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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64화 (64/175)

64화

절강행(44)

= 육가장에 환생자가 있는 거 아냐?

칼로 육천월을 견제하는 동시에 손가락을 까닥여 농꾼에게 묻는다. 무림인이 접지를 알고 그걸 능동적으로 써먹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의심을 안 할 수 없다.

나야 갓 태어난 아기의 육체에 박경표의 기억을 때려 박은 가짜 환생자지만, 진짜 환생자가 없으란 법은 없지 않나.

- 육가장의 감시 데이터에 그런 정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

농꾼의 대답에 다시 묻는다.

- 육천월의 발언에 근거하면 팔괘에 오행상극을 끼워 맞춰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행상극? 그러고 보니 목이 어떻고 금이 어떻고 하긴 했다.

“벽력응주! 네놈의 수작은 이제 무용지물! 그만 목을 내놓아라!”

육천월이 기세를 올리며 덤벼들었다. 내가 농꾼 녀석과 대화하느라 잠시 멈춘 것을 벽력이 막혔다는 결과에 얼어붙은 것으로 착각한 듯싶다.

“허!”

기가 찬다. 흑도 최강이라는 육가장이 키워 낸 초극 칼잡이들의 합공이 우려되는 거지, 초극 칼잡이 하나가 무서운 게 아니거든?

뒤로 크게 한 발 물러나니 좋다고 따라붙으며 기세를 올린다.

“타합!”

거기에 정면으로 칼을 휘둘렀다. 어중간하게 손을 쓰는 게 아니다. 내 몸무게와 근육을 제대로 동원한 큰 칼 놀림!

쾅!

굉음과 함께 육천월의 몸이 뒤로 훌쩍 밀려난다. 한껏 올린 기세를 단매에 날려 버린 내 칼질에 육천월의 눈이 커졌다.

“이런 말도….”

입을 열 틈 따위 주지 않는다. 내 몸의 장점을 힘껏 활용한, 제대로 된 도격을 이어 나갔다.

쩡, 쩌쩌쩡! 쩌쩡!

도강이 벼락이 되어 육천월을 후려친다.

이에 육천월이 철로단명도의 절초들을 사용해서 내 공격을 받아내고 흘려낸다.

수세에 몰렸지만 빈틈없는 방어. 하지만 빈틈이 없다면 힘으로 뭉개면 그만이다.

끼요올!

호거술까지 더해지니 도강이 한층 더한 빛을 뿜었다.

쾅, 콰콰쾅!

근력과 공력의 우세를 앞세워 그대로 짓눌러 버린다.

“크윽!”

육천월이 죽을상이 되어 몸을 뒤로 물린다. 바로 따라붙으며 칼을 휘둘렀다.

쩡, 쩌쩌쩡!

공간을 울리는 도강이 벼락을 그리며 육천월을 휘몰아쳤다.

“으아압!”

육천월이 발작적으로 기합성을 내지르며 공격을 받아냈다.

도강과 도강이 부딪칠 때마다 놈의 몸이 덜컥거리고 인상이 구겨진다. 이를 악무는 게 눈에 보일 정도. 하지만 그렇게 수세에 몰려 있는데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다.

- 리퍼, 천행삼도의 다른 둘이 접근 중입니다.

10, 9….

농꾼의 경고와 동시에 시작되는 카운트다운. 천행삼도의 둘이 구릉을 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지져!”

번쩍! 파지직!

내 외침에 육천월과 나 사이로 순수한 벽력이 쳤다. 압도적인 전력의 행진에 녀석이 다시 불진을 내밀었다.

콰지직, 파팍!

하지만 이번에 터져 나간 것은 바닥이 아니었다. 바닥 대신 터져나간 것은 녀석이 잡고 있던 불진의 손잡이.

“이런!”

육천월이 기겁을 하며 불진을 던졌다.

녀석이 한 손으로 들고 있던 불진은 나의 거듭되는 강공에 휘말려 그 풍성하던 가닥들을 잃은 상태. 땅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 나부끼는 철사로 전류를 흘려보내기에는 무리다.

“한 번 더!”

파지직!

내 손에서 다시 터져 나오는 벽력.

“흥!”

육천월이 복부를 노리고 날아드는 그것을 칼을 돌려 후려쳤다. 칼이 뿜는 강기에 벽력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쩌엉!

벽운섬전도의 강기가 공간을 울리고 육천월의 머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육천월의 칼이 내 손에서 뻗어 나가는 벽력을 막기 위한 궤적을 그릴 때 내 칼이 그의 목을 날린 것이다.

0!

카운트가 끝나기 무섭게 구릉 위로 두 개의 인영이 솟구쳤다. 천행삼도의 다른 둘이다.

나는 주저 없이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피풍의가 펼쳐지고 양력이 내 몸무게를 앗아 간다.

“월아!”

“아우야!”

울부짖는 두 명의 육가 칼잡이를 뒤로하고 발을 놀렸다.

