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대비행(05)
천도공을 일 분도 유지하지 못하고 내상을 입은 나와는 달리 사제는 천도공을 몇 시진째 운용 중이다.
- 마*카*원 베타와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농꾼의 보고. 호신 강기를 형성했다는 소리는 초극 고수가 되었다는 말.
”뭐 이런 놈이….“
입에서 절로 감탄이 나오는데.
“커헉!”
갑자기 사제가 피를 토한다.
“하아. 하.”
그리고 천도공의 운용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사제 괜찮아?”
“마귀의 종자가 내상 치료를 시작했으니 곧 좋아질 겁니다.”
내 물음에 사제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답했다.
= 이 녀석 도대체 천도공을 몇 시간이나 운용한 거야?
- 678분입니다.
천도공과의 궁합이 나보다 수백 배 좋다는 건가?
“치료는 끝났느냐?”
사부가 사제에게 물었다.
“예. 끝났다 합니다.”
사제가 답했다. 사부는 천도공 수련을 통해 계속 내상을 입고 마*카*원 알파로 쉴새 없이 고쳐댄 덕분에 사제의 내상 치료 시간까지 짐작할 정도다.
“무리 없다 싶으면 천도공을 운용해 봐라.”
“예!”
사부의 말에 사제가 신나게 답하며 칼을 잡았다. 제 놈 유지 시간이 제일 길다 그거지.
우웅!
사제의 칼에 강기가 모이고 그 빛이 한층 더 강해지는가 싶더니.
“쿠헥!”
갑자기 피를 토하며 허물어진다.
“역시, 그런 거였군.”
사부가 피식 실소를 흘렸다.
“설마, 튼튼한 몸에 비해 공력이 미미해 천도공으로 공력을 증폭해도 내상을 입지 않았던 거였습니까?”
“초극에 어울리는 공력을 가지게 되기 무섭게 저 꼴이 되는 것을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구나.”
사부가 내 의견에 동조했다.
사제의 육체는 농꾼이 지시하고 마*카*원 베타가 실행한 개조로 초극 무인 이상의 강건함을 지닌 상태. 그 몸에 절정의 공력만이 담겨 있었으니 천도공이 공력을 증폭해도 내상을 입을 리 없었던 것이다.
“하아, 공력이 미미해서 그랬던 거라니.”
사제가 한탄을 터트렸다.
“그렇게 바라던 초극이 됐는데 한숨질이냐?”
“사형은 천도공 유지 시간이 길지 않아도 어떻게든 끊어 쓴다면 실전에 써먹을 정도는 되지 않소? 하지만 나는 도저히 실전에 써먹을 정도가 아니잖소.”
증폭된 공력이 강기를 한층 더 강화해 줄 시간까지 단전이 견디지 못하니 어쩔 수 없었다.
“너는 당장은 호거술 쓰면 되는 일 아니냐?”
“뭐, 그렇긴 하오.”
호거술로 강기를 강화하면 어지간한 초극 고수들은 힘으로 찍어 누르는 데 무리 없었다.
“아, 사부님 그러고 보니 제자가 호거술을 이용한 합공법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래?”
내 말에 사부가 방긋 웃으며 호신 강기를 억제했다. 빨리 넘겨 보라는 것이다.
= 호거술 합창법에 대한 데이터를 사부님에게 넘겨. 그리고 황학약의 전투 감각 데이터도.
귀원공을 익히지 않은 사부님이라 천문위의 무공 데이터 전체를 넘겨 봐야 익힌 내공이 달라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하지만 같은 도객인 황학약의 전투 감각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허, 재밌는 수법이구나.”
호거술의 데이터에 사부님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건 천도공을 운용하실 때만 적용하시지요. 평소에 적용하시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황학약의 전투 감각 데이터를 넘기며 하는 말이다.
“이건 무엇이냐?”
“제가 환강을 흉내나마 낼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내 말에 사부가 눈을 감았다.
“으음.”
그리고 흘러나오는 신음성, 천도공을 운용하는 것이다.
“흠.”
잠시 뒤 눈을 뜨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몸에 새기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아, 그리고 호거술을 익히실 때 이걸 사용하시면 더 쉬울 겁니다.”
열 짝 만들어 두 짝 남은 스피커 장갑 중 한 짝을 사부에게 건넸다.
“이건?”
“금주법으로 만들어낸 금고와 같은 용도입니다. 호거술을 사용하실 때 육성을 사용하시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음역대는 빨리 찾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내 대답에 사부는 스피커 장갑을 챙기며 가동에 필요한 데이터도 넘겨받았다.
“그리고 제자 산동에서….”
