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이단심판관-141화 (141/227)

141화 격동하는 대륙 (2)

최근 지루할 틈이 없이 터져 나오는 사건들 덕에, 워로드 관련 커뮤니티들은 매일매일 떠들썩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월드 이벤트.

빛의 교단의 움직임은 곧 도시 암스텔의 파괴로 이어졌다.

정말 12강 길드의 도시를 공략해 무너뜨려 버릴 줄이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심지어 교단의 기사단이나 집행관을 비롯한 NPC들은커녕, 단지 두 개 지역의 유저들이 움직인 것뿐이었다.

한데 그런 전력만으로도 주요 도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건,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인식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교단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식이 변하면 사람은 자연히 몰리기 마련이었다.

정보에 발빠른 이들은 빛의 교단이 일곱 교단 간의 경쟁에서 크게 앞서 나갔다는 사실 깨달았다.

이제 교단에 입교하는 것은 단순 흥미가 아닌 전략적인 선택지로까지 떠오른 시점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낸 당사자는 멍하니 자신의 스킬창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정말 전설급 스킬이라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에일이 자신의 뺨을 찰싹였다.

새로이 얻은 스킬, ‘구도자의 열성’.

전설이라는 등급에 걸맞게 놀라운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익힌 신성 마법류 스킬을 완전히 다른 스탯의 영향을 받게끔 만들어 준다 것.

그리고 마법에 영향을 주던 마력을 대체할 스탯은 바로 이단심판관의 전용 스탯인 ‘신앙심’이었다.

‘그동안 아무리 좋은 스킬이라도 마법 쪽이면 포기했었는데, 이젠 선택지가 전보다 훨씬 늘어난 셈이야.’

이단심판관은 기본적으로 근접 클래스였다.

공격 마법은커녕 활이나 투척 무기와도 거리가 멀었다.

신성 마법도 유틸적인 면이 부각되는 스킬에 한해서 익힐 뿐, 마력에 투자하는 사제나 마법사가 아닌 이상 익힐 리가 없었다.

하나 새로운 스킬을 얻은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직업 전용 스탯인 신앙심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제 위력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당장 에일이 지닌 스킬만 해도, 방어막을 만들어 내는 ‘수호의 방패’와 지속 치유 효과를 부여하는 ‘치유의 빛’.

두 가지 스킬이 마력의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구도자의 열성을 얻은 이후 훨씬 더 위력이 강해졌다.

이단심판관의 대표격 스킬인 ‘성화’는 무기의 공격력과 힘 스탯에 영향을 받는 특수 스킬이라 상관이 없었지만,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선택지가 펼쳐진 셈이었다.

‘전설 스킬 아니랄까 봐, 정말 말도 안 되는 효과야.’

터무니없는 잠재력을 지닌 전설 등급 스킬의 위엄.

이런 효과의 패시브조차 전설 스킬들 사이에서는 중간쯤 되는 위치라는 게 더욱 놀라울 따름이었다.

파앗!

에일이 손을 젓자 든든한 수치의 스탯창이 나타났다.

주요 능력치

힘: 275(+254) 민첩: 250(+215) 체력: 265(+225) 마력: 20(+98) 신앙심: 362.1(+98) 광기: 358.9(+98)

‘신앙심 스탯이 갑자기 이렇게 중요해질 줄이야.’

화면을 확인한 에일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마나 소모나 쿨타임, 캐스팅 시간 등.

신앙심 스탯의 효과는 단지 직업 전용 스킬의 효율성을 여러 방면에서 올려 주는 수준이었다.

직접적으로 전투력을 증가시켜 주는 광기 스탯에 비하면, 그리 중요한 스탯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구도자의 열성 스킬이 존재하는 지금은 힘이나 민첩 같은 기초 스탯 이상으로 중요성이 올라갔다.

[공헌도 ‘30,000’포인트를 빛의 교단에 헌금하였습니다.]

