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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77화 (77/175)

77화

절강행(56)

- 구민신창 양성휘, 움직입니다.

농꾼의 보고를 듣고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구민신창이 창 한 자루 들고 자신의 거처 안에 마련된 비밀 통로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추적되냐?”

- 구민신창이 소지한 창의 장식에 꿈틀이가 투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구민신창의 신체에서 검출된 추종향을 등록하였습니다.

“구민신창의 몸에서 추종향이 검출되었다고?”

- 예, 리퍼.

나 말고 누군가가 구민신창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미리 수작을 부렸다는 뜻이다.

“암중의 누가 진짜로 있다는 소리네. 응5 양주로 돌려서 신창양가를 감시한다.”

습격자의 종적이 사라진 지 벌써 며칠이다. 이미 응5의 감시 범위에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컸다.

- 응5 재배치에 130분이 소모됩니다.

“최대한 빨리해.”

농꾼과의 대화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신창양가의 전대가주, 구민신창이라는 천문위가 이쪽을 향해 움직이는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진우탁의 집무실로 향했다.

“단주, 뇌응대주입니다.”

“들어오게.”

진우탁의 대답에 바로 집무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진우탁이 물었다. 황학약은 보이지 않았다.

“도화도주께서는?”

“황 사형은 놈들을 신문(訊問)하고 계시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내 직접 하려 했는데 황 사형이 대신 나서더군. 사감이 섞일 수 있다고 말이야.”

하긴, 신창양가의 관련성이 짙어진 상황에서 진우탁에서 사사혈창대를 맡기면 어떤 꼴이 날지 뻔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인가?”

진우탁이 다시 물었다.

“아무래도 신창양가의 전대 가주인 구민신창이 이쪽으로 올 것 같습니다.”

“매로 신창양가를 감시하고 있었나?”

내 말에 진우탁이 바로 물었다.

“예.”

“그 외의 움직임은?”

“매를 통해 집법당 부당주인 양심관과 가주인 양심청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우리가 잡은 자들, 사사혈창대의 움직임에 대해 양심청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자네를 습격한 것도 내 딸을 습격한 것도 신창양가의 짓이 아니었다?”

진우탁이 슬쩍 인상을 썼다. 이에 한마디 보탰다.

“누군가가 전대 가주인 구민신창의 몸에 추종향도 발라 놨더군요.”

“신창양가의 혈족 중 누군가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말이군. 우리를 상대로만이 아니라, 제 놈들 본가인 신창양가에게도 말이야.”

신창양가의 전대 가주인 구민신창은 천문위다. 그런 그에게 몰래 다가가 추종향을 바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 직접 만나 자연스레 접촉하며 발랐을 가능성이 컸다.

신창양가의 전대 가주는 외부인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그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혈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절강 무림과의 갈등을 이용해서 현 가주를 밀어낼 속셈인 걸까?”

진우탁이 놈들의 목적을 짐작해 본다.

“제 생각도 비슷하기는 합니다만, 구민신창의 몸에 추종향을 발라 놨다는 것이 좀 걸리는군요.”

절강 무림과 갈등을 유발해 가주의 교체를 노리는 것이라면, 구민신창의 몸에 굳이 추종향을 바를 필요가 없었다.

구민신창의 위치를 확인해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구민신창의 부재 시 현 가주를 밀어낼 방법이 있다. 그런 말이냐?”

진우탁이 바로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렇지 않을까요?”

“구민신창 그 양반, 말년에 고생이겠어.”

내 긍정에 진우탁이 히죽 웃었다.

“개입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진우탁을 보며 물었다. 진우탁은 아주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눈이다.

“신창양가 내부의 일이야. 우리가 끼어들 필요가 없지.”

“누님은 물론이고 저도 습격당했습니다만?”

남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나를 이용하려고 했던 놈들이 잘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끼어들면 꼬리를 잘라 버릴 수도 있지. 그러니 놈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게 만들어야 해. 밖으로 기어 나오게 만들어야지.”

진우탁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대세가 중 하나에 정도 팔가의 하나인 신창양가다. 그러니 향후 데이터를 뽑아낼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하지는 않겠지.

“내게 매를 빌려 준다고 한 것 잊지 말게.”

“걱정하지 마시지요. 저도 놈들에게 유감 많으니까요.”

진우탁의 말에 미소를 지어 준 뒤 집무실을 나왔다.

***

“조부께서 장강을 건넜습니다.”

“확실한 것이냐?”

