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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92화 (92/175)

92화

보복행(01)

공방에서 제작한 안테나가 도착했다. 이미 남궁 가주와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에 남궁세가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며칠 지나자 마교 놈들 넷을 일부러 놔준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놈들이 몸을 숨기고 쉬어간 곳들을 파악해 통신 벌레와 꿈틀이들을 뿌려 놓으니 노다지가 따로 없었다.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추적하니 남궁세가의 세력권  안에 존재하는 마교도들의 신원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상단의 주인은 물론, 지역 토호들도 몇몇이 보였다. 아니 잘만 활용한다면 여주부와 안경부의 상권을 남궁세가의 입맛대로 재편할 수도 있는 정보들이다. 다른 것들과 함께 정리해서 남궁 가주에게 넘겼다.

“허, 이들이 마교도였단 말인가?” 그렇게 탄식을 한 남궁 가주는 나를 향해 눈을 돌렸다.

“무엇을 원하나?”

남궁 가주가 물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은자 수십만 냥의 이득을 뽑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다. 무림에서 손꼽히는 거대 가문의 주인답게 이만한 정보가 공짜일 리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동맹이 공식화 되면 제가 일을 하나 추진할 것입니다. 그때 가주님께서 적극 동조를 해주시면 됩니다.”

“무슨 일이기에 그러나?”

남궁 가주가 물었다. 일가의 주인으로 앞뒤 사정도 모르고 무조건 약속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신창양가와 멸왜단을 향해 손을 쓴 배후를 추적할 생각입니다.”

“자네는 그들이 본가를 노린 마교와는 다른 세력이라 보는가?”

내 말에 남궁 가주가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그들은 신창양가를 장악하기 위해 천문위와 초극 열셋을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남궁세가의 일에는 초극 둘에 절정 여럿일 뿐이지요. 남궁세가와 신창양가는 같은 오대세가입니다. 그리고 둘 다 남직례에 자리 잡고 있지요. 같은 세력에서 같은 지역에 자리 잡은 오대세가의 한 곳씩을 노리는데 이렇게 극명한 전력 차이를 보일까요?”

“움직인 전력에 극명한 차이가 나니 같은 세력이 아니다? 흠, 좀 무리가 있는 생각이라 보네만?”

남궁세가를 향해 수작을 부린 세력은 확실히 마교다. 그러니 동맹의 전력이 마교를 대비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남궁세가에게는 이득이니 저러는 것이다.

“전력의 차이에 혈고를 생각해 보시지요. 그런 전력을 움직일 수 있는 놈들에게 ‘혈고’라는 효과적인 수단이 있었다면 더욱 쉽게 일을 진행했을 겁니다.”

암중 세력 따위는 없다.

하지만 조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존재해야 했다.

그래야 수확이 쉬워지니 말이다.

그냥 마교에 덮어씌울까도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괜히 일이 커질 수가 있었다.

이번 남궁세가 건을 봤듯 무림 전역에 숨어든 마교 놈들은 어디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내가 만약 마교를 핑계로 조사대를 꾸린다면, 나를 막기 위해 마교 놈들이 득달같이 달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없는 놈들을 내세우는 게 부담이 없었다.

“알겠네. 이런 대가를 받고 입을 씻을 수는 없지.”

남궁 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을 하나 더 만들더라도 강력한 동맹이 곁에 있는 것이 낫다 생각한 듯 하다.

대충 남궁세가에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멸왜단으로 돌아가서 동맹이 정식으로 발족되기를 기다렸다가 조사대를 구성하면 된다.

멸왜단으로 돌아가기 위해 남궁세가를 나섰다. 남궁세가에서 쾌속선을 빌려 준다는 것을 거절했다.

나 혼자 움직일 때는 그냥 피풍의 펼치고 내달리는 것이 제일 빠르니 말이다.

멸왜단으로 가는 제일 빠른 경로를 택해 피풍의를 펼치고 달린다. 사람 눈을 피해서 내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여주부를 벗어나고 장강을 넘는다. 응천부를 질러가는 것이 편하지만, 요소마다 군진이 설치된 곳이 응천부다. 피풍의를 펼치고 내달리는 꼴이 군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살짝 길이 험하기는 하지만 녕국부(寧國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태평부를 지나 녕국부의 절반쯤을 내달렸을까?

