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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141화 (141/175)

141화

산서행(10)

상 노개가 그렇게 허물어지니 남궁화청은 졸지에 홀로 천문위 둘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

갓 천문위가 된 남궁화청이다. 증강현실에서 여타 천문위들과 실전 경험을 쌓았다지만, 아직 완숙한 천문위 하나를 얼마간 잡아 두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완숙한 천문위 둘이 합공으로 덤벼드니 금방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남궁화청이 그렇게 쓰러지자 정안각 여섯에게 맹공을 퍼붓던 외팔이 녹림 도객이 뒤로 훌쩍 물러난다.

호장우를 비롯한 여섯은 그 틈에 내 쪽으로 합류한다.

정안각 여섯이 나를 호위하듯 둘러쌌다.

- 방금 그거 계속 쓸 수 있어?

호장우가 전음으로 묻는다. 유심조를 말하는 것이다.

- 봤듯이 시전에 시간이 걸리고, 시전 후 회복 시간도 필요해.

- 어떻게든 버텨 볼 테니, 부탁한다.

호장우 말대로 지금 우리가 천문위를 상대로 비벼 볼 만한 것은 유심조 밖에 없다.

외팔이가 우리를 견제하며 잘린 자신의 팔을 챙기니 총채주와 녹림 검객이 느긋하게 그 자리로 합류한다.

응?

쓰러진 남궁화청에게 아무런 조처도 없어?

이놈들 설마 남궁화청이 수확 대상자, 제 놈들이 말하는 성혈의 소유자임을 모르는 건가?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다. 남궁화청은 원래 남궁세가의 뒷면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니 말이다.

= 상 노개와 남궁화청의 치료에 어느 정도 걸리지?

- 7분 정도 필요합니다.

팔다리에 힘이 들어온다. 유심조의 부작용이 끝난 것이다.

- 리퍼의 내상 치료 끝났습니다.

내상 치료가 끝나니 호흡에 걸리는 것이 없다. 이제 다시 천도공을, 유심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성혈문 놈들은?

- 분진 폭발 이후, 전각에서 나와 전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화면이 뜬다. 동쪽 전각 위에서 느긋하게 관전하고 있는 놈 셋이 보인다.

화면이 뜬 김에 응 시리즈의 눈으로 주위를 싹 훑는다.

녹림의 초극 고수들이 포위망을 형성해 틀어막고 있지만, 천문위나 수확 대상자들만 아니면 어떻게든 뚫을 수 있다.

= 상 노개와 남궁화청 태울 말 대기 시켜! 신호하면 마원을 난입시켜 둘을 빼낸다.

- 예, 리퍼.

농꾼의 대답을 듣기 무섭게 정안각 전원에게 전음을 날린다.

- 버티다가 신호하면 매가 인도하는 대로 달린다.

녹림 검객이 먼저 움직였다. 전신을 강기로 물들이며 폭풍처럼 덮쳐든다.

“오로롤!”

“끼요옷!”

“까앗!”

이에 정안각 여섯이 반응해 호거술의 합창을 내지른다.

콰콰콰쾅!

거기에 외팔이 도객이 강기를 앞세우며 끼어든다.

순식간에 몰아붙이는 강기의 파도에 검객을 향해 나아가던 호장우의 칼이 막힌다.

호장우와 한 조인 황보세가의 둘이 재빨리 목청을 돋우며 나서지만, 천문위를 떨쳐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되니 녹림 검객은 신창양가의 셋만으로 감당하는 상황.

순식간에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거리가 확연히 벌어지니 협공 따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유심조를 끌어올릴 시간이 없다.

우웅!

천도공을 일으켜 바로 외팔이를 향해 달려든다. 일단 외팔이를 떼어내고 한데 뭉쳐….

화악!

좌측에서 덮쳐드는 기세에 바로 몸을 돌려 칼을 휘두른다.

콰앙!

격한 충격에 몸이 뒤로 밀려난다. 총채주의 짓이다.

총채주가 나를 향해 다가오며 가볍게 빈손을 휘두른다. 푸른 기운이 안개처럼 밀려온다.

종남의 벽운천강수!

발로 땅을 밟기 무섭게 바로 칼을 긋는다.

콰자자자작!

강기로 그리는 벼락의 그물에 밀려드는 안개가 불꽃을 튀기며 흩어진다.

그리고 사라진 안개를 대신하듯 번뜩이는 검광이 그 자리를 채운다. 검 끝에서 튀어 나온 강기가 빗살처럼 쏟아지니 전력으로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

콰카카카카카캉!