산동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며 성혈문에 대한 경고를 한다.
놈들이 내 뒤를 캐다 청도방을 찾아낼 수도 있는 탓이다.
“허, 그 성혈문주란 작자가 파머 노형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작자라고?”
“예.”
연구소에서 뿌린 나노 머신에 대해 설명하기 힘드니 그냥 알기 쉽게 이야기한 것이다.
“과연 중원은 넓구나! 파머 노형과 같은 힘을 지닌 존재가 또 있다니!”
사부가 탄성을 터트렸다.
“천문위가 최소 둘에 능숙한 초극 고수들을 소모품으로 쓰는 세력이라니…. 혹시 손이 모자라지는 않느냐?”
여차하면 가세하겠다는 말이다.
“절강에서 만든 인연들이 적지 않습니다. 거기에 사부께서 오늘 전수하신 천도공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될 듯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순수 무공이 아니라 휘두를 수 있는 무력을 따지면 사부보다 내가 더 강하다.
그러니 사부가 실체를 드러내 그 실력으로 나를 돕는 것보다 실력을 알 수 없는 신비인으로 남아 존재감만 풍기는 것이 나에게 더 도움 되는 것이다.
“그래?”
사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키운 사부다. 내 생각을 읽지 못할 리 없다.
“그나저나, 말이 참 크고 멋지구나?”
동굴 앞 공터의 한쪽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마원을 보고 한마디 하신다. 씁쓸함을 숨기기 위해 하시는 말씀이다.
“사부님이 타시겠습니까?”
마원을 사부께 양보해도 보름이면 다른 놈을 만들 수 있었다. 어차피 정안각이 움직이는 것은 남궁화청이 천문위가 된 이후. 다른 놈 만들 시간은 충분했다.
게다가 사부님이 타실 말도 원래 만들 예정 아니었던가.
“금주법 때문에 무거워진 몸을 위해 구한 말 아니더냐?”
“노사께 부탁하면 한 마리 더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저놈은 네가 계속 타거라. 내 말은 철상이 말 뒤에 부탁하마.”
“사부님 뜻이 그러시다면….”
= 한 달 안에 사부님이 타실 말 뽑아.
- 예, 리퍼.
그렇게 금정산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영파의 멸왜단 총타로 돌아왔다.
개인 연공실로 다시 틀어박힌다. 천도공을 몸에 익히며 그걸 활용할 방안을 생각한다.
단전에서 증폭시킨 기운을 천문위의 데이터를 활용해 휘두르면 일순간이지만 천문위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다.
“이걸 다시 증폭 못 하려나?”
천도공의 기초는 호거술, 운기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천도공으로 단전에서 증폭시킨 공력을 칼날에서 호거술로 증폭시킬 수 있지 않을까?
결론은 되기는 되는데 내가 원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천도공으로 증폭된 내공을 나누어 방수를 통해 휘두를 수 있는 도기와 강기의 수를 늘릴 수 있고 그렇게 늘린 도기와 강기는 호거술에 반응하여 증폭이 되었다.
하지만 천도공의 공력을 온전히 집중시켜 천문위의 흉내를 내면 호거술의 음공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솔직히 됐으면 큰일 날 일이기도 했다. 호거술을 우리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성혈문에 마풍단주, 그 망할 왜놈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뭐 대신 그렇게 늘어난 공력으로 동시에 휘두를 수 있는 섬광격은 늘어났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거지?”
내 손에 들린 칼이 하나, 유사 기맥에 달아 놓은 소도가 여섯 자루다.
총 일곱 자루의 칼에 도기를 안정적으로 나눠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천도공의 유지 시간은 길지 않으니 섬광격으로 짧고 굵게 후리는 것이 최선이지.”
- 한 번에 일곱 개의 칼을 동시에 휘두르는 것은 무리입니다.
“왜?”
- 공간이 모자라 협공의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눈앞으로 화면이 뜬다. 나와 상대가 보인다. 내가 칼을 휘두르고 등 뒤의 방수 넷이 동시에 칼을 휘두른다.
내가 휘두르는 도격을 따라 네 자루의 칼날이 춤을 춘다.
천문위를 상정한 탓인지 상대는 정신없이 덮쳐드는 다섯 자루의 칼날도 거침없이 튕겨 내고 있다.
- 리퍼의 요구대로 방수를 여섯으로 늘렸을 경우입니다.
방수가 여섯이 되어도 공격은 별 파탄이 없다.
“별문제 없잖아?”
- 이제 시작입니다.
상대가 칼을 튕겨 내기 시작하자 당장에 방수의 움직임에 파탄이 생긴다.
