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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81화 (81/175)

81화

절강행(60)

양심성의 무공을 폐하고 일단 뇌옥에 가뒀다. 사사혈창대로 하여금 뇌옥을 지키게 만들고 양묵현을 쫓기 위해 다시 멸왜단의 쾌속선에 올랐다.

가주 살해범 추적에 신창양가의 중진들도 나서려 했지만 구민신창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일로 천문위인 가주와 초극 고수 열하나가 죽어 나자빠진 상황. 그 상황에서 다시 천문위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중진들을 빼낸다는 것은 신창양가 본가에 남아 있는 초극 고수가 열도 안 되는 상황이 된다. 본거지의 방비가 극도로 허술해지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진들이 대거 움직이면 신창양가의 움직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세력들에게 신창양가의 현 상황이 공개될 위험도 있다.

구민신창이 가문의 중진들을 동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양묵현을 잡기 위해 천문위 둘이 동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단출하지만 충분한 전력이 이미 갖춰져 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신창양가의 중진들을 동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멸왜단 무인들이 미는 쾌속선이 장강의 물길을 빠르게 거슬러 올라갔다.

= 변함없이 장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고?

- 예, 리퍼.

응 5를 통해 양묵현 일당의 움직임을 살펴보는데 큰 변화가 없었다.

저 녀석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양유경의 경우를 생각하면 저들은 매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가정 하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시도는 전혀 없이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물길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속도가 빠를 리 없다. 어째 도망치는 것으로는 안 보이는 행보 아닌가.

어쨌든 따라잡고 볼 일이다. 저쪽에서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지만, 이쪽은 천문위가 셋이니 말이다.

멸왜단 쾌속선은 일류 무인들을 엔진 삼아 양묵현 일당과의 거리를 착실하고 빠르게 줄여 나갔다.

“감속.”

내 말에 쾌속선을 밀고 있던 멸왜단 무인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추진력이 약해지자 장강 물길에 의해 배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

“백 장 앞의 저 배입니다.”

시야에 들어온 배 한 척을 지목하자, 세 천문위가 각자 자신의 무기를 잡았다.

세 천문위가 자연스레 내뿜는 기세에 전신이 짜릿해졌다.

- 리퍼, 양묵현이 이쪽을 눈치 챘습니다.

셋이나 되는 천문위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같은 천문위인 양묵현이 눈치 채는 것은 당연했다.

“눈치 챈 것 같은데요?”

“타합!”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민신창이 강물 위로 몸을 날렸다.

“이 대주, 자네는 배를 타고 천천히 따라오게.”

진우탁이 황학약과 함께 구민신창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세 명의 천문위가 등평도수의 경공으로 장강 위를 내달렸다.

- 양유경과 초극 고수 아홉이 입수했습니다.

대놓고 물에 뛰어드는 모습이라 내 눈에도 보였다.

“이제야 도망치는 건가?”

= 추적 준비 확실하지?

손을 움직여 농꾼에게 물었다.

- 물속이라도 상어들이 있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들과 수하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 셈인가?”

저쪽에서는 양묵현과 초극 셋이 한 무더기가 되어 세 천문위를 향해 달려 나왔다.

등평도수로 강물 위를 내달리는 넷과 셋이 격돌했다. 물보라가 사정없이 튀니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는 천문위들의 격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 저쪽 상황 고화질로 영상 띄….

- 리퍼, 그들은 달아난 것이 아닙니다. 수중에서 양묵현에게 합류. 세 사람을 공격 중입니다.

“뭐?”

- 전투 준비. 수중에서 양유경 접근 중.

양유경이 이쪽으로 오는 이유는 뻔하다. 양묵현에게 덤벼드는 천문위 셋 중 둘은 절강의 천문위들. 나를 사로잡아 멸왜단주와 도화도주를 물릴 생각인 것이다.

“배 돌려.”

수확 대상자인 양유경과 한바탕하는데 근처에 쾌속선이 있으면 휘말릴 게 뻔하다.

“삼십 리 밖으로 이동 후 대기하도록. 매를 보내면 다시 오고.”

쾌속선의 무인들에게 급히 명했다. 바로 쾌속선이 방향을 틀었다. 물길을 탄 데다가, 거기에 일류 무인들의 각력이 더해지자 한층 더 빠른 속도가 났다.

- 저쪽도 목혜를 사용하는 듯합니다.

농꾼의 말과 동시에 눈앞에 사진이 떠올랐다. 양묵현과 그를 따르는 초극 고수 셋의 발에 붉은 원이 표시되어 있다. 발에 뭔가를 묶어 놓은 줄이 보였다.

“씨발!”