- 리퍼, 급보입니다. 마*카*원 베타의 재생 기능이 최대치로 활성화 되었습니다.

마*카*원 베타라면 사제에게 심어 놓은 나노 머신이다. 재생 기능이 활성화 되었다는 것은 그만한 상처를 입었다는 소리.

“말 돌리지 말고 쉽게 말해. 사제에게 무슨 일 생긴 거야?”

- 심정지 상태입니다.

심정지에 재생 기능 활성화. 죽은 사제를 소생 중이라는 소리다.

“무슨 개소리야? 사제가 왜 죽어!”

내달리던 발을 멈추고 물었다. 이에 농꾼은 대답 대신 영상을 띄웠다. 어딘가의 숲속에 사제 장철상이 피를 쏟으며 쓰러져 있었다. 아니 쓰러져 있는 것은 사제 하나가 아니다.

“무산삼도?”

익숙한 얼굴의 세 명의 칼잡이들. 청도방의 중진이 분명한 그 셋도 바닥에 쓰러져 피를 쏟고 있었다.

그리고 삼십 초반으로 보이는 웬 놈이 쓰러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무산삼도를 향해 검을 내뻗었다. 검이 세 번 번뜩이자 무력화 된 무산삼도의 생명이 끝장났다.

그렇게 셋을 확실히 죽인 뒤 놈은 몸을 돌려 갈 길을 갔다.

“저 새끼 뭐 하는 놈이야?”

- 호광 장사 백라장의 소장주입니다.

백라장에 대한 데이터가 뜬다. 백라장은 팔대문파 중 하나인 형산파의 속가로 장사부에서 제일 큰 세력을 이루고 있는 무가였다. 형산의 삼대 속가 중 하나로 불릴 정도의 세력이다.

“호광 장사 놈이 왜 강서 공주부에 와서….”

청도방과 충돌할 위험이 있는 강서의 방파도 아니고 내가 조사를 명한 방파도 아니다. 그런데, 농꾼 녀석이 이런 상세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답은 하나다.

“저 녀석 수확 대상자냐?”

- 예. 리퍼.

“사제가 수확 대상자와 왜 싸워? 싸울 이유가 없잖아! 야, 농꾼, 너 혹시 나 몰래 사제에게 수확이라도 시킨 거냐?”

- 절대 아닙니다.

농꾼 놈의 대답과 동시에 뜨는 영상. 사제와 공주부 지부 대인이다. 사제는 지부 대인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청파루를 찾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영상이 끝났다.

사제가 수확 대상자와 싸웠던 대강의 사정은 알 수 있었다.

수확 대상자가 색마였고, 사제는 청도방의 소방주로 지부 대인의 청을 받아 색마를 잡기 위해 움직였던 상황이다.

“철상이 녀석 상태는 어때?”

- 검에 찔린 심장은 팔 할 이상 복구했습니다. 3분 이내에 정신을 차릴 것입니다.

“뇌 손상 가능성은?”

신체의 어지간한 부위는 나노 머신의 재생 기능으로 회복 가능했다. 하지만 뇌 쪽은 21세기의 의료 기술로도 완벽한 치료가 힘드니 묻는 것이다.

- 심장 파열 후 재생 기능 활성화 시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이 뇌의 산소 공급입니다. 그리고 마*카*원 베타의 기록을 살핀 결과 머리에 직접적인 손상을 당한 경우가 아니기에 뇌 손상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제 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호광 장사부의 백라장 소장주인 동시에 ‘귀몰색마’라 했지?”

- 예, 리퍼.

“사제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손을 쓰겠지?”

-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마*카*원 베타의 기록을 보면 귀몰색마로 활동할 때는 면구를 뒤집어썼지만, 사제와 싸울 때는 본래 얼굴이었던 놈이다.

죽은 줄 알았던 사제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자신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위험이 있기에 재차 손을 쓸 게 뻔했다.

“사부님은?”

- 마*카*원 알파가 음파 통신으로 보내오는 현재 상태를 보면 깊은 명정 상태에 들어간 듯합니다.

운기에 몰입 중이라는 소리다.

- 각성 상태로 유도합니까?

농꾼이 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냥 초극 고수도 아니고 수확 대상자다. 사부님이라 해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상대라는 말.