넷이었을 때는 방수가 흐느적거리며 상대의 힘을 흘려냈는데, 여섯이 되자 그 흐느적거릴 공간이 모자랐다.
방수끼리 서로 엉키고 튕기면서 없던 틈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따라 상대가 움직이니 내 모습은 피 칠갑이 되어 널브러지고 있었다.
“손이나 발에 있는 방수를 쓰면 안 돼?”
내 사지에도 여분의 방수가 달려 있지 않은가.
- 등에 장착된 방수에 비해 굵기와 길이가 현저히 모자라기 때문에 천문위를 대상으로 한 협공에 적합한 개체가 아닙니다.
“협공 도중에 비수를 투척하는 암수 용도로 써야 한다는 소리군.”
- 예, 리퍼. 그쪽은 가능합니다.
“근데, 섬광격의 합격은 몇 초나 할 수 있는 거야?”
- 리퍼 단독일 경우 6초, 마원의 보조를 받으면 30초입니다.
마원은 덩치가 큰 만큼 배터리 용량도 커서 내 백 배 정도 된다.
그런데 왜 30초냐고? 내가 천도공을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정도라 그렇다.
= 증강 현실 대련, 상대 남궁화청!
그렇게 정리한 내 전력을 가지고 증강 현실 대련을 시작한다.
상대는 막 수확했을 당시의 남궁화청이다.
우웅!
단전이 울리며 전신이 떨린다. 그리고 시작되는 힘의 질주.
30.
강기를 모아 환강을 만들기보다는 그 힘을 자연스레 칼에 담아 휘두른다.
29.
벽력과 벽력이 부딪친다.
27, 28….
남궁화청이 펼치는 십삼섬전뢰의 검격이 푸른 벼락을 뿌리며 내 주변을 감싸지만 내 칼이 그리는 벼락은 십삼섬전뢰가 만드는 벼락을 밀고 뿌리고 흘리며 착실히 나아간다.
쾅, 콰콰쾅, 콰쾅!
15, 14, 13….
증강 현실이지만 몸에 걸리는 부하는 생생하다.
하지만 내 팔은 칼을 휘둘러 그 충격을 뿌리고 내 발은 굳건하게 그 충격을 버틴다.
콰콰쾅! 파삭!
눈앞의 숫자가 9로 변했을 때 남궁화청의 머리에 내 칼날이 파고들었다.
대련 시작하고 21초. 천문위를 앞둔 고수를 때려잡은 것이다.
“그냥 써도 엄청난데?”
두근대는 마음으로 잠시 숨을 고른다. 천도공에 의한 미약한 내상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증강 현실을 시작한다.
= 상대 진우탁.
이번에는 멸왜단주다.
진우탁은 나타나기 무섭게 내게 창을 겨눴다.
창에 강기가 서리고 전신이 빛난다. 창날을 휘감는 강기와 호신 강기가 얽혀들며 창날과 몸의 구분이 없어진다.
그야말로 강기의 덩어리가 된 진우탁이 나를 향해 날아든다.
우웅!
이에 천도공을 일으켜 대응한다. 스피커의 음파에 단전의 공력이 공명하며 증폭된다.
30.
넘쳐나는 힘이 기맥을 타고 양팔로 몰리고 칼날에 이르니 강기가 더욱더 빛을 발한다.
그렇게 빛나는 칼로 강기의 덩어리가 된 진우탁을 맞이한다.
쾅, 콰콰쾅!
29, 28, 27….
충격이 전신을 내달린다. 몸이 사정없이 뒤로 밀리지만 무릎은 굳건하고 칼을 쥔 손아귀는 옹골차다.
24, 23, 22….
전신이 밀려나는 와중에도 팔은 움직이고 칼날은 호쾌한 호선을 그려 진우탁의 공격을 받아낸다.
할만하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쾅!
칼날을 정면으로 직격하는 거센 충격.
퍼거걱!
그리고 가슴을 파고드는 무지막지한 고통에 그대로 허물어진다.
“하아, 하, 하!”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로 호흡을 고른다.
“어떻게 된 거야?”
가상의 고통을 떨쳐내며 농꾼에게 묻는다.
- 발차기에 도격이 비틀어지고 돌려 찍는 창대 끝에 그대로 가슴을 직격당해 패했습니다.
친절하게 영상까지 보여주는데 진우탁의 전신은 강기에 휩싸여서 창과 하체만 간신히 구분되는 정도다.
쓰러졌을 때 숫자는 21. 대련 시작 9초 만에 깨진 것이다.
“망할 천문위!”
너무 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