바로 욕이 튀어 나왔다. 천문위가 셋이라 해도 수면 위에서 싸우는 상황이라면 목혜를 신고 말고의 차이는 크다. 목혜를 신으면 발밑을 잠시간이라도 받쳐 줄 부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목혜가 없으면? 그 잠시간의 부력도 자신의 힘과 속도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천문위 정도 되면 목혜가 만들어 내는 그 부력이라면 땅 위에서 움직이는 듯한 발밑의 안정성을 얻을 것이다. 발밑이 든든한 천문위와 그를 보좌하는 초극 고수 셋과 발아래가 부실한 천문위 셋의 싸움이다.

아니 그뿐만 아니다. 상대는 목혜를 신고 덤비는 물 위의 넷만이 아니라 합공과 수공에 익숙한 초극 고수 아홉이 물 아래에 더 있다.

땅 위라면 걱정할 것이 없는 월등한 전력이 순식간에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불안한 전력으로 뒤바뀐 것이다.

“목혜 있지? 네 개 줘.”

“예, 대주!”

멸왜단 무인 하나가 내 말에 급히 목혜를 찾아 내밀었다. 목혜 한 쌍을 발에 차고 세 개는 챙겼다.

일단 천문위 셋에게 목혜부터 신겨야 했다.

= 양묵현 프로필!

또 뭐가 튀어 나올 줄 모르니 지금 있는 양묵현의 정보부터 살폈다.

“젠장!”

버젓이 수군 경력이 적혀 있다. 구민신창 노친네가 말을 끊었어도 끝까지 읽었어야 했는데!

장강 위에서 느긋하게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 싶었더니 도망치는 게 아니라 유인하는 것이었다.

- 리퍼. 양유경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쾌속선을 따라오는 게 쉽지 않으니 저러는 것이다.

= 수중 호흡 가능하게.

나를 노리고 오는 게 분명한 양유경이다. 그러니 수중전에 대비한다.

- 예, 리퍼.

코와 입안이 맹해졌다. 금속 코팅을 응용해 수중 호흡이 가능한 기구를 생성한 것이다. 강물 위로 몸을 날렸다.

촤악! 촥!

목혜의 부력을 이용해 손쉽게 강물을 차며 격전지로 내달렸다.

내가 맞달려오자 양유경이 바로 물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렇게 사라지고 몇 초나 지났을까.

- 적습!

농꾼의 경고성과 함께 눈앞의 강물이 갑작스레 치솟았다. 그냥 물이 아니다.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리며 몸을 뒤집는다. 그리고 바로 머리 아래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파파팡!

치솟은 물이 도강에 터져 나간다. 그리고 그 사이로 번뜩이는 빛살!

캉!

칼로 받아내며 물 위로 떨어지니 십 장 정도 떨어진 물속에서 양유경이 튀어 나와 달려든다. 순식간에 거리가 줄어든다 싶더니!

촤악!

녀석의 창이 물 위를 훑기 무섭게 강물이 해일처럼 일어나 나를 덮쳐든다.

- 위!

농꾼의 경고에 바로 양발 끝을 세우고 천근추를 시전했다.

쑤욱!

순식간에 전신이 물속으로 잠겨 든다. 물 밖으로 창이 만든 격랑이 덮쳐들었지만 물속의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흩어졌다.

허공으로 치솟았던 양유경도 내가 물속으로 숨어들자 바로 쫓아 들어왔다.

우우웅!

녀석이 창을 휘두르자 그 움직임을 따라 흐름이 일어나고, 그 흐름에 공력이 더해져서 내게 밀려온다. 이건 제대로 된 수공이다.

이에 빈손인 왼손을 내밀어 대응한다. 왼손으로 물을 움켜잡으며 팔을 크게 떨치듯 휘두른다.

뭍에서는 그저 매서운 조공을 기반으로 하는 금나수에 불과하지만 물에서는 그야말로 물결을 쥐고 부리는 비결이 바로 낭파조!

쿠르르릉!

내가 손으로 만들어 낸 물결이 창으로 만들어 낸 물결을 막아선다.

물결에 섞여든 힘과 힘이 서로 상쇄되며 물결은 그저 물결이 되어 흘러 버린다.

내가 제대로 된 수공을 쓰는 광경에 양유경이 인상을 쓰며 다리를 놀렸다. 순간, 그의 전신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쏟아지는 창격에 나는 낭파조의 한 수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팔을 바깥으로 뿌렸다.

후우웅!

그 움직임을 따라 내 몸이 옆으로 밀려나니 자연스레 창격은 내가 있던 공간의 물이나 가를 뿐이다.

후웅!