둘이 기를 쓰고 쫓아온다. 당연했다. 눈앞에서 형제가 죽지 않았나. 하지만 나를 따라잡는 것은 무리다.

피풍의 제어를 농꾼에게 맡긴 이후 양력은 더 커졌고, 피풍의에 공력을 주입하는 등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나는 경공에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예전보다 더 편하고 더 빨라졌다는 말.

일각 정도 내달렸을까?

- 리퍼, 육천중과 육천일이 추격을 멈췄습니다.

농꾼의 보고와 함께 육천중과 육천일의 얼굴이 영상으로 떴다.

“왜 멈추라 한 거요?”

육천일이 따지듯 물었다.

“각개 격파를 위한 수작일 가능성이 있다. 막내를 죽인 놈의 의도대로 움직일 생각이냐?”

“빌어먹을!”

육천중의 대답에 육천일이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놈들은?”

- 이 지점에서 대기 중입니다.

바로 지도가 뜨고 육가장 정예들의 위치가 표시된다.

“천행삼도의 남은 둘은?”

나와 1,000m쯤 거리가 있다.

“놈들을 지나 육가장 정예 놈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를 짜.”

눈앞의 화면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강 하나 끼고 있는 평야다. 이렇다 할 숲도 몸을 숨길 만 한 지형도 없다.

- 강에 입수해서 잠수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자고.”

바로 몸을 움직인다. 재빠르게 평지를 내달린다. 얼마 달리지 않아 강이 보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퐁!

강물 속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 놈들은?

-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습니다. 속도는 리퍼를 추격하던 때의 팔 할 정도.

갑자기 피풍의가 내 몸을 감쌌다.

= 뭐 하는 거야?

피풍의 제어는 농꾼의 몫이라 녀석에게 물었다.

- 수중에서 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외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어쨌든 사지는 온전히 움직일 수 있기에 한번 움직여 봤다.

몸이 쭉쭉 나가는 것이 확실히 빨랐다. 열심히 사지를 움직였다. 물의 흐름에 순행해서 몸이 쭉쭉 뻗어 나갔다.

수중인데 육상에서 피풍의 펼치고 내달리는 속도와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다.

- 육천중과 육천일을 지나쳤습니다.

농꾼에게 몇 가지 명령을 미리 내려놓고 다시 두 형제와의 거리를 살폈다.

- 1,000m입니다.

농꾼의 보고에 사지를 움직여 물을 민다. 수평이 아닌 수직 방향. 순식간에 물 밖으로 몸이 치솟았다.

발이 강변에 닿기가 무섭게 바닥을 박찼다.

“놈! 도망간 것이 아니었어?”

“습격이다!”

나를 먼저 발견한 것은 갔던 길을 되돌아오던 육천중과 육천일. 하지만 수백 장의 거리를 격한 그들은 경고성을 발하며 달려오는 것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련히 들려오는 육천중과 육천일의 경고성이 정예들을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곧 달려드는 나를 발견했다.

“적이다!”

“적습!”

차차차창!

놈들 사이로 경고성이 터지며 발도성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신속한 대응. 과연 흑도 유일 세가의 정예들이다.

촤악, 착!

달려드는 나를 향해 세 가닥의 도기가 밀려든다.

콰자자자작!

금속 코팅된 양손으로 발휘되는 낭파조가 도기를 뭉개고 도신을 꺾는다.

파드득, 콰콱!

그리고 걸려드는 육신을 잡아 뭉개고 그대로 던진다.

“물러나!”

“물러나서 합격진을!”

나를 처음 맞이하고 낭파조에 뭉개진 셋을 제외하고는 다들 뒤로 물러나서 저마다의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개전!”

“회!”

오오삼사. 열일곱 칼잡이들이 그렇게 네 무더기로 뭉쳐서 내 주위를 둘러싼다.

34, 33….

시야 한쪽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육 씨 형제가 여기까지 당도할 시간이다.

“출!”

누군가의 외침에 다섯 명 한 무더기들이 치고 들어왔다. 뒤의 둘이 허공으로 치솟는가 싶더니 정면의 하나가 찔러 들어왔다. 양옆으로 동시에 베어 오는 둘, 그리고 허공에 뜬 둘이 머리 위에서 도기를 날린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다섯 가닥의 궤적에 나는 크게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런 내 움직임에 내 뒤를 점하던 셋이 반응한다.

상중하로 날아드는 도기에 칼을 뽑아 휘두른다.

쩌쩌쩡!

그 셋이 도강의 위력에 밀려 뒤로 튕겨 나기 무섭게 좌우의 놈들이 움직인다.

사방팔방에서 열일곱 가닥의 도기가 내 몸을 노리고 날아든다.

앞을 막으면 뒤에서 오고, 뒤를 막으면 옆에서 온다. 공격이 막힌다 싶으면 주저 없이 뒤로 물러난다. 꼴을 보아 하니 애초에 초극을 상대하기 위한 수작질이다.

한 자루의 칼로 열일곱 자루의 칼과 치루는 공방전이다. 잠시라도 칼이 묶인다면 남는 칼이 한 자루 칼의 주인을 저며 버리는 그런 싸움.