[신앙심이 ‘60’만큼 상승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스탯을 올릴 목적으로 공헌도까지 쓸 필요는 없지만… 지금은 밑지는 장사가 아니지.’

단번에 엄청난 포인트를 소모한 에일이 씩 웃었다.

교단의 신도라면 획득한 공헌도를 상점에서 사용하지 않고, 교단 측에 고스란히 헌금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 대가로 얻는 것은 약간의 신앙심이 전부.

무려 500포인트당 1의 스탯이 오르는 정도였다.

다른 유저들은 500의 공헌도를 얻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스탯을 올릴 목적으로 헌금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에일의 경우는 충분히 쓸 만한 지출이었다.

3만이나 되는 공헌도를 쏟아부은 덕에 신앙심 스탯은 420까지 치솟아 올랐다.

‘남은 포인트는 만 오천이 조금 안 되는군.’

언제 또 공헌도가 필요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에, 어느 정도 남겨두는 건 잊지 않았다.

덜컹!

마침 목적지에 도착한 에일이 마차에서 내렸다.

그는 암스텔을 초토화한 뒤, 온통 전쟁 중인 빙해의 영역에서 벗어나 슈드라펠 성채 쪽으로 향했다.

6대 길드인 ‘여명’이 소유한 거점 지역이었다.

이번 공성전에서 획득한 아이템의 처분을 위해서였는데, 도시야 그들의 손에 모조리 불탄지라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두 거대 길드 간의 접경 지역이긴 했지만, 당장 전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암스텔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것보다야 훨씬 안전했다.

‘어서 볼일부터 볼까.’

성채의 내부로 들어선 에일은 곧바로 경매장으로 향했다.

지리적 위치상 많은 사람이 오가는 꽤나 큰 거점이었고, 나이트메어 길드와 멀지 않은 접경 지역인 만큼 방비도 단단히 되어 있었다.

[‘슈드라펠’의 아이템 거래소에 진입하셨습니다.]

- 거래소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 현재 슈드라펠 성채는 ‘여명’ 길드의 관할에 있습니다.

- 일반 수수료 10%와 길드 세율 5%가 부과됩니다.

[아이템, ‘토륨 주괴’가 174개 등록되었습니다!]

[아이템, ‘집념이 담긴 칠흑의 도끼’가 등록되었습니다!]

.

.

.

에일은 그동안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토륨 주괴를 모조리 판매 등록했고, 빙해의 길드원들을 쓰러뜨리고 얻은 수많은 장비 아이템들 또한 올렸다.

제값에만 팔려 준다면 굉장히 짭짤한 수익이 예상되었다.

물론 단지 이것을 등록하기 위해, 이곳 성채에 들러 경매장을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에일은 거래소 화면을 조작해 물건을 검색했다.

전투에 활용하도록 부가 효과가 뛰어난 보조 장비들이 등록되어 있는지, 경매장에 들를 때마다 매물을 살펴보는 것은 이제 거의 습관처럼 되었다.

한데 장비들을 찾아보던 도중, 특정 물품들의 급격한 시세 변동을 포착되었다.

‘갑자기 뭐지?’

몇몇 원자재 품목의 가격 변동 추이가 심상치 않았다.

워로드의 경매장 시스템에선 품목별 변동 시세까지는 보여 주지 않았지만, 에일에겐 거대한 데이터가 따로 있었다.

각종 물약과 장비 특히 몇몇 원자재들의 가격이 기존에 형성된 시세를 가볍게 뛰어넘고 가파르게 급등 중이었다.

“흠… 미로운걸.”

에일은 너무 골똘히 생각하다 발음이 꼬여 버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는 아니었다.

‘강철 주괴는 거의 몇 배 수준으로 폭등했고, 다른 쪽도 별반 다를 게 없군. 이 정도로 시세 변동이 생기는 건 보통 전쟁 냄새가 날 때뿐인데…….’

워로드의 전쟁에 소모되는 물자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시세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빙해와 흑랑을 비롯한 12강 길드가 전쟁에 나섰다고는 해도, 지금의 시세는 과한 상승치를 보이고 있었다.