매서운 찌르기가 창대 전체를 움직이는 거센 휘두름이 되어 물결을 밀어내지만 낭파조의 손길이 주위의 물살을 잡아 휘둘러 격한 물결을 만들어 대응한다.

그렇게 상대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낭파조의 손길은 내 몸을 상대의 사각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번뜩이는 것은 우수에 역수로 쥔 내 칼이다.

파항!

물결이 뒤에서 터져 나가며 내 몸을 급속도로 가속. 순식간에 양유경과 나의 거리를 없앤다.

양유경이 급히 사지를 놀려 거리를 벌리려 하지만 낭파조와 한 쌍으로 묶이는 철교아는 뭍에서는 그저 살벌한 단검술일 뿐이지만 물속에서는 해남파가 자랑하는 최속의 수공!

뒤로 뻗은 오른팔 팔꿈치의 힘을 풀고 순차적으로 어깨의 힘을 푼다. 이에 칼날이 자유롭게 밖에서 안으로 호선을 그리며 물결을 폭발시켰다.

쿠쿠쿠쿵!

코앞에서 터져 나오는 물결이 양유경을 뒤덮었다.

양유경이 창을 휘둘러 격한 충격을 해소하지만 철교아는 단발성 칼질이 아니다. 그 요체는 휘몰아치는 연격.

쿠쿠쿵, 쿠쿵, 쿠쿠쿠궁!

연신 물결을 터트리며 충격파를 만들어 내니 양유경은 물속에서 버티는 것을 포기했다.

- 상대가 물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밀려난 것이 아니라 물 밖으로 도망간 것이다.

양유경의 수공은 뛰어났다. 하지만 한껏 들이켠 숨에 의지하여 힘을 나눠 써야 하는 한계가 있다.

나노 머신의 도움으로 수중 호흡이 가능해진 나에게는 없는 한계.

수중전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알고 물 밖으로 내뺀 것이다.

= 저쪽 상황은?

-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천문위들답게 어떻게든 버티고 있습니다.

= 양유경부터 처리한다.

천문위 넷과 초극 고수 열둘이 휘몰아치는 격전지에 덮어놓고 뛰어들었다가는 좋은 꼴 보기 힘들었다.

틈을 봐서 목혜만 전달하고 나는 빠지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뒤에 양유경을 달고 간다면 가능할 것 같지 않으니 먼저 처리할 수밖에 없다.

양유경을 따라 나도 물 밖으로 몸을 빼 올렸다.

“타압!”

물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양유경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다. 순식간에 서로의 거리가 사라지고 빛살이 된 창격이 날아든다.

빠르고 강한 연환격. 막아내기 쉽지 않은 절초의 향연이지만 한 자루 칼이 그리는 벽력의 그물은 그 모든 공격을 막아 내고, 걷어 내고, 튕겨 낸다.

캉, 카카캉, 카캉!

강기 맺힌 창격이 가져다주는 묵직한 충격이 손바닥을 타고 전신을 울린다. 공력에서 내가 밀린다는 증거다.

하지만 걱정 따위는 없다.

끼요옷!

내게는 호거술이 있으니깐.

카앙!

도격과 창격이 격하게 부딪치고 양유경이 힘에서 밀려 뒤로 튕겨 나듯 물러났다.

“호거술!”

양유경이 놀란 눈이 되어 외쳤다.

“응?”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절강에서도 그냥 왜놈들의 괴이한 기합술이라 부르는데, 호거술의 이름까지 안다고?

아비인 양묵현이 복무한 수군의 지식인가? 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빨리 이 녀석을 제압하고 세 천문위에게 목혜를 전해 줘야 했다.

끼요옷!

호거술로 강기를 강화하며 거세게 놈을 몰아붙인다.

신창양가의 창술이 신묘하다지만 나는 이미 양언직을 수확해서 그 수법에 훤하다.

단순히 신창양가의 창법에 대해 밝은 정도가 아니다. 양언직은 양유경의 사제. 그와 대련 경험이 많아 그의 버릇도 많이 알고 있다.

그러니 그 데이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나는 양유경의 공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여기는 땅 위도 아닌 물 위!

칼로 그를 압박하며 최고의 한 수를 발동한다.

“최대 출력!”

파자자작!

강렬한 전기 충격에 내 주위로 온갖 물고기들이 배를 드러내고 떠올라 떠내려갔다.

“야, 저거 왜 멀쩡해?”

하지만 상대인 양유경은 목혜의 부력을 이용해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여 나와의 거리를 벌리는 모양새가 어떤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 물 위로 넓게 퍼진 탓에 호신강기를 뚫을 정도의 전력이 되지 못한 듯합니다. 그리고 이번 공격으로 체내 나노 머신이 전격 공격에 대비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젠장! 되는 일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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