 생각해봐라. 그간 세운 공만 생각하면 이사가 아니라 상무 자리를 줘도 아깝지 않잖아. 그런데 본사 내규상 팀장을 이사로 바로 승진시킬 수 없으니 이런 식으로 쇼를 하는 거야. 동지 에너지 지사장으로 옮겼다가 곧바로 그룹 이사로 승진. 꼼수긴 한데 내규를 어긴 게 아니니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럼 이게 전부 마동수 팀장을 이사로 만들기 위해 벌인 쇼라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동지 그룹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인사 명령이 뭐 이렇게 제멋대로야.”

“어쩌겠어? 아니꼬우면 마동수 팀장처럼 망해가는 계열사로 옮겨서 기적을 일으켜 봐. 그럼 너도 이사가 될 수 있어.”

“에이. 난 그냥 평범하게 살련다. 어쨌거나 이제야 고현호 전무 답네. 자기 사람 안 챙기는 거 보고 이중인격자라고 욕했는데, 이렇게 뒤통수 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러게. 그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건 가봐.”

***

“아! 그 상황에서 단호하게 사표를 던졌다? 정말 아무런 미련도 없었습니까? 참고 견디면 동지그룹의 이인자가 될 수 있는 기회였을 텐데요?”

토크쇼에 초대된 마동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난관을 물리치고 동지 그룹 이사 자리에 오르기 직전에 이르자 사회자와 방청객들은 숨소리조차 조심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동지 그룹은 저의 피와 땀이 스며든 곳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힘들게 후계자 자리에 오른 고현호 부회장님에게 부담을 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조사를 해보니 말입니다. 고현호 부회장님도 같이 사표를 던졌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사전에 교감이 된 거였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저도 나중에 부회장님이 사표를 냈다는 이야길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찾아가 화를 내며 따지기도 했었죠.”

“어떻게요?”

“어떻게 해서 올라간 후계자 자린데 그렇게 헌신짝 버리듯 버릴 수 있냐고 그랬죠. 당장 취소하라고, 그냥 나만 그만두면 만사형통이라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요?”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내 사람도 지키지 못하는 데 앞으로 동지 그룹 직원들은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느냐면서, 이런 식의 힘 없는 후계자라면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고현호 부회장이 했던 이야기와는 뉘앙스가 약간 달랐다. 마동수는 그 당시 에피소드를 방송용으로 듣기 좋게 살짝 틀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당사자인 고현호 부회장과 마동수밖에 없었다.

“아! 재계에서도 유명한 두 분의 우정이 여기서 또다시 빛을 발하는군요. 부럽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설마 사표가 수리된 건가요? 아니면 마다가스카르로 떠나신 겁니까?”

“아니요. 다음날 새로운 인사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제가 그룹 이사로 승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니 그럼. 사표를 낸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네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월급쟁이로서는 동지그룹 역사상 전무후무한 서른한 살 이사가 탄생한 거로군요. 대단하십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게 운으로 되나요? 실력이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죠.”

“고현호 부회장님이 절 믿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하하. 두 분의 우정은 아무리 봐도 부럽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게 있는데요. 고현호 부회장님과 윤시연 아나운서. 둘 중 누가 좋습니까?”

사회자는 아주 과장된 리액션을 취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 모습에 방청객들은 물론 마동수까지 웃음을 지었다.

“집사람입니다.”

“에? 뭐가 그렇게 단호합니까? 그래도 직장상사인데 고민은 좀 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집사람입니다.”

“회사생활에 지장 없습니까?”

“윤시연 아나운서입니다.”

“뭐가 이렇게 단호박이십니까? 일말의 고민도 없습니까?”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당연히 비교 불가인데요. 어떻게 남자와 여자를 비교합니까? 방송에 나와서 이런 말씀드리는 게 정말 죄송하지만 시연이는 제 전부입니다.”

“윽···! 상남자 마동수 이사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실망입니다.”

“저도 살아야죠. 방송에 나가서 이런 표현 안 하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하하하. 바가지를 긁는 윤시연 아나운서라?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두 분의 알콩달콩한 부부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그건 시간 관계상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정말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해주시죠.”

“아직도 우리 집사람에게 작업을 거는 남자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예뻐도 애 둘 딸린 유부녀에게 그러고 싶습니까? ‘너무 예뻐서 몰랐다.’ 이딴 변명 안 통합니다. 하지 마세요. 특히 제가 옆에 있는데도 무시하고 수작 거는 남자들. 경고하는 데 앞으로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각오하세요.”

“헉. 이사님. 방송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뻔뻔하게 수작거는 놈들이 잘못한 거지.”

“하하하하하.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셔셔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

이제 진짜 완결입니다.

미진했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채워봤는데 괜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3년 넘는 시간 참고 견디며(?)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복 받으실 거예요. ㅎㅎ

고생하셨습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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