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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144화 (144/175)

144화

산서행(13)

우웅!

다시 천도공을 일으킨다. 유심조로 한 방 먹이려는데, 성혈문주가 내 기세의 변화를 눈치 챘는지 황보숭을 둘러업는다.

그리고 발을 움직인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근처를 빠르게 오간다.

내가 다시 황보숭을 노리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인가?

그럼, 다른 쪽을 노리면 되지.

“터!”

내 주위를 둘러싼 일행들이 앞을 열어 주는 순간, 총채주를 향해 발을 구른다.

순식간에 거리를 줄이고 유심조의 일격을 펼친다.

휘익!

하지만 그렇게 휘둘러진 칼에 걸리는 것이 없다. 유심조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젠장!

사지에 힘이 풀리는 순간, 바로 몸이 뜬다. 방수에 의지해 재빨리 일행들 곁으로 돌아왔다.

“체면은 어디다 파셨소? 태행산 총채주나 되시는 분이 나려타곤(懶驢打滾)이라니!”

상 노개의 외침에 총채주가 어떻게 유심조를 피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일행들이 앞을 열고 내가 땅을 박차는 순간, 땅을 구른 것이다.

“살인멸구라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 내가 걱정할 것이 무어냐?”

상 노개의 도발에 총채주가 이죽거렸다.

어찌 됐든 일격일탈의 유심조에 대한 대처를 상대방이 찾아낸 셈. 대치 중에서는 안 통할 것이 뻔하니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시간을 끌어야 한다.

- 내상 치료가 끝났습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수십 초를 날려 먹었다.

“문주, 내려 주시겠소?”

거기에 황보숭의 목소리가 지하를 울린다. 두 발로 뛸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이다.

시간 끌 방법을 생각해 내기도 전에 천문위 셋을 상대해야 하는 욕 나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젠장, 금속 분말이라도 남아 있다면….

“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없으면 만들면 되는 일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투척용 비수를 한가득 들고 있지 않은가.

그걸 곱게 빻는 일? 초극의 공력이라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웅!

내가 천도공을 일으키자 천문위 셋이 움찔한다. 유심조는 천문위들도 막기 힘든 공격이니 그에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천도공의 기세로 유심조를 펼치는 척 사기를 치면서 일행들 뒤에 숨어 작업을 시작한다.

검게 물들인 양손에 천도공의 공력을 주입해 손안의 비수들을 박살낸다.

까드득, 까득.

힘으로 한번 박살내고 손안에 가득한 비수 조각들을 내가중수법을 연신 사용해 가루로 만든다.

- 입자의 크기가 분진 폭발의 조건을 충족합니다.

농꾼의 장담에 천도공 운용을 멈춘다. 내 양손과 발밑에 금속 분말이 가득하다.

휘익!

순식간에 만들어낸 수십 개 기막의 회오리가 저마다 금속 분말을 빨아들인다.

“이 애송이가 사기를 쳐!”

천도공의 운용 중단으로 내 기세가 평소대로 쪼그라들자 총채주가 노성을 터트렸다.

그 노성이 신호가 되어 세 명의 천문위가 우리들을 향해 덮쳐든다.

그에 반응해 움직이는 내 손짓을 따라 기막의 회오리가 그들의 발치로 날아들고.

쾅, 콰콰쾅!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힘에 성혈문주와 총채주의 신형이 뒤로 튕기듯 밀려났다.

그 둘과 달리 황보숭은 버티고 섰다. 원래대로라면 폭발의 힘에 밀려 홀로 앞으로 튕겨야 했는데 바닥에 칼을 꽂고 버틴 것이다.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노성을 내지르며 휘두르는 장력에 바닥에 깔리듯 날아가는 기막의 회오리들이 박살난다. 기막으로 인한 폐쇄 상태가 깨지니 분진 폭발이 일어날 리 없다.

그사이에 뒤로 튕겨 났던 성혈문주와 총채주가 다시 내달린다.

내달리는 둘과 멈춰 섰던 하나가 한 덩어리가 되어 일행을 덮쳐들었다.

천문위 셋이 부리는 강기의 폭풍이 몰아친다. 내가 피하면 일행들이 짠 진형이 무너지니 일단 그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

= 방수 방어 모드!

칼을 불끈 쥐고 본신의 공력으로 전력을 다한다.

오올!

세 자루 칼이 지하를 가득 채우는 백광을 토해내며 덮쳐드는 강기에 저항한다.

쾅, 콰콰쾅!