“아니 사부님은 그냥 두고. 멸왜단 총타에 응5를 보내서 알려. 개인적 볼일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아무래도 내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저 근방에 사제를 지켜보는 녀석 말고 다른 생체 드론은?”

- 현재 마*카*원 베타 부근의 생체 드론은 세 기입니다.

“하나 빼서 녀석을 추적한다. 최단 거리 경로를….”

‘장사부의 패자인 백라장(百羅莊)이 천라지망을 펼치고도 놓쳤지요. 그다음부터 귀몰색마라 불리기 시작했어요.’

청파루주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저 녀석은 백라장의 소장주. 백라장의 천라지망을 빠져나간 다음부터 귀몰색마라는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때 백라장에서 저 녀석이 색마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젠장!”

그렇다면 저 녀석 하나 쫓아가 죽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백라장이 색마 짓 하는 소장주를 그냥 두고 보고 있었다면 일이 골치 아프다. 백라장주가 놈을 감싸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녀석을 처치한다고?

귀몰색마를 처치하기 위해 사제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청파루가 안다.

청파루는 하오문의 하부 세력이니 하오문에 이미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다.

하오문은 정보를 사고파는 곳이다. 백라장주가 귀몰색마의 행적을 추적한다면 당연히 청도방이 드러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색마 짓 하던 아들놈 싸고돌던 백라장주가 무슨 짓을 할지 뻔하다.

백라장에서 야밤에 복면 뒤집어쓰고 청도방을 찾을 게 아닌가.

“백라장에 응4 보내고, 당장은 꿈틀이 뿌리고 서생원 시리즈 준비되는 즉시 투입해.”

- 예, 리퍼.

그러니, 귀몰색마를 처리하려면 먼저 백라장을 지워 없애는 것이 순리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사제 녀석이 상체를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저거 정신 차린 거야?”

- 의식 각성. 확인되었습니다.

“연결해.”

- 예, 리퍼. 마*카*원 베타와 통신 연결되었습니다.

“사제. 나다.”

- 사형, 지금 사형과 이야기할 시간 없소.

사제가 죽은 무산삼도를 보고 이를 악물고 있었다.

저 녀석. 쫓아갈 생각이다.

“그 색마 놈 쫓아갈 생각 하지 마.”

- 사형!

“그 녀석 형산 삼대 속가 중 하나인 백라장의 후계자다. 네가 지금 놈을 쫓아가 죽인다면 최악의 경우 형산 속가 전체와 싸울 수도 있어.”

실력으로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서 괜히 사제의 감정을 건드릴 필요 없다.

코앞에 있다면 그 소리를 하겠지만, 지금은 수천 리 거리를 격하는 중이다. 손으로 말릴 수 없기에 말로 말려야 했다.

- 그렇다면 더욱더 지금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오? 놈은 내가 죽은 줄 알고 갔소. 본래 얼굴을 본 내가 살아 있는 것을 안다면 녀석은 분명….

“백라장에서 녀석이 귀몰색마라는 것을 알 가능성이 커.”

- 알고도 놔뒀단 말이오? 이 빌어먹을 정파 새끼들!

내 말에 사제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니, 사제는 잠시 죽은 척을 해야겠어, 내가 연락할 때까지 금정산의 사부님에게 가 있어.”

- 사형.

“말해.”

- 백라장을 지울 생각이지요?

“그래.”

- 혼자 하실 생각은 마시오.

같이 하자는 소리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 청도방에 들리지 말고 바로 금정산에 가 있어. 금방 갈 테니.”

- 기다리겠소.

그렇게 연결을 끊었다.

“농꾼, 지금 가진 영약들 다 때려 부으면 저 녀석 초극으로 만들 수 있을까?”

백라장은 팔대 문파인 형산파의 삼대 속가로 손꼽히는 세력으로 초극 고수가 열이 넘게 포진해 있는 곳이다.

그런 세력을 후려치는데 본신 공력이 절정인 사제로는 아무래도 좀 불안하지 않은가.

-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경구 투입으로는 절대 불가합니다.

그 말은?

“직장 투여로는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지?”

- 예, 리퍼. 청심단 스물둘, 소환단 서른일곱으로 73.129%의 확….

쉰아홉 개! 나는 열세 개도 간신히 넣었는데, 네 배가 넘는 숫자를 밀어 넣어야 한다니!

사제, 선택은 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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