수십 초의 시간은 금방 갔다. 육천중과 육천일이 도착했다.

“지금!”

끼요올!

도강 대신 모든 것을 뒤덮는 백색의 광휘가 터져 나왔다.

“그려!”

내 외침에 농꾼이 미리 일러 놓은 일을 시행한다. 내 눈앞으로 그려지는 궤적. 농꾼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 내 칼이 움직였다.

캉, 카카캉, 파핫! 파파팟!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도강이 그리는 살벌한 궤적이 나와 두 육 씨 사이를 휘몰아쳤다.

눈먼 방해물들이 잘려 나가는 즉시, 발이 바닥을 박찬다. 순식간에 거리가 사라지고 내 칼이 둘을 휘몰아쳤다.

카카캉, 카캉!

금속성과 함께 셋의 몸이 각기 뒤로 밀려났다.

“젠장!”

입에서 욕이 나온다. 육천중과 육천일 두 명 다 시뻘겋게 충혈된 상태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에 초점이 잡혀 있었다.

누가 흑도 명문 아니랄까 봐?

섬광격에 시야를 잃지 않을 정도로 눈이 단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려!”

바로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내가 그려야 할 궤적이 보였다. 두 눈으로는 육천중과 육천일 형제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칼을 휘둘렀다.

내 마음과는 다르게 칼은 매서운 궤적을 그리며 사방을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결과 주인 잃은 열일곱 자루의 칼들이 바닥을 뒹굴게 되었다.

불과 몇 분 전에 동생이 죽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육천중과 육천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하들이 같은 경우를 당했다. 둘의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다.

“이 빌어먹을 놈이!”

“뒈져라!”

분노와 함께 두 자루의 칼날이 나를 휘몰아쳤다. 이에 나는 전력으로 바닥을 박찼다.

쾅, 콰콰쾅!

내가 섰던 지면이 분노로 휘둘러지는 도강에 산산조각이 났다.

나는 연신 바닥을 박차 뒤로 물러나며 빈손을 뻗었다.

파지지직! 파짝!

내 손을 따라 벽력이 쳤다. 두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에 초극 고수가 당할 리 없다. 육천중과 육천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벽력에 준비된 대응을 했다.

쾅, 콰쾅!

두 사람이 내민 불진에 막힌 벽력이 실 가닥을 타고 흘러 애꿎은 바닥을 터트렸다.

“어림없다!”

“뻔한 수작!”

불진을 방패처럼 가슴께에 세운 둘이 다시 내게 달려든다.

끼요옷!

호거술의 힘으로 도강을 강화한다. 그리고 그걸 휘두르는데 힘을 아끼지 않는다. 압도적인 근력이 속도를 만들고 육중한 체중이 도격에 실린다.

쾅, 콰콰쾅!

“크흑!”

굉음과 함께 육천중이 뒤로 밀려났다.

“하아압!”

육천일은 자신의 공격이 막히고 형이 밀려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다.

둘의 공격도 동시에 막아낸 나다. 육천일의 단독 공격을 막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끼요올!

육천중이 합류하기 전에 육천일쪽은 끝내야 했다.

쩌쩌쩡, 쩌쩡!

벽운섬전도의 절초들이 쏟아졌다. 육천일도 육천월마냥 잘도 버텨낸다.

“놈이 노리는 것은 불진이다!”

육천중이 내 수작을 까발리며 합세했다. 죽은 육천월의 곁에서 잘리고 부서진 불진이라도 본 모양이다.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개 수작질을!”

육천일이 노성을 터트렸다. 그렇게 이대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흥분해서 그냥 달려들 때와 차분하게 나를 때려죽일 궁리를 하고 달려드는 것이 확연하게 다르다.

그 차분한 마음으로 합공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제대로 힘을 쓰면 그 위력에 밀려나고 이를 물던 놈들이 어느새 나와 대등한 칼질을 하고 있다.

둘도 이 정도인데 셋을 온전히 상대했으면….

망할 놈의 흑도 명문. 지랄 같은 흑도 세가! 그냥도 세잖아! 그런데 왜 합공 같은 걸 가르쳐!

속으로 그렇게 욕을 하고 있을 때다.

- 리퍼, 지금입니다.

기다리던 농꾼의 신호! 나는 바로 배터리를 비울 작정으로 벽력을 사용했다.

파지지직!

“컥!”

“헉!”

순식간에 두 육 씨가 당혹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일어나지 못했다.

“전기 자극에 수축 되는 거 아니었어?”

내가 손에 들린 활줄을 흔들며 물었다. 내 손에 들린 활줄은 두 가닥으로 나뉘어 두 육 씨의 한쪽 발목과 연결되어 있었다.

슬그머니 땅 위로 풀어 놓은 활줄이 농꾼의 제어 아래 두 육 씨의 다리를 휘감은 것이다.

- 이것도 일종의 전자 제품으로 과전압 걸리면 망가지는 게 당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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