칼로 강기를 쳐낼 때마다 전신이 충격에 덜컥거린다. 연신 퇴보를 밟으며 충격을 흘려내지만, 총채주의 검격은 끝날 줄 모른다.

어쨌든 현장의 천문위 셋이 모조리 나선 상황.

“지금!”

손가락 까딱일 틈도 없어 입으로 재촉한다.

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뭔가 거대한 것이 포위망을 향해 날아든다.

파자자자자작!

거체의 전신으로 내뿜는 뇌전에 초극 고수로 이루어진 포위망의 한쪽이 허물어진다.

이히히히힝!

마원이다.

휘익!

내 전신이 허공으로 격하게 던져졌다. 농꾼이 방수를 움직인 것이다.

“어딜!”

총채주가 바로 내 뒤를 쫓아 몸을 날린다.

하지만 이미 나는 허공으로 뛰어오른 목적을 달성했다. 마원이 방수로 쏘아 올린 금속 분말 주머니를, 그 뭉탱이를 낚아챘으니 말이다.

총채주가 근접한 순간, 주머니 하나를 털어 기막으로 밀어 넣고 불꽃을 튀긴다.

쾅, 콰콰쾅!

발 디딜 때 없는 허공에서 터진 분진 폭발에 총채주는 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반면에 나는 피풍의까지 펼친 상태라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마원은 순식간에 포위망을 뚫고 들어와 널브러진 상 노개와 남궁화청을 방수로 휘감아 안장에 엎어 놓고 내달린다.

두 사람을 준비된 말에 실어 달리게 하면 회복될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다.

정안각의 말들은 소량이지만 나노 머신을 가지고 있는 탓에 농꾼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제 정안각의 여섯을 빼낼 차례.

우웅!

허공에서 천도공을 운용하고 유심조를 연계한다. 유심조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도 기막 정도는 쉽게 만든다.

쾅, 콰콰쾅!

분진 폭발을 이용해 고도를 높인다.

= 외팔이.

내가 목표를 정하자 농꾼이 알아서 움직인다. 잠시 뒤 내 몸이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농꾼의 계산은 정확하다.

내 양발이 땅을 밟기 무섭게 힘이 폭발한다. 놈과 나의 거리는 지척. 바로 칼을 휘두르니 놈의 가슴이 쪼개지며 허물어졌다.

이 짓도 이제 슬슬 익숙해진 탓인지 다리가 풀려 주저앉지 않는다.

- SS-01의 수확을 시작합니다.

녹림 도객의 숨통은 끊어진 상태. 하지만 뇌가 멀쩡하니 놔두면 되살아날 것이 분명했다.

막 SS-01의 숙주 머리에 손을 얹고 경력을 발하려는 순간.

- SS-02의 수확을 시작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신창양가의 셋과 녹림 검객이 싸우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창양가의 셋은 어정쩡하게 서서 총채주를 바라보고 있고, 총채주는 녹림 검객의 목을 꺾어 쥐고 있었다.

이건 무슨 난장판이지? 제 놈들끼리 분열?

“총채주, 총순찰을 왜….”

투두투검이 놀란 눈이 되어 묻는다. 중간에 싸움판을 빠져나간 이십 대 수확 대상자 둘도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녹림의 반역자다.”

대답은 녹림 초극 고수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럴 리….”

“너희 셋도 공모의 혐의가 있다.”

녹림 초극 고수들이 투두투검과 수확 대상자 둘을 포위한다.

“총채주!”

“결백하다면 조사를 받아라!”

투두투검의 부름에 총채주가 냉정히 답한다.

투두투검과 수확 대상자 둘은 무기를 건네고 순순히 포박에 응했다.

갑작스러운 난장판에 멍하게 서 있던 신창양가의 셋이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발을 놀려 이쪽으로 합류했다.

총채주는 그렇게 몰려 있는 우리 앞으로 발을 옮겼다. 녹림 검객의 목을 움켜쥔 채로 말이다.

“협조해 줘서 고맙네. 덕분에 녹림의 배반자들을 잡을 수 있었네.”

빠드득, 빠깍.

총채주가 미소를 지으며 손안에 쥔 녹림 검객의 목을 부쉈다.

저 꼴을 보면 총채주는 수확 대상자, 성혈문도들이 말하는 성혈 소유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나에게 당해 널브러진 수확 대상자들에게 녹림의 초극 고수들이 몰려갔다

빠깍, 빠까각!

여기저기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성혈문이 녹림의 수확 대상자들과 손을 잡고 태행산 녹림을 삼키려는 수작을 피웠다. 그에 음모를 눈치 챈 총채주가 우리를 이용해 성혈문과 손잡은 수확 대상자를 치워 버렸다.