불쑥 찾아온 아들 양언직의 말에 신창양가 집법당주 양심성이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아버지, 언제 사부께서 하시는 일이 잘못된 적이 있었습니까?”

“하긴, 그 사람 철두철미하지.”

아들의 장담에 동조하면서 양심성이 몸을 일으켰다.

“네 사부는?”

“계셔야 할 곳에 계십니다.”

“그럼, 일을 시작해 볼까?”

양심성은 아들과 함께 전대 가주의 거처로 발을 옮겼다.

양심성이 그 아들과 함께 거처를 벗어나자 그 거처를 감시하고 있던 인원은 즉시 가주의 집무실로 달려갔다.

“집법당주가 아들과 함께 거처를 벗어났다?”

“예.”

“심성에게 확실히 내 명을 전했느냐?”

수하의 보고에 양심청이 집법당 부당주인 양심관을 보며 물었다.

“가문의 중진들은 가문에 복귀하는 즉시 거처에서 대기하라는 명을 확실히 전했습니다.”

“설마, 심성 그 녀석이 관련되었단 말인가?”

“아직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가주.”

“그래, 확인을 해봐야겠지. 녀석은 어디로 향했지?”

양심청의 안색이 슬쩍 찌푸려졌다.

“아버지의 거처로? 녀석이 그곳에는 왜? 아니 내 직접 가서 묻겠다.”

양심청의 발걸음이 전대 가주의 거처로 향했다.

가문의 누가 정확히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절강을 자극해서 무엇인가를 꾀하고 있는 중인 상황. 그런데 절강과 친분이 두터운 전대 가주가 절강과의 문제가 생긴 직후에 가주와 면담 후 사라졌다? 가주의 요청으로 절강과 중재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일을 꾸민 쪽에서 이걸 활용해 또 다른 수작을 부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양심청은 직속 호위를 거느리고 전대 가주의 거처로 거세게 들이쳤다.

양심성과 그 아들은 전대 가주의 거처 안에 들어서지 않고 정원에서 한가로이 서성이고 있었다.

“심성, 네….”

가주의 호통보다 그 동생의 입이 더 빨랐다.

“가주, 무슨 일로 부르신 거요? 가문의 중진들을 죄다 소환해 거처에 대기시킨 일과 관련이 있는 게요?”

“가주를 뵙습니다.”

양심성이 가주를 보기 무섭게 물었고, 그의 아들 양언직은 조용히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무슨 소리냐? 내가 너를 불렀다니?”

“가주께서 내린 명이 있는데 가주께서 부르지 않고서야, 내가 거처를 벗어날 리 없지 않소?”

“그게 무슨!”

동생의 말에 양심청의 눈이 커졌다.

“설마, 이것도 놈들의 수작?”

양심관이 얼굴을 구겼다.

“부당주, 도대체 무슨 소린가? 설명을 해보시게! 놈들이라니? 난 가문의 집법당주네! 도대체 가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가주?”

양심성의 물음에 양심관이 양심청을 바라보았다.

“가주, 아니 형님! 도대체 무슨 일인….”

“조용!”

양심청이 한마디로 동생의 입을 닥치게 만들었다.

“창을 다오!”

양심청이 손을 내밀자 그의 호위 중 한 명이 양심청에게 창을 건넸다.

“거기 누구냐?”

창을 받아들기 무섭게 양심청이 정원의 한 곳을 겨누며 물었다.

“과연 천문위라 그건가?”

중얼거림과 함께 흑의를 빼입은 오십대의 창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냐고 물었다?”

“신창양가의 가주라는 분이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군.”

흑의인이 창을 겨누자 가주의 직속 호위들이 재빨리 가주 곁으로 늘어서 창을 겨눴다.

“상대는 천문위다! 그리고 만만치 않은 자들이 주위에 매복하고 있다. 방어에 치중해라.”

양심청이 자신의 다섯 호위들에게 주의를 줬다.

“천문위!”

“저런 자가 어디서!”

“지원을….”

양심관과 양심성이 놀라고 있을 때 젊은 양언직은 바로 심처의 중문을 나가려 발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막 중문을 나서려는 순간 섬뜩한 빛살이 호선을 그렸다.

“헉!”

양언직이 급한 숨을 들이쉬며 몸을 뒤로 빼내는 순간 하나의 인영이 그를 덮쳐들었다.

쾅!

굉음과 함께 양언직의 몸이 허공으로 튕겨 났다.

“직아!”