워로드에서 전쟁이나 충돌은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이만한 변동 폭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거대한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6대 길드뿐인가.’

에일의 머릿속엔 의심 가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나이트메어와 여명 길드.

뉴월드 때부터 이어져 온 원수지간인 두 거인이 맞부딪힌다면, 전쟁 준비만으로도 이 정도 변동치는 우습게 도달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최근 뒤쪽에서 이야기가 많이 오갔는데, 조만간 일이 터지는 건가?’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두 길드 사이에 감돌던 심상찮은 분위기는 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나이트메어의 영역인 망자의 탑에서 길드원들이 공격을 당한 사건이 있었고, 그 배후가 여명이라는 소리가 나돌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나이트메어 측에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많은 추측이 생겨났었다.

물론 각종 정보 사이트의 최고 등급 회원인 에일 정도는 되어야 접할 수 있는 지라시였고, 대부분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춘 소스였다.

‘시세는 이미 거의 다 올라가 있군. 뒤늦게 들어서긴 무리겠어.’

원래 이런 시점이 바로 경매장에서 돈을 만지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뒤늦게 사재기를 하는 것은 오히려 돈만 날리는 길이다.

미리 정보를 알고서 저점에 치고 들어갔어야지, 이미 이렇게 가격상으로 변동이 생긴 뒤에는 한참 늦은 것이라 봐야 했다.

뒤늦게 따라 사 봤자 경매장 수수료와 각종 부대비용을 생각한다면 손해밖에 보지 않는다.

‘원자재 사재기를 하기엔 이미 늦었고, 그렇다면…….’

에일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주르륵 경매장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쪽으론 대륙 지도를 화면 위에 띄웠다.

6대 길드라는 두 거대 세력의 접경지대를 훑으며, 양쪽이 부딪힐 만한 곳들을 하나하나 따져 나갔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타격할 만한 곳이… 여기겠군.’

에일이 포인트를 짚어냈다.

선스타인 광산지대.

상위 희귀 금속 ‘녹터눔’이 나오는 광산이 모여 있는 곳으로, 여명 길드가 소유하고 있는 최대의 녹터눔 산지였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이 사용되는 데다가, 가치도 드높은 상위 금속.

솔스티드 지역 동쪽에 광산 지대가 분포되어 있어, 여명 길드가 무려 생산량의 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접경 지역과도 굉장히 가까운 곳이었고, 만약 두 길드 간의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그쪽 지역을 우선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이 높았다

주 전력들이 붙을 주요 무대는 아니더라도, 후방 타격이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고, 막대한 부를 토해 내고 있는 접경 지역 쪽 광산들이 남아날 리 없었다.

물론 여명 측에서 방어를 잘 해내 피해를 받지 않고 지켜낼 수도 있었다.

하나 최소한 전쟁 기간 동안은 작업이 중단되는 것이나 다름없을 터.

“돈 냄새가 난다, 돈 냄새가.”

미소를 지은 에일이 화면을 조작했다.

안 그래도 많지 않던 녹터눔의 공급이 떨어질 것이고, 곧 부르는 게 가격이 될 것이다.

아직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은 녹터눔의 시세는 변동이 없었다.

확신을 가진 에일은 그동안 창고에 모아둔 수만 골드를 모두 끌어모아 투자했다.

‘그간의 감이 말해 준다……. 놓치지 말고 지르라고!’

그는 과거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도 현질 한 번 없이 랭커로 활동했고, 다른 랭커들에 비해 장비를 딱히 꿀리지 않게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바로 경매장 시세 차익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던 것.

워로드에 와서는 보다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경매장 노름엔 끼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될 정도로 노골적인 돈 냄새가 풍겨왔다.

‘여신님, 이번에도 도와주세요!’

두 손을 모은 에일이 진심이 담긴 기도를 올렸다.

녹터눔 코인의 떡상을 기원하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