천문위가 쏟아내는 강기를 섬광격으로 받아낼 때마다 전신이 덜컥거린다.

천문위의 힘에 짓눌려 주저앉으려는 순간, 허리와 다리를 받치는 것이 있었다.

방수다. 섬광격이 깃든 소도를 휘두르는 두 개를 제외한 방수들이 지지대가 되어 내 몸을 받쳐 준다.

그렇게 강기의 폭풍을 견뎌내자 천문위 셋이 우리를 포위하듯 삼면으로 나눠 선다.

뭉쳤던 셋이 흩어졌다고 좋은 게 아니다. 흩어져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 거리가 없다.

그러니 전력을 모아 한쪽을 칠 수도 없다. 거리가 없기에 우리들이 한쪽을 치면 다른 둘이 당장 우리 뒤를 칠 수 있으니 말이다.

세 천문위가 포위망을 유지한 채 발을 움직인다. 일행을 중심에 놓고 원을 그린다.

포위망을 구성한 다음에 펼치는 전형적인 압박 방법이다.

“핫!”

성혈문주의 외침에 셋의 신형이 갑자기 남궁화청을 향해 덮쳐든다.

이에 바로 남궁화청이 반응하고.

“끼요옷!”

“까앗!”

“오로롤!”

호장우를 필두로 한 정안각 인원들이 바로 합창을 내지른다.

상 노개의 두 손이 구렁이를 그리고, 나 역시 천도공을 일으켜 벼락을 뿌리지만.

콰르르르릉!

그 모든 것들이 빈공간을 후릴 뿐이다.

세 명의 천문위는 진짜로 남궁화청을 덮쳐든 것이 아니라 덮쳐든 척했을 뿐이다.

세 천문위는 우리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자 언제 뭉쳤냐는 듯 재빨리 흩어지며 다시 포위망을 형성한다.

젠장, 욕 나온다.

놈들이 지금과 같은 속임수를 쓰더라도 우리는 전력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전력이 모자란 상태에서 포위까지 당한 상태다. 세 천문위가 언제 어디로 들이칠지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속임수로 판단하고 안이한 대응을 한다? 놈들의 공격이 진짜라면 바로 희생으로 이어진다.

차라리 하나씩 나눠 맡는 것이 더 길게 버틸 듯했다.

- 부각주와 상 노개가 성혈문주를, 정안각이 총채주를 상대한다.

모두에게 그렇게 전음을 날림과 동시에 바로 땅을 박찬다.

내가 말릴 틈도 없이 달려든 탓에 일행들은 어쩔 수 없이 내 뜻대로 움직여야 했다.

일행의 걱정 따위 하지 않는다. 내가 황보숭을 잘만 잡고 있으면 못해도 이 각은 버틸 수 있을 테니!

우웅!

천도공을 일으키며 바로 방수에 공력을 때려 박는다.

오올!

내 손에 하나, 등 뒤의 넷. 다섯 개의 칼날이 지하를 밝히며 황보숭을 향해 날아든다.

콰쾅, 콰콰쾅!

다섯 개의 칼로 이루어지는 협공이 황보숭을 몰아친다.

“큭!”

황보숭이 몸을 뒤로 물리며 전신을 강기로 뒤덮는다.

콰카캉!

전신이 흉기화 되어 날뛰지만 다섯 개의 칼날은 황보숭을 능히 찍어 누르고 있었다.

천문위의 전투 감각이 적용된 협공이다. 힘은 천문위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빈틈을 파고드는 살벌함은 천문위 못지않다. 거기다 칼날에 서린 섬광격의 힘은 일반 강기의 힘을 뛰어넘어 천문위에 어떻게든 타격을 줄 정도.

진우탁 같은 능숙한 천문위에게는 어림없지만 천문위가 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황보숭은 능히 찍어 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호시절은 단 6초뿐. 섬광격을 유지할 수 있는 전력이, 배터리가 바닥났다.

도기를 호거술로 강화한 유사 강기로는 천문위에게 이렇다 할 타격을 주기 힘드니, 바로 장심에서 유사 기맥을 떼어낸다.

천도공의 공력을 손에 쥔 칼 하나에 온전히 모으니 칼이 영롱한 빛을 낸다.

다섯 개의 칼로 펼쳐지던 협공이 사라지기 무섭게 황보숭의 반격이 시작된다.

콰카캉!

덮쳐드는 황보숭의 검격을 쳐내지만 역시 천문위다. 칼 하나로는 버겁다는 느낌이 전신을 달린다.