지금 광경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것이라면 총채주가 녹림 검객과 협공해 남궁화청과 상 노개에게 중상을 입힐 필요가 없지 않은가.

싸움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녹림 천문위 둘 중 하나를 쳤으면 그만이다.

남궁화청과 상 노개가 입은 상처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목숨이 경각에 달할 중상이다.

상 노개는 개방 십대 고수요, 남궁화청은 남궁세가의 천문위다.

정의맹이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남궁세가와 개방을 적으로 돌리는 짓 아닌가 말이다.

수확 대상자의 대규모 숙청으로 전력이 약화 될 녹림이 택할 방법이 아니다.

남궁화청이 수확 대상자인 것을 알아 바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랬다?

그럼 상 노개의 경우가 말이 안 된다. 상 노개는 싸움이 시작된 다음에야 마*카*투 델타를 먹었다.

‘우리와 정파의 사이가 그렇게 훈훈하지 않잖소.’

총채에 들어서기 전 투두투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못 믿을 정파 놈들이니 그냥 좋을 대로 이용했다는 건가?

생각해 보니 여기서 우리를 제거한다면 전부 성혈문 탓으로 덮어씌울 수 있다.

일단 몸을 빼는 것이 최선.

= 정안각 전원에게 도주 경로 넘겨.

- 분진 폭발을 사용할 생각이십니까?

= 그래,

내 대답에 화면에 뭔가가 표시된다.

“놈을 넘겨주겠나?”

총채주가 내 손에 머리를 붙잡혀 있는 외팔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받으시죠.”

외팔이를 총채주에게 던졌다. 그리고 동시에 금속 분말을 털어내며 손을 바삐 움직인다.

“튀어!”

쾅, 콰콰쾅!

분진 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내 몸은 허공으로 밀려나고 정안각 인원들은 셋, 셋 조대로 뭉쳐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잡아!”

총채주의 외침에 녹림 초극 고수들이 뒤를 쫓는다.

정안각 여섯이 내달리는 방향은 같다. 포위망이 제일 얇은 곳을 향해 전력을 향해 달린다.

그쪽 방위를 담당하던 초극 고수들이 일행의 앞을 막아섰지만.

“끼요옷!”

“까앗!”

“오로롤!”

셋이 힘을 모아 휘두르는 거력은 초극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쾅, 콰콰쾅!

분진 폭발로 추진력을 얻어 허공을 갈라 내달리는 일행의 후미로 떨어진다.

내상은 치료되었고 유심조의 부작용에서 벗어난 상태. 두 발로 굳게 땅을 밟으며 몸을 돌린다.

한 떼의 초극 고수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천문위인 총채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니 두려울 게 없다.

칼에서 뻗는 것은 도기, 거기에 전압을 건다. 코앞까지 들이닥치는 녹림의 무리들을 향해.

“오올!”

세상을 탈백시키는 극도의 광휘를 선물한다.

“아악!”

“내 눈!”

“젠장!”

섬광격의 광휘에 한순간 시야를 잃은 초극 고수가 십수 명!

그들은 내가 뿜어내는 살기에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캉, 카콰카캉!

순식간에 공간 가득 강기가 난무한다.

초극의 공력을 가진 일시적 장님 십수 명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칼부림에, 뒤늦게 도착한 눈 멀쩡한 녹림도들은 발을 멈출 수밖에.

당연히 나는 그 현장을 벗어나 죽어라 뛰고 있다.

피풍의를 펼쳐 달리니 손쉽게 일행 뒤를 따라붙는다.

녹림 총채를 둘러싼 십수 장의 절벽이 우리 앞을 막았지만, 우리 일행은 전원이 초극 고수. 순식간에 절벽을 타고 오른다.

“막아!”

절벽 위 초소에 배치된 정예들이 앞을 막아섰지만, 초극 고수 하나 없이 일행의 발길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총채를 벗어나 십 리 정도 내달리니 마원과 정안각의 일곱 말들이 보였다.

남궁화청과 상 노개는 말 안장 위에 잘 실려 있었다.

- 리퍼, 추적에 녹림의 핵심 고수들이 동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추종향이 있으니 서둘러 추적하지 않겠다는 건가? 어쨌든 여유가 있다는 소리.

= 이 기회에 녹림 수확 대상자들의 기억 데이터나 좀 훑자.

공력을 억눌러 호신강기를 해제해 공방에 저장된 그들의 데이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잠시 뒤.

- 리퍼, 녹림 수확 대상자 일곱의 기억 데이터를 검색하였으니 그중 성혈문과 접촉한 기억을 가진 자는 없었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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