양심성이 창을 뽑아 들고 날아올라 날아드는 아들을 받아냈다. 그 순간 인영은 양심관을 덮쳐들고, 다섯 호위 중 둘이 몸을 돌려 양심관을 지나 인영을 막아서는데,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섬전 같은 창격이 그들의 머리를 노렸다.

카캉!

각기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창격을 방어하지만, 창과 창이 얽혀들어 창을 붙들었다.

그리고 그 틈을 인영이 휘두른 창격이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파학!

팟!

피가 치솟으며 두 명의 호위가 속절없이 쓰러졌다.

“역시 사형!”

“훌륭하구나!”

호위를 쓰러트린 인영 곁으로 양언직과 양심성이 내려섰다.

“당주! 당주가 배후였소?”

양심관이 경악한 눈으로 소리쳤다.

“이러는 이유가 뭐냐?”

양심청이 천문위로 짐작되는 흑의인을 견제하며 물었다. 정원 곳곳에서 흑의를 입은 창잡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새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은 전부 열둘.

“형님이 잘난 것은, 내 인정하오. 하지만 언중이 놈이 우리 언직이 보다 잘난 게 뭐요? 아비가 가주니, 아들은 당연히 소가주가 되어야 하는 거요?”

“세가의 적통을….”

“말은 바로 합시다. 전대 가주이신 아버지가 세가의 적통이셨소? 아버지도 능력으로 차지한 가주 위 아니오. 그러니 내 아들도 차지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소.”

“가문의 중진들이 그걸 인정하리라 보느냐?”

“여기 심처의 소리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설계된 것을 잘 아시지 않소. 설사 새어나간다 해도 가문의 중진들은 잘난 형님의 명 때문에 거처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소. 밖의 소란에 대기하란 명을 어기고 움직이면 가문의 역도로 다스리겠다고 엄포를 내려 놨소이다. 물론, 잘나신 형님의 이름으로 말이오!”

“어떻게 네 놈이….”

“현 형, 이제 그만 끝냅시다.”

양심정의 말에 흑의인이 양심청을 향해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그 뒤를 따라 열둘의 창잡이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조여 왔다.

“돌파한다!”

양심청이 호위들에게 명을 내리고 바닥을 박찼다.

한 줄기 빛살이 된 양심청이 양심성을 꿰뚫듯 덮쳐들었다.

쾅!

하지만 세 자루 창이 하나가 되어 그 일격을 견디매 빛살이 된 흑의인이 바로 양심청을 덮쳐들었다.

쾅, 콰쾅!

전신을 빛무리로 뒤덮은 천문위 두 명이 그렇게 격하게 충돌할 때 열둘의 창이 살아남은 가주 직속 호위와 양심관을 꿰뚫었다.

“이런 미친!”

흑의인에 발이 묶인 양심청의 입에서 욕이 튀어 나왔다.

“내공 대결이라니, 같이 죽자는 거냐!”

“죽는 건 너다!”

묵직한 대꾸와 함께.

우우우웅!

빛무리로 휩싸인 창 하나가 날아와 양심청의 등판에 꽂혔다.

쾅, 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날아든 창이 박살나고 양심청의 전신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천문위를 저렇게도 잡을 수 있구나!”

개안한 느낌이다. 내공 대결로 몰고 가 천문위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 뒤를 합공을 익힌 초극 고수가 내공을 몰아넣은 무기를 던져 타격을 주는 방법이라니!

안다면 두 번은 안 통할 방법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전대 가주인 구민신창은 어떻게 하려고 저 지랄들이지?”

“전대 가주가 미쳤다! 주화입마에 빠져들어서 가주를 살해하고 도주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을 없게 만들고 그 없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운다.

누명 씌우기의 정석이네.

어쨌든 내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양언직이 사형이라 한 놈. 진혜예 때 그놈 맞지?”

- 보폭과 행동 패턴 등 등록된 데이터를 따져보면 95% 확률로 일치합니다. 그리고 안면인식 결과 양유경일 확률이 98%입니다.

양유경. 행방불명된 신창양가의 수확 대상자이다.

- 양가의 가주를 상대한 천문위 역시 안면인식 결과, 양묵현일 확률이 94%입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수확 대상자이다. 거기다가 양언직도 수확 대상자이니, 수확 대상자들이 손을 잡고 자기 집안을 뒤집어엎은 격인가?

“수확 대상자 셋에게 꿈틀이 붙여.”

그러고 보니 셋 중 한 놈은 매의 추적을 빠져나간 전적이 있다.

“통신 벌레도 붙이고. 추종향도 사용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확실히 위치 파악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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