= 방수 회피 모드!

그래도 방수를 이용해 배터리가 충전될 때까지 어떻게든 피하고 버텨 본다.

충전되면 공격하고 충전될 때까지 버티기를 몇 차례 했을 때다.

콰콰쾅!

굉음이 터졌다. 성혈문도들이 사라졌던 구멍, 성혈문주에 의해 무너졌던 그 구멍이 터져 나간 것이다.

다시 터진 구멍을 통해 두 사람이 들어섰다.

성혈문도가 구멍에 던져 넣은 녹림의 검객과 피를 쪽쪽 빨리던 녹림 도객이다, 거기에 녹림 도객은 내가 자른 팔도 멀쩡하게 붙어 있는 상태.

저 둘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것은 마원을 보낸 내 계획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신을 강기로 물들인 후 싸움판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둘의 목표는 총채주.

쾅, 콰콰콰쾅!

녹림의 세 천문위가 사생결단을 내기 위해 어우러진다.

“각주를 돕는다!”

호장우의 외침.

“끼요옷!”

“까앗!”

“오로롤!”

녹림 천문위 둘의 난입으로 졸지에 상대를 뺏긴 정안각 인원들이 바로 황보숭에게 달려들었다.

우웅!

황보숭이 여섯에게 둘러싸이기 무섭게 바로 뒤로 물러난다.

우웅!

물러나기 무섭게 천도공을 운용해 유심조를 펼친다.

목표는 제일 만만한 황보숭.

답답한 십여 초가 흐르고, 그 끝에서 바닥을 박찬다.

황보숭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내 칼이 그의 목을 가른다.

“부각주에게 간다!”

황보숭의 목이 떨어지자 정안각 인원들은 재빨리 남궁화청에게 가담했다.

- SD-03의 수확을 시작합니다.

호신강기를 해제하고 황보숭의 데이터를 받아들인다.

어차피 천도공과 유심조의 복합 부작용에 내상을 입어 당장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거기에 녹림 천문위 둘의 가담으로 손이 모자라지도 않는 상황. 그러니 내상 치료가 끝날 때까지 좀 늘어져 있어도 된다.

= 녹림 도객은 어떻게 빼 온 거야?

마원이 내가 짠 계획대로 움직였으면 SS-02의 숙주, 녹림 검객을 빼돌리는 일은 쉽다.

하지만 성혈문도 셋을 상대로 녹림 도객을 빼 오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어지간한 초극 고수도 기습으로 처리할 수 있는 마원이지만, 그건 전적으로 전격 덕분. 전류 차단이 가능한 나노 머신을 보유한 초극 고수는 이기기 힘들다.

- 피를 빠는데 열중한 성혈문도 셋과 SS-02의 숙주 사이 통로를 붕괴시켜 빼내는 것까지는 리퍼의 계획대로였습니다. 그 후 마원이 자체 판단하여 자신의 체내 나노 머신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물량 공세로 녹림 검객의 치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그 뒤는 녹림 검객이 알아서 했다는 것이다. 수확 대상자에 천문위니, 성혈문도 셋 상대하는 것은 일도 아닐 터다.

= 녹림 도객도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한 거야?

- 예, 리퍼.

= 마원은 뭐 하고?

- 녹림의 수확 대상자들의 곁을 지키면서 성혈문도 셋이 회복되지 못하게 발을 쓰고 있습니다.

말발굽으로 널브러진 성혈문도들을 작신작신 밟고 있다는 말이다.

- 리퍼, 내상 치료가 끝났습니다.

쉬는 시간 끝이라는 소리. 황보숭의 잘린 머리를 향해 다가간다.

“흠.”

SD-03은 벼락을 맞는 등 성혈문의 손을 타서 기본 설정이 꼬여 버린 나노 머신. 원래 프로그램대로 다음 숙주를 찾아갈 것 같지도 않았다.

= SD-03 수거할 수 있어?

- 예, 리퍼.

농꾼의 대답에 바로 황보숭의 잘린 머리에 발을 갖다 댔다.

파학!

발로 내가중수법을 발휘해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 수거해.

명을 내림과 동시에 무너졌다 다시 터진 구멍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콰콰쾅!

강력한 힘에 두 번 뚫린 구멍이 또다시 무너져 내렸다.

당장 도망갈 수 있는 퇴로를 끊은 다음 천도공을, 유심조를 사용한다.

목표는 당연히